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은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Issue & Forum] 경기도 물산업 미래 전략


“기후변화 위기, 우리 물산업 글로벌화 기회”

세계 물시장 규모 지속적으로 성장…토털솔루션 서비스 제공 기업이 물시장 주도
물산업 기술, 막여과 고도수처리·지능형 물생산·공급 시스템으로 패러다임 변화
ICT 융복합 물관리 기술·시스템 수출 주력 등 시장 맞춤형 해외진출 전략 세워야

 

▲ 남궁 은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Part 01. 기후변화와 수자원 불균형, 그 대책과 물산업 기회는?

가뭄 예측 어려워 물관리 방안 중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4계절 온대기후에서 2계절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점차 연간 강우량의 편차가 심화돼 건기와 우기가 뚜렷해지고 있으며, 지난 100년 간 한반도의 기온은 세계 평균의 약 2배인 1.5℃ 상승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수질악화 및 생태계 변화, 극한 자연재해 등이 발생하고 있어 철저한 물관리 대응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과 피해로는 △가뭄·홍수·폭염·폭우 등 극한 기상현상의 증가 △북극 빙하면적 감소로 인한 해수면 상승 △해양온난화 및 산성화 △생태계 변화와 다양한 동식물의 멸종위기 △식수오염 관련 질병 증가 △수자원·해양자원 등의 사회적 갈등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물에 의한 피해는 홍수 증가나 가뭄 빈발, 식수 부족, 수질 악화, 생태계 악화 등을 유발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 중 극한홍수는 단기적 피해 형태를 띠는 반면, 극한가뭄은 발생 예측이 어렵고 피해가 장기적으로 나타나 위험도가 큰 만큼 물관리 방안이 전적으로 중요하다. 흔히 물산업의 종류로 상하수도나 수처리 등 공급·재생에 관한 사업을 생각하기 마련이나, 물그릇을 만들어 운영·관리하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업이다.

 
빗물 활용량 전체 26%로 높은 편

물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절약 측면에서 수요 관리가, 확대 측면에선 용수 공급이 필요하다. 국내 물수요 관리 대책 방안으로는 △상수도 누수 방지 △노후수도관 교체 △중수도 확대 △수도요금 정상화 △절수기기 보급 확대 △절수형 산업 및 농업으로 전환 △물절약 교육 및 홍보 등이 있다. 특히 생산원가의 80%밖에 되지 않는 현재의 수도요금을 100%의 생산원가에 마진까지 고려한 가격으로 새롭게 설정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용수 공급으로는 △신규 댐 건설 및 기존 댐 재개발 △지하수 개발 및 보전 △광역상수도 확충 및 연계 △지표수와 지하수의 연계 이용 △통합물관리(IWRM)·스마트워터그리드(SWG) 체계 구축 운용 △빗물재이용 △해수담수화 △하수재이용 등이 시행되고 있다. 이 중 해수담수화와 하수재이용은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이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내리는 빗물 양을 100이라고 가정할 경우 활용량은 26% 수준으로 상당히 많은 양을 물그릇에 담아 우수하게 활용하고 있는 편이다. 전체 수자원 총량 중 42%는 손실되어 사라지고 나머지 58%만이 이용 가능하다. 그 중 증발산하거나 하천·바다로 유실되는 양(32%)을 제외하고 남는 총 이용량은 26%로, 이 물은 댐 용수(15%), 하천수(8%), 지하수(3%)로 이용되고 있다. 용도별로는 농업용수(47%)로 가장 많이 이용되며 생활용수(23%), 하천유지용수(22%), 공업용수(8%) 순으로 쓰이고 있다.

 
물관리 방안으로 SWG·IWRM 각광

이러한 가운데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물관리 방안으로는 △스마트워터그리드(Smart Water Grid, SWG) △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 LID) △통합수자원관리(Integrated Water Resources Management, IWRM) △식량(Food)·에너지(Energy)·워터(Water) 넥서스 등이 있다.

스마트워터그리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뜻하는 ‘Smart’에 기존 물관리 인프라를 뜻하는 ‘Water Grid’가 합해진 용어로 기존의 수자원 공급 관리망에 첨단 정보통신 기술(ICT)을 융합한 지능형 물관리 체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시범사업이 이뤄지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여러 도시에서 적용 및 도입 중이다.

기존 물관리 인프라의 경우 공급자 중심의 개별 처리·공급으로 물과 에너지 손실이 과다하게 발생했으나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되면서 실시간 정보교환 및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져 수요·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고효율 기법이 탄생했다. 이를 통해 수요자 중심의 연계처리 및 통합운영으로 대체수자원의 활용 또는 맞춤형 용수공급이 가능해졌다.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타 지역보다 도시 중심 온도가 약 3∼4℃ 가량 높은 열섬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저영향개발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빗물을 분산 관리하고 지하수를 함양하는 등 홍수 및 가뭄에 대해 효율적·친환경적인 물순환 상태를 만들어 선순환 구조로 관리하는 개발방법을 의미한다. 즉, 도시지역의 물순환 상태를 개발 이전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다.

