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양대 법과대학 교수

3. 양여계약의 개념과 법적 성격

1) 양여계약의 실무상 개념, 장·단점과 파이낸싱의 특징

   
▲ 김성수 한양대 법과대학 교수.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양여계약은 실정법상의 용어가 아니며 학문적으로도 그 개념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양여계약은 다분히 실무상의 개념으로서 통상 지방자치단체와 가스, 상하수도, 에너지 등 분야의 전문사업자간에 체결되는 계약이며, 지방자치단체는 이와 관련된 시설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전문사업자에게 신규 투자를 포함한 고객관리 등 공공 서비스 공급 사업의 경영에 관한 제반 문제를 위탁하는 계약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상수도 양여계약에 있어서 전문사업자는 계약기간 동안 해당 자치단체의 모든 상수도사업을 경영하는 것이므로 통상의 비용에 대한 경상적 지출뿐만 아니라 새로운 투자나 개·보수 등 시설의 유지에 필요한 모든 자본적 지출의 책임을 부담한다. 반면에 전문사업자는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고객에 해당하는 자치단체 주민인 사용자들에게 사용료를 부과하고 그 수입을 통하여 비용을 회수하고 이윤을 보장받는다. 다시 말해서 상수도의 전문사업자는 해당 자치단체의 상수도 사업의 운영과 투자에 있어서 모든 위험을 감당하게 된다. 한편, 기존 시설의 경우 계약 기간 동안 전문사업자에게 무상으로 임차되나, 자치단체에 건설부채가 남아있는 경우 전문사업자는 계약을 통하여 이를 떠맡기도 한다.

양여계약은 상수도 보급의 확대, 유수율 제고, 노후시설의 개선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서비스 품질의 개선이 시급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인접한 자치단체들이 조합 등 협의체를 구성하여 전문사업자와 광역적인 위탁 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양여회사인 전문사업자 또는 그 컨소시엄이 수도시설에 대한 투자와 운영을 비롯한 모든 리스크를 부담하므로 예산과 인력을 다른 분야로 전환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양여계약은 여타의 다른 위탁관리 관계를 규율하는 계약 형태에 비하여 전문사업자나 양여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가 가장 크기 때문에 사업의 수익성이 낮은 자치단체의 경우에는 계약이 성사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양여계약이 가지는 구조적 복잡성으로 인하여 그 관리업무에 있어서 고도의 전문성과 관리능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자치단체가 담당하는 다른 도시계획과 전문사업자가 담당하는 수도정비계획간의 양적·시기적인 조화가 요구되며, 사용자들의 부담능력을 고려한 적절한 요금 인상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현행 수도법에 의한 위탁계약과 마찬가지로 기존 상수도 분야 공무원 인력에 대한 전문사업자로의 고용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고용전환의 대상 범위가 넓어서 공직사회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양여계약의 일반적인 사업구조는 매우 복잡하므로 이에 따르는 지방자치단체의 계약 관리와 전문사업자의 파이낸싱 역시 그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이는 전문사업자가 기존 시설과 함께 모든 자본적 지출에 대한 투자비 부담을 지며 투자에 소요된 비용은 장기간의 계약기간에 걸쳐 사용자가 지불하는 사용료를 통하여 회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문사업자에게는 매우 높은 수준의 리스크가 전가되는데, 이러한 리스크를 낮추고 관련 행위 주체들 간에 이를 효과적으로 분담시키기 위해서 구조적으로 복잡한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특히 대상사업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양여계약의 구조적 복잡성도 커진다.

이처럼 기간이 길고 투자규모가 큰 양여계약의 특성상 계약서 작성 시에 자치단체와 양여회사간의 핵심적인 쟁점은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체계적인 인지, 효과적인 배분 및 경제적인 대응방안의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양여계약에 있어서는 복수의 전문사업자와 투자자로 구성되는 컨소시엄이 계약기간 존속하는 양여회사를 설립하여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시설의 개선과 확장을 위한 투자재원의 조달은 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활용하게 되는데, 이를 위한 금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에는 양여회사에 대한 대출금을 대상으로 지급보증협약이 체결되기도 한다.

