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 물 부족·물 재해로 몸살…물로 인한 ‘인류 심판’ 또 올 것인가?

물 관련 질병 사망자 매년 500만명…전쟁 사망자의 10배
전문가, “홍수·가뭄 등 ‘물 재해’ 더욱 심해질 것”경고




지난 3월 말 제주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UNEP(유엔환경계획) 총회에서는 물과 위생 증진, 물 문제로 인한 빈곤과 보건문제 해결, 수자원 통합관리 등 3가지 실천분야로 구성된 ‘제주 선언문’(Jeju Initiative)을 채택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퇴치를 위한 계획을 수립할 때 우선적으로 물과 위생을 고려하고 물 부족에 대비, 효율적인 물 사용을 위한 수단을 도입토록 촉구했다.

지금 지구촌 곳곳은 물 부족과 수질오염 등으로 인한 질병, 생태계 파괴 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물 부족을 경험하고 있으

며, 앞으로 25년 후에는 그 비율이 세계 인구의 2/3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매년 500만명 이상이 물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특히 유아 사망의 60% 이상은 물과 관련된 각종 질병 때문이라고 한다.

UN은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7년 세계물평화회의, 72년 UN 인간환경회의, 77년 UN 수자원회의를 개최한 바 있으며, 81년에는 국제 식수공급과 위생에 대한 10년 계획을 수립하여 90년까지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고,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물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치 못하였다. 이에 1992년 12월 UN은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제47차 UN총회에서 ‘세계 물의 날’을 제정해 선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물의 수요는 1950∼1990년 사이에 3배나 증가했고, 앞으로 35년 이내에 현재보다 2배나 더 증가, 물 부족은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아프리카, 그 다음은 중동·서남아시아 등 아시아 지역이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 밀집지역이 포함되어 있는 아시아에는 세계에서 급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의 3분의 2가 살고 있다. 게다가 갈수록 늘어나는 인구로 인해 아시아 지역은 갈수록 극심한 물 기근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하미드 빈 나세르 알-우와시스 수도·전력부 장관은 지난 3월 25일 ‘걸프지역 물 주간’행사 연설에서 “걸프 아랍 국가들이 25년 내 세계 최악의 물 부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도시화, 산업화, 인구 과잉현상으로 인해 지난 30년간 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오는 2025년이면 걸프지역의 물 부족량이 총 310억톤에 달할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담수·지하수 고갈·오염 심각

호수 등 담수의 오염도 심각하다. UN이 지난해 3월 22일‘세계 담수의 해’를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의 오염된 담수원 면적은 1만2천㎢에 달하며 강과 호수, 냇물에 하루 200만톤씩 쓰레기가 버려지는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2050년까지 오염된 담수원 면적은 1만8천㎢에 달해 현재 사용되는 관개용 수자원 면적의 9배나 될 것으로 경고했다.

지구촌 20억 인구가 식수와 농업용수로 이용하고 있는 지하수도 고갈과 오염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마찬가지. UNEP가 2003년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

서 연간 약 3m씩 지하 수면이 낮아지고 있으며 전체 지하수 부존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고 각국 정부에 대해 지하수 감소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클라우스 퇴퍼 UNEP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가 우리의 생명에 필수 불가결한 지하수를 낭비하는데 대해 경종을 울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자연적으로 보충되는 것보다 2배나 많은 양의 지하수를 뽑아 쓰고 있으며, 걸프지역 일부에서는 염분을 함유한 바닷물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방글라데시 다카에서는 지하수 사용량이 많아 일부지역에서는 지하 수면이 40m나 낮아진 것은 물론 새로 판 우물의 수량도 30년 전보다 1/3 정도 감소했다.

