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난 아딘 아딘 홀딩스 워터 컨설팅 CEO

 International Seminar  선진국의 지속가능한 물관리 기술·정책 사례


“이스라엘, 인식 개선·과감한 정책·혁신적인 기술 채택”

수요 대비 물공급 56% 수준…저류조 부상커버·태양광 패널로 물낭비 방지
국가 차원 물관리 중앙집권화·요금현실화·기준과 규격 최신화 최우선 사항

 

▲ 라난 아딘
아딘 홀딩스 워터 컨설팅 CEO
Part 02. 이스라엘 물절약의 비밀

기후변화 위기 국가 물 불균형 초래

이스라엘은 인구 약 800만 명, 면적 약 2만2천㎢에 이르는 중동 국가로, 지형은 북에서 남으로 약 400㎞, 동에서 서로 약 180㎞에 달한다. 최근 이스라엘이 직면한 큰 도전과제 중 하나는 기후변화로 인한 국가 물 불균형이며, 국토의 3분의 2가 사막지대인 이스라엘에서는 이를 해결하는 데 난관을 겪고 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이스라엘의 연간 최고 강수량은 평균 약 1천200㎜로, 이는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우리나라 평균 최저 강수량과 동일한 수준이다. 또한 이스라엘에는 상수 공급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수원이 ‘발레리(Valery)호’ 단 한 곳밖에 없으며, 이마저도 해안가를 따라 있는 인구밀집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물공급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인구성장률도 물 불균형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이스라엘의 이민자 수용 정책에 따라 인구는 독립국가 지정해인 1948년 91만9천 명에서 약 9배 증가해 2013년 기준 약 80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인구가 동일한 속도로 성장했다고 가정할 경우 약 1억6천700만 명에 이르렀을 정도의 높은 증가율이다.

 
30여년간 수로·집수지 등 물공급 노력

이러한 가운데 현재 이스라엘의 물공급은 수요에 비해 약 44% 부족한 상황으로, 이스라엘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적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1958년 준설된 ‘쉬크마 빗물집수지’다. 이 집수지는 지면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빗물을 모으고, 펌프를 통해 필요한 곳에 전달이 가능한 공급원 역할을 하도록 준설됐다.

 1964년에 시작된 국가적 수로 프로젝트인 「국가 수로운송법」은 갈릴리(Galilee) 지역에서 사막지대까지 물을 운반하는 목적으로 이용됐으며, 한 번 사용된 물은 농경지로 공급되어 재사용된다. 사막지대 외에 당시 해안가에 위치한 인구집중지역은 주로 지하수를 사용해 프로젝트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다른 빗물집수지인 ‘므낫세 빗물집수지’는 4개의 강으로부터 물을 끌어와 지하수로 침투시키기 위해 조성됐으며, 이와 함께 더러운 물이 바로 집수지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서 정화 기능을 담당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농업용수는 여전히 부족한 탓에 1969년에는 폐수처리장인 ‘샤프댄 간척공장’을 건설, 약 200만 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동시에 붉은사막지역으로 물을 운반했다.

이 외에도 2001년 ‘트리스차 저수지’, 2005년 ‘아슈켈론 담수화설비공장’ 등 이스라엘은 30여 년 동안 수로, 빗물집수지 등의 방법을 통해 수요에 맞는 물을 공급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으나 2000년대 초반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한 처지가 됐다.

 
 

 

 

 

 

 

 

 

 

 

 

 

 

 

 
통합적·전체적 물순환 체계로 변화

이에 이스라엘은 2014년 새로운 「국가수로운송법」을 마련, 해안가를 따라 5개의 담수화 설비공장을 설치·운영키로 결정했다. 2005년 아슈켈론(Ashkelon) 담수화 설비공장을 시작으로 △2007년 팔마힘(Palmahim) △2009년 하데라(Hadera) △2013년 팔마힘(Palmahim)2·소렉(Sorek) △2015년 아시도드(Ashdod) 등 총 5개의 담수화 설비공장을 건설, 하루 166만㎥, 연간 약 6억500만㎥에 해당하는 물을 생산해내고 있다.

