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리포트


“인도네시아, 상수도 보급률 29% 불과”

자카르타·반둥 등 수도권 지역 물부족·환경문제 위험 수준
하수도는 2%로 오·폐수 처리 열악…다양한 물문제 해결 시급


▲ 최 동 진
국토환경연구소장
인도네시아 물문제와 개발협력 사례

인도네시아, 발전 가능성 유망

인도네시아는 2015년 기준 인구 2억5천500만 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인구수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GDP(국내총생산)는 8천957억 달러로 조사되었다. 국가면적은 190㎢로 한반도의 9배이며 풍부한 자원 및 인력을 기반으로 몇 년 후에는 GDP가 우리나라를 넘어설 거라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는 발전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주목됨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이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 방식이 아닌 선진국들의 협력 차원에서 접근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기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나 대부분의 지표에서 행복도가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영국의 신경제재단이 삶의 행복지표, 환경오염지표, 기대지수 등을 반영해 행복 지수를 분석한 ‘지구촌행복지수(HPI, Happy Planet Index)’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12년 55.5점으로 14위를 기록했으며, 우리나라는 63위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환경지속성 지수의 경우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인다. 이는 최근 20여 년간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 과정에서 인구와 산업의 과도한 도시집중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우리나라가 산업화 과정에서 겪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폐수 처리 등 물문제 해결 시급

인도네시아는 물을 모든 분야에 걸쳐 전체 국민의 복지를 위한 편익을 제공하는 ‘전지전능한 신의 선물’이라고 여긴다. 때문에 물을 공공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복지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나 아직까지 오·폐수 처리가 열악하고 심각한 위생문제에 직면해 있어 다양한 물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특히 자카르타와 반둥을 포함하는 광역 수도권 지역은 물부족을 비롯한 환경문제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수준에 처해 있다.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는 북부 해안에 급격한 지반침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심각한 침수 위험에 노출되어 우기 때마다 전역에 걸쳐 상습적인 홍수가 발생한다. 또한 만성적 교통체증, 식수 및 용수 부족, 하수처리체계 미비로 인한 강 오염이 심각해짐에 따라 자카르타 지역에 지속가능한 관점의 종합적인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8∼2014년까지 네덜란드와 공동으로 자카르타 해안 방조제 건설을 포함하는 ‘수도권 통합 해안 종합개발사업(MCICD)’마스터플랜을 마련했으며, KOICA(한국국제협력단)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간척사업인 ‘새만금간척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에 협력을 요청하는 등 실현이 가능한 개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해안방조제 사업, 347억달러 책정

‘자카르타 해안방조제 사업’은 길이 32㎞, 최대 높이 75m, 폭 13m의 규모로 2014∼2017년까지 1단계 8㎞ 구간에 대한 공사를 시작해 2030년을 목표로 배후단지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347억 달러가 책정되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단계 구간에 정부예산을 투입한 후 나머지 구간은 민간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많은 비용을 투자할 기업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으며, 자카르타 해안 방조제 사업이 인도네시아 전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환경문제를 비롯한 문제점들에 대해 명확한 해결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 해안방조제 사업 △칠리웅강 복원 사업 △찌따룸강 수질 개선 사업 △인니 경제특별구역 설립 협력 △농기계산업 협력 △석탄화력 발전 △조선산업 협력 △농산업복합단지(MIC) △페칸바루 상수도 개선사업 등의 개발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칠리웅강, 찌따룸강 등에 대한 하천복원사업은 환경부와 KOICA가 협력해 진행 중이다.

 
상수도 보급률 29%…하수도는 2%

인도네시아는 세계 물자원의 6%를 보유할 정도로 수자원이 풍부하나 상수도 보급률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우물·하천·간이급수시설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먹는물을 마련하고 있으며, 도시의 절반 가량은 수도, 생수 등 물값을 지불하고 있다. 도시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 또한 29%에 불과하다. 더욱이 자카르타 지역의 경우 지하수의 과도한 취수로 인한 지반침하, 염수 유입 문제 등이 발생해 식수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자카르타의 하수도 보급률은 약 2%로 총 인구 1억1천만 명이 사용한 폐수에 대한 처리비율은 약 1%에 불과하다. 이처럼 하수도 보급률이 매우 낮아 인도네시아의 위생문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국가와 지역 경제발전 및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자카르타 시민들 대부분은 집에 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시민의 14%는 노상배변을 하는 등 위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오·폐수 처리도 열악해 정화조 슬러지는 5% 미만, 생활오수는 1% 정도만 적합하게 처리되고 있으며 정화조에 포함되는 약 60% 중 4%만 처리되는 실정이다. 오·폐수의 부적절한 처리로 인한 고형폐기물 문제도 제기된다. 고형폐기물은 약 70%만 하수 매립장에 매립되고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하천으로 유입되어 하천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다.

