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구 / 한국물포럼 사무총장

[특집] 2015년 상반기 물종합기술연찬회


“선진국, 해외진출 위한 물산업 플랫폼 구축 활발”

중동·북아프리카·중국·인도 물시장 연간 10% 이상 성장 전망
국내 물산업 포화상태…해외시장 개척 절실하지만 지원체계 미흡
물산업 국제협력 네트워크 통한 물 강국 브랜드 구축·마케팅 시급

 

▲ 고덕구 한국물포럼 사무총장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공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농공학과 석사 및 박사
·한국수자원공사 K-water연구원장 ·충남대 토목공학과 겸임교수(현)·2015 세계물포럼조직위원회 위원(현)
[특강] ② 물산업 해외진출 플랫폼 구축

전 세계적으로 물산업 성장 잠재력은 기후변화, 물 안보, 지속성 및 탄력성 등에 기인하여 계속해서 낙관적인 전망을 보인다. 이미 대다수 선진국은 물산업을 전략적 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해외진출을 위해 물산업 관련 플랫폼을 구축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현재 물산업은 상하수도 및 수처리만을 포함하는 협의의 물산업이 아닌, 인프라 중심의 수자원 및 하천관리 등을 포함한 광의의 물산업 정의로 범위를 확대했으며, 최근 첨단 IT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시장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산업은 수자원, 댐, 하천 등 토목사업이 주가 되는 패키지형 기술로 대규모적인 성격이 크며, 산업 활성화 및 해외진출을 위해 정부의 주도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나 공공기관, 민간 등 국내외 정부 및 기업과의 국제 네트워크 구축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물산업 진흥 및 해외진출 지원 체계가 현저히 부실한 실정이다. 특히, 물관리 업무가 부처별로 다원화된 것은 물론, 관련 법령 및 계획이 미수립된 상태이므로 빠른 시일 내에 개정돼야 한다.

2030년 지구촌 수자원 부족 심각

2030 수자원 그룹(2030 Water Re-sources Group)이 지난 200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143개 유역 및 지역의 기존 취수량은 농업용수 3조1천억㎥, 산업용수 8천억㎥, 도시 및 생활용수 6천억㎥로 총 4조5천억㎥ 수준이지만, 연평균 2%씩 성장해 2030년에는 같은 부문에서 각각 4조5천억㎥, 1조5천억㎥, 9천억㎥로 늘어 총 취수량이 6조9천억㎥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기준으로 안정적으로 확보 가능한 공급량은 예측된 취수량에서 40% 부족한 4조2천억㎥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돼 취수량 대비 수자원 부족이 심각한 실정이다. 확보가능 공급량 중 지하수는 7천억㎥, 지표수는 3조5천억㎥를 차지하며, 의미있는 공급 규모는 실질적으로 활용가능한 절대적 재생 수자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기후변화·도시화로 물관리 취약성 증대

점차 고갈되는 수자원과 어려워지는 치수관리가 전 세계적인 물관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취수관리 문제는 도시화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화 이전에는 대지 대부분이 투수층으로 침수 위험이 낮았던 것에 비해, 도시화 이후에는 도로포장 및 지하구조물 등 대부분이 불투수층으로 바뀌어 침수위험이 높아져 홍수재해 취약성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노후 인프라 정비 및 신규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수십 년 전 건설된 댐, 상하수도 등의 인프라가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됨에 따라 댐 붕괴, 지반침하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정비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 수십 년 전 건설된 댐, 상하수도 등의 인프라가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됨에 따라 댐 붕괴, 지반침하 등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정비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역시 물관리 현안으로 주목받는다. 기후변화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상승 및 열 흡수 증대로 인해 발생한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증발산량 증가 △기온상승 △수온 상승 △해수의 열팽창을 야기한다.

증발산량이 증가하면 연강수량의 변동폭이 커져 강수패턴이 변화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극단적 가뭄이 발생하거나 호우 발생빈도가 증가하게 되는데, 늘어난 빗물로 토사가 유출돼 탁수발생에 따른 수질 악화를 초래한다. 기온상승은 적설량 감소, 작물 및 농자의 증발산량 증대, 관개시기 변경 등을 유발한다. 또한, 더워진 날씨 탓에 음료수 등의 수요가 확대되어 물수요의 증대 및 시기 변화를 가져온다.

한편, 수온이 상승하면 수원지의 물 순환이 정체되어 중금속 및 영양염류 용출이 심화되고,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식해 여과 장애를 일으켜 수질 악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의 열팽창은 해수면을 최대 59㎝ 상승시켜 바닷물 및 지하수위 상승과 바닷물의 하천소상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지하수의 염수화와 하천 취수 장애가 발생했다.

