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을 생각하는 사막화'

   
전에는 사막 하면 낭만적인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청소년기에 감명 깊게 읽었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약속의 의미를 설명하던 사막여우 때문이기도 하고 모래바람과 밤낮의 심한 기온 차 그리고 아주 적은 강우량의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생태계를 이루고 산다는 사막생물들 때문이기도 하다.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했던 전쟁영화 '사하라', 고비사막의 오아시스라는 둔황(敦煌)의 화려한 문화와 낙타로 물류를 이동하던 '실크로드'까지. 사막이 우리에게 동경의 대상이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사막은 우리에게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봄만 되면 몽골과 중국의 사막에서 날아오는 황사 때문이다. 황사테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한반도를 강타한 황사는 태평양을 건너 멀리 미국 서부까지 영향을 미친다. 황사는 계절풍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중앙아시아지역 사막화의 합작품인 셈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에서도 지구의 피부병에 비유되는 사막화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1년 강수량이 400㎜ 이하이고 국민경제를 유목에 의존하고 있는 몽골은 사막화 진행의 가장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하며 국토의 약 30%가 사막화한 중국은 수도인 베이징시 외곽 70여㎞ 지점까지 사막화가 진행돼 올림픽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외신은 전한다.

지나친 방목이나 경작, 산림벌채나 기후변화 등의 여러 원인으로 생기는 사막화는 식량부족 등의 문제를 일으켜 빈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더구나 한번 사막화가 진행된 곳을 다시 원래대로 돌이키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런 심각성 때문에 UNEP는 5일 세계 환경의 날 주제를 ‘사막과 사막화’(Don’t Desert Drylands!)로 정했다. 클라우스 퇴퍼 UNEP 사무총장은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사막은 환경의 지속성과 인류의 안전, 국제적 합의에 따른 개발 목표 달성에 대한 커다란 장애물 중 하나”라고 밝히고 “생산력 있는 전 세계 토지 중 절반이 건조지역이므로 이 지역이 사막이 되지 않도록 지구적, 국가적, 지역적 단계의 현명한 경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건조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평화롭고 건강하며 사회적으로 발전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도록 사막화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각 국의 정부와 시민에게 촉구했다.

이런 메시지들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빈곤에 허덕이는 지구촌의 발전을 보장하면서 사막화 방지 등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호소를 담고 있다. 열악한 개도국의 환경문제가 전 세계 지속가능발전의 장애요인이라는 것은 많은 국제회의에서 수없이 논의됐던 문제다.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지속가능발전위원회 회의에 참가했을 때도 참가국들은 전기조차 없는 생활을 하는 아프리카나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군소도서국가의 빈곤을 줄일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인류의 활동 결과로 발생한 사막화는 유목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진행된 환경문제이다. 대부분의 빈곤한 나라들에 악순환을 더하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극심한 황사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사막화 문제가 결코 우리에게서 비켜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황사 발원지인 중국 서부지역을 대상으로 생태환경 복원사업을 시행하는 등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오늘 환경의 날을 맞아 21세기 화두인 지속가능발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심각한 환경문제-사막화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구촌 차원의 지혜로운 대책 마련이 필요한 만큼 우리도 사막을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웃 나라의 이야기,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인식하고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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