담수화 설비공장에서 만든 담수화 용적은 현재 약 도시 물수요의 75%를 충족하고 있다. 1969년 운송되던 물의 80%가 관개용, 20%가 음수용으로 사용된 데 비해 현재는 20%만 관개용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80%는 음수용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는 도시 폐수의 약 80%가 관개에 재사용되어 관개에 필요한 물의 50% 가량을 충족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담수화 설비공장이 남쪽에 위치한 까닭에 과거 북쪽에서 남쪽으로 물을 운송하던 수로는 현재 남쪽에서 북쪽으로 물을 보내는 방식으로 전환됐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물순환 체계가 형성됐다. 특히 이 체계는 모든 물순환을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물순환 모형에는 빗물, 지하수 등의 자연적인 수자원과 재사용수 등의 인공적인 수자원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이에 따른 자연·산업·가정 등 다양한 물 소비자가 존재한다.

 
절수 캠페인으로 물부족 심각성 홍보

이스라엘은 다양한 공급원 및 수요자를 감안해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물낭비를 방지하는 국가적 차원의 물재사용 시설을 설치했다. 이스라엘 수자원공사 ‘메코롯(Mecorot)’이 다양한 지역으로 물을 운송하는 동시에 설비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1994년 설치한 파이프라인은 누수율이 3% 이하에 머물러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물을 운송하는 설비로 알려졌다.

저류조에 부상커버와 부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법 또한 물낭비를 줄이는 방안으로 꼽힌다. 저류조용 부상커버는 물 위에 뜨는 공을 저류조에 올려 물의 증발 현상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며, 부상 태양광 패널은 공기 중에 떠 있는 패널을 통해 물의 온도를 낮추면서 물의 증발 방지는 물론, 에너지까지 생성하는 고효율 설비다.

▲ 저류조용 부상커버.

교육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물절약 실천 방안 중 하나로, 이스라엘은 공식적인 국가가 되기 전인 1947년 ‘물낭비 금지’ 캠페인을 진행했다. 1950년대부터는 ‘모든 물방울 세기’라는 구호가 생겨나 1964년에는 이를 활용한 우표가 제작되기도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5년 간 이어진 극심한 가뭄 탓에 ‘이스라엘이 마르고 있다(2008년)’라는 강력한 캠페인이 등장했다. ‘갈릴리의 수자원이 5년간의 가뭄으로 마르고 있다. 갈릴리를 보호하자’는 구호를 담은 이 캠페인은 유명인사들을 참여시킴으로써 대중들에게 그 심각성을 알리기에 매우 효과적이었던 캠페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가물위원회, 종합 물관리 기능 수행

이스라엘은 기술개발이나 캠페인 진행, 교육 외에도 정책적으로 종합적인 물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다. 기술개발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통념과 달리 기술의 실질적인 도입은 일차적으로 정책에 의해 이뤄지며, 정책은 모든 변화의 시작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파악한 결과다.

이스라엘은 여러 부처로 분리되어 있던 물 관련 국가 기관들을 국가 인프라부서 산하의 ‘국가물위원회’라는 기관으로 한데 모아 종합적인 물관리 체계를 이루고 있다. 보건부가 수질 감독 역할을 상당 부분 담당하는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물관리, 계획 수립·감독에 있어 국가물위원회가 대부분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2006년 「수도법」 개정에 따라 현재 이스라엘 「수도법」은 ‘이스라엘 수자원은 공공재이고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수자원 관리를 담당할 책임이 있다’와 ‘물가격은 물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를 주요 컨셉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상업용 물가격은 2006년 약 2.23달러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3년 기준 약 7.21달러가 됐다. 이는 실질적인 물수요를 반영해 책정한 결과로 이스라엘 국민들의 물수요가 지난 7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최근 들어 이스라엘에서는 많은 규제와 표준화가 이뤄지고 있어 다양한 처리방법이나 재사용방법의 도입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관개용수용 하수 수질기준 △공업 유출수 기준 △식수 수질기준 △해수담수화 수질기준 △수도·하수용 제품 규격 △ISO 관련 기준 등 다양한 규제 및 규격의 최신화가 물산업과 관련한 주요 추진 과제로 떠올랐다.

국가 단위에서 물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물관리기관의 중앙집권화 △실질적인 물가격 산정 △기준과 규격의 최신화로, 이 세 가지를 이뤄낼 수 있으면 국가적 물관리 차원에서 많은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판단된다.

 
공공기관 절수기 의무사용 시행

가정용수를 제외한 도시 단위에서의 물사용은 공공기관, 공원, 상업·공업 등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25%는 낭비되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는 절수기의 설치·사용을 의무적으로 시행 중으로, 절수기를 수도꼭지와 샤워기에 모두 부착해 압력 조절을 통해 낭비되는 물이 없도록 하고 있다. 절수기는 가정과 공장에도 배포돼 정부 산하 업체에서 직접 설비를 담당·진행하도록 했다.

