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먹는 먹는샘물 가격 수돗물의 250배

학교나 직장에서 냉수나 커피 한잔을 타서 마시고자 할 때 언제 어디서나 안심하고

   
마실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비용은 누가 얼마나 내고 있는지, 그리고 만약 무슨 문제가 있을 때에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또 조그만 실천 하나로 수돗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방안도 함께 생각하여 보자.

 잘못 관리하면 세균 번식

■ 학교의 경우  학교에서는 대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을 택하고 있다. 첫째는 수돗물이다. 대개 화장실에 설치되어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 수질기준에는 맞지만 그냥 먹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끓여먹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또 화장실과 연관을 시켜서 괜히 찜찜해 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값이 매우 싼 수돗물 값 이외에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두 번째 방법은 수도관에 정수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여기에 냉온수기를 설치하면 찬물, 더운물이 자유롭게 나와 편리하게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어 있다. 정수기에는 가격이나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살 때 구입비용이 들고, 또한 주기적으로 필터를 갈아주지 않으면 어떨 때는 세균이 번식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가격도 만만치 않다.

   
▲ 병물(먹는샘물) 냉온수기를 잘못 관리하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사용자의 책임으로 돌려진다.
세 번째 방법은 병물(먹는샘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개 이 병물은 냉온수기 기계 위에 설치되어 있고 아무데나 놓으면 된다. 이 병물은 20L짜리 통 하나에 3천∼5천 원 정도를 받고 배달해 주고 있다. 물을 어디서 떠 왔는지는 잘 알 수 없고, 다만 물 속의 성분 중 일부만 적혀있다. 어느 연구실의 예를 들면 한 학생이 한 달에 20L 정도를 사용한다. 학생들의 복지 차원에서 연구실의 운영비로부터 지출하고 있다.

정수기나 병물이 좋은 점은 커피를 타서 마시거나 할 때 화장실에 가서 물을 받아오거나, 물을 끓이거나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그 자리에서 빨리 마실 수 있어서 한국인의 습관과 체질에 딱 들어맞는 듯하다.

정수기와 병물이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원료이다. 정수기의 원료는 수돗물이고 병 물의 원료는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다. 병물의 기계는 아무데나 놓을 수 있는 반면에 정수기는 수도관으로 연결하여야 한다. 또 다른 점은 가격이다. 정수기는 톤당 1천 원 정도 하는 수돗물이지만, 병 물은 그보다 250배 비싼 물이다. 그리고 수돗물 값은 학교에서 내지만, 병물 값은 교수나 사무실에서 낸다. 쉽게 이야기하면 1년치 수돗물 값을 병물로는 1.5일 만에 다 사용하는 셈이다. 한 사람이 250명이 먹을 물 값을 내고 있다. 수돗물을 불신하는 바람에 안내도 될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운영비가 부족해서 병물을 사먹을 형편이 못되는 연구실의 학생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지게 되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교수의 용돈을 아껴서라도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 일이 일반 사무실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옥내 물공급 책임자는 누구인가?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우는 원료가 수돗물이다. 이 때 만약 수질에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정부는 국민에게 안전한 물을 안정되게 공급할 책임이 있다. 원수를 확보하고, 수질기준을 만들고, 많은 예산을 들여 관로를 교체하는 등 건설비와 유지관리비를 내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에 수질기준에 맞지 않는 물을 공급하면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책임을 지는 한계는 건물의 수도계량기까지이다.

건물 내부의 저장조와 배관에서의 2차 수질오염은 건물의 관리자의 책임이다. 대부분의 수돗물의 수질문제는 건물 내에서 일어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정부 탓만 하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건물 내의 2차 오염을 줄이기 위해 연구는 많이 했겠지만, 당장 눈에 띄게 실용적이고 싼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는 별로 없다. 정부로서는 책임을 다 했으니 그 이상은 나 몰라라 하는 셈이다.

건물의 관리자도 마찬가지이다. 수돗물은 정부의 책임으로 기본적인 수질은 공급되고, 기본적인 것만 관리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는 사람이 불편하면 자기 돈을 들여서 가공하여 먹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 우리가 사먹는 먹는샘물은 수돗물에 비해 250배나 비싸다.

