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 관리업무 일원화 ‘시급’


중국산 김치서 납·기생충 알 잇따라 검출…국민 불안 가중
‘냄비식 행정’ 벗어나 장기적·책임감 있는 정책추진 필요


최근 중국산 민물고기에서 발암유발 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데 이어 중국에서 수입된 배추김치에서 납과 기생충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다시 한 번 식품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 중국산 김치에서 납 성분에 이어 기생충까지 검출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산 배추는 수분이 많아서 씹을 때 아삭아삭한 감이 떨어지고 물컹대며, 신맛이 강하다.
또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효모가 성장할 수 없도록 김치 국물을 거의 다 빼고 포장하므로 국물이 거의 없다.

이번 김치파동으로 식당에서는 고객이 김치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은 물론 밑반찬 가게에서도 김치가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김치를 직접 담가 먹겠다는 주부 비율이 70%까지 높아지고 국산 무와 배추 가격이 급등해 국산 채소의 공급 부족 파동까지 우려되고 있다. 식탁의 기본 메뉴인 김치 파동으로 인해 김장철을 앞둔 서민들의 주름은 더욱 깊게 패고 있다.

특히 소비자 단체 및 학계 일각에선 정부의 안이한 자세가 이번 사태를 키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 들여온 중국산 식품이 수입 농산물의 15.7%, 수산물은 38.3%에 달해 그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비한 식품안전 기준과 감독이 절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것이다.

중국산 김치파동의 원인을 점검하고 안전한 식탁을 위한 식품행정 및 제도의 개선점을 모색해 본다.

다소비식품 위해물질 검사중 발견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달 김치 등 국민이 자주 먹는 9개 식품에 대한 중금속, 농약, 색소 등 위해물질 집중 검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는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김치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검출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모든 중국산 김치에 대한 통관을 보류시키는 한편 해당 제품을 전량 수거·폐기토록 지시했다. 또 통관 대기 중인 김치에 대해서는 기생충 검사를 거친 뒤 통관토록 했으며, 통관 후 유통창고에 보관중인 제품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유통을 금지시켰다.

식약청은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국산 390여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하고 있으며

   
▲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직접 김치를 담가서 먹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기생충이 발생될 경우 즉각 국민에게 알릴 계획이다. 당초 식약청은 11월 3일 국산 김치와 중국산 김치에 대한 기생충 검사를 일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국민건강을 위해 하루도 머뭇거려선 안 된다는 지적에 따라 수시 발표로 변경시켰다.

국내 기생충 감염률은 1971년 84.3%에서 정부 차원의 마지막 조사였던 1997년에는 2.4%로 급감해 거의 사라지는 듯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서울대의대가 지난 7∼10월 한국건강관리협회 지부를 통해 전국 4천137명의 대변을 수집해 검사한 결과 기생충 감염률이 8.1%(335명)로 집계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기생충 알은 토양 매개성으로 사람의 분변, 토양, 지하수 등에서 잔류하다가 채소류 등 농산물을 통해 인체로 감염된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기생충 알은 회충과 구충, 동양모양선충, 사람등포자충 등 4종류로 모두 수정란이다. 이들 가운데 회충은 복통과 식욕부진, 구토는 물론 심하면 폐렴까지 일으킨다. 구충은 피부염, 알레르기, 빈혈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동양모양선충과 사람등포자충은 사람의 소장 점막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수정란은 마치 계란처럼 생겼는데, 먹어도 인체에 영양분이 될 뿐이지 성충으로 자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기생충은 국내의 경우 최근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비료로 인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여전히 농산물 재배에 인분을 사용하고 있어 기생충이 농산물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 노연홍 보건정책국장은 “최근 들어 김치가 수입되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는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그동안 김치에 대한 기생충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달라 혼란만 가중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9월 말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중국산 김치 10개에서 최고 0.57ppm의 납이 검출됐다는 문제 제기 이후 시중 김치업체 제품 300여개 가운데 시장점유율이 높은 28개 국내업체와 30개 중국업체의 김치 등 모두 58개 품목 제품을 수거해 정밀 분석한 결과 납 함유량이 국산은 0.02ppm 이하, 중국산은 0.05ppm 이하로 검출돼 식용으로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식약청은 이번 수치가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정한 ‘먹는 채소류’ 허용기준인 0.3ppm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경화 의원이 발표한 것과 비교할 때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식약청은 객관성 확보를 위해 분석에 사용한 시료를 충남대 연구소에도 분석을 의뢰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중국산 김치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식약청의 발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이번 조사는 김치 수입업체 236개 중 판매량이 많은 상위 30개 업체만을 대상으로 했다”며 “영세업소일수록 질 낮은 김치를 수입할 가능성이 높지만 판매량이 많은 업소만을 선정, 안전한 것처럼 발표한 것은 신뢰성이 의문시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식약청은 고 의원의 발표내용이 부풀려 있다고 반박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인가?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식약청에서 조사한 제품 중에는 고 의원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조사 의뢰한 김치 10가지 중 7가지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식약청의 발표와 서울시 연구원의 조사결과는 큰 차이가 났다.

