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의 철새 도래지로 이름난 한강 밤섬(栗島)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밤섬에 대한 람사르 습지 등록신청서를 지난 1월 람사르 사무국에 냈다.
람사르 사무국은 밤섬의 생물다양성과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르면 다음달쯤 밤섬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할 전망이다.

람사르 습지는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체결된 람사르 협약(습지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협약)에 따라 물새 등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로 보전가치가 있거나 희귀하고 독특한 유형의 습지를 대상으로 람사르 사무국이 지정한다.

현재 160개 나라의 습지 1천971곳이 지정돼 있다. 국내에는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과 경남 창녕군 우포늪 등 17곳이 있다.

서울 여의도와 마포 사이에 있는 밤섬(栗島)은 섬 모양이 밤처럼 생겨서 붙은 것이다. 원래는 고립된 섬이었으나 여의도가 점점 넓은 하중도(河中島)로 발달함에 따라 물이 적어지면서 여의도에 이어졌다. 기반암은 단단한 바위층이고, 섬의 동부와 서부의 하식애(河蝕崖)는 ‘작은 해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섬의 총면적은 24만1천490㎡, 해발고도는 3.0∼5.5m이며, 현재 퇴적물에 의해 섬의 면적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홍수 등으로 팔당댐 방류량이 약 5천㎥/초 이상일 때에는 대부분 범람하며, 호안은 뻘·모래·자갈 등이 대부분이다.
 
여의도 개발 시 한강의 흐름을 좋게 하고 여의도제방을 쌓는 데 필요한 잡석 채취를 위해 1968년 2월 섬을 폭파·해체했고, 그 결과 밤섬의 대부분은 없어지고 섬 중심부가 집중적으로 파헤쳐져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나눠졌으며, 윗밤섬의 만 형태 호안은 새들의 중요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후 20여 년 동안 한강 퇴적물에 의해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새들이 모이면서 도심 속의 철새도래지로 널리 알려졌고, 서울특별시는 밤섬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관리해오고 있다.

2004년과 2007년 서울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총 582종의 생물이 이곳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기러기, 가창오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7종을 비롯해 천연기념물인 원앙 1종과 밤섬 번식조류인 흰빰검둥오리, 말똥가리, 해오라기, 흰목물떼새, 민물가마우지, 쇠백로, 고방오리 등이 살고 있으며, 철새 5천여 마리가 찾아온다.

식물은 버드나무·갯버들·용버들·물억새 등 108종, 어류는 붕어·잉어·뱀장어·누치·쏘가리 등 3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 말똥가리
▲ 흰목물떼새
▲ 원앙
▲ 민물가마우지
▲ 고방오리

한강 밤섬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환경부는 서울시와 협력해 한강 밤섬의 보전·관리, 이용 등을 위한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 관리계획과 연계해 습지보호지역에 준하는 정기적인 모니터링 및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보호안내판 설치, 감시원 배치 등 지원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또한 생태계가 조화로운 수도 서울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격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삼기 위해 밤섬 습지의 가치홍보를 위한 생태관광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워터저널』 2012.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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