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환경부장관 ‘하이브리드차 시승기’

 “소형차여서 불편?…즐거움이 더 많아”
 기존 휘발유차보다 연비 40% 이상 개선


요즘 가는 곳마다 부쩍 많은 사람의 눈길을 받는다. 업무로 들른 곳에서도,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일 때도 곳곳으로부터 시선이 쏟아진다. 새해 들어 업무용 차량을 소형 하이브리드차로 바꾸고부터이니, 이 눈길과 관심은 당연히 내가 탄 차에 보내는 관심이다.

   
▲ 이재용 장관과 그의 하이브리드차.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미래형 자동차’라고 쓰인 차에 대해 호기심과 기대감을 나타내는 눈치를 감추지 않는다. 곧 상용화될 하이브리드차를 홍보할 목적으로 타기 시작했으니, 이 정도의 관심이면 목적 달성은 한 게 아닌가 싶다.

연초부터 이 차를 타고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을 때 국무위원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었다. 모두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한 대씩 선물하면 타고 다니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국무위원들은 하이브리드차의 원리나 시판 시기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물론 차를 함께 타고 다니는 수행비서는 이전보다 조금 더 바빠졌다. 소형차이다 보니 국무회의에 참석할 때나 호텔에 들렀을 때, 심지어는 과천 정부청사 안에서도 민원인 주차구역 등으로 안내 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운전기사 역시 “소형차를 운전하느라 이전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고, 키가 큰데 뒷자리가 좁지 않겠느냐”며 안쓰러워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소형차라 해도 큰 불편이나 안전 상의 문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아니 이 차를 타는 일이 오히려 즐겁다.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해 온 사람으로서 마음의 빚을 조금 덜어낸 듯한 느낌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엔진에 전기 모터를 하나 더 장착해 엔진과 모터를 적절하게 이용한다. 출발 시에는 전기로 시동을 걸고 운행 중에는 엔진이 가동되며, 브레이크를 밟으면 시동이 저절로 꺼져 연료 절약과 배출가스 저감 효과를 가져온다.

각종 세제지원으로 보급 촉진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휘발유차에 비해 연비는 40% 이상, 대기오염 물질은 37% 가량 개선한 것이다.

현재 이 분야의 기술 선도국은 단연 일본이다. 1997년 도요타가 처음 상용화했고,

   
1999년에는 혼다가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했다. 일본보다 뒤늦게 포드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한 미국도 올해는 일본 차나 한국 차에 빼앗긴 시장을 하이브리드차로 만회하려 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GM·다임러·BMW가 공동으로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한 해의 자동차 시장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는 올해 도요타, GM, 시보레, BMW 등의 하이브리드차가 총출동했다. 이제 20~30년 후면 하이브리드차 같은 차세대 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세계가 하이브리드차에 열광하는 이유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 때문이다. 국제 유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생필품을 구입하듯이 주유소에 들러야 하는 시대, 자동차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국민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시대에 환경과 기술이 접목된 친환경 자동차의 돌풍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2004년 현대자동차에서 ‘클릭’ 모델로 50대를 시범 생산한 후, 지난해 ‘베르나’와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 하이브리드차가 생산돼 312대가 수도권 공공기관에 판매됐다.

이들 회사는 올해 5대 광역시까지 포함해 모두 418대를 공공기관에 보급할 계획이다. 일반에 시판되는 시기는 2010년께로 전망되며, 현대자동차는 이즈음 약 30만대의 생산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그러나 기술 개발에 드는 비용 등의 문제로 판매 가격이 높다는 것은 여전한 숙제다. 현재 공공기관에서 구매하는 하이브리드차의 가격은 동급 휘발유차보다 3배 가량 높다.

   

이런 사정은 기술력이 앞선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이 없으면 판매가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수입에 의존하는 주요 부품인 엔진·배터리·무단변속기 등의 국산화가 실현되면 차량 가격은 지금보다 상당 부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하이브리드차가 본격적으로 시판될 즈음 각종 세제지원을 통해 보급을 촉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원보다 더 절실한 것은 자동차로 인한 공해를 줄여 보자는 범국민적 공감대가 아닐까 싶다. 국민들의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사랑, 그것이 보급 촉진에 가장 큰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이브리드차를 탄 지 3주일 여.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힘이 달리지 않을까, 혹은 조금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일 뿐이다. 편리하고, 경제적이고, 또 자랑스럽다. 지금은 하이브리드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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