자동 멈춤 수도꼭지와 절수형 변기의 도입도 이뤄져 모든 공공기관에서 무조건 설치·시행하도록 강령이 내려졌으며, 공공기관은 무료 수자원인 응축수나 빗물을 활용한 물의 재사용에 있어 많은 국가적 지원을 받기도 했다. 또한 학교에서는 빗물 모으기 프로젝트 등을 진행해 비가 많은 겨울에 빗물활용설비를 통해 약 90%의 물을 절약하고 있다.

도시조경계획 또한 통합적인 물절약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빗물생태필터가 그 중 하나이다. 빗물생태필터는 모아진 빗물이 오염된 지하수와 섞여 농경지나 조경지에 사용된 후 불순물 처리과정을 거쳐 다시 지하수로 내려가는 시스템으로 △빗물 저장 △관개용수로 오염수 사용 △지하수로의 재충전 등을 가능케 하는 통합적 시스템이다.

 
 
SWS 활용해 1인 하루 물사용량 절감

이 외에도 △물을 적게 흡수하는 식물 식재 △식물 없는 지역 조성 △그늘 형성 △빗물저류연못 △점적 관개(drip irrigation) △야간 관개 △관개 타이머 또는 센서 작동 △빗물 혹은 유출수로 관개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점적 관개(drip irrigation)는 물이 원하는 지점에서 한 방울씩 배출되도록 하는 관개방법으로 물의 공급 속도가 느려 표면유거가 일어나지 않고, 식물 근권에 적정량의 물을 공급하는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보통 땅이 촉촉하면 땅속의 마개가 올라와서 물이 관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수동적인 시스템인 까닭에 에너지 소비가 전혀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누수 방지도 장기적 차원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도시 단위에서의 일반적인 누수율 허용치는 12∼15% 정도로,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평균 5∼12%의 누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스라엘은 △물공급 운영 개선 △사회기반시설 개선 △스마트워터시스템(Smart Water System) 등을 활용해 누수 방지 실현에 성공, 1인당 하루 공공 물사용량을 70lpcd(liter per capital day)에서 50lpcd로 줄였으며 지금까지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 단위에서는 공공기관에서 물을 절약하도록 제한하는 직접적인 절약 방안 외에도 △산업과 상업시설의 물절약 격려 및 의무화 △효율적인 수(水)공간 조경계획 △무수수율 NRW 저감 △국가수준에서의 재활용 등을 통해 물절약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정서 이용가능한 수자원 인식 중요

전 세계 가정에서의 물사용량은 일반적으로 100∼230lpcd에 이르며 이스라엘은 평균 165lpcd를 기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변기와 욕조가 있는 욕실(70%)에서 물사용이 가장 많고, 싱크대가 있는 부엌(20%)이 뒤를 잇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을 물순환 사이클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면 가정에서의 수자원도 충분한 활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이용 가능한 수자원이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데, 에어컨의 응축수나 증류수, 세면대나 세척기 등의 중수(D2O), 지붕으로부터의 빗물 등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수자원을 확보한 후에는 스마트 수량 계량기를 도입해 지속적으로 물사용량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단순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모바일 장치 알람 서비스와 원격 자동 종료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수도계량기가 도입되어 실시간으로 물사용량과 공급량을 분석하고, 누수 발생 시 즉각적인 파악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가정을 위한 추가적인 지침방안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 수도꼭지 잠그기 △필요한 만큼만 관수 △물절약 장치 설치 △가정 내 수자원 관리 시스템 설치 및 사용 △효과적 조경관리 수행 및 지속적인 누수율 모니터링 등이 있다.

 
▲ 야간 관개.
▲ 빗물 생태 필터.

과감한 정책 시도 먼저 이루어져야

물절약은 크게 △인식 제고 △정책의 과감성 △혁신성,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될 때 실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듯 엄격한 새 기준을 제정하거나 국가적 수자원관리기관을 설립하고 큰 스케일의 국가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의 과감한 정책을 도입·시행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다.

이와 동시에 ‘모든 물방울이 중요하다’와 같은 교훈을 통합적인 물순환 사이클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물재사용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는 것도 인식 제고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다.

이스라엘은 국가적 수자원관리위원회를 발족하고 국가 수로, 폐수 재사용시설 설치 등 대형프로젝트를 진행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다각도로 해결책을 모색해 끝까지 추진한 결과 현재는 다양한 효과를 얻고 있다.

[『워터저널』 2016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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