통합수자원관리는 수량·수질, 하천, 댐·호수, 생태환경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지하수나 지표수, 대체수자원을 통합하는 개념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4대강 사업을 통해 일부 적용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확대·발전해나갈 방침으로, 정착을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4대 사회기반시설 중 물시장 가장 커

세계적으로 물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2025년에는 중동,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미국 서남부 지역 등의 물부족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수자원의 중요도와 비례해 물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2005년 OECD는 세계 4대 사회기반시설 분야를 수자원(Water), 발전(Power), 철도·도로(Road and rail), 공항·항만(Air·sea ports) 분야로 분류하면서 2005∼2030년의 25년 동안 이들 분야에 총 41조 달러의 투자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자원은 22조6천억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돼 발전(9조 달러), 철도·도로(7조8천억 달러), 공항·항만(1조6천억 달러) 분야를 큰 격차로 제치고 가장 수요가 많을 투자 분야로 예측됐다.

이는 그만큼 물산업에 기회가 많다는 점을 반증하는 사례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다. 세계 물시장 규모는 2010년 4천828억 달러(약 579조원)에서 2025년 1조370억 달러(약 1천244조원)로 연평균 6.5%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국내 물시장은 2020년까지 2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 세계 물시장 규모는 2010년 4천828억 달러(약 579조 원)에서 2025년 1조370억 달러(약 1천244조 원)로 연평균 6.5%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국내 물시장은 2020년까지 26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설치한 바레인 무라픽 해수담수화시설.

운영·서비스 3차 산업에 주목 필요

수자원의 취수·공급·재생과 관련된 물산업 분야는 건설업, 운영업, 제조업 등 다양하지만, 지금까지는 △댐· 광역상수도시설 △정수처리시설 △배관시설 △하수처리시설 △하수관거시설 건설 등 2차 산업인 건설업에만 투자가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운영·관리·서비스 등 3차 산업 분야에도 주목할 시점이다. 세계적인 물기업인 프랑스 수에즈(Suez)·베올리아(Veolia) 등 물기업들은 이미 운영·서비스의 3차 산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흔히 물산업에서 공급과 재생 분야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나, 수자원 확보·취수 분야도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큰 가능성을 지닌 분야다.

현재 세계 물시장은 상하수도 분야가 중점을 이루고 있지만 물재이용과 해수담수화 분야에서 급격한 시장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시장은 연간 10% 이상의 고성장이 예측되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 물시장의 주요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단기간 내에 상하수도 보급률을 증대시키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오는 2020년 중국의 물 인프라 시장은 2005년 대비 5배 가까이 성장한 약 480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해수담수화·물재이용 시장 진출 유리

해외진출을 꾀하는 우리 기업은 각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풍부한 수자원에 비해 자금이 부족한 동남아·중남미와 같은 나라는 신규투자 확대를 통해 물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는 지역으로, 자원개발과 연계한 패키지형 공략을 짜야 한다.

반면 수자원과 자금이 모두 풍부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노후설비 교체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공기업과의 컨소시엄으로 경쟁하는 것이 승산있다. 수자원과 자금이 모두 부족한 아프리카는 중장기적 잠재 시장으로서 공적개발원조(ODA) 기반의 랜드마크 수처리시설 건설을 통해 대외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업 진출 대상 1순위로 중국 대도시 및 중동지역을 꼽고 있다. 이들 지역은 수자원은 부족하지만 자금이 많아 진출을 희망하는 세계 물기업 간 경쟁이 심화된 상태이다. 이에 우리 기업은 해수담수화, 물재이용 시장을 공략해야 하며 도시개발사업 등과 동반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개도국에 우리 경험·기술 전파 기대

지난 해 9월 UN이 지정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의 17개 항목 중 물과 관련된 분야가 세 가지를 차지하는 만큼,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물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세계 물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후변화 위기를 물산업의 글로벌 기회로 잡아 물산업 역량 확보를 통해 해외진출을 꾀해야 하며, 특히 개도국 시장에 진출을 노려야 한다.

지난 30∼40년 동안 우리는 물과 관련한 경험·실적·기술을 두텁게 확보한 상태로, 개도국에 우리의 기술을 전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개발이나 사업개발 전략을 전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선 시장 맞춤형 진출 전략을 철저히 세우고 ICT와 융·복합한 물관리 기술 및 시스템 수출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워터저널』 2016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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