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특집②]  Ⅰ.「물산업진흥법」 제정 시급하다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시장 위주 진출 전략 필요”

선진국 기술력·개도국 가격 경쟁력에 밀려 해외건설 수주·매출액 해마다 감소
기술자 이력 점수 뒤쳐져 경쟁력 저하…비기술분야 전문가 육성해 인력 확보 필요


▲ 윤 용 진
㈜도화엔지니어링 부사장
Part 03. 물기업 협력적 해외진출 촉진방안

국내 건설기업 순이익률 해마다 감소

세계 건설시장은 9조3천억 달러 규모로 연간 7∼10%씩 성장하고 있다. 이 중 외국업체에 개방된 해외 건설시장은 연간 6.5%의 성장세를 보이며 8천억 달러 규모를 차지하는 반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는 국내 건설시장은 매년 1.7%씩 규모가 감소해 1천억 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건설기업은 선진국의 기술력과 개발도상국의 가격경쟁력에 밀린 ‘넛 크래커(Nut-cracker)’ 신세로 순이익률 및 수주가 해마다 저하되는 추세다. 이에 수익구조 전환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시장인 엔지니어링 분야로 해외진출 전략을 확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제기되고 있다.

엔지니어링이 해외진출의 선두를 점하고 수출기반을 마련한다면 시공, 설치 등 그 외 분야의 수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돼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내년 해외건설시장 10% 성장 전망

▲ 세계 물산업 규모는 2014년 5천781억 달러에서 2018년 6천98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 및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 연간 10%의 고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건설투자 및 수주가 꾸준한 하락세를 띠는 것과 다르게 해외 건설시장은 최근 주춤했지만 향후 확대가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해외 건설시장 진출이 필수인 상황이다. 특히 외국업체에 개방된 해외 건설시장은 2017년까지 10% 내외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물산업 규모는 2014년 5천781억 달러에서 2018년 6천98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수자원개발, 상수도, 하수도, 관개용수, 수도관망 분야 등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며, 중국 및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 연간 10%의 고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노동력 위주로 해외진출을 노리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기술 위주의 해외진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간극 사이에 불협화음이 존재해 국내기업이 많은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초기 해외진출 시 MDB 방식 안정적

해외 재원사업은 크게 국내 기반 재원과 국외 기반 재원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국내 재원사업으로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시장개척자금 △D&B·EPC △해외진출 PPP 등이 있고, 국외 재원사업으로는 △재정사업 △다자간개발은행(MDB)·ODA △해외 D&B·EPC △해외 PPP 등이 속한다.

 

개발도상국 시장에 진출할 때에는 해당국 정부의 빈약한 재정 상태 탓에 국제 조달 시 MDB 시장이 가장 중요한 재원으로 꼽힌다. 해외진출 시에는 정부나 공기업이 민간자본 유치 하에 인프라 건설·개선·관리유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PPP사업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개도국의 경우 정부 재정 상태가 열악해 사업에 들어가고도 자금을 지불하지 않아 진출 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크다.

이에 확실한 자금 확보가 가능할 때만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MDB 및 ODA 발주 프로젝트는 안정적인 자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다. 따라서 초기 해외 건설시장 진출 시 실적 및 현지경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방향으로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MDB 수행에 평균 3∼10년 소요

국내와 해외의 설계 관리 방식을 비교해보면 발주처에서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ancy) 과업을 수행하는 국내와 달리 해외는 기본 및 실시설계, 감리 관리를 다수가 나눠서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MDB 프로젝트 수행은 수원국 정부의 국가협력전략(CPS) 제안부터 프로젝트 완공 및 사후관리까지 총 3∼10년이 소요된다. CPS(Country Partnership Strategy) 확정 및 프로젝트 제안서 완성에 각각 1∼2년이 걸리고 프로젝트 승인 및 사업자 선정에 반년에서 1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완공 및 사후관리에 1∼6년이 소요된다.

