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한 진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Part 02.  인체와 건강한 물


“물은 우리 몸의 보약, 제대로 알고 마셔야”


인체 70% 이상이 수분…물 부족 시 불안감·우울·짜증 현상 유발
하루에 필요한 양 1.5L…꾸준한 수분 섭취, 탈수·비만 등 예방 가능

 

▲ 오 한 진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물은 우리 몸의 일부분이며, 생명의 근원이다. 성인 남성은 몸의 60%가 물이지만, 여성은 50%가 물, 나머지 10%는 지방이다. 처음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수정란을 만들 때는 단백질이 3%이고, 나머지 97%가 모두 물이다.

그러다가 약 24주의 태아가 되면 물의 비율이 86%, 신생아는 75%, 청소년 60%, 노인 50%로, 인체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이것만 보더라도 주기적으로 자주 물을 마셔야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이 중요한 이유는 매우 많다. 물은 인체 구성 성분 중 하나로, 소화작용을 할 때 필요한 소화액의 주성분인 침과 위산도 물이다. 그래서 물이 없으면 소화도 할 수 없고 신체구성이 되지 않는다. 신체 내에서 합성을 할 때도 물이 필요하다. 단백질이나 근육을 만드는 작용을 할 때 필요한 효소도 물로 이루어진다.

체온 조절에도 물은 필수로, 체온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때 땀을 내서 체온을 조절한다. 이 밖에도 소변이나 땀을 통해 노폐물을 제거하고, 부딪혔을 때 근육에 있는 물이 몸으로 오는 충격을 줄여주며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용도 한다. 또 관절에 있는 관절액은 물로 이루어져, 윤활작용을 통해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 물은 인체 구성 성분 중 하나로, 소화작용을 할 때 필요한 소화액의 주성분인 침과 위산도 물이다. 그래서 물이 없으면 소화도 할 수 없고 신체구성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하루에 1L 이상 물 마셔야

하루 종일 섭취하는 음식 속에는 1L 정도의 물이 포함되어 있다. 음식을 먹었지만 사실 형태가 바뀐 물을 먹기도 한 것이다. 몸에서 단백질을 합성하거나 호흡을 통한 이화작용 등 여러 대사과정을 통해서도 300∼400mL 정도의 물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물의 양은 1천400mL 정도이다.

우리 몸이 하루 종일 배출하는 물의 양은 호흡과 땀을 통해서 1L, 대변으로 약 200mL, 소변으로 약 1천500mL 정도이다. 총 2천500∼2천700mL 정도가 빠져나간다. 만약 하루 종일 물을 마시지 않고 식사만 한다면, 인체에 물이 약 1mL가 넘게 모자란 상태가 되고 몸무게가 줄어든다.

물만 마시지 않아도 몸무게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물을 마시면 다시 몸무게가 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몸무게만 줄이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다. 게다가 물을 마시지 않으면 이렇게 배출된 물의 양을 채우지 못하므로 몸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하루에 배출한 양에서 섭취한 양을 뺀, 적어도 1L 이상 되는 물을 마셔야 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이를 지키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을 마시면 대장에서 80%, 소장에서 20%가 흡수된다. 위장에서도 조금씩 흡수되는데 이때 흡수되는 물은 마신지 30초면 혈액으로 간다. 물을 마시고 1분 뒤에는 뇌나 생식기로 물이 이동하고, 10분이 지나면 피부로, 40분이 지나면 우리 몸 전체를 한 바퀴 돈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나면 소변으로 배출된다. 즉, 물을 마시고 소변이 마려워지려면 약 2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1개월 정도 지나면 내가 마신 물이 내 몸에서 완전히 배출된다.

 
물 2%만 부족해도 탈수현상 일어나

지난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물을 얼마나 마시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4잔의 물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12잔의 1/3정도 밖에 되지 않는 양이다.

14∼18세 청소년들의 경우, 남자는 3.3L, 여자는 2.3L 정도의 물을 하루에 마셔야 하는데, 남자는 24.2%, 여자는 34.8% 밖에 마시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몸에서 물이 2%만 부족해도 탈수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탈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몸에서 물이 1% 정도만 모자라도 갈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2% 정도가 모자라면 집중력이 떨어지며 업무 효율이 감소한다. 4%가 모자라면 미열이 나며 초조해지고, 불안감과 동시에 판단력 장애가 생긴다. 10%가 부족하면 아주 위험한 상태가 되고, 20%가 부족하면 사망에 이른다.

이처럼 물은 우리 몸에 매우 중요한데도, 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너무 많다. 몸에 물이 모자라게 되면 피로해지고, 무릎이나 관절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그리고 불안감, 우울, 짜증을 만성적으로 겪게 되며, 불면증이 유발되어 잠을 잘 잘 수 없게 된다. 이것들을 확인하고 스스로의 상태를 돌아보면서, 수분 섭취를 늘릴 필요가 있다.

▲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물을 얼마나 마시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4잔의 물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양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12잔의 1/3정도 밖에 되지 않는 양이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무지개선상학교에 참석한 학생들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물을 마시는 모습.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것은 오해

물에 관한 오해 중 가장 흔한 것은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것이다. 각 영양소들의 칼로리 보면,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4㎉/g, 지방은 9㎉/g이다. 반면, 물은 비타민·미네랄 같은 미세영양소처럼 0㎉/g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양을 먹어도 살이 찔 수 없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의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동과 마찬가지이다.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물을 식사하면서 마셔야 하는지, 식사 전에 마셔야 하는지, 식사 후에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매우 많이 받아 왔다. 여기에는 정답이 없고, 자신의 상태에 맞춰서 마시면 된다.
간혹 위장의 소화효소를 희석하기 때문에 식사 전에 물을 마시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소화효소는 필요에 의해 분비되며 모자라지지 않으므로 이 또한 근거 없는 속설이다. 본인의 몸 상태가 편할 때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로울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만약 한 번에 4L 이상의 물을 마시게 되면, 뇌에 부종이 생겨서 숨을 쉬지 못하고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1∼2L까지는 몰라도 그 이상의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과 신장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2007년에 미국에서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참는 기이한 대회가 열렸다. 한 참가자가 3시간 동안 7.5L를 마시면서 우승했으나, 귀가 후 물 중독으로 사망했다. 이처럼 한 번에 많은 물을 많이 마시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미네랄 풍부한 물 조금씩 자주 마셔야

▲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탈수가 일어나므로 물을 반드시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하게 물을 마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첫째,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우리나라 수돗물에는 미네랄이 매우 많이 들어 있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둘째,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다. 물은 섭취한지 2시간이 지나면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먹고 하루 종일 먹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시간 안에 다시 마셔주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셋째,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탈수가 일어나므로 물을 반드시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하루에 물을 2L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2L를 목표로 두면 대게 2L를 못 마시고 1.5L 정도만 마시는 경우가 많으므로 목표를 크게 두는 것을 권장한다.

다섯째, 육식 후에 물을 마시는 것이다. 고기가 우리 몸에서 소화되기 위해서는 물이 대단히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육식을 하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를 많이 먹으면서도, 육식 이후 소화가 안 될까봐 물을 마시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몸에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다. 온 국민이 이 같은 방법으로 물을 많이 마셔 건강한 생활을 하길 기대한다.

[『워터저널』 2014.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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