 

글로벌 물관리, 국제적인 참여·협력이 중요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물관리 현안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이 물산업 트렌트로 부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물관리 기술 및 정책 수요가 급증하고, 각종 국제협력 활동이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물산업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개발은행(AD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등 개발은행들은 저개발 국가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인프라 확충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해당 지역 물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기구 및 국제 행사의 경우 저개발 국제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개발에 힘쓰고, 투자 활성화를 위한 국제협력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 물산업은 수자원, 댐, 하천 등 토목사업이 주가 되는 패키지형 기술로 대규모적인 성격이 크며, 산업 활성화 및 해외진출을 위해 정부의 주도가 필요하다. 사진은 한탄강댐 공사 현장.

‘싱가포르 국제 물의 주(Singapore International Water Week)’나 ‘스톡홀름 세계 물의 주(Stockholm world water week)’등 특정 국가가 주도하는 국제 행사에서는 글로벌 물 문제 해결을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실질적으로는 자국의 물산업 진흥 및 주도권 확보, 네트워킹, 홍보 등에 활용된다.

이처럼 글로벌 물산업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상당 기간 국제적인 노력과 정보, 협력이 중요하다. 글로벌 물관리 해외진출에 성공한 선진국은 오랜 기간동안 활발한 국제적 참여와 협력 활동을 통해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 수자원개발, 상수도, 하수도, 공업용수, 수도관망 분야의 물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신흥 물시장 10% 이상 고성장

World Resources Institute & 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의 2007년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는 약 56억 명으로, 이 중 연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인 인구는 약 1억7천500만 명, 2만 달러∼3천 달러인 인구는 약 14억 명에 이른다.

특히, 연소득이 3천 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인 BOP (Bottom of Pyramid) 층은 약 40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간 소득은 5조 달러에 이른다. 따라서 글로벌 물시장은 BOP 시장의 급속한 성장을 기반으로 연간 4.8% 이상의 높은 성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등 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와 중국, 인도 등은 연간 10%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수자원개발, 상수도, 하수도, 공업용수, 수도관망 분야의 물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물산업 규모는 5천780억5천900만 달러 수준으로, 수자원개발 분야 259억7천100만 달러, 상수도 분야 2천166억1천200만 달러, 하수도 분야 1천677억6천300만 달러, 공업용수 분야 553억8천400만 달러, 수도관망 분야 1천123억2천9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물산업 규모는 해마다 늘어 2015년 6천240억9천500만 달러, 2016년 6천304만4천만 달러, 2017년 6천589억9천600만 달러, 2018년 6천979억8천300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오는 2018년 기준으로 수도관망 분야가 가장 크게 성장해 1천452억9천8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수자원개발 분야 350억3천200만 달러, 상수도 분야 2천444억9천700만 달러, 하수도 분야 1천990억7천800만 달러, 공업용수 분야 740억7천800만 달러로 각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산업 강국, 토털솔루션 역량 확보

물산업 강국으로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이 있다. 이들 국가의 물산업 최신 동향은 타 기업과의 제휴 및 아웃소싱 등을 통해 설계·제조, 건설·운영 등 토털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선진 기업의 특징을 보면 유럽의 다국적 물기업은 민영화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반면,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기술적 선진국에서는 물산업 대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업계는 기술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부는 국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에 집중해 왔다. 네덜란드는 델타기술 등 자국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인 개발을 하고, 파트너십을 통한 해외진출을 지원했다. 독일의 경우 파트너십을 통한 연방정부 차원의 통합적 해외수주를 지원했다.

한편, 떠오르고 있는 신흥 물산업 국가는 인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이 있다. 인도는 외국의 선진기술보다는 자국 시장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해 선진국에 진출한 역(逆)혁신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은 투자 진출을 전제한 국제 원조를 통해 아프리카 물산업 시장에 진출했고, 일본은 민·관협력(PPP)을 통한 해외진출을 위해 국가 플래그팀(flag team) 전략을 수립·운영 중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자국 내 물관리 취약성 극복을 위해 국가차원의 혁신 및 기술개발을 이뤄냈고, 국제화 노력으로 글로벌 물산업 허브로 도약했다. 이스라엘은 작지만 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기업 중심의 효율적 협력체계를 구축, 물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 싱가포르의 경우 자국 내 물관리 취약성 극복을 위해 국가차원의 혁신 및 기술개발을 이뤄냈고, 국제화 노력으로 글로벌 물산업 허브로 도약했다. 사진은 싱가포르 투아스프링(Tuaspring) 해수담수화 플랜트.