사업 발주가 공고되면 보통 전 세계 5∼60개 기업이 PQ(Pre-Qualification)를 제출하고 평가를 거쳐 그 중 통과된 기업이 선발 후보자 명단(Short list)에 이름을 올리는데, 입찰에 초청되는 기업은 평균적으로 5개 정도이다. 입찰서를 평가한 후에는 최종 기업을 골라 계약 협상에 들어가며, 서명 후에는 최종적으로 국제조달기구의 계약 승인을 받고 사업 착수에 들어가는 절차로 발주가 이루어진다.

 

의향서 항목 중 기술점수 가장 중요

다자간개발은행(MDB) 프로젝트의 첫 단계에서는 의향서(EOI) 검토가 수행된다. 참가의향서 작성 시 일반 현황, 재무 현황, 유사실적, 인력현황, 현지협력사 등에 관한 내용을 작성해 1차로 제출해야 하며, 참가의향서에는 △참가서(letter of interest) △협력서(letter of association) △POA △합작법인 협의(JV agreement) 등의 내용을, 일반 현황에는 △회사 프로필 △사업자등록증 △지사 현황 △수주 현황 △조직도 △ISO 등의 내용을 기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최근 3∼5년 간의 재무제표를 별첨해야 하며 실적과 재무 현황, 기술자 현황 등을 적은 현지협력사 정보도 필요하다. 특히 해외실적을 비롯한 유사실적과 해당 분야 기술자 보유현황 및 투입 기술자 이력서를 포함한 인력 현황이 가장 중요하다.

 

의향서 평가는 프로젝트 수행능력과 지리적 역량에 각각 20점, 기술적 능력에 60점을 부여해 총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다. 프로젝트 수행능력에서는 품질관리를 위한 회사 내부의 기준 및 절차, 사업기간 동안 수행 품질 보장방안, 기술자 사회 보장장치 등을 평가하고, 지리적 역량에서는 개도국 내 사업수행 실적, 해당국 내 사무소 설치 여부 등을 평가한다.

가장 많은 점수 배분을 갖는 기술적 능력 항목에서는 유사과업 수행경험, 유사실적 10건 이상 여부, 예산 적정성, 과업 수행 주안점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외국기업 대비 기술자 이력 뒤쳐져

EOI 평가 단계를 통과하면 선발 후보자로 뽑힌 평균 5개의 기업이 입찰서를 작성해 제출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제안서 검토 및 질의부터 현장조사, 합작법인 협의, 입찰서 작성, 입찰서 제출까지 대략 4∼6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제안서의 컨설턴트 조직 부분에는 조직도, 이사회, 주주현황 등을, 컨설턴트 실적 부분에서는 과업명, 과업개요, 제출성과품 목록, 회사의 역할 등의 내용을 주로 기입한다. 또 TOR 검토의견 및 추가의견을 제안하고 과업수행 방법론과 업무별 과업수행 계획, 과업수행 조직 및 인력투입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중시되는 부분은 업무 일정으로, 세부 업무 및 성과품을 제출하기 위한 일정계획이 가장 강조된다.

 

점수항목은 △회사 실적(5∼15%) △과업수행 제안(20∼35%) △기술자 이력서(60∼70%) △현지기술자 인력 투입 가점(5∼10%) △교육훈련 프로그램(5%) 등 총 5개로 구분된다.

회사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은 유사지역 실적 및 특정 ODA 실적이고, 과업수행 제안은 과업수행 계획, 인력투입계획, 기술적 방법론 등을 통해 평가한다. 가장 많은 점수 배분을 가지는 기술자 이력서에서는 학위·경력 등 일반 자격기준과 유사사업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국내기업은 회사실적을 포함한 다른 항목에서 외국기업과 비슷한 점수를 받아도 가장 높은 점수 항목인 기술자 이력에서 뒤쳐지는 실정으로,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수주 시 높은 기술점수 획득 필요

㈜도화엔지니어링의 2010∼2015년 기간의 MDB 사업 PQ 통과율은 41%, 수주율은 6% 정도이다. 우선 PQ 참여 현황을 살펴보면 물산업 설계 분야에서는 81건 중 39건이 통과, 10건이 현재 평가 중으로 약 60%의 높은 통과율을 기록했으며, 감리 분야에서는 25건 중 각 5건씩 통과 및 평가 중으로 40%의 통과율을 보였다.