▲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시의 하수도 보급률은 약 2%로, 시 인구 1억1천만 명이 사용한 폐수의 처리비율은 1%에 불과해 하천오염이 심각해지는 등 인도네시아의 위생문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반둥지역 지하수위 지속 감소

반둥 지역은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도시권역 면적으로는 두 번째를 차지하는 지역이며, 수원의 75%를 지하수에 의존한다. 이로 인해 지하수위는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당초의 수위보다 50m 이상 낮아졌으며 2006년의 조사에 따르면 매달 2.3∼18.4㎝씩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산업단지 부근에 지하수위 감소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산업발전으로 인한 문제가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반둥지역의 주요 산업은 섬유산업으로 우리나라 기업도 다수 진출해 있으며 이에 타 지역보다 산업으로 인한 폐수 발생량이 많아 지하수 추출이 아닌 폐수 재이용을 활용한 용수 공급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지하수에 대한 의존 비율은 2007년 기준 생활용수의 70%, 산업용수의 60%로 조사되었다. 한편, 반둥 지역은 심층 대수층에서 지하수 유량의 43%에 가까운 수량을 취수 중이다.

▲ 인도네시아의 주민 대부분은 우물·하천·간이급수시설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먹는물을 마련하고 있다.
찌따룸강, 고형폐기물 유입으로 몸살

인도네시아의 물관리는 도시와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수자원의 개발·공급 중심으로 진행됨에 따라 많은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했으며, 우리나라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1960∼1970년대의 상황보다 더욱 심각하다. 그 중에서도 수도권 대도시들이 집중되어 있는 서부 자바지역의 경우 수자원 개발이 가능한 양을 초과해 산업과 인구가 증가했고, 하천오염으로 이어져 수자원 이용 여건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찌따룸강 유역은 대하천을 낀 수도권에 산업과 인구가 집중되면서 국가 경제발전의 핵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이 한강 유역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용 가능한 수자원 양은 한강보다 적은 반면, 훨씬 많은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면서 급속히 성장해 물부족, 수질 오염, 폐기물 문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현재 찌따룸강은 자카르타의 식수원으로 공급되나, 고형폐기물이 유입되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오염하천으로 ‘쓰레기 하천’이라 불리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모든 분야의 물문제가 동시에 심각하게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에서 △반둥 상수도 등 먹는물·상수도 문제 △까리안댐 건설사업 △KOICA에서 추진 중인 홍수 예·경보 사업 △찌따룸강 하천유역통합관리(IWRM) △자카르타 해양 방조제 사업 △칠리웅강 하천복원 등 유·무상 원조 △인도네시아 정부의 자체 사업 △국제기구의 개발 사업 등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업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반둥 지역에 시장형 적정기술을 적용하여 설치한 상수도 시설.

단순지원 대신 주민참여형 사업 추진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지하수 취수 방식은 과도한 활용으로 지반침하 및 해수면 상승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잦은 홍수 문제를 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는 먹는물 문제, 위생문제, 수자원 공급량 부족 문제, 수자원 개발 문제, 하천오염문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물문제가 나타나 해결이 시급하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단발성이 아닌 여러 방식의 협력 프로그램과 동반해야 하며, 단순 형태의 지원이 아닌 주민 참여형 사업으로 추진해 건설 과정에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및 현지협력(거점)센터 등의 플랫폼이 요구된다.

인도네시아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 따른 물문제, 환경문제를 경험하는 상황에서 유사한 사례를 가진 우리나라의 경험을 공유하기를 희망한다. 이에 인도네시아 물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 방식 및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보다는 우리나라의 사례들을 참조해 현지여건 및 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워터저널』 2016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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