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Special Issue   대한민국 물산업 성장전략


“국내 물산업 기술 수준, 세계 첨단기술의 70∼85% 불과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 가능한 민·관 합자 구축 시급”

연구개발·시장개척 체계적·적극 지원시 물시장 점유율 급격히 신장 가능


▲ 최 승 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Part 02. 강소 제조기업 육성방안

물시장,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 시점

GWI 자료에 의하면 세계 물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5천650억 달러로 조사되어 반도체 시장의 거의 2배에 달하며, 매년 4.3%씩 성장률을 보여 2025년에는 8천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물산업 기술은 세계 첨단기술 수준의 약 70∼85% 수준에 달해 연구개발 및 시장 개척에 대한 체계적·적극적인 지원에 따라 물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신장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에 직면하고 있어 물산업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약 36조 원 규모이며 그 중 제조업이 16조2천3억 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제조기업당 매출액은 평균 44억5천800만 원, 근무자수는 약 14.7명으로 조사되어 1인당 매출액은 3억 원에 불과하다. 또한 제조업에서 장치에 대한 매출액은 14조9천억 원으로 물산업 전체에서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는 반면, 수출액은 7천억 원으로 세계 물시장 규모에 비해 낮은 점유율을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선정한 세계 일류상품(5천만 달러 이상 규모의 세계시장 점유율 5% 이내의 상품)은 2015년 기준 680개에 이르며, 세계시장 점유율이 1위인 품목은 161개로 조사되었으나 그 중 물산업 제조기업의 상품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물기업의 성장 및 일류상품 개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코트라·수공 등 해외진출 적극지원

물산업 지원제도는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 K-water (한국수자원공사) 등 다양한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

KOTRA는 해외시장 개척지원 사업, 해외공공 조달사업, 외국인 투자유치 지원사업 등 수출 기업의 수출을 촉진하는 데 사업 목표를 집중하고 있으며, 80개국 119개 무역관을 유지하고 14개국 16개 해외 공공조달 지원센터도 운영하는 등 해외진출에 적합한 다양한 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국가환경산업기술정보시스템(KONETIC)’ 운영을 통해 환경산업과 관련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환경산업 육성 △해외진출 지원 △친환경 제품 기술 인·검증 △친환경생활 지원 △환경보건·복지·안전 지원 등을 주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K-water는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 △민·관 공동투자 기술 개발 사업 △해외진출 지원사업 등 많은 지원사업을 실시하며, 해외건설협회는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를 통해 물산업 수주 정보 등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는 물산업 지원과 관련한 금융지원제도를 시행 중이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공적 개발원조를 연계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저가수주 등 수익구조 불균형 심화

이처럼 중소기업의 해외진출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제도는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으나 △수익창출의 어려움 △전문 인력 부족 △사업 규모의 영세성 △기술개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기업의 직접적인 성장으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물산업은 사업수주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나 중소규모의 물기업 대부분은 대기업에 하청·재하청 형태로 수주하고 있는 데다, 조달청에서 시행 중인 ‘종합심사낙찰제도’ 역시 다수의 시공경험을 보유한 업체를 우대해 대기업이 우선되어 중소기업은 기업간 경쟁에 무리가 따른다.

또한 중소기업은 국내 최저 낙찰제 등으로 인한 저가수주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으며, 중간업체 부도 시에는 대금회수가 불가능해 수익구조 불균형은 더욱 악화되는 실정이다. 수익구조 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발생해 중소기업은 해외진출에 필요한 고급인력이 부족해진다.

그 결과 발주처·해외 감리단체를 설득할 만한 의사소통 능력이 저하되면서 대외홍보에 취약해져 정보 유통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기술개발에 어려움이 제기되어 신기술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져 기술이 사장될 위험이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악순환의 반복으로 자본 축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영세한 사업구조를 탈피하는 게 급선무다.

예산배정 기반 시장 확대 필요

이에 물기업들은 하청·재하청 구조의 개선하고 중소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컨소시엄 프로젝트형 사업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입찰 사업 구조의 개편을 요청하고 있으며, 중간업체 부도 시 납품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발주청의 직불제도 도입을 희망한다.