양여회사의 설립을 위한 출자에는 전문사업자뿐만 아니라 투자사업에 전문성을 갖는 재무적 투자자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금융기관이 대출을 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원리금을 회수하는 것과는 달리, 양여회사에 대한 직접 자본적 참여를 통하여 보다 많은 리스크를 부담하며 동시에 일반 기업대출에 비해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

한편, 기존의 위탁계약 관계에 있어서와 같이 양여계약의 경우에도 인근에 소재하는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을 결성하여 양여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양여회사와 실시협약 체결 시 계약서에 다양한 성과목표(수질, 보급률, 유수율 등), 투자계획의 협의방식, 요금 조정방식, 분쟁 조정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계약서를 바탕으로 사업을 관리한다. 양여회사는 상수도의 사업과 관련되는 모든 비용과 위험을 계약기간 동안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요금 결정권과 징수권을 함께 갖는다. 계약기간은 투자비의 회수를 고려하여 통상 25년 내지 30년 정도이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대도시와 프랑스 다국적 물기업간에 50년이라는 초장기의 계약이 체결되기도 하였다.

2) 양여계약 유래와 법적 구성요소
양여계약은 주로 전기, 가스, 상하수도, 에너지 공급 등 일정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주민의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의 공급을 담당하는 사업을 그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역사적으로 양여계약은 이와 같이 주민의 생존을 배려하는 공급행정이 자치단체의 중요한 행정활동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유럽사회 20세기 초반으로 그 유래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공급행정은 직영체제와 위탁행정 등 그 형태에서 국가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위탁행정의 형태를 취하는 국가의 자치단체는 주민에게 공급행정을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토지와 도로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도로나 교통법상의 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러한 법과 제도를 바탕으로 실제로 공급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사업자는 네트워크사업이 가지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전문적인 관점에서 복잡한 시설의 설치와 관리업무를 담당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자치단체와 전문사업자간에는 원활한 공급행정과 수익성의 보전을 위해서 다양한 내용을 담아내는 계약의 형태가 필요하며 이것이 양여계약이 출현하게 된 계기를 제공하였다.

프랑스의 끄롬(Crome)은 1917년 최초로 ‘contract de concession’(양여계약)이라는 법적인 개념을 사용하였다. 여기에서 그는 상하수도 등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사업자에게 자치단체가 도로나 토지 등 ‘domaine public’(공용재산)을 포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의미에서 ‘양여’(讓與)라는 의미로 계약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양여라는 표현은 계약을 통하여 정하여진 기간 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전문사업자에게 해당 지역의 상수도 사업권을 사실상 넘긴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자산의 소유권이나 사업자로서의 지위는 계속하여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다. 또한 세법이나 다른 관계 법률 역시 양여계약 체결 이전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실제로 양여계약은 도로교통, 에너지공급, 지방자치행정, 가격정책, 독점규제 등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법적 개념으로 이를 정의하는 것이 용이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다양한 영역에서 양여계약이 가지는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의 공급과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대상으로 하여 장기간 그리고 표준적인 법률관계의 형성을 그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장기성’과 ‘표준성’을 특징으로 하는 양여계약은 일반적으로 일정한 서식의 표준계약서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를 법적으로 체계화한 독일의 K.Stern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주요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1. 도로와 토지에 대한 사용조항(Wegebenutzungsklausel)= 이를 근거로 전문사업자에게 기존 시설을 이용한 수돗물 공급과 시설의 확장 및 개·보수를 위하여 자치단체의 부동산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한다.

2. 운영조항(Betriebsklausel)= 이를 근거로 전문사업자에게 상수도시설을 운영과 공급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고 그에 따르는 공급업무를 실제로 가동할 의무가 발생한다.

 3. 배타적 조항(Ausschliesslichkeitsklausel)= 이를 근거로 전문사업자는 해당 자치단체의 지역적 관할범위 안에서 배타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4. 계약체결 의무조항(Kontrahierungsklausel)= 이를 근거로 전문사업자에게는 해당 자치단체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인 경우에는 특정인을 가리지 아니하고 고객과 양여계약의 조건에 상응하는 상수도의 서비스 공급을 위한 계약체결의 의무가 발생한다.

