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특집 ➊   Part 04. 전문가 토론「물기본법」무엇을 담아야 하나?


“수리권 체계화·물분쟁 조정·통합관리할 컨트롤타워 필요

통합물관리 세계적 조류…「물기본법」안에 명문화해야”



지난 9월 7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에서 열린 ‘국회 물관리연구회 제3차 정책토론회’에서는 ‘효율적인 물관리를 위한 「물기본법」 무엇을 담아야 하나?’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이 있었다. 남궁은 명지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김영훈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 유성용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장, 안영규 국민안전처 재난예방정책관, 우효섭 응용생태공학회장, 김이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육경숙 ㈔녹색교육센터 소장, 최지용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 등 정부·학·연·시민단체 전문가 8명이 패널로 참석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물기본법」 제정을 위해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 내용을 요약했다.

▲ 지난 9월 7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에서 열린‘국회 물관리연구회 제3차 정책토론회’에서는‘효율적인 물관리를 위한「물기본법」무엇을 담아야 하나?’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이 있었다.

토 / 론 / 자
남궁은 명지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좌장)
김영훈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
유성용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장
안영규  국민안전처 재난예방정책관
우효섭  응용생태공학회장
김이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육경숙  ㈔녹색교육센터 소장
최지용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 전환 시점”

▲ 남궁 은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좌장)
■ 남궁은 교수(좌장) 앞서 분산형 수요관리, 다목적 물관리 등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에 대한 중요한 주제 발표가 있었다. 이제는 기존의 물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물관리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인 만큼 효율적인 물관리 시스템 구축 방안을 주제로 「물관리기본법」 관련 다양한 정책 제언이 논의되길 기대한다.

“물분쟁 조정 위한 컨트롤타워 필요”

▲ 김 영 훈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
■ 김영훈 국장 지금까지 「물관리기본법」의 성격을 뚜렷하게 규정짓지 않은 상태에서 세부적인 접근을 하다보니 많은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기본법의 전체적인 제정 목적이 정립되어야 하며, 현재 혼재되어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해결형 기본법’과 ‘원칙제정형 기본법’ 사이에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본법의 성격을 정립하기 위한 전제가 우선적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처별로 물관리 권한이 분산되어 있어 물배분 시 적정성 평가조정에 한계를 가지며, 물분쟁 조정 원칙의 부재로 전국 곳곳에서 물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효율적인 물관리를 위해 수리권 체계화가 요구되며 물분쟁을 조정하고 이를 통합하여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에 지난 2015년 9월 국무조정실에서 ‘물관리 협의회’를 구성하여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다소 해소된 상황이나 가장 복잡한 부분인 수량 부분이 통합되어 있지 않아 문제로 남아 있다. 물관리 체계의 개선을 위해 부처별로 고착화된 수량관리시설의 효율성을 재검토하고 시설 간 연계운영을 심도 깊게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수량관리에 수질 및 수생태계의 연계를 강화하여 수생태계 연속성 및 환경생태유량을 확보해야 한다.

“기존 물관리협의회 활성화 우선 검토”

「물관리기본법」에 대한 환경부의 기본 입장은 별도의 위원회를 신설하기보다는 현재 운영중인 물관리 협의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기본법안 논의과정에서 공청회 및 부처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정에 이르지 못한 전적이 있는 점에 미루어 기존과 동일한 논의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부처 간 합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수리권 조정 등 근본적인 물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법 제정을 추진하는 데 있어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물관리 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위원회 구성 시 국무총리 및 민간을 공동위원장으로 위임해 정부의 책임을 강화토록 해야 한다. 또 시·도별 시민위원회의 경우 한강수계관리위원회 등 기존 거버넌스(governance)와의 상충 및 유역 내 지자체간 물 관련 갈등 악화가 우려되므로 다수의 질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수원·공급망·배수시설간 연계 도모”

▲ 유 성 용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장
■ 유성용 국장 우리나라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6배 수준이나 높은 인구밀도 탓에 1인당 수자원 총량은 세계 평균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계절별 강수량 편차도 커 주기적으로 홍수와 가뭄이 발생하는 등 물관리에 매우 어려운 여건을 지닌 데다가 최근 극심한 기후변화로 홍수·가뭄의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중앙부처별 기능에 따라 분산형 물관리 체계를 유지하면서 더욱 세분화·전문화되어 발전해 왔다. 이렇게 분산된 물관리 체계는 각 기관의 고유업무와 결합하여 보다 전문성 있는 업무 추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나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분산적 물관리 체계에서 통합물관리로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기존에 설치된 수자원시설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수원(하천·댐·지하수 등), 공급망(상수도·관개시설 등), 배수시설(하수도·빗물저류시설 등) 간 연계관리를 도모해 왔다. 현재 정부는 도시 내수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처간 협업을 통해 주요 21개 하천에 하수도, 저류지 등 다양한 수방시설을 최적 연계하는 유역단위 종합치수대책을 추진 중이다.

