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길 영 공학박사 / -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 강원대학교 초빙교수 -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조길영 교수의 녹색칼럼

“정부, 북측의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 제의 수용해야”


 
지난 3월17일 북한의 지진국장이 우리측의 기상청장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을 통해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전격적으로 제의했다.

오랜만에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남북이 조건 없이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찾아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민족의 영적 상징인 성스러운 백두산이 준 이런 절호의 기회를 살려내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제의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3월4일 국회환경포럼은 국회도서관에서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검토 및 대응방안’이라는 토론회를 갖고, 이 자리에서 “백두산의 화산폭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공동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남북 협력체제’ 구축을 촉구한 바 있다.

국회환경포럼 대표와 국회남북관계발전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의원(민주당)도 인사말을 통해 “남북 협력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한 방문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지난 3월4일 국회도서관에서 국회환경포럼 주최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검토 및 대응방안’ 장면.

이번 북측의 제의는 비정치적·군사적인 문제인데다가 민족적 명분도 최고다. 따라서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모니터링과 연구’를 위해 남북 당국자와 학자들이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진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화산폭발에 과한 예측은 빠르면 1개월 전, 늦으면 3∼4일 전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예측도 지하와 지상 그리고 우주의 인공위성 등에 의한 입체적 모니터링과 분석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때만이 가능하다. 이번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에서 적나라하게 보았듯이, 화산 폭발과 지진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해도 예측을 통한 대응태세를 구축하는 것은 절실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인 최대 난제는 중국과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였다. 특히 중국의 백두산(중국은 장백산이 칭함)에 대한 알러지 반응은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 3월4일 국회에서 부산대 윤성효 교수는 “최근 백두산 현지조사를 벌이다가 중국 당국에 체포되어 10일 동안 구금되기도 했다”고 고백하면서 “결국 남북간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우리 학자들의 연구활동마저 허락하지 않고 있는 이런 중국의 태도를 마냥 비난하고 있을 수는 없다. 백두산 문제만큼 ‘우리 민족끼리’라는 기치아래 공동 연구 및 대응체제를 구축하기에 좋은 소재도 없을 것이다.

남북이 백두산 공동연구를 통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으로 빚어진 남북의 열전상태를 종식하고 통큰 남북 협력사업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분단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남북이 백척간두에서 내려와 백두산에서 무조건 만나야 한다.

백두산에 대한 남북 공동연구 및 대응체제 구축 사업은 ‘해도 좋고 안해도 괜찮은 문제’가 절대 아니다. 반드시 남북이 공동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는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첫째, 학자들의 실증적 조사와 역사적 기록으로 볼 때 백두산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 지진학자 토마코마이는 “홋가이도와 혼슈 북부에 백두산 화산재가 비처럼 내려 현재에도 5cm 이상 쌓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10세기 경에 분화한 백두산은 화산재(B-Tm ash : 백두산-토마코마이 화산재라 일컬음)를 83∼117km (최대 150∼170km)가량 뿜어냈고, 화산폭발 지수(VEI)도 7.4 이상으로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고 주장했다.

2010년 4월14일,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클의 화산폭발지수 4.0의 화산분화로 화산재가 0.1km 분출됐고, 이것은 유럽의 수많은 항공기를 오랫동안 묶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었다. 여기에 비해 10세기 경 백두산 화산재의 양은 이보다 최대 1천700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그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발해의 멸망도 백두산 화산폭발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백두산은 이후에도 1668년과 1702년에도 화산폭발지수 5.0 정도로 추정되는 폭발이 있었다는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다.  

둘째, 지난 10여 년 동안 백두산 화산분화의 ‘전조(前兆) 현상’과 증거들이 여러 차례 포착되어왔고, 현재로서는 언제 본격적인 폭발이 시작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6월 이후부터 백두산에서 화산분화의 ‘전조(前兆)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 윤성효 교수는 “2006년 이후에는 지진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화산성 지진 및 군발(群發)지진 특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과학자들은 백두산 천지 칼데라 호수 산정으로부터 5km 지점에 마그마방이 팽창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천지 주변에 대한 지표면의 팽창 연구에서 2002년 대비 2007년 말에는 지표면이 약 10cm 이상 부풀어올랐음이 관측되기도 했다. 백두산 주변의 지진과 화산가스 분출로 추정할 수 있는 엄청난 뱀떼가 갑자기 이동을 하고, 식물이 집단으로 고사하는 등의 이상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윤 교수는 국회환경포럼 토론회에서 “지난해 11월 7∼8일 유럽의 기상위성(METOP)이 백두산 인근 지역에서 화산가스의 일종인 이산화황(SO₂)이 분출된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최초로 공개한다”면서 “이것은 백두산이 지금도 활발하게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증거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다른 토론자들은 “한두 번의 위성사진으로 백두산의 화산활동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통합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주제발표자와 토론자 모두는 “백두산이 활화산인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에 한반도 화산분화와 지진활동에 대한 상시 감시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 2010년 4월14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클 화산 폭발 장면.
많은 전문가들은 만일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할 경우 사상 초유의 대재앙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천지에 저장된 약 20억 톤의 물과 수천도의 고온이 만날 경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최대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백두산 인근 지역에 대한 직접 타격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과 물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엄청난 화산재가 성층권에 장기간 저류함으로써 햇볕이 차단된 지구의 북위도 지역에 핵겨울(nuclear winter)과 같은 상상할 수 없는 참혹한 대재앙이 닥칠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하와 지상 그리고 위성 등을 통해 백두산 지진과 화산활동에 대하여 종합적·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무하다. 북한의 관측 지점은 단 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에는 10여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저 정보의 교류와 공유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이런 때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공동연구를 제의했다.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구차하게 북측의 배경과 의도를 따지지 말고 이번 제의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 일단 남북이 공동대응 체제를 구축하면 중국, 러시아, 일본은 자동으로 참여할 것이다.

백두산 사업을 통해 또다른 통큰 남북 협력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절호의 계기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정부는 북측의 이번 제의를 거부할 아무런 명분도 없다는 점을 거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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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길 영 공학박사
-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 강원대학교 초빙교수
-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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