류재근 박사 칼럼

   

2002년 12월 초, 우연한 기회에 스웨덴 노벨상 시상식장에 들른 일이 있었다. 일주일 전 시상식장 시설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우리나라는 왜 아직까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정부와 민간부분에 의한 연구개발(R&D)투자의 획기적인 증가에 힘입어 2002년 스위스경영평가원(IMD)의 과학경쟁력평가에서 세계 10위로 평가되었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거부가 된, 스웨덴 사람인 노벨(Alfred Nobel)의 유언에 따라 1895년에 제정된 상이다. 노벨상은 세계의 수많은 상중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며, 각 분야에서 그해에 인류의 복리 증진을 위해 공헌이 가장 크다고 인정된 사람에게 주어진다. 노벨과학상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 3개 과학 분야에 대해 시상된다.
지금까지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국가는 27개국이며, 수상자 수는 총 483명이다. 노벨상 수상국가와 수상자는 대부분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선진국들과 아시아지역에서도 일본, 중국,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나라들이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10명, 중국은 2명,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각 1명씩의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노벨과학상은  노벨상을 제정한 국가인 스웨덴에게 뿐만 아니라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국가에도 많은 이익을 준다. 노벨상을 제정한 스웨덴은 노벨상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익을 보고 있다. 먼저 스웨덴왕립아카데미는 세계 100위 권 안에 드는 각국의 주요 연구기관(대학, 연구소 등) 에게 그 해의 노벨상후보자 추천을 의뢰한다. 이 과정에서 당시 최고수준의 과학지식이 스웨덴왕립아카데미에서 논문, 저서, 자료 등의 형태로 접수·정리·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스웨덴은 세계 유수 과학자들의 평생에 걸친 연구결과의 세부적인 내용과 자료를 힘들이지 않고 얻게 되는 것이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결정하기 위한 자료는 서류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정상급 과학자들은 자기의 연구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스웨덴으로 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스웨덴 과학자들은 세계 각국 과학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세계 고학의 진수에 접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노벨상은 스웨덴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벨상은 스웨덴 경제에도 적지 않는 공헌을 하고 있다. 볼보자동차나 에릭슨전자와 같은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스웨덴의 과학기술이 세계수준인 것만은 사실이나, 이에 더하여 노벨상을 제정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통해 얻는 경제이익도 크다.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속한 국가에도  실질적인 이익이 발생한다. 2002년도 노벨과학상수상자인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가 근무하는 계측기기회사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노벨상의 경제적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일반적으로 과학기술의 발달은 국가 경제력과 비례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경제력만으로 노벨상수상자가 배출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2위 권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몇 년 전에 벌써 노벨과학상수상자를 배출했어야 했다. 그러나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인력개발을 위한 투자의 부족이다.

이러한 현상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국가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순수과학의 연구 R/D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공계 경시’니,‘전문직 전성시대’니 하는 현상이 자연과학 분야에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노벨상수상의 한 분야인 순수경제학을 다루는 대학의 경제학과는 전국적으로 어려운 상태이고, 경제 쪽에서는 돈 버는 응용경제학(MBA)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1996년부터 스웨덴은 세계적으로 물에 과한 연구업적이 탁월한 사람에게 노벨과학상에 준하는‘물 노벨상’을 수상하고 있다. 물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물 부족은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어둡게 하는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 앞으로 물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이 인류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적인 노력은 노벨과학상의 다른 분야의 연구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 세계적인의 평가다. 스웨덴의“물연구상”이 권위가 있는 이유는 스웨덴이 노벨상 제정 국가이기도 하지만, 물의 이와 같은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제1회 물연구상은 물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일본의 한 학자가 수상하였다. 노벨상이나 물연구상과 같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기 위해서는 연구업적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연구결과를 “스웨덴물환경포럼”같은 장소에서 발표하고, 관련 논문, 자료 등을 영어 및 스웨덴어로 번역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물 분야에서도 노벨과학상을 바라볼 수 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후보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연구실적을 쌓아가고 있는 황우석 교수에 더하여 물 연구 분야에서도 노벨과학상 수상후보가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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