전체 PQ 통과율(41%)보다 물산업 설계 및 감리 분야에서 통과율이 높은 이유는 풍부한 실적 확보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은 수원에 관한 제한이 엄격하고 마을 사이의 거리가 멀어 여건상 관로를 통해 물을 이동하기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상하수도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한국과 같은 실적을 쌓을 수 없어 국내기업이 유리한 상황이다. 과거 PQ에서 탈락했던 원인도 특정 지역에서 실적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실적 확보가 기반이 되어야만 수월하게 해외진출을 겨냥할 수 있다.

한편, 설계 분야에서의 수주현황을 보면 총 31건 중 7건, 감리 분야에서는 4건 중 1건 수주에 성공해 각각 23%, 25%의 수주율을 달성했다. 입찰 탈락의 주요 원인으로 실적·기술자 평가에서 고득점을 획득하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됨에 따라 향후 높은 기술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

▲ ㈜도화엔지니어링의 2010∼2015년 기간의 MDB 사업 PQ 통과율은 41%, 수주율은 6% 정도이다. PQ 참여 현황을 살펴보면 물산업 설계 분야에서는 81건 중 39건이 통과, 10건이 현재 평가 중으로 약 60%의 높은 통과율을 기록했다.

비기술 분야 인력 확보 기회 노려야

국내기업은 물산업과 관련해 풍부한 국내 실적확보로 해외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PMC 등 발주는 증가하는 추세이나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는 PMC 실적이 없어 입찰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해외시장에서는 석·박사 이상의 학력과 국제인증자격을 가진 기술자를 요구하나 해외실적 부족으로 입찰조건에 부합하는 기술자의 경력 관리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더해 입찰 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 언어인 영어를 포함해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제3국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하는 까닭에 언어능력 함양이 요구된다.

대개 사업 관리자는 25년 이상, 기술자는 10∼20년 내의 경력이 요구된다. 특히 환경전문가, 인문·사회전문가, 조달전문가, 금융전문가, 기관전문가 등 세분화되어 있는 비기술 분야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해당 분야의 인력 확보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해외진출 시 국내기업의 약점으로 작용하는 기술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민간에서 발주처 요구조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행하기에는 장소, 경험, 재정 등 힘든 부분이 많아 국가나 지자체에서 마땅한 정책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외국기업과 협업해 리스크 완화

엔지니어링사의 해외진출 현황을 통한 SWOT 분석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은 물산업 분야와 관련해 축적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기술 인력을 다수 보유했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니나, 언어가 가능한 해외 업무 담당 인력이 부족하고 PMC 등 해외사업 추진 경험이 적다는 약점이 있다. 또 사업·위험관리 등 대처 능력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

▲ 아프리카, 남미 등 신규시장 확대로 해외용역시장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도 해외진출 확대 정책을 펼침에 따라 국내기업에 기회는 많다고 여겨진다. 사진은 아프리카 알제리 하수처리장 전경.

아프리카, 남미 등 신규시장 확대로 해외용역시장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도 해외진출 확대 정책을 펼침에 따라 국내기업에 기회는 많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진출 지역이 편중되어 있으며 진출 분야도 격차가 심해 문제로 지적된다. 또 EPC 투자 사업 등 대부분이 ODA 사업 위주이며 위험관리에 있어 취약한 실정이다.

이에 국내 지자체, 공기업, 대기업과 엔지니어링사의 동반 진출 및 투자를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PMC 등의 부분에서 부족한 실적을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와 공기업의 협업강화가 요구되며 해외진출이 미흡한 지역 및 분야에 대한 집중 공략이 필요하다. 또 프랑스, 네덜란드, 미국 등 물산업 강국의 전문 업체와 협업을 통해 위험요소를 최소화해 입찰에 참여한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워터저널』 2016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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