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규 재 / 한국기능수학회 회장, 연세대 원주 의과대학 교수

“기능수 발전 위해 먹는 물 제도 정비 필요”

먹는 물, 외국선 고부가가치 상품화…상수도 위주 정책 개선 시급   
기능수 등 물자원 활성화가 기업 성장·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 


 

 
기능수학회, 좋은 물 연구·보급 앞장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물의 중요성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시작으로 국내외 다양한 물을 공부하고 의학적 연구를 통해 건강한 삶에 필요한 물을 알기 위한 노력과 함께 지난 10여 년을 보냈다.

연구를 하면서 세계 각국이 자랑하는 우수한 물과 함께 기능수에 거는 기대, 그리고 자국의 좋은 물을 발전시키려는 각국의 제도들을 비교·평가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좋은 물을 개발하고 널리 알리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의 정비와 발전이 필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기능수의 학문적 연구발전과 함께 좋은 물을 알리고 보급하기 위해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지식을 교환하며 국내 기능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학회가 필요한 것을 알게 됐다.

국내에는 기능수 또는 몸에 좋은 물에 대해 여러 분야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금 늦은 감도 있으나 대학, 연구소, 기업에서 연구개발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함께 ‘한국기능수학회’를 설립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건강은 질병이 없는 상태로 생각할 수 있으나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에 대하여 ‘신체적으로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 정의했다. 이에 비추어 보면 현대사회의 구성원들은 크고 다양한 육체적’정신적’사회적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기능수, 몸에 좋은 효과 나타낼 수 있어

따라서 질병이란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건강한 정상인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우리 몸에 좋은 물’이란 ‘몸에 좋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기능수’를 의미한다.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제 물을 깨끗함을 넘어 인체에 유익을 줄 수 있는 효과까지 고려되는 요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현대사회가 기대하는 물의 특수한 역할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기능수’라는 물이 등장했다.

기능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으나 현대인이 필요로 하는 기능수는 대부분 어떤 질환이나 증상에 좋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물들을 의미한다. 기능수는 약수(藥水), 온천수(溫泉水), 해양심층수(海洋深層水), 자화수(磁化水), 육각수(六角水), 파동수(波動水), 알칼리 환원수(還元水)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들은 각각의 고유한 성질에 따른 기능을 가지고 있어 나타나는 효과도 매우 다양하다.

몸에 좋은 물을 찾고 개발하기 위한 개인과 기관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쳐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좋은 물 찾기와 개발을 끝내고 발전하는 단계에서 그 노력을 중단하도록 만드는 제도가 바로 한국의 먹는 물 제도이다.

먹는 물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물 연구와 개발을 중간에서 포기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 국내 먹는 물 제도에서는 먹는 물로 상품화될 수 없지만 외국에서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개발되어 국민의 건강에 이바지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프랑스(그림 1)와 일본(그림 2)에서 개발되어 시판되는 기능수는 몸에 좋은 풍부한 미네랄을 포함하고 알칼리성을 나타내며 효과적인 기능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의 먹는 물 관련제도의 기준에서는 이러한 효과적인 제품을 생산, 판매, 수입하는 것은 먹는 물을 규정하는 미네랄 농도나 pH(수소이온농도) 기준 때문에 불법이다.

▲ [그림 1] 일본에서 시판되는 음용 천연온천수
▲ [그림 2] 프랑스에서 시판되는 경도가 높은 미네랄수와 그 성분 표기

 


「먹는물관리법」 등 제도적 한계 봉착
 
이와 같은 국내 먹는 물 제도의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상식의 수준을 벗어나 제도 개선과 보완이 진행되었다. 실례를 설명하면, 동일한 위치에서 채취한 바닷물의 미네랄 함량은 깊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거의 동일하지만 해수면 200m 이하의 짠 바닷물만은 먹을 수 있다는 「해양심층수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을 근거로 만들어지는 관련 제품의 생산 공정은 끌어올린 심층수의 미네랄을 제거하고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한 소량의 미네랄을 다시 넣은 미네랄이 거의 없는 미네랄수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국내 각처에서 예전부터 널리 알려진 유익하고 안전한 많은 물들이 지금은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못 먹는 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일부지역의 짠 바닷물이 먹을 수 있는 물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국내의 「먹는물관리법」이 수돗물을 포함한 지하수 등 다른 모든 음용수에 대하여 거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여러 지역의 수돗물은 오염의 가능성이 높은 강물을 원수로 만들어지고 있다.

국가에서 국민건강을 위하여 수돗물 같은 먹는 물의 유해항목과 중금속 등에 대하여 엄격한 기준으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안심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알려진 먹는 샘물들은 비교적 오염 가능성이 낮은 지하수나 암반수를 사용한다.

이와 같이 취수원이 다른 깨끗한 물들을 수돗물을 만들기 위한 소독관리와 동일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깨끗하고 유익한 샘물이나 약수 온천수가 몸에 좋은 기능수로 만들거나 유통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 법으로는 기능수 개발 어려워

물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음료 제조 역시 「먹는물관리법」의 범위에 해당하는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음료를 제조하기 위한 기능수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제도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품규격(CODEX),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예를 찾아볼 수 없는 불합리한 기준이다.

이러한 국내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여러 지역의 유명약수와 온천수는 대부분 못 먹는 물로 분류되어 유익한 물이 ‘못 먹는 물’이라는 오해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결국 특정 지역의 유명한 약수와 온천수들은 제도적으로 ‘못 먹는 물’로 분류되지만 국민들이 음용하는 것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었다.

먹는 물 제도에 대한 개선 방향은 국내 좋은 물을 활성화시키고 기능수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일부분에 대한 개선을 의미하며 국민건강과 관련된 중요 유해성 항목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즉, 먹는 물의 유해성 항목이 아닌, 글로벌 기준에도 포함되지 않는 몇몇의 심미적 pH, 경도, 증발잔류물 등 사소한 항목들의 개선을 의미한다.

이러한 근거는 [표 1]에 나타낸 먹는 물에 대한 여러 국가와 건강관련 세계 기구의 평가 기준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도의 한계성으로 인해 국내의 기능수 산업이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퇴보하고 있다.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는 우수한 먹는 물 자원의 고부가가치의 실현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물산업은 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능수 연구개발, 국민건강 증진 이바지

최근에도 특정 지역의 1∼2 종류의 물만을 음용수로 허가·시판하도록 하여 특정 지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드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물 제도는 더 이상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존재해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내용은 물 관련 제도와 관련된 전문가들도 이미 파악하고 있는 상황으로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제도의 보완이 이뤄지고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먹는 물과 기능수 연구개발의 활성화는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고 지역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복잡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먹는 물 기준을 수돗물, 먹는 샘물, 기타 물로 분류하고 음용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pH 범위를 법적 기준항목이 아닌 권고항목으로 바꾸고, 경도와 증발잔류물에 대한 유동성을 넓히면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다. 제도의 수정이나 보완을 통해 국내 온천수, 지하수, 해양심층수, 육지심층수, 약수, 알칼리환원수 등 다양한 물 자원들이 활성화되어 기업의 성장과 지역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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