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치범 환경부 장관

얼마 전 아시아의 슈바이처로 칭송받는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안타까운 별세 소식을 들었다. 전 세계 소아마비 환자를 획기적으로 줄여 '백신 황제'라는 명예로운 별칭을 얻기도 한 이 총장은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두고 환경보호 실천에도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의 보건과 건강을 책임지던 이 총장의 생각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환경요인으로 인해 사망자가 늘거나 질병이 늘었다는 소식은 새로울 것도, 놀랄 것도 없는 뉴스가 되었다. 세계보건기구 질병상황통제실에는 이름을 몰라 '알려지지 않음(unknown)'으로 표시되는 질병이 잇따라 보고된다 하고, 지구온난화로 질병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도 끊이지 않는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는 오수처리, 수돗물, 실내공기질 같은 환경요인으로 숨지는 14살 이하 어린이가 500만 명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멀리 지구촌의 동향을 살필 것도 없이 우리나라만 해도 환경오염과 질병의 연관성은 모든 국민이 인정하는 수준에까지 와 있다.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밤새 긁적이는 자녀를 보며 자신의 그릇된 식습관이 문제가 아닐까, 나쁜 체질을 물려주어 생고생을 시키는 것이 아닐까 자책한다는 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어린이들은 피부가 조금만 가려워도 "난 아토피야"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환경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이나 그 가족은 거의 전문가 수준의 관련정보를 갖고 있다. 그뿐인가. 달리는 자동차나 학교 주변의 만화방이 유해환경의 전부라고 믿던 것은 물정 모르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다. 오히려 안전하다고 믿었던 놀이터의 놀이기구, 외부의 위험요인으로부터 출입문이 닫힌 집안, 어린이를 즐겁게 할 장난감이나 새 교실 등이 오히려 해롭다는 것을 알게 됐고, 누군가의 불임이나 유산 소식을 들으면 환경이 너무 오염된 탓이라고 말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환경오염이 미래세대에 영향을 끼친다는 캠페인 구호 같던 명제가 다음 세대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지금 나타나고 있음을 우리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를 알고 있으니 다음은 해답을 얻는 순서만 남았다. 사실 그 해답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환경과 친한 생활방식을 택해 훼손 속도를 늦추고 오염을 치유하는 일이 그것이다. 물론 환경성 질환 문제는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종합적으로 얽혀 있어 실마리를 찾는 일도 오랜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노력이 결집한다면 해법은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오늘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유엔이 1972년 6월5일 열린 인류 최초의 환경회의 개막일을 기념해 지정한 이후, 각국 정부들이 환경보전을 위한 결의를 다진다. 올해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환경, 건강한 미래'라는 주제로 기념식과 각종 행사를 한다. 마침 올해는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과 어린이 환경보건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한 환경보건 원년이기에 그 의미가 각별하다. 그리고 환경으로 인해 아픈 사람이 더는 없기를, 어린이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해맑은 얼굴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특별한 의미만큼이나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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