식약청 검사에 따르면 고 의원 조사에서 납이 0.57ppm 검출됐다는 제품에서 납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또 다른 제품에서 고 의원 측은 납이 0.41ppm 검출됐다고 했으나 식약청 검사 결과는 ‘불검출’로 나왔다. 그러면 두 기관에서 분석한 결과들이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식품관련 전문가들은 “식품의 위해성 여부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이번 납김치의 경우 검사의 장비나 시료 채취·분석방법 등에 따라 조사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같은 회사제품일 경우에도 동일한 시료가 아닌 경우에는 10배가 아니라 수십 배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입 급증하지만 통관은 허술

중국산 김치는 값이 싸 최근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을 잠식해 시중에 웬

   
   
▲ 이번 중국산 김치파동으로 국내 포장김치업계도 흔들리고 있다.
만한 음식점의 상당수가 중국산 김치를 쓸 정도가 되어 버렸다. 국내 수입량은 지난 2001년 495톤에서 2002년 1천255톤, 2003년 2만9천249톤, 지난해 7만3천37톤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으며, 가격 역시 중국산 김치 파동 전에는 10㎏들이 1상자가 7천500∼8천 원 선에 거래됐다. 보통 국산 김치가 10㎏에 2만∼2만5천 원 선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싼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수입판매업이 허가제에서 사실상 등록제로 바뀐 후 중국산 김치를 수입, 판매하는 업체는 몇 년 새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수입물량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업계는 수입업체가 많게는 3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 무역협회 등 관계당국에 공식 등록된 김치 수입 업체는 30여 개에 불과하다. 조선족 브로커들은 최근에도 전국의 농산물도매시장을 돌며 도매상인들에게 중국산 농산물 직거래를 알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등록된 중국산 김치 수입업체들은 주로 중국 산둥성과 랴오닝성 등에서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한 뒤 통관을 거쳐 국내로 들여와 음식점이나 재래시장 소비자들에게 주로 유통시키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번 김치파동은 유통과정과 통관 등에서 철저한 사전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중국산 김치는 국내에 유통되기 전 6개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통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통 통관은 식약청의 샘플링 1차 검사와 국내 반입물량에 대한 2차 전수(全數) 검사를 거쳐 이뤄진다. 하지만 이들 검사는 김치 성분과 합성 착색제 사용 여부 등 기초적인 것을 점검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편, 이번 파동과 관련해서 중국 측에서는 “중국산 제품을 일방적으로 매도하지 말라”고 항의하고 있다. 한국인 영세업자들이 중국 현지의 비위생적 환경에서 저급품을 헐값에 생산·수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산 포장김치업계 ‘휘청’

이번 김치파동으로 국내 포장김치업계도 흔들리고 있다. 납 김치 파동 이후 판매실적이 20% 이상 늘어나면서 반사이익을 누렸으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국내산 김치 소비도 함께 줄고 있어 업계는 생산시설을 개방하고 ‘김치투어’ 참관단을 모집하는 등 신뢰도 제고에 적극 나섰다.

김치업계 선발주자인 두산 ‘종가집김캄는 김치를 담그려는 소비경향을 우려해 고춧가루도 OEM을 주지 않고 직접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강원도 횡성과 경남 거창 공장에서 주 5일, 하루 2번씩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종가집김캄는 직접 김치를 담그고 버무리는 과정까지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생산 현장을 공개하고 있다. 하루에만 20∼30통의 문의전화가 쏟아져 올해 말까지의 견학 프로그램 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다.