“통합된 철학 아래 부처간 연계 필요”
 
수자원관리 측면에서 현재 가장 민감한 사항은 지자체 간 갈등에서 비롯된 물배분 문제로, 유역기반의 통합물관리 원칙과도 부합되지 않는다. 지난 6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는 효율적인 물관리를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발전용 댐관리를 K-water에 위탁해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과 세부사항에 대해 협의 중이다. 이로써 한강수계에 실시간 댐 연계운영이 가능해지면서 홍수조절능력 및 용수공급능력의 추가 확보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이래로 지속적으로 물관리 협의회를 개최함으로써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가뭄·홍수 등에 대비한 대책을 점검하고, 빗물, 해수담수화 등 대체수자원 활용방안 등 다양한 정책을 논의해오고 있다.

특히 현행과 같이 부처별로 분산된 물관리 체계에서는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를 구현하기 위해 통일된 물관리 이념·방향의 규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나의 통합된 부처가 관리하기보다는 각 부처가 관리하는 시설들을 연계시켜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물배분 상의 갈등 조정을 위한 국가 차원의 물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물관리 정책의 일관성 및 효율성 증대를 위해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물문제 유역별 통합적 접근 부족”

▲ 안 영 규
국민안전처 재난예방정책관
■ 안영규 정책관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그 변화 경향은 더욱 커 태풍 및 집중호우의 강도가 증가하고 장기간에 걸친 폭염·가뭄 등 극한 기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재난관리 측면에서 물관리 현황을 보면 홍수 및 집중호우의 경우 유역 전체를 조망한 재난대책 목표 없이 방재시설별 각기 다른 설계기준으로 개별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찬가지로 가뭄도 부족용수별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국토부에서는 수량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수질·생태계, 농림부는 농업용수, 산자부는 발전용수 등을 담당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유역별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통합적 접근이 부족한 상황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예기치 못한 재난에 대한 대응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부처간 기능을 통합하려는 접근은 실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로, 이보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수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가를 논하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재난대비에 통합적 물관리 개념 반영”

국민안전처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량을 고려하여 동일 배수구역 내에 통합적 방재성능이 발휘될 수 있는 지역별 방재성능 목표를 설정하고 관계부처별 방재시설도 동일 목표에 부합되도록 했다. 이로써 각종 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재난대책 측면에서는 지자체별로 물관리에 대한 조사 및 분석을 통해 위험요소를 도출, 적합한 저감대책을 고려하는 총괄 로드맵인 ‘풍수해저감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필요한 저감대책은 각종 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하여 해소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더해 최근 이상기후로 가뭄이 극심해짐에 따라 지역 단위로 배설, 강우 등을 포함한 ‘자연재해저감종합대책’으로 확대했으며, 향후 지역이 갖고 있는 수자원을 고려해 적절한 대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소극적인 대책에서 나아가 심화되고 있는 물문제를 중심으로 기후변화대응 및 예기치 못한 재난의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 통합적 물관리 개념 및 총괄·조정 기능이 요구되며, 이러한 개념이 「물관리기본법」과 물관리 기본계획에 반영되어야 한다.

“국가차원 물관리 개도국에 못 미쳐”

▲ 우 효 섭
응용생태공학회장
■ 우효섭 회장 기관별 분산관리는 국가 자원관리 및 투자의 효율성 차원에서 다소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으나 분산관리 자체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과거 물관리 개선 관련 논의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그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 방안을 통해 국가자원을 관리한다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세계적인 조류인 통합물관리(IWRM)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조문들이 「물관리기본법」 안에 가시화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댐관리 부문에서만 통합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뿐, 국가 및 유역차원에서의 통합적 물관리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로 체제와 제도 면에서 여타 개발도상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과거 공론화됐던 「물관리기본법」이 부처별 분산관리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 유역물관리위원회 등을 설립·운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현재 제안되는 법안은 발생원 관리의 근거를 추가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거시적 법안 제정 후 개편안 담아야”