 5. 요금 조항(Tarifklausel)= 이를 근거로 전문사업자가 요금의 수준을 결정하는 경우에 해당 자치단체에게 일정한 협력권을 부여한다.

6. 수익자 부담금 조항(Abgabeklausel)= 자치단체가 전문사업자에게 자치단체 소유의 토지와 도로의 사용허가, 전문사업자에게 배타적인 사업권을 부여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수익자부담금에 관한 조항이 필요하다.

7. 계약기간에 관한 조항(Laufzeitklausel)= 양여계약의 존속기간에 대한 합의가 문서화된다.

8. 종료 조항(Entschaftsklausel)= 양여계약의 종료 시에 시설물에 대한 최종적인 귀속과 처리에 관련되는 내용을 포함한다.

9. 환매 조항(Heimfallklausel)= 양여계약의 종료 시에 해당 상수도 시설물에 대하여 무상 또는 인하된 가격으로 환매할 수 있는 권한을 자치단체에게 부여하는 조항을 말한다.

독일의 경우 주로 수익자부담금 문제를 규율하던 1941년 양여부담금법이 개정되어 환매제도가 폐지되어 환매권 문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지만 계약의 종료 시에 감가상각비를 공제하고 자치단체가 시설을 인수하는 권리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독일에서는 감가상각비와 관련되는 상수도 자산의 평가문제가 핫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즉 자치단체는 양여계약의 종료 시에 기존의 계약을 해지하고 해지 당시 전문사업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사업자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혹은 계약이 종료되면 독일의 상당수 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직영방식(이른바 Stadtwerk)을 택하여 스스로 상수도 사업을 경영할 것인지 선택하게 된다.

이 경우 자치단체는 감가상각비를 공제한 상당한 액수의 금액을 지불하고 이전의 사업자로부터 상수도 시설을 인수한다. 물론 자치단체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대안 이외에 최종적으로 기존의 전문사업자와 동일한 또는 변화된 조건으로 재차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기존의 계약을 해지하고 기존의 상수도 시설을 인수하는 비용과 시설의 해체 및 원상 복구, 새로운 연결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자치단체가 상수도 사업을 직영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낮아 보인다. 결국 자치단체는 위의 여러 가지 대안을 선택함에 있어서 일종의 정치적인 고려를 함과 동시에 시설의 인수와 관련된 법규의 내용을 검토하게 된다.

물론 양여계약은 전통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최근에는 양여계약의 내용으로 사업자와 자치단체간에 시설의 유지와 관리, 고객서비스, 에너지 절약 등 고객에 대한 상담 및 지도업무 등을 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치단체와 전문사업자간에 단순히 상수도 시설에 대한 양여와 위탁관리 이외에 사업의 효율성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 최근 양여계약의 새로운 경향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양여계약과는 별도로 혹은 그에 부수하여 이른바 협력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있다.

3) 양여계약의 법적 성격
상수도 시설에 대하여 자치단체와 전문사업자간에 체결되는 양여계약은 단순 민법상의 계약으로서 사법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인가 혹은 요금의 부과·징수 등 일종의 공권력이 위탁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법상의 원리가 적용되는 공법상 계약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인가? 혹은 양자의 성격을 모두 가지는 일종의 변종계약인가? 양여계약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수 십 년간 학계와 실무계 모두에서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양여계약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와 실익을 갖는 것인가?

우선 양여계약이 공법상 계약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행정의 법률적합성원칙과 행정법의 일반원칙에 따르는 엄격한 적법성 심사가 이루어진다. 특히 이 중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행정의 법률적합성원칙으로서 양여계약은 양여계약이라는 독특한 계약형식으로서 그 체결을 수권하는 법률적 근거가 요구되며(법률의 유보), 양여계약의 내용은 관련되는 법령 규정의 명시적 내용 뿐 아니라 과잉금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법률의 우위, 행정법의 일반원칙).