인도는 지하에서 뽑아 올리는 물의 양이 대수층에서 흡입되는 빗물 양의 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국제 물관리연구소는 이같은 대수층의 고갈로 인도의 곡물생산은 최고 1/4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곡창지대인 북부 평원에서는 지하수면이 매년 약 1.5m씩 낮아지고 있어 농민들이 농업용수를 마련하기 위해 점점 더 깊이 땅을 파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방콕, 카이로, 캘커타, 런던, 멕시코시티, 자카르타 등 지하수 의존도가 높은 대도시들은 지하수 사용과 보존에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11억 인구 오염된 물 마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은 건강한 삶의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건강에 대한 가장 큰 환경 위협 중 하나는 오염된 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매년 500만명의 인구가 물과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이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달하는 숫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현재 약 11억명의 인구가 적절한 수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개선된 물을 공급받는 인구가

1990년 79%(41억명)에서 2001년에는 82%(49억명)로 증가한 반면, 11억 인구가 여전히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으며 24억 인구가 좋은 위생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인구의 대부분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물과 관련된 질병은 첫째, 인간, 동물, 쓰레기 등에 의해 오염된 물을 마심으로 인해 발생하는 콜레라, 장티프스, 이질 등이며, 둘째는 물에 사는 기생충에 의한 guinea worm, round worm 같은 질병, 셋째는 물에 사는 모기, 파리 등 병원매개체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이고, 넷째는 물이 부족하고 위생상태가 열악한 상태에서 번성하는 폐결핵 같은 질병이다.
WHO는 수질오염은 엄청난 사회적 부담을 동반, 해마다 전세계적으로 170만명이 설사병을 포함한 각종 수인성 질병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수인성 전염병의 주된 희생자는 어린이로 전체 사망자의 약 90%에 이르며 개도국들의 경우 이런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 WHO의 지적이다.

예컨대 40억명이 설사병을 앓고 매년 220만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고 있으며, 특히 20억명의 인구가 말라리아의 위험에 노출되어 이중 1억명이 감염되어 200만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말라리아 같은 질병은 수자원의 관리가 부실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WHO는 주장한다. 말라리아를 포함하면 각종 질병이 전세계에 초래하는 부담의 약 6%가 물과 관련된 것이다.

민간조직인 세계야생생물보호기금(WWF)의 보고서는 수질이 좋지 않은 각국 도시들의 경우에는 수인성 질병에 취약한 영아들의 사망률이 기준치보다 10∼20배나 웃돈다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거주하는 만큼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습지 82%가 생태계 변화 겪어

20세기의 수자원 개발 프로젝트는 늪과 습지를 없애고, 다른 용도로 물을 옮기거나 물의 흐름을 바꾸며, 산업 및 생활쓰레기로 오염시키는 등 담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은 하천이나 호수의 생태계가 그 기능을 잃거나 손상을 입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물 수요가 늘어나 큰 하천의 수량이 줄어들고 강변 및 인근 해안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수량의 급격한 감소로 수많은 야생동물이 번식을 못하거나 죽음을 맞는데 특히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는 종일수록 그 피해가 크다.

습지는 종 분포 및 생물다양성 전반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인류의 정착 및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담수 생태계이다. 습지는 자연적으로 홍수를 조절하고, 탄소를 저장하고, 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며 물고기, 조개, 목재, 섬유조직 등을 제공해준다. 지구 전체의 습지의 실제 규모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최근 조사에 의하면 적어도 1천280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는 농경과 정착을 하면서 담수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었고 20세기동안 세계 습지의 약 50%의 손실을 가져왔다. 생태계에 미친 이러한 피해로 수량과 수질이 떨어졌고, 인류를 위한 물의 실제적 유용성도 낮아졌다. 전세계 습지의 최초 면적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고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지난 30년간 유실된 총 습지량을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1992년 람사 습지(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에서 ‘중요하다’고 지정된 습지) 시찰 결과 82%의 습지가 생태계 변화를 겪거나 위협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자원 정책에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나 정책 입안자들이 생태계의 일상 기능과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적절한 물 공급이 필요하다고 보기 시작했다. 1992년 이래 새로 개발된 수자원 정책에서는 환경을 위해 물을 보존하고 할당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는 주로 대기와 수질보호에 집중되고 있으며, 생태계를 위한 물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1972의 스톡홀름 회의 이래 큰 변화였다.