국내 상하수도시장은 신설사업이 소멸된 상태로 유지 관리 사업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무리가 따를 뿐만 아니라 상수도시장은 대부분 지자체, K-water가 관리·운영하고 있어 민간기업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하수도시장은 비교적 민간기업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소규모 운영에 불과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하수처리 운영기업의 육성에도 한계가 따른다.

시장 기반이 형성되어야 기업의 성장 토대가 구축되어 강소기업의 육성, 고품질 제품의 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 등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국내시장이 부재하면 해외진출은 물론이고 어떤 기업도 성장할 수 없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추진이 가능한 사업인 노후 시설물 개선사업에 대해 예산을 배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 우리나라 물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약 36조 원 규모이며 그 중 제조업이 16조2천3억 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제조기업당 매출액은 평균 44억5천800만 원, 근무자수는 약 14.7명으로 조사되어 1인당 매출액은 3억 원에 불과하다.

해외사업 적합한 장기지원 필요

물산업은 국내시장에서 공공사업으로서 우선순위를 배정 받아 고품질 제품 및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어야 하나, 정부 및 공기관의 지원책은 물산업 시장의 형성에 큰 실효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장 내에서도 중소기업 제품 및 신기술에 대한 안전성에 우려를 나타내 설비·기자재 부품 시장의 성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해외시장의 경우 인증요구 기간은 대개 3∼4년이 소요되나 정부지원 제도는 대부분 평균 2년 정도의 단기간 지원이므로 실제 기간에 적합한 장기적 지원이 요구된다. KOTRA의 활용 측면에서도 물산업은 전체 산업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교적 소규모의 산업으로, 타 산업과 KOTRA의 지원에 대한 경쟁이 심해 물기업들의 기회가 불충분할 수밖에 없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역시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소규모 및 단기 지원에 그쳐 개발사업의 근간인 엔지니어링 육성 강화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 우리나라 물산업 기술은 세계 첨단기술의 70∼85% 수준이지만 연구개발 및 시장개척에 대한 체계적·적극적 지원에 따라 물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신장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진단 실시 등 승인기준 강화

‘수도정비기본계획’ 및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는 반드시 기술진단이 실시되어야 한다. 기존에는 단순승인으로 활용도가 미흡했으므로, 정부는 철저한 점검을 통해 노후도를 판단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계획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승인을 보류해야 하며, 기술진단을 미실시할 경우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진단결과에 따른 개선사항은 기본계획에 반영하는 등 승인기준 강화를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다. 연구비 증가를 통한 기술개발 확대의 필요성, 홍보 및 정부유통 부족 문제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기업 홍보를 위한 영문홈페이지는 우리나라 기술에 관심을 가진 해외 바이어들이 시간·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전시회 참가 이상의 홍보 기회가 될 수 있으나, 많은 중소기업이 영문홈페이지를 운영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제작을 원하는 기업에게 위탁 수수료를 받고 포털사이트를 개설·제공하는 등 영문홈페이지 구축에 대한 지원이 요구된다.

한편, 대구시 달성면 국가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물산업클러스터는 경쟁력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벤처 물기업 육성에 대한 토대를 마련하는 등 지속적으로 물시장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며, 개발기술 및 제품 성능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Test-Bad)를 제공해 제품 성능을 통합하는 인·검증 확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1천㎥의 소규모 시설만 구축되어 있어 보다 큰 규모의 시설 구축이 요구되며 세계적인 랜드마크(Land mark)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클러스터 연계 랜드마크 구축