한편, 공표 후 1년 뒤에야 시행되는 이 법은 현 정부에서 다음 정부로 넘어가는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법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국가차원의 수량·수질 또는 이수·치수·환경의 통합관리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최소한 현 국토부와 환경부의 물관리 업무를 일원화하는 것에 염두를 두고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우선 거시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법을 만든 후, 새 정부에서 물 관련 조직개편안이 제안되면 그 내용을 추가로 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국가 물관리 체제의 개편 기본방향 및 이념 등이 기본법 안에 포함되도록 관련 법령들이 정비되어야 하며, 결국 정부조직 차원에서 통합물관리가 실현되도록 법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도시 물관리 인프라시설 한계 도달”

▲ 김 이 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 김이호 박사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의 91%가 도시에 살고 있어 국가의 국토 관리가 도시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도시화로 최근 폭염과 열대야, 도시홍수, 도시가뭄, 지하수 고갈, 수생태계 악화 등 다양한 환경문제가 가속화되고 있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평균 강수량과 강우강도의 증가, 강수일수의 감소 등으로 도시 물관리 인프라 시설은 한계에 도달한 상태로, 이로 인한 도시 인프라 시설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물만 이용하는 회색 인프라에서 물을 관리하는 녹색 인프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스마트워터그리드(SWG) 개념의 물의 효율적 이용이 강조되고 있다. 물순환은 크게 자연계와 인공계로 나뉘는데 그간 우리나라는 인공계 물순환에만 집중해 왔다. 이에 저영향개발(LID) 등 자연계 물순환을 회복시키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 빗물이용과 유출 지하수 활용, 중수 및 하·폐수처리수 재이용 등 물이용 효율화에 대한 노력도 모색 중이다.

“기업·국민 참여 위한 홍보 규정 필요”

지난 10여 년간 「물관리기본법」, 「빗물 등 대체수자원의 개발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 등 물순환 회복과 물이용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법률의 제정 노력이 이어져 왔다.

이번 법안에는 ‘수리권’, ‘유역권’, ‘물순환 관리구역’, ‘물순환 부하’ 등 개념에 대한 정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며, 통합관리 측면에서 △유역종합물순환계획의 수립 △지표수·지하수 통합관리 △하천·산림의 통합관리 등에 대한 규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아울러 물순환 관리 효율화의 측면에서 도시하천·지하수·수자원별 효율적인 이용 및 보전에 대한 규정도 요망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등 사업자와 국민의 공감과 참여이므로 교육과 홍보, 기술자·연구자 육성에 관한 규정도 함께 제정되어야 한다. 특히 부처·분야간 관계자의 연계·협력은 예산집행의 효율성 및 실행력 향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므로 이에 대한 규정도 반드시 명시되어야 한다.

 
“통합물관리 정책 부재…정부 대응 안일”

▲ 육 경 숙
㈔녹색교육센터 소장
■ 육경숙 소장 UN이 2015년부터 2030년까지 정한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를 통해 제시한 빈곤퇴치, 경제, 사회, 환경 분야의 17개의 과제 및 169개의 세부목표에 따르면 중점과제 17개 중 9개 이상이 환경 과제이다. 그만큼 환경문제의 중요성은 이미 국가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당면과제가 됐다.

그러나 세계적인 차원을 떠나 시민 개개인은 최근 수년 간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나 살균제를 통한 유해화학물질 사태, 각종 물문제 등 환경문제를 직접 피부로 느끼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절감하고 있다. 이에 비해 관련 환경정책과 행정체계의 움직임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은 여전히 뒤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자 환경 생태계를 이루는 근간이다. 따라서 물관리는 기후변화 시대의 핵심 요소이며 통합물관리에 대한 정책이 아직 실행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정부 대응의 안일함을 짐작케 한다.

“입법 위해 이해관계자 공동전략 모색”

지난 20년 동안 총 9건의 「물관리기본법」이 발의됐으나 결과적으로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제정되지 못했다. 이를 촉구하고 해결하기 위해 시민단체, 학계, 정계 등 모든 분야가 서로 합심해야 할 때이며, 제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세심한 전략과 공동행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발의가 진행 중인 법안을 보면 여전히 그 추진 배경이 부실하다고 판단된다. 물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이용과 행정체계에 대한 보완 등 물관리 방식의 전환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사회·경제·문화·역사 등 다양한 차원에서 물을 바라보는 통합적·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물 공공성, 물복지, 나아가 물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국가 물관리 정책의 철학과 비전, 기본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이 밖에도 토건사업, 물산업화 위주의 물 관련 공기업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단기간에 소수 전문가들이 모이는 데에만 그치지 말고 수자원·행정학·법학 등 학계, 환경 분야, 시민단체, 물 관련 이해당사자 등 전문 인력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광범위한 검토를 통해 객관적인 입법안이 발의되길 희망한다.