병물의 경우는 어떨까. 만약 병물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병물을 공급한 사람의 책임이다. 그런데 병물은 20L짜리 용기에 따로따로 공급이 되므로, 여러 사람이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또한 용기의 물만 비워버리면 되기 때문에 증거도 남지 않는다. 대개의 수질기준 항목은 그러한 물을 70년을 계속하여 마셨을 때 병에 걸릴 확률이 있는 기준치로 하기 때문에 그 병물 조금 때문에 병에 걸린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계곡수나 지하수에는 그런 오염물질들이 거의 없다. 따라서 어떤 물이고 안심하고 병에 담아서 공급할 수 있다.

다만 병물 냉온수기를 잘못 관리하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사용자의 책임으로 돌려진다. 병 물은 깨끗하게 공급했는데 사용자가 잘못 사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물공급의 안전성이 문제이다. 만약, 폭설로 교통이 두절되거나 사회적 혼란으로 인하여 물이 공급이 안 되면 수돗물을 못 먹는 물이라고 생각하고 병물만 먹던 사람은 살기가 매우 곤란하다.

한두 번 수질검사로 안심 못해

■ 대안  대부분의 수돗물의 불신의 원인은 직접적인 경험이나 과학적인 수치 때문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심리적이다. 다들 아무도 안 마시고, 근거 없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그런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는 정부에서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서 고도 정수처리니, 관로의 교체를 해보아야 불신을 줄일 수는 없고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세금만 낭비될 뿐이다. 그러면 어떠한 대안이 있을까? 장기적인 방법과 단기적인 방법을 생각해보자.

첫째, 장기적인 방법으로는 수돗물의 수질이 건물 안에서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건물 내의 수돗물이 안전한지는 한두 번의 수질검사 결과만을 가지고 안심할 수 없다.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자기 건물내부의 수돗물 공급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언제나 누구나 직접 방문하여 자기가 마시는 물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 수 있도록 하고, 그 점검 상태를 그 구성원이 알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구성원 전체가 물 공급에 관심을 가지고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 내용은 2000년의 ‘제 2차 세계 물 포럼’에서 나온 결론과 똑같다. 즉 모든 사람이 물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여야 한다(Make water everybody’s business).

만약 건물의 물공급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건물의 관리자가 이것이 완벽하게 고치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도록 제도적으로 의무화하여야 한다. 일방적으로 좋은 물을 공급하였느니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나, 임시처방 식으로 물이 마음에 안 들으면 병 물을 사먹으라고 하는 건물관리자 측의 태도는 장기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손해를 보고 사회를 불안전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둘째, 단기적인 방법은 심리적인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사람들이 수돗물을 싫어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물을 화장실에서 떠와야 한다는 것, 약간 멀리 있다는 것, 약간 귀찮은 것, 다른 사람들이 안 한다는 것 등이다. 이 이유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하나 둘씩 택하여 보자.

학교나 회사 등 건물의 경우 화장실을 피해서 동선이 짧은 곳에 수돗물로부터 냉온수기를 연결하여, 건물 내부의 사람이 모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에는 관로를 연결하는 방법이나 냉온수기의 근처를 멋있게 꾸미고 항상 깨끗하게 해주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정수기에 필터를 둘 수도 있고 안 둘 수도 있다.

1년치 병물 비용의 일부만 모으면 얼마든지 잘 꾸밀 수 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사람들의 대화의 공간이 되도록 멋있게 꾸며보자. 옛날에 우물가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을의 공론을 이끌어 낸 것처럼…. 그러면 물 문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관계도 많이 좋아질 것이다. 물론 비용이 약간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병 물의 비용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수돗물 불신해소 평가지표 세워야

■ 수돗물 정책에 대한 제언  정부에서는 수돗물의 불신을 없애기 위하여 거액의 세금을 투자해 왔고 앞으로도 투자할 계획이다. 그런데 그 사업들과 투자한 세금이 수돗물 불신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의문시된다. 앞으로는 수돗물의 불신해소의 수치를 평가지표로 하여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제시한 방법대로 한 건물의 수돗물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또한 여기서 얻어진 노하우를 전국의 건물로 확대하면 저절로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수돗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  한무영 교수 ■

·서울대 토목공학과 및 대학원 석사
·미국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 공학박사(환경공학 전공)
·경희대 토목공학과 부교수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환경부 상하수도 자문위원(현)
·「워터저널」 편집위원(현)
·UNEP-SNU 빗물연구센터장(현)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