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투․개표결과 찬성률 89.5%


정부 발표…민주적 의견수렴 정책결정 모범사례


2007년 착공,  2008년 완공…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부근 유력
탈락지역 민심수습 등 해결할 난제도 많아


중ㆍ저준위방사성 폐기물처분장(원전센터) 유치지역으로 경주시가 확정됐다.

11월 2일 원전센터 부지선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경주, 영덕, 포항, 군산 4개 유치신청 지역에서 동시 실시, 경주는 전체 유권자 20만8607명 중 70.8%가 참여해 89.5%의 높은 찬성률을 보여 원전센터 부지로 확정됐다.

   
▲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주민투표 결과 경주시가 89.5% 찬성으로 최종 확정되자 백상승 경주시장 등 시민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군산은 70.1% 투표에 84.4% 찬성, 영덕은 투표율 80.2% 79.3% 찬성, 포항은 47.7% 참여에 67.5% 찬성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3일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결과를 4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지자체가 이를 산업자원부에 전달하는 절차를 거쳐 투표 찬성률이 가장 높은 경주를 원전센터 부지로 공식 발표한다. 또한 3일 오전에는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산업자원부,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장관 참석하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투표결과에 따른 유치지역 지원계획, 이후 유치센터 건설 추진일정 점검과 투표 이후 민심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원전센터 유치에 성공한 박상승 경주시장은 “시민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합심한 결과라고 생각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 유치활동을 한 국책사업추진단과 각계 참여단체 및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 말했다. 박 시장은 “원전센터 유치와 관련해 용역을 실시해 그 결과를 가지고 시의회와 시민단체, 시민 등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지원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부근 유력

■ 건설일정과 효과  정부는 부처간 합의를 거쳐 연내에 경주를 전원개발사업 예정

   
구역으로 지정고시할 예정이다. 이후 경주시가 원하는 시점에 3,000억 원의 특별지원금을 제공한다. 자금의 용도는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주민복지나 주민소득 증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후 부지특성조사, 방사선환경평가 등의 절차가 예정돼 있지만 산자부는 후보지 선정과정에서 부지특성에 대한 조사가 이미 면밀히 이뤄졌기 때문에 조사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양성자가속기는 예정구역 고시 후 2개월 내에 설치 지역을 지정할 예정이다. 원래는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시와 광역지자체인 경북도가 장소를 협의한다고 돼 있지만 이 역시 이미 유치 성사시 경주설치에 대히 합의해놓은 상태여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성자 가속기만도 1,286억 원이 투입되고 고용유발이나 주변 산업 활성화 등의 효과를 감안하면 경제효과가 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방폐장 건설은 2007년 중에 착수해 2008년 말 끝날 것으로 보인다. 2008년께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경주로 이전한다. 한수원 이전으로 경주는 연간 42억 원의 지방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방폐물 저장사업을 개시하면 연간 80억 원 이상 반입수수료도 지원받게 된다.

정부의 직간접 지원금과 한수원 본사, 양자가속기 설치 등 경제효과는 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주민 성숙한 모습 보여

■ 새로운 의사결정과정  원전센터 부지 확정은 무엇보다 정부의 주요 정책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부지선정 주민투표가 주민투표법 제정 후 처음은 아니지만 정책결정을 위한 민주적 의견수렴 방식으로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전센터 건설은 정부가 지난 1986년부터 추진했으나 매번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구

   
하지 못해 실패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원전센터 설치를 둘러싼 부안군 사태와 달리 이번 유치선정은 신청지역에서 적극적인 찬성분위기가 있었다. 이는 지역주민 의견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정부의지와 보상에 대한 기대 등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주민투표 과정에서 찬반대립, 지역감정 확산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역시 주민투표 후 지역관리 차원에서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투표 결과에 승복해야 하고 이것에 반대하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원전센터 결정과정은 해당 지자체 및 주민, 정부와 여론이 원전센터 필요성과 건설지역에 대한 지원, 절차적 민주주의 등에 대한 ‘합의’로 일궈낸 새로운 선례로 평가받고 있다.

풀어야 할 난제 많아

그러나 결과는 나왔지만 풀어야 할 숙제들은 만만치 않다.

■ 단기 과제 이번 건을 성공한 국책사업의 모델로 만들지 않으면 향후에 다른 국책사업 처리과정에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탈락지역에 대한 민심수습에 만전을 기해 불만의 목소리를 최소화하고, 후보지 선정 이후에도 계속되는 반대단체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 주민투표 이후에도 유치 반대단체들은 정부가 경쟁구도로 몰면서 반대논리가 파묻혀 버렸다며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투표 무효소송을 낼 태세다.
경주의 경우 인근 지역과 벌어질 수 있는 갈등 해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울산 등 주변 지자체들은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면서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혐오시설만 들어온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불법 선거를 문제삼는 소송 제기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2008년 말께로 전망되는 방폐장 완공까지의 과정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중기 과제 주민투표 이후에도 유치 반대단체들은 정부가 경쟁구도로 몰면서 반대논리가 파묻혀 버렸다며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투표 무효소송을 낼 태세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인 만큼 승복해야 한다”면서도 “투표과정에서 유언비어 유포 행위가 분명히 확인된 상황에서도 주민투표법 조항의 불비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것은 문제인 만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 장기 과제 경주에 방폐장을 설치함으로써 2008년 말 한계에 달할 예정이었던 중저준위 폐기물 저장문제는 숨통이 틔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앞으로 고준위 폐기물이 문제다. 고준위는 원자로에서 사용한 연료(사용 후 연료)나 이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질로 원전 근무자가 사용한 작업복 장갑 등 중저준위 폐기물보다 방사선 세기가 강하다. 현재 울진 월성 영광 고리 등 원전에 임시보관하고 있는 고준위 폐기물은 2016년이면 저장능력이 고갈된다.

정부는 일단 내년 초 만들어지는 에너지위원회 내 갈등조정분과위원회에서 고준위 폐기장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조석 산자부 원전기획단장은 “고준위는 중저준위보다 몇 배 더 힘든 과제”라면서 “정부 기업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일 같은 선진국도 고준위 방폐장에 대해서는 수십년째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합의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말이다.

3,000억 원 이상을 지원해준 중·저준위 방폐장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고준위 방폐장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 규모와 재원 마련 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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