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용 환경부차관

   
▲ 이규용 환경부차관
저녁을 먹고 운동삼아 한강변을 거닐 때면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자전거로 유유히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의 싱싱하고 활기찬 모습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자전거 타는 이들의 머리 위론 아름답게 빛나는 한강다리를 지나가는 수많은 차들의 불빛이 눈부시게 도심의 어둠을 비추곤 한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연이은 차량의 행진이 대비를 이루며 우리 도심 속에서의 참 이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가끔 유럽의 선진국을 방문해 보면 그들의 여유로움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머금은 모습에 감탄과 함께 부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그 중 네덜란드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는 ‘델프트 시’는 수려한 자연환경, 고색창연한 문화유산으로 유럽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델프트 시가 살기 좋은 도시로 알려지게 된 데에는 또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전체 인구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 학생들의 60%가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도시. 바로 그들의 여유가 돋보이는 ‘자전거 문화’이다.

우리나라 면적의 1/3인 네덜란드는 70년대 좁은 도심에 넘쳐나는 자동차로 골머리를 앓던 중에 교통정책을 근본적인 시각에서 바꾸기 시작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 도로망을 확충하고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주는 등 ‘자전거 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델프트 시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전체 도로망의 30%를 차지하고, 집 대문 앞에는 ‘바이시클 드럼(bicycle drum)’이라고 불리는 자전거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다.

1,500여만대의 자동차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수도권의 대기오염도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를 차지하며, 모든 것에 빠름문화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자전거 천국’인 델프트 시의 모습은 꿈꾸는 미래상처럼 다가온다.

지난 6월 ‘환경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환경부가 전국에 뻗어 있는 약 200㎞의 자전거 도로에 대한 안내서인 ‘바이크 투어맵’을 만들고, ‘바이크 코리아 2006’을 선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도 숨막히는 교통체증과 오염된 공기 대신 도심 속 여유로운이동과 건강한 친환경적인 삶을 위해서이다.

바이크 투어맵은 전국 자전거 도로는 물론, 자연탐방로, 산길, 주변명승지, 맛집, 자전거 관련시설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주요도시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지름길이 어디인지 안내되어 있어 아침마다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우리를 해방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이때 일상에 지친 우리는 여름휴가로 설레어 있다. 공항에는 외국으로 여름휴가를 떠나기 위한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전국 휴양지를 찾아 떠나는 길에서도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 차 안에서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이번 여름에는 바이크 투어맵을 들고 자연의 손짓을 따라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바쁜 일상 때문에 뒤로 미뤄왔던 우리 곳곳에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여유로이 느끼며 그동안 소홀했던 자연과 인간과의 중심을 잡으면서 자전거의 페달을 밟아보자.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자연의 숨소리와 향취를 느끼게 해주면서 미래환경의 주인인 아이들 또한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자신의 삶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생각하면 페달을 밟자. 우리 아이들에게 숨쉴 공기를 주고 싶다면 페달을 밟자.”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권하기 위해 델프트 시가 만든 구호이다. 이처럼 숨막히는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과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자전거 두 바퀴의 여유와 행복을 생각하면서 우리들 마음 속에도 다시금 깊이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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