공법상 계약의 법적 근거와 관련하여 실무상 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양여계약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계약을 관련 법규가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법 이론적으로 양여계약의 법적 근거가 결여되는 경우에는 그 적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에 양여계약의 법적 성격을 민법상의 계약으로 보는 경우에는 민법상 계약의 하자와 무효이론이 적용된다. 다시 말하자면 양여계약은 민법 및 관련 규정과 민법상의 원칙에 의하여 무효와 유효가 결정되며, 이 경우 사적 자치의 원칙에 의하여 그 허용의 범위가 광범위하게 인정된다. 다시 말하자면 사법상 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양여계약은 공법상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하게 그 체결을 수권하는 법령상의 근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사법상의 양여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법령상의 근거가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 법적 근거는 일종의 주의적 규정에 불과할 뿐 창설적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령상의 법적 근거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치단체와 전문사업자는 자유롭게 양여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민법상 계약의 하자이론이 적용되므로 계약의 무효사유가 있으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양여계약의 법적 성격을 공법상 계약 또는 민법상의 계약 중 어느 하나로 단순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양여계약은 원칙적으로 사법상 계약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수도법 등 관련 행정법규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그 적법성에 대한 평가 역시 이러한 행정법규들의 내용에 대한 위반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양여계약이 이중적 성격, 또는 변종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음은 위에서 언급하였다.

양여계약에 대해서 외국의 학설과 판례는 양여계약을 사법적 성격을 가지는 민법상의 계약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지방자치단체가 전문사업자에게 상수도 시설의 설치와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자치단체의 도로나 토지 등 재산을 이용하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법률관계는 행정법상 일반인의 도로의 일반이용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민법상의 규정에 의하여 규율되기 때문이다.

물론 도로의 이용관계는 행정법상의 법률관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상수도의 설치와 관리라는 일종의 공급 행정작용을 수행하기 위하여 도로나 토지에 대한 일반사용이 일시적으로 침해를 받는 것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경미한 것이다. 그러므로 경미한 행정법상의 법률관계에 대한 침해는 상수도 서비스를 공급하는 전문사업자가 자치단체의 재산을 사용하는 보다 근본적인 민법상 법률관계를 변경할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연방행정법원은 전문사업자가 상수도의 설치와 관리를 위하여 일시적으로 자치단체의 도로와 토지를 사용하는 경우는 물론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지하를 이용하여 시설물을 관리하는 재산의 사용관계도 자치단체와 사업자간 양여계약을 통한 계약상의 사법적 사용권이 존재하면 충분한 것이며 재산사용 허가 등 별도의 행정처분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문사업자가 자치단체의 부동산 등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사용료는 공법상 부담금의 하나인 양여부담금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체납 시에 자치단체는 공법상의 강제징수를 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여기에서 말하는 ‘사용료’는 전형적인 민법상의 계약에 따라는 합의에 의하여 발생하는 금전채무로서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에는 민법과 민사소송법이 정하는 절차에 의한다.

결론적으로 상수도 사업의 전문사업자와 자치단체간에 신규의 투자를 포함하는 시설 관리와 관련된 일체의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를 위탁하는 양여계약은 사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민법상의 계약이며, 그 적법성 판단에 있어서는 민법상의 계약원리에 의한다. 다만, 상수도 위탁관리를 위한 양여계약은 필연적으로 수도법 등 행정법규와 관련을 맺고 있고 이들 법규들은 일종의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상수도 전문사업자와 자치단체간에 계약을 통한 합의는 이들 규정의 내용이나 행정법의 일반원칙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위법 무효가 된다. 양여계약의 법적 한계와 적법성 판단에 대한 문제는 후술한다.       

