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현 중소기업청 기업성장지원국장

탕지반명(湯之盤銘)에 이르기를 “구일신(苟日新)이면 일일신(日日新)하고 우일신(又日新)이라.” 대학에 나오는 중국 은나라 초대왕인 탕왕의 고사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탕왕이 제사 때 사용한 세숫대야에 “진실로 새로워지려면 매일매일 새롭게 하고 또 새롭게 하라”는 의미의 경구를 새겨 넣고 항상 자신을 돌아보았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혁신(革新)’이 주요 화두로 등장한 요즈음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고사가 아닌가 싶다.

중소기업청은 2005년 한 해 동안 많은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여 왔고,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 냈다. 그 중 가장 큰 혁신성과 중 하나가 바로 ‘정책자금 개편’이다. 지난 6월에 마련된 ‘중소기업 정책자금 개편방안’에서 제시했던 정책방향을 내년도 운용 계획에 반영해 지난 7일 확정·고시했다.

이번 개편안은 올해 상반기부터 수요자인 중소기업 중심에서 정책자금 이용실태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고객 지향적 정책수립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그 내용 또한 매우 혁신적이다.

무늬만 벤처·한계기업은 더 이상 지원 없다

정책자금 개편의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이번 개편방안의 기본방향은 기술개발을 열심히 하는 기업과 경영혁신을 꾸준히 하는 중소기업에게 정책자금 지원을 집중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키우는데 있다. 무늬만 벤처기업이거나 기술력.시장성이 없는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정책자금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동시에 시중에서 자금이용이 가능한 우량 중소기업, 사업장 확보자금과 같이 은행자금을 쓸 수 있는 경우에도 정책자금을 지원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중기청은 이를 통해 절감된 예산을 혁신형 기업에 집중지원 하기로 했다.

둘째로 기업별 차등금리 도입이다. 과거에는 금리촵상환기간 등을 기업의 신용도나 특성과 무관하게 정책 자금별 일률 적용을 해 왔다. 이에 따라 기술력과 사업성 뛰어난 기업이나, 특별한 기술력도 없는 부도 직전의 한계기업이 똑같은 금리로 정책자금을 빌려 쓰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또한 정책자금 저금리 정책은 중소기업 자금에 대한 가수요를 부추겨 은행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한 기업도 더 낮은 금리를 찾아 정책자금으로 몰려들었고, 그로 인해 실제 지원이 필요한 기업들에게는 지원기회가 축소되는 측면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신용도에 따라 차별화된 금리를 적용한 것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중소기업의 금리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전 제도에서 중소기업들이 부담하던 금리부담 수준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금리 차등 폭을 설계했다.

직접 대출·무담보 신용대출 확대

셋째로 정책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은행이 기업을 심사하고 대출과 회수를 책임지는 ‘은행 대리대출’을 과감히 줄이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직접 기업을 심사해 융자하는 직접대출과 무담보 신용대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리대출을 할 경우 은행들이 기술성과 사업성 보다는 회사 매출액.거래 실적 같은 재무적 지표를 위주로 심사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중소기업이 정책자금을 이용할 때 느끼는 여러 가지 불편사항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뒀다. 상환방식을 다양화하고 기존 방식인 분할상환 이외에도 체증식 상환, 매출액 변동식 상환 등 기업 특성에 맞게 편리한 상환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 서류제출 부담을 덜기 위해 전자보증 시스템(One-stop 보증)을 구축했다. 중소기업이 공단과 보증기관에 서류를 중복제출하고 두 번씩 심사 받는 번거로움을 해소하는 등 수요자 중심 자금운용을 위해 제도개선을 한 것이다.

효율적 자금운용으로 지원효과 극대화

중소기업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근간인 ‘기업’ 중에서 일정 규모에 달하지 못한 약자들이다. 정부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육성할 책임이 있고, 이들이 금융시장 실패로 인해 겪게 되는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자금을 조성하여 융자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정부의 중소기업 자금 지원은 여기에서 정책적 딜레마가 발생한다.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정책목표와 세금으로 조성한 자금 운용에 있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또 다른 정책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자금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때만 가능하다.

이번 개편안은 30년이 넘도록 운영했던 정책자금 운영방식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그 설치목적에 맞게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민간금융과 역할분담을 전제로 정책자금은 민간금융에서 다루기 어려운 창업초기 기업과 성장단계에 있는 중소기업 자금지원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어렵게 이루어 낸 이번 정책자금 개편을 차질없이 추진하여 기술개발·경영혁신을 꾸준히 해 나가는 중소기업은 담보가 없더라도 기술성.사업성을 제대로 평가받아 정책자금을 과거보다 훨씬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했던 탕왕의 지혜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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