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환경뉴스

 

말레이시아, 엘리뇨 동반 가뭄·폭염 심화

말레이시아 정부, 상수관리 비상…5개주서 인공강우 활동 전개
인터몬순 시즌 도래, 폭염·연무 우려 증가…6개 주요 댐저수율 50% 미만

 

수마트라 남서풍 영향 연무 발생…해결 역부족

3월부터 건기에 들어선 말레이시아는 엘니뇨현상까지 동반되면서 전례 없는 가뭄과 폭염을 겪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말레이시아의 5∼9월 동안의 기간은 ‘인터몬순(Inter-monsoon) 시즌’으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더운 남서풍이 불면서 산불이 나고 연무(煙霧, haze)가 발생하는 시기이다. 최근 들어 비가 조금씩 내리기도 했으나 이미 4월 초까지 3주 연속으로 비가 오지 않는 건기(乾期)가 지속된 결과 가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 바닥까지 물이 말라붙은 페라크주의 Bukit Merah호수. [사진제공 = Channel Newsasia]

제한급수 개시, 상수공급량 저감 등 심각

가뭄이 지속됨에 따라 말레이반도 북쪽에 있는 페를리스(Perlis)·케다(Kedah)·페낭(Penang)·페라크(Perak)주는 25일치의 급수원만 확보된 상황이다. 또한 5월 기준으로 켈란탄(Kelantan)주 Bukit Kwong댐, 케다주 Beris댐 및 Muda댐, 케다주·랑카위(Langkawi)주 Padang Saga댐, 페를리스주 Timah Tasoh댐, 조호르주(Johor)주 Labong댐 등 6개의 주요 댐 저수율은 50% 미만으로 저하된 상태이다.

빠항주 머르싱 지역에서는  1만7천 가구에 격일로 급수를 실시하는 등 제한급수를 개시했으며, 가뭄이 발생한 페를리스·케다·페라크·조호르·사바주 등 5개 주에서는 수처리장 원수가 부족해 상수공급량을 줄인 바 있다.

가뭄으로 인한 강 환경의 변화 현상도 목격되었다. 페낭의 유명한 해변 관광지인 Batu Ferringhi 지역 주변에 위치한 Sungai Mas강은 가뭄으로 인해 물이 검게 부패되면서 악취가 날 정도로 오염되었다. 페라크주의 Bukit Merah호수 및 페낭주의 Sungai Pinang강은 물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물이 말랐는데, 이는 1998년 최대 가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편, 말라카 지역에서는 상수원의 강과 인접한 양어장에서 폐수를 방류해 상수원이 오염됨에 따라 2만2천 가구에 물공급을 중단하고, 양어장 물고기 3천 마리를 긴급 이동시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의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면 머지않아 국가적 차원의 급수 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 해 농사를 크게 망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당장 말레이시아 최고의 농사지대인 케다주에서는 아직도 많은 농부들이 가뭄 때문에 파종조차 하지 못한 실정이다.

물사용 제한 대비, 대체수자원 개발 시급

수도권 끌랑밸리(Kelang Valley)와 행정복합도시인 뿌뜨라자야(Putra Jaya)의 통합인구는 580만 명으로 말레이시아 국민의 하루 급수 사용량은 232L임을 고려할 때 상당한 상수 수요가 발생된다. 수도권 인근 댐들의 수위에 아직은 여유가 있으나, 건기가 지속될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지난해처럼 물사용이 제한되는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때문에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기 전에 지하수 개발, 농수의 식수처리 등 대체수자원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당장은 식수난으로 연결될 정도의 큰 위기는 아니며 향후 1∼2개월은 물공급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가 많은 양의 강우로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했던 사례를 고려한다면 안심할 수는 없다. 또한 현재의 가뭄이 끝나면 라니냐(La Nina) 현상이 9∼10월 사이 발생하면서 가뭄이 홍수로 상황이 뒤바뀔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전체 물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연무 시즌 돌입, API 증가…대기오염 우려

5월 중순부터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정글에서 농장 개간을 위한 불법화전이 재개되면서 짙은 연무가 동북쪽으로 불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뒤덮는 시즌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덥고 건조한 날씨는 대기오염 성분들까지 증가시켜 공기오염지수(API, Air Pollutant Index)가 높아지므로 여기에 연무까지 겹쳐지면 심각한 대기오염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연무가 오기 전임에도 이미 전국적으로 가뭄 속에서 화재가 빈발하고 있고 최근 수도권의 쓰레기 소각장 화재까지 겹쳐 수도권은 때 아닌 연무 소동을 앞서 겪기도 했다. 또한 쿠알라룸푸르 주변 수도권에서는 API가 건강에 해로운 수준(101∼200)까지 올라간 사례가 발견되었다.

API는 0∼50(양호), 51∼100(보통), 101∼200(유해), 201∼300(심각), 300 이상(위험)으로 분류된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연무가 끼는 시기에 대기오염상태를 실시간 공지사이트(http://apims.doe.gov.my/v2)에 게재해 국민들이 사전에 정보를 참고하고 바깥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고 41℃ 폭염…전력수요 1만7천175㎿ 기록

말레이시아도 31∼33℃로 기온이 오르면 더운 날씨로 인식되는데, 지난 4월 1일 말레이반도 최북단 태국 접경주인 페를리스주의 기온은 41℃까지 올라간 바 있다. 페를리스주 Chuping 지역의 경우 2014년에는 22℃까지 기온이 떨어졌으나 올해에는 37℃를 기록하는 등 북쪽지방의 더위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온이 37℃ 수준으로 3일간 지속되면 학교는 자동으로 휴무에 들어간다는 교육부 훈령을 실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기했다.

혹서기로 인해 에어컨 수요는 30∼50% 이상 급증되면서 일부 유명브랜드 에어컨들은 이미 재고가 소진되었고 에어쿨러나 선풍기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이처럼 무더위 속에서 냉방기구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 사용도 역대급 기록을 경신 중으로, 지난 3월에는 2014년 1만6천901㎿ 기록을 넘어 최대 전력수요 1만7천175㎿를 기록했다.

다행히 말레이시아 본토(반도) 내 전력공급 역량은 최대 2만2천220㎿로 당장 전력난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뿐만 아니라 독립 발전체계를 가진 보르네오섬 북부 말레이 영토에서도 사상 최초로 939㎿의 전력 사용을 기록하는 등 말레이시아는 올해 최악의 폭염 및 가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비수익 수량 대부분 높아…누수탐지기술 주목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가뭄 대책으로 페를리스·케다·페라크·조호르·사바 등 5개 주에서 인공강우(cloud seeding)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체수자원으로는 지하수 개발, 빗물 집수 관리가 제시되었고 지진이나 태풍에 대비해 물저장 시설에 대한 대대적 정비도 요구된다. 이는 빗물 집수 관리기술을 확보해 활용 중인 우리 기업들에게 말레이시아 시장에 대한 진출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에서는 물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수되는 양이 많다. 전체 13개 주에서 ‘비수익 수량(non-revenue water)’이 30% 미만인 주는 3개에 불과하며, 5개 주는 비수익 수량이 40∼50%에 달해 절반 가량의 물이 누수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누수탐지 기술이나 누수 방지 파이프 등 비수익 수량을 감소를 위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련 기업들은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한편, 폭염으로 인해 냉방장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브랜드 선호도는 확연하게 갈려 유명 브랜드는 초반에 매진이 되고 저가제품은 남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우리나라 제품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다는 이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등 진출의 성공 기회를 물색해야 한다.

[출처 = KOTRA GlobalWindow(www.globalwindow.org) / 2016년 5월 16일]

[『워터저널』 2016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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