동원F&B는 김장철을 맞아 12월 16일까지 ‘양반김치 김장투어’를 진행한다. 1999년 국내 최초로 김장투어를 시작하여 금년에 7회를 맞은 양반김치 김장투어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인증을 받아 국내 최고 수준의 위생 시설을 자랑하는 충북 진천의 양반김치공장에서 실시된다.

동원F&B의 관계자는 “‘양반김캄 판매량이 초기 납김치 발표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다 지금은 초기 주문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면서 “포장김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지금 상황에서 철저한 위생 관리가 되고 있는 공장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양반김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손쉽게 직접 김장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올해 ‘양반김치 김장투어’의 취지”라고 말했다.

김치 수출 1위업체인 정안농산과 제휴를 맺고 있는 풀무원 ‘천연양념김캄도 고정 마니아층의 수요로 매출이 줄지는 않았지만 증가폭은 둔화된 상태다. 풀무원은 원료의 대부분을 농협을 통해 구입하며 입고 전과 입고시기에 걸쳐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아름찬김캄를 생산하는 농협 역시 김치 파동이 일시적으론 국내 업체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총수요가 줄어들면 결국 국산 김치 판매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대형 유통 매장을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산이냐? 한국산이냐?가 문제가 아니다”며 “국내 유통중인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서 김치시장 전체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치, HACCP 적용 의무화 시급

이번 김치 파동은 식품안전에 대한 전체적인 문제점들을 돌이켜 보고 해결책을 시급하게 강구해 앞으로는 이런 문제로 인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사건들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정부의 식품안전에 관한 시스템이나 관련 법규가 너무나 허술하기 때문이다.

식품안전을 관리하는 기능은 보건복지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8개 정부부처로 나뉘어진데다 관련 법령만 230개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안전 사안이 터질 때마다 부처간 사전 조율 시스템 부재와 함께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중국산 김치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약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은 최근 납 김치 파동이 있기 전까지 타르색소 등 일부 유해항목에 대해서만 검역을 실시해 왔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보따리상의 암묵적인 허용, 관련 부처의 제각각 행정에 따른 책임소재 불분명, 문제가 된 수입업자에 대한 안일한 처리, 불합리한 원산지 표시제 등으로 유해식품의 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복지부와 식약청에 따르면 중국산 식품은 지난해 수입농산물의 15.7%, 수산물의 38.3%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수입된 식품에 대한 정밀검사율은 인력과 장비 부족 등으로 매우 낮다. 수입 농수산물 80%가량이 서류검사나 눈, 코 등에 의존하는 관능검사를 하고 있는 데 반해 정밀검사는 약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식품안전에 대한 이러한 전체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부처가 각 부처의 이해관계나 예산부족 등 현실탓만 하기보다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는 정책을 펴야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식품 위해요소를 생산과 유통, 소비단계에서 일관되게 추적할 수 있도록 관리기관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통합해야 한다.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8개 부처가 식품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 ‘먹거리 파동’이 터지고 난 후에야 사후 조치로 관련 정보를 어쩔 수 없이 공개하는 시스템이야말로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식품 관련 정보를 기관간 통합, 공유토록 하고 식약청 등 주무 기관을 따로 정해 관련 행정 절차를 조율해 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식약청이 주관하여 10가지 농산물에 대한 중금속 기준설정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다른 농산물·축산물·수산물 및 수요가 많은 주요 식품을 대상으로 중금속 국내기준을 시급히 설정해야 한다.

또한 중국 현지 공장 검역 강화를 비롯해 현저히 낮은 수입가격을 확인할 경우 그에 맞는 대응조치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김치류 제품에 HACCP 적용 의무화를 통해 연료별, 제조공정별로 유해분석을 통한 집중관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수입김치제품에 공장등록 및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일부 부도덕한 유통업체의 재발방지를 위하여 처벌 수위를 높이는 한편, 식장의 원산지 표시 의무화 등 불량 위해식품 방지책도 함께 추진, 식탁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김치 파동을 계기로 한번 온 나라를 들끓게 하다 식어버리는 냄비식 행정에서 벗어나 보다 장기적이고 책임감 있는, 그래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정부의 해결 노력에 기대해 본다.      <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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