해외 바이어들의 벤더 리스트(Vendor list) 내에 국내 제품이 등록 가능하도록 하는 지원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EPC 도급 사업보다는 수익이 높은 개발사업으로 전환이 요구되며, 국가적 영향력을 통해 해외 고위 공무원 등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전시회의 경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술 홍보가 가능한 제도가 필요하다. 단순 초청에 국한되지 않고 사업까지 연계를 위해서는 해외 바이어들이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인정할 수 있는 세계적인 랜드마크 시설물이 구축되어야 한다. 해외 바이어뿐만 아니라 수도사업자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세계적 랜드마크 시설물은 우리나라 기술과 제품의 전시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PUB는 건설시장을 개방해 시장 기반을 제공했을 뿐 플랜트는 민간기업인 하이플럭스(Hyflux)의 진행으로 건설되었다. 이는 랜드마크 시설물 구축을 통해 해외 바이어들이 국가의 기술력에 주목·인정하게 된 성공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 또한 정부에서 물산업 랜드마크 시설물 기반을 제공해야 하며, 이러한 시설물은 활용도 향상을 위해 물산업클러스터와 연계할 수 있도록 물산업 중심도시인 대구시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 우리나라도 싱가포르 하이플럭스(Hyflux)처럼 우리 기술과 제품을 전시할 수 있는 랜드마크(Land mark) 시설물 건설이 필요하다. 사진은 하이플럭스가 운영 중인 투아스프링 해수담수화시설 홍보관.

공동수주 적용, 과도한 저가수주 방지

한국상하수도협회는 기업이 가장 큰 문제를 겪는 부문이 입찰·낙찰임을 고려해 공동수주를 통해 지나친 저가수주를 방지해야 하며, 현행 낙찰제도의 시행조건을 면밀히 관찰해 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중소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보완사항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납품대금 회수 불가로 인한 손해를 막기 위한 납품대금 직불제도를 도입하고, 지역업체의 기여도를 평가해 차후 공사에 반영하는 등 지역업체의 무조건적인 참여를 개선해야 한다. 납품대금의 직불제도는 서울시의 ‘대금e바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인·검증을 받은 제품이라 해도 즉각적인 적용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각 수도사업자별로 지나치게 많은 기준을 적용하면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됨을 인식해 각종 인·검증제도의 과정 분석, 평가를 바탕으로 통일된 인·검증 과정을 수도사업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KOICA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ODA 지원으로 상하수도 시설 설치사업을 확대해 우리나라 물기업의 참여를 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KOICA의 PPP 프로그램 진행 시 ODA 자금을 통한 마스터플랜은 제시하나 이후 사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제공하지 않는 반면, 일본의 JICA(일본국제협력기구)는 사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필요자금을 지원하는 등 토털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참조해 우리나라도 지원 이후 후속사업의 연계체계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

 
민·관 종합상사, 해외진출 첨병 역할

중소기업은 해외경험 및 담당 인력이 부족해 많은 해외 수출입 경험을 보유한 종합상사 역할을 하는 기업이 필요함에 따라 민간자본 51% 이상의 민·관 종합상사를 육성해 해외진출의 첨병(尖兵)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민·관 종합상사는 △국내 수처리 기술과 제품에 대한 해박한 정보 보유 △해외진출 대상국의 수처리 수요 및 전반적 경제현황 정보 보유 △해외진출 대상국의 인적 네트워크 보유 △해외진출 대상국의 조달기관에 우리나라 제품의 벤더 등록 지원 △해외진출 대상국의 현황 및 문제에 대한 토털솔루션 제공이 가능한 전문 인력 보유 △토털솔루션을 이행하기 위한 자금의 조달과 사업개발 능력 보유 등의 사항을 기대할 수 있다.

아무리 강소기업·제조기업 육성에 대한 정부 지원이 철저하다 하더라도 성장은 결국 기업의 몫이다. ‘허물을 벗지 않는 뱀은 죽는다’는 말처럼 자체의 노력을 쏟지 않는 기업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시장에서 사장될 수밖에 없다. 이에 기업 자체의 노력을 바탕으로 물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기업의 꾸준한 노력과 정부의 적합한 지원이 뒷받침 될 때 비로소 강소기업 육성이 가능할 것이며, 물산업에서 육성이 가능한 부분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및 실행을 통해 물산업 전체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때이다.

[『워터저널』 2016년 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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