국내시장 포화상태…해외진출 절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가 글로벌 물산업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 주도했던 세계적 물 민영화 정책은 대부분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물산업의 공공성 및 지역성 때문이다. 물산업 투자 실패율은 다른 산업보다 매우 높으므로 민간기업의 해외시장 개척 시 지역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재정적으로는 공적원조에 의존하는 추세이다.

또한, 선진 기술의 이전보다는 현지에서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거점센터를 구축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물관리 사업 분야는 공공성이 강해 민간이 주도하거나 직접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워 정부가 민·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선진국 물산업 정책을 막연히 차용해왔으나 이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각 정책의 장단점 분석 및 검토를 토대로 국내 실정에 맞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 물산업 시장 규모는 정책의 부처별 및 중앙·지방 간 분산으로 각종 통계자료의 활용에 한계가 있어 정확한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 신규 인프라 수요의 급감과 높은 상하수도 보급률 도달 등으로 인해 국내시장은 현재 한계에 도달한 상태로, 그간 육성되어온 산업의 해외진출이 절실한 실정이다.

 
물관리 기술, 최고기술국 대비 71.9%

국내 물기업은 가격 및 기술 등에서 본원적 경쟁력이 있으나, 금융, 정보 등 지원적 경쟁력은 미흡해 수직·수평적 협력체계의 개성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한편, K-water는 2014년 기준 18개국에서 23개 사업을 수행했다. 초기에는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위주였으나 2007년부터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또는 MDB(다자개발은행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환경부는 물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가장 먼저 추진한 바 있으나, 현재 답보상태이다. 국토교통부는 해외건설협회를 통한 건설기술 및 해외진출 촉진을 도모하고 있지만, 물산업 특성을 고려한 특화전략에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 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관리 기술은 최고기술국 대비 71.9%(기술격차 6.8년) 수준이다. 수출 유망 분야는 생태하천과 통합홍수관리 분야이고, 미래 유망 분야는 하천 및 수리시설 설계와 유지관리, 수자원 조사 분야인 것으로 조사됐다.

물산업은 단위기술이 아닌 융·복합을 통해 사업화 될 수 있는 분야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자원 관리 및 운영은 공공이 담당하고 있어 물관리 기술의 해외 진출은 공공이 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 연관 분석을 통해 물관리 기술 해외진출 경제적 타당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건설업보다는 엔지니어링업의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 국내 물기업은 가격 및 기술 등에서 본원적 경쟁력이 있으나, 금융, 정보 등 지원적 경쟁력은 미흡해 수직·수평적 협력체계의 개성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사진은 쌍용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이에 건설한 마라픽(Marafig) 해수담수화 플랜트.

타 산업의 해외진출 지원정책을 위해서는 법령 및 진흥 시책 등을 통한 해외진출 기반과, 금융기관 또는 기금조성을 통한 금융지원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다양한 기술육성 및 인재양성 사업을 추진해 공기업이 선도하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물관리 플랫폼 물강국 브랜드 구축

물관리 기술 해외진출 플랫폼은 물 강국 브랜드를 구축하여 마케팅하고, 해외 물산업 동향 및 시장 정보를 조사·제공하여 전문 인력 및 기술의 허브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물분야 원조자금 및 펀드 운용 참여는 물론 물산업 가상 클러스터 구축 및 운영을 맡는다. 물산업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 해외사업 경험이 많은 공기업인 K-water가 선도하는 가운데, 제조·설계·건설·O&M 등 국내 물 관련 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 이스라엘은 작지만 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기업 중심의 효율적 협력체계를 구축, 물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 하데라(Hadera) 해수담수화 플랜트.

또, 범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요구됨에 따라 국토교통부, 환경부, 외교통상부 등 다수의 물 관련 중앙부처, KOICA,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제원조 및 국책금융기관들도 동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진출대상이 되는 개도국들의 정부 및 산업계와의 교류 협력을 위한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

단순히 거래시장 역할만을 하는 시장형 플랫폼보다는 가장 우수한 기술과 정보, 정책이 개발과 교류가 되는 장으로써 차별성 있는 기술과 공신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물관리 기술 해외진출 플랫폼을 통해 대상국가 정부 및 산업계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지 정보를 조사하며, 역(逆)혁신을 통한 현지 기술개발 및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물시장에 한 획을 긋기를 소망한다.  

[『워터저널』 2015년 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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