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최대 곡창지역인 철원평야의 저수율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내년 농사준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28일 한국농어촌공사 철원지사에 따르면 올해 철원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573.7㎜로 평년 1천323㎜의 48.1%에 그치고 있다.

강수량 부족으로 매년 100% 가까이 유지됐던 저수율은 현재 토교저수지 21.4%, 동송저수지 22.0%, 금연저수지 35.9% 등 평균 55.6%에 머무르고 있다.

철원지역 저수율이 올해 급락한 것은 장마철 비가 적게 내린데다 가을철 태풍이 비켜갔기 때문이다.

올해 모내기 때부터 가뭄에 시달렸던 주민들은 토교저수지 등 대형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지자 내년에도 가뭄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농민 백종환(68·동송읍 양지리) 씨는 "43년째 철원에서 살고 있지만 이런 가뭄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하늘에서 비가 좀 내려줘야 농민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철원지사는 저수율이 20%대까지 내려가자 1개월째 한탄강의 물을 저수지로 퍼올리는 양수작업을 24시간 진행하고 있다.

중부전선 최대 규모의 저수지인 토교저수지는 하루 8만t의 물을 퍼올리고 있으며 동송저수지와 금연저수지는 각각 2만5천t과 1만4천t의 물을 매일 양수하고 있다.

가뭄으로 비상 양수작업이 진행되면서 한국농어촌공사 철원지사가 부담해야 하는 전기료는 올해 예산 1억8천500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2억3천600만원에 육박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내년 봄 가뭄 사태에 대비해 공동 못자리를 설치하거나 물을 돌아가며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토교저수지 양수장을 관리하는 주민 황명하(60) 씨는 "올해 너무 가물어 김장용 무와 배추까지 누렇게 타들어가고 있다"며 "물을 퍼서 저수지에 채우고 있지만, 내년 농사를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농어촌공사 철원지사는 기상 이변으로 가뭄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토교저수지의 둑을 2.5m 높이고 홍수 조절용 비상 방수문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기업 수자원관리 부장은 "저수율이 낮아서 한탄강 물을 양수해 저수지에 담수하고 있지만, 물이 부족해 내년 영농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지금처럼 단기적으로 물만 올리는 것으로는 부족해 저수지 둑을 높이는 등 항구적인 가뭄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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