비록 댐을 포함한 큰 사업들이 장소의 부족, 비용의 상승 및 사회 전반적인 반대 때문에 점차 줄어들긴 했으나, 1998년에 높이 60m 이상의 댐들이 349개나 건설 중이었다. 큰 강들 가운데 댐 없이 자유롭게 흐르는 강들은 북미나 러시아 연방의 툰드라 지역이나 아프리카와 남미의 작은 하천유역에서 볼 수 있다. 오늘날은 물 사용의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제한된 이용가능 자원들로 생산성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세계 급속도로 ‘사막화’현상

이처럼 물 부족은 각종 질병 유발 및 생태계 파괴는 물론 사막화를 가속화시킨다. 지난 3월 UN이 ‘사막화방지협약’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 표면의 1/3이 현재 사막화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해마다 미국 로드 아일랜드주 규모의 땅이 먼지 구덩이로 변하는 등 지구촌의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UN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 매년 로드 아일랜드주와 크기가 비슷한 1천374 평방마일의 땅이 사막으로 바뀌어 왔고, 특히 중국에선 1950년대 이후 인디애나주 크기인 3만6천 평방마일의 땅이 사막으로 변했다”고 경고했다. 연평균 지구의 사막화 면적이 70년대 624 평방마일, 80년대는 840 평방마일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90년대 중반 이후 사막화 진행속도가 급격히 빨라졌음을 알 수 있다.

UN은 또 사막화 현상으로 2025년까지 아프리카에서는 기존 경작지의 2/3가 불모지로 변하고, 아시아에서는 1/3, 남아메리카에선 1/5의 땅이 비슷한 처지로 전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프랑스와 독일 인구를 합친 것과 맞먹는 약 1억3천500만명이 기존 거주지에서 살 수가 없어 물과 초원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사막화는 홍수나 지진처럼 느닷없이 찾아오지 않지만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대로 방치할 경우 지구 전체가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구촌 사막화의 원인을 수자원의 과도한 사용,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화전(火田) 농업, 인구급증 및 엉성한 환경보호 시책에서 찾고 있다. 또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촌 온난화 현상도 사막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사막화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은 사하라 사막 이남과 중국의 고비사막 주변지대로, 이 지역 주민들은 이미 경작을 통해 먹고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물의 양·질적 불균형 심화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물 부족 사태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지구촌의 일부에서는 해마다 물로 인한 엄청난 자연 재난을 받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앞으로 기후 변동폭이 확대되면 홍수나 가뭄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것이 UN이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 모두가 물의 존재가 불균형한 때문. 2002년 중부유럽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금세기 최악의 홍수로 체코의 프라하, 오스트리아 잘츠브르크 등지에서 막대한 재산피해는 물론 수백년된 이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물에 잠겼다. 그러나 2003년에는 유럽지역에 40℃가 넘는 폭염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2만여명이 숨졌다.

이처럼 물은 양은 물론 질적으로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발생한 천재(天災)의 89%가 기후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적십자사위원회(ICRC)가 지난해 발표한 2003년 「세계재난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각종 자연재난의 희생자 가운데 물에 의한 재해 사망자는 전체의 약 7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ICRC보고서에 의하면 홍수와 가뭄 등의 재해발생 건수는 지난 1970년대 연간 평균 1천110건에서 80년대 1천987건, 90년대 2천742건 등으로 급증했다. 또 1992년에서 2002년 기간 중에는 기아에 의해 27만5천명이 숨졌지만 피해의 범위로 보면 전세계에서 매년 평균 1억4천만명이 홍수로 고통을 받았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의 경우, 자연재난의 82%가 가뭄 때문이었고 대양주와 북중·남미는 각각 48%와 35% 이었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극동, 동남아,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는 재난의 69%가 홍수에 의한 것이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다만 사망자는 70년대 연간 평균 196만명에서 80년 80만명, 90년대 79만명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2년의 인명피해는 2만4천명으로 1992∼2001년의 평균인 6만2천명보다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재민의 경우, 70년대에는 연간 평균 7억4천만명이었으나 80년대 14억5천만명으로 증가한 뒤 90년대에는 19억6천만명을 기록, 20억명에 육박했다. 특히 20
02년의 경우, 6억800만명이 발생해 이전 10년간의 평균치를 3배 가량 웃돌았다.

재산 피해 규모는 70년대 연간 평균 1천310억달러(약 151조8천억원)에서 80년대 2천40억달러(약 236조4천억원), 90년대 6천290억달러(약 728조9천억원)로 크게 늘었다.
인류는 물에 의한 심판을 이미 오래 전에 받았지만 아직도 물에 의한 신의 ‘단련’은 계속되는 듯하다. <박성렬 전문기자 designtimesp=11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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