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장,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어제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는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2004년의 논문과 2005년의 논문이 모두 허위라고 최종 발표하였습니다. 저는 오늘 이 보고서에 대한 소견을 말씀드리려고 매우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저는 먼저 우리 대학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과학자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과학공동체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데 대해 총장으로서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또한 황교수 연구팀이 전세계 과학공동체에 끼친 오명 때문에 성실하게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다른 과학자들까지 의심의 대상이 되지나 않을까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하여 난치병 치료에 희망을 걸고 계셨던 많은 국민들의 큰 실망을 생각하면 더욱 침통해집니다.

이번 논문조작 사건은 진리탐구를 본연의 사명으로 하는 대학사회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학문적 범죄행위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지 일개 연구자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없는 측면이 있음을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국익을 명분으로 황교수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전 국민의 희망으로 과도하게 부풀린 잘못이 있습니다. 또 난치병으로 신음하는 이웃을 위한다는 명분 앞에서 생명윤리라는 또 다른 가치를 외면한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결과 지상주의’가 사회 전체를 압도하면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켜 주지 않는다”는 소중한 교훈을 잊었습니다.

과학은 정직과 성실을 기반으로 합니다. 정직과 성실을 잃어버린 과학은 더 이상 과학일 수 없습니다. 또한 과학적 성과에 대한 과도한 환상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한 두 가지 과학적 성과가 국가 경제를 단번에 도약시킬 수 없으며, 모든 질병을 일거에 치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이러한 기본명제들을 망각한 채, 아직 도래하지 않은 희망을 현실로 착각하면서 귀중한 인적 물적 자원을 낭비했습니다. 이제는 거품을 털고 현실을 돌아볼 때입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거품형성에 가담한 이들은 크게 자성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논문조작 사건이 일과성 비극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우리나라의 생명과학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우리는 잘못을 스스로 교정하는 소중한 과정을 체험하였습니다. 양심있는 과학자들은 폭풍과도 같은 여론의 압력 속에서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을 재검증하려는 용기를 보여 주었고,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는 오직 진실만을 규명하려고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우리 과학계가 보여준 자정 능력은 앞으로 귀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경험의 바탕 위에서 우리나라의 과학이 더 높은 곳을 향해 계속 발전할 것임을 확신합니다.

서울대학교도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서울대학교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학문적 진리 탐구와 사회발전에 헌신해 온 것처럼 이 오욕과 좌절을 딛고 다시 훌륭한 전통을 되살릴 것입니다. 저 역시 서울대학교가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에 기여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성심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와 저는 이번 사건의 아픈 교훈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근거하여 이번 사건을 추호의 흔들림 없이 엄정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저는 먼저 대학사회의 근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서울대학교 징계위원회에 관련 연구자들을 각자의 잘못에 따라 징계할 것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여 다시는 이번 논문조작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논문조작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총장으로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서울대학교가 이 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하고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거듭날 수 있도록 변함없는 애정과 신뢰를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1월 11일
서울대학교 총장 정 운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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