“국가 차원 전체 최적화 추구할 시점”

▲ 최 지 용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
■ 최지용 교수 물관리 부서가 세분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모든 당사자가 만족하는 법안을 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에 완벽한 「물관리기본법」을 마련하려 하기보다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본원칙을 담은 기본법을 제정해 이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기본법에 포함돼야 할 기본원칙으로는 크게 △수요관리 △다목적 물관리 △토지·에너지·자원·식량·재난까지 연계한 시스템 구축 등이 있으며, 이에 맞게 우리나라의 물관리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물관리에 있어 각 이해당사자별 ‘부분 최적화’가 아닌 ‘전체 최적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반면 기존시설의 노후화, 과도한 취수율, 물 가치 반영의 미흡 등으로 물관리 기초시설의 취약성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개발’의 시대에서 ‘관리’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국가 차원에서 이에 맞는 적절한 물관리를 추진해야 함을 의미한다. 단순히 물 자체만의 관리가 아닌 다목적 물관리와 통합물관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력 높이는 법안 요구”

앞으로는 자연을 위한 물수요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이는 물자원의 지속가능성 즉, 복원력과 연관이 있다.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위협에 직면한 지속가능한 물환경 관리를 위해서는 물환경의 복원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는 물에 대한 인간과 자연의 공정한 공유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의 위기를 논할 때마다 하천이나 호수, 지하수에서 취수하는 물의 양에만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물순환과 취수량뿐만 아니라 지표면 상태와 기후변화 역시 물수요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곧 다목적 물관리 및 통합물관리와도 상통하는 개념이다.

한편, 기후변화 예측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복원력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물과 관련된 모든 하부 부문, 즉 홍수 방어, 물이용, 물환경뿐만 아니라 중앙 및 지방정부, 민간부문, 비정부기구와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이에 「물관리기본법」은 물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관리 원칙을 담아야 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유를 통한 지속가능성 제고 △국가 차원의 전체 최적화 관리 우선원칙 천명 △기후변화 적응력 강화를 위한 토지·자원·생활·건강 연계형 물관리 등의 내용을 최우선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일본, 만장일치로 「물기본법」 제정”

▲ 최 동 진
국토환경연구소장
■ 최동진 소장 우리나라와 유사한 부처할거주의형 물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있던 일본이 최근 「물순환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총리실 산하에 ‘물순환정책본부’를 설치하면서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물관리기본법」 제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여야를 망라하고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물제도개혁연구회’를 만들어 오랫동안 노력한 끝에 만장일치로 「물순환기본법」을 제정했다. 제정 후에도 의원연맹은 유지된 채 다음 단계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복잡해진 물관리를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물관리의 통합적인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에 「물관리기본법」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부처별 이기주의와 정치권에서 공감을 얻지 못해 번번이 제정에 실패하고 있어 일본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부처 이기주의로 물사업 중복 심각”

미래 물에 따른 위기를 ‘거버넌스(governance)의 위기’라고 한다. 이상가뭄으로 댐의 저수율이 저조해 생기는 물의 위기는 댐 건설 등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물관리 체계를 개선하여 대응하자는 주장에 따라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국가차원 혹은 유역차원의 통합적인 물관리를 이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물기본법」을 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적 물관리 컨트롤타워가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자원 장기종합계획, 물환경관리 기본계획, 유역종합치수계획 등 각 부처에서 수립되는 수많은 계획들 중 상당수의 내용이 중복되고 있다. 똑같은 하천사업을 두고 부처마다 서로 다른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어 경제적 비효율성에 대해 오래 전부터 지적받아 왔다.

또한, 부처할거주의 탓에 부처마다 별도의 규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어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부처와 기관의 알력싸움에 지자체 주민들이 정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이상기후가 심화되고 있는 현재, 물 문제가 국가차원의 비상사태로까지 커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물관리기본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유역차원의 통합적인 관리기구를 만들어 물관리 체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6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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