4) 양여계약과 기존 위탁계약과의 차이점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수도법 제17조 제3항에 의한 위탁계약은 시설관리권에 대한 단순 채권적 위탁 관계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신규 투자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위탁관계를 그 대상으로 하는 양여계약과는 구별된다. 논산시, 정읍시에 적용된 기존의 위탁계약은 유수율 제고를 위한 투자사업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실무상 흔히 운영·관리계약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전문사업자는 계약을 통해 특정 시설의 통상적인 운영 및 관리만을 책임지고, 자치단체는 기존 시설의 보수, 급수 확대를 위한 신규 투자 및 주민들에 대한 수돗물 공급의 책무를 담당한다. 운영·관리의 대상은 취수장, 가압장, 정수장 등 개별 시설 또는 이들 시설의 조합이 될 수 있으며, 논산시와 정읍시 사례처럼 자치단체의 수도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운영·관리계약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주로 개별 하수종말처리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운영·관리계약이 보편화되어 있다.

운영·관리계약에서 전문사업자는 수도시설 전체 또는 일부의 통상적인 운영 및 유지관리만을 담당한다. 전문사업자가 수도시설의 운영과 관리를 수행함에 따라 소요되는 경상적 비용은 자치단체가 기간별 수수료의 형태로 보상한다. 이와 같이 전문사업자의 자금 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한 사업상의 리스크 역시 비교적 작은 편이다. 운영·관리계약의 사업구조는 비교적 단순한 편인데, 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사업장 단위의 아웃소싱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수도사업자인 자치단체가 수돗물의 공급과 관련된 모든 책임과 과제를 수행하면서 전부 또는 일부 사업장의 운영과 관리만을 전문사업자에게 위탁하는 것이다. 자치단체는 운영·관리계약을 통해 수도시설의 운영과 관리에 있어서 전문사업자의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으며, 시설 개선이나 추가적인 확장이 중요하지 않은 경우 기존 시설의 운영 효율성 제고가 주된 목적일 때 적합한 모델이다.

반면, 시설의 운영과 관리에 대한 대가가 용역에 대한 수수료의 형태로 지급되므로 전문사업자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전문사업자는 신규 투자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수도시설의 대규모 확장이나 개·보수를 의도하는 경우에는 사업상의 한계를 가지게 된다. 운영·관리계약의 가장 큰 한계는 각종 의사 결정 및 신규 투자, 시설의 개선 등의 책무는 여전히 자치단체가 지게 되어 서비스의 확대 및 개선을 위한 재원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소규모의 자치단체에 있어서는 적합하지 않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규모가 큰 사업자인 7개 특·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나 수자원공사의 경우 단위 사업장 중심의 운영·관리 위탁은 수도시설의 운영과 관리의 효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운영·관리계약은 지나치게 낮은 요금 수준, 서비스 개선과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수요 또는 자치단체 의회나 주민들의 정치적 요구로 인해 사업의 불안정성이 큰 경우 활용도가 높다. 즉, 현실 여건상 전문사업자가 고객에 대한 사용료의 부과를 통해 장기간 비용을 회수하는 양여계약과 같은 사업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모델이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 운영·관리계약은 전문사업자 참여의 첫 번째 단계로 활용될 수 있다.

5) 양여계약 특징
기존의 위탁계약 방식에 비하여 양여계약이 가지는 특징은 무엇보다 수도사업과 관련된 사업자의 포괄적 권리와 의무를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사업자는 자신의 책임과 자본으로 수도시설에 대한 투자와 동시에 사업상의 리스크를 부담한다. 그리고 이러한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는 위탁계약에서 전문사업자가 제공하는 통상적인 운영과 관리 용역의 제공 대가인 수수료가 아닌 자신이 양여계약을 바탕으로 직접 수요자인 고객에 대하여 사용료를 부과·징수하여 수도시설의 투자와 통상적인 운영·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의 충당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양여계약이 기존 위탁계약에 비하여 가지는 결정적인 특징은 계약상 권리의무의 포괄적 성격 이외에도 첫째,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제공의 반대급부로서 사용료(요금)의 부과·징수권을 계약에 의하여 취득한다는 것이며, 둘째, 전문사업자가 스스로 상수도의 설치 및 운영, 공급에 관한 주체로서 자치단체를 代位하여 지방상수도사업의 준사업자적 지위를 취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자 지위의 변동에 준하는 법률관계를 통하여 전문사업자는 스스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자로서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사업자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양여계약의 대상이 되는 경우 수도법 등 현행 법규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검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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