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12월26일-- 천성산 터널 논란의 핵심인 “지하수 유출”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의 현장은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중의 하나인 13-4공구 원효터널의 사갱터널 출구 근처. 사갱이 뚫리고 있는 경상남도 양산시 웅상읍 주남리, 소남리, 주진리 일대의 계곡인 주남천, 소주천, 혈수천의 계곡물이 완전히 말랐거나 유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갱을 통해서는 많은 물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 계곡물이 갑자기 마르게 된 이유는 계곡 근처의 사갱 공사가 지하수맥을 건드려 계곡으로 흘러야 할 물이 엉뚱하게 사갱을 통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천성산 논란의 핵심이었던 계곡수의 변화가 사갱 공사만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본격적인 원효터널공사가 진행된다면 다른 계곡과 고층 습지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산대학교 바로 위에서 뚫리고 있는 사갱이 주남천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주남천 본류는 거의 말라 버린 상황이나, 사갱에서 나오는 물은 배수로를 통해 흘러와 주남천 하류에서 합류하고 있었다. 주남리 이장 증언에 따르면 용방골(주남천)이 말랐던 적은 한번도 없었으며, 지금은 급수 시간을 조정할 정도로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소주천과 혈수천 사이에 뚫리고 있는 사갱도 두 지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소주천은 지역 주민들에게 물이 많아 물탕골이라고 불리고 있으나, 현재는 완전히 말라붙어 물탕골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소주리 이장의 증언에 따르면 가뭄이 아주 심했던 때도 이처럼 물탕골이 말라버린 적은 없었기 때문에 사갱으로 인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하였다. 소주천의 한 지류에서 만난 지역주민은 예전에는 계곡물을 이용하여 농장에 물을 대었으나 지금은 집에서 물을 길러와 사용하고 있다면서, 사갱에서 하루 4~5차례 물을 방출하고 있으나 사갱에서 방출되는 물은 시멘트가 섞여 있어 사용할 수도 없다고 이야기하였다. 지역 이장과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지난 수십여 년 동안 한번도 마른 적이 없던 계곡물이 사갱 공사가 진행된 후 처음 맞이한 갈수기에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이들 계곡물은 수질이 좋아 지역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던 것이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결과 계곡을 흐르는 표면뿐만 아니라 계곡 바위와 모래 틈 속까지 완전히 물이 고갈되었다.

천성산 고속철도 환경문제의 핵심이 터널공사로 인한 지하수와 계곡수의 유출과 고갈 등의 논란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녹색연합은 정부가 자신 있게 장담하던 터널공사의 환경 영향 없음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증명된 것이므로, 문제가 된 계곡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공사 중지와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첫째, 주남천·소주천·혈수천의 계곡물은 말라버렸으나 터널공사현장에서는 물이 꽤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과 둘째, 터널공사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미타암 아래 주진천은 계곡이 말라붙지 않고 계곡물이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특히 주진천의 계곡이 말라붙지 않은 것은 주남천·소주천·혈수천의 물이 말라버린 것이 몇 달간 비가 내리지 않은 탓이 아니라 터널공사의 영향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이와 관련하여 부산대 함세영 교수는 "지하수 유출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사갱 때문이다. 터널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은 천천히 진행된다. 사갱의 영향이 지금에서야 나타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천성산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었던 계곡물 고갈이 현실로 드러난 상황이므로, 천성산환경영향공동조사단이 본래 취지를 살려 경상남도 양산시 웅상읍 주남리, 소주리 일대 계곡물 고갈과 사갱공사와의 연관성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현재 천성산환경영향공동조사단의 활동은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활동이 잠정 중단된 이유는 고속철도공단 측은 천성산 터널공사 강행을 위한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난 달 23일 <조선일보>에 “환경영향 공동조사 결과 공사가 환경에 영향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 공사를 재개한다.”는 인터뷰를 진행했었고, 공동조사단에 참가한 민간위원들은 조선일보 인터뷰 내용이 공동조사단의 역할과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며, 공동조사 연구결과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인식하고, 이에 대한 공단의 공식사과를 촉구하며,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공동조사단활동이 재개될 수 있도록 고속철도공사가 민간위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자신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천성산환경영향조사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가 발생된 만큼 현재 진행하고 있는 터널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계곡물 고갈과 터널공사의 영향을 철저히 규명하는 조사 작업을 진행할 것을 촉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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