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Ⅰ. 대한민국 하수도 역사 50년 발자취 


“하·폐수 처리수, 미래 2차 수자원으로 활용 적극 모색”


하수처리과정서 발생하는 인·질소 등 유용자원 회수해 제품 생산하는 연구 필요
물재이용·해수담수화 시장 급격히 성장 중…수자원 확보·취수 분야도 가능성 높아
 


▲ 남궁 은
명지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① 이야기로 살펴본 한국 하수도 50년

『한국 하수도 발전사』 최근 발간

우리나라 하수도는 선진국에 비해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그 발전과정을 정부 차원에서 과거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객관적으로 기록해 보관하고자 「하수도법」(1966년) 제정 50주년을 맞아 『한국 하수도 발전사』 편찬사업을 실시했다.

지난 2014년 5월 29일부터 약 2년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하수도 발전사』를 편찬하기 위해 편찬위원장인 김응호 홍익대 교수를 필두로 윤주환 고려대 교수, 박승우 도화엔지니어링 대표, 김영란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채은 환경부 생활하수과장, 최익훈 한국환경공단 하수도지원처장 등 산·학·연 관계자들로 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편찬위원회 및 각 분야별 전문가 60여 명의 고증·자문과 더불어 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한국 하수도 발전사』를 2016년 12월 8일 성공적으로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이는 정부의 주도 아래 쓰인 정사(正史)로 야사(野史)에 관한 부분이 배제되어 있다. 야사가 개인의 감정과 경험에 휘둘려 사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존재하기는 하나, 자료만을 통해서는 전달되지 않는 해당 시대상을 보다 생생하게 전해준다는 점에서 분명 가치가 있다.

야사 내용 배제…세심한 이해 필요

일례로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三國遺事)는 삼국 시대의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나 김부식(金富軾)과 일연(一然)이라는 두 역사가가 세상을 바라본 사관에 따라 같은 사건일지라도 내용은 다르게 서술되어 있다.

인종의 명령을 받고 유교적 입장에서 김부식이 서술한 『삼국사기』는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만든 역사책인 만큼 기전체를 사용해 정치사를 중심으로 기술됐다. 반면 승려 일연이 개인적으로 쓴 『삼국유사』는 김부식이 다루지 않았던 설화·향가·노래·신앙·풍속 등을 비롯해 민간의 사사로운 일까지 생생하게 담아낸 사찬 사서이다.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삼국사기』 못지 않게 야사인 『삼국유사』도 당대의 구체적인 풍습 및 생활상을 파악하기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각기 다른 사관을 지닌 두 사서를 함께 읽고 새롭게 해석할 때 비로소 한 시대를 보다 정확하고 세심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하수도의 자랑스러운 50년 역사 역시 야사를 포함해 수용할 필요가 있다.

방류수 수질기준에 생태독성 포함

「하수도법」이 제정된 지 10년만인 1976년에 우리나라 첫 공공하수처리시설인 청계천하수처리장(중랑하수처리장)이 건설됐다. 그 후 공공하수처리시설은 3천700여 개까지 확충됐으며 2014년 기준 하수도 보급률이 92.1%에 달할 정도로 40여 년 동안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 1976년에 우리나라 첫 공공하수처리시설인 청계천하수처리장(중랑하수처리장)이 건설됐다. 그 후 공공하수처리시설은 3천700여 개까지 확충됐으며 2014년 기준 하수도 보급률이 92.1%에 달할 정도로 40여 년 동안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사진은 1976년 준공 당시의 청계천하수처리장(왼쪽, 사진제공=서울시)과 현재의 중랑하수처리장 모습.

한편, 수질·대기·토양오염 등 환경오염이 심화되자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을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보전해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고자 1978년 「환경보전법」이 시행됐다. 이때 처음으로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와 SS(부유물질)를 위시한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기준이 설정됐으며, BOD는 30㎎/L(ppm), SS는 70㎎/L를 규제기준으로 삼았다.

1994년에는 하천·호소 등 공공수역의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수질보전을 도모하기 위한 법률인 「수질환경보전법」에 명시된 바에 따라 총질소(T-N)와 총인(T-P)이 새롭게 기준에 추가됐다.

2008년에는 하수도의 설치·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발전과 공중위생 향상에 기여하고 공공수역의 수질을 보전하기 위해 1966년 제정된 「하수도법」의 개정으로 인해 대장균군수가 새롭게 수질기준에 이름을 올렸다. 이때 대장균군수 규제기준은 3천개/㎖였으나 2012년에 들어서며 1천 개/㎖로 대폭 강화됐다.

▲ 1966년 제정된「하수도법」은 2008년 개정을 통해 하수도의 설치·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발전과 공중위생 향상에 기여하고 공공수역의 수질을 보전하기 위해 대장균군수를 하수방류수 수질기준에 추가시켰다.

또 2012년에는 BOD가 5㎎/L, SS가 10㎎/L, 질소가 20㎎/L, 인이 0.2㎎/L으로 전체적으로 기준이 엄격해지는 추세를 보였으며 생태독성(TU, Toxicity Unit)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이처럼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기준은 약 35년 동안 단순 유기오염물질 제거에서 점차 유해화학물질까지 제거하는 방향으로 확대됐으며, 이는 우리나라 하수도 발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극명한 수치이다.

 
하수발생량 과다 산정해 예산 낭비

2000년 10월 20일자 한국경제신문에 실린 ‘지자체 하수처리장 뻥튀기 증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지자체들이 하수발생량을 실제보다 과다하게 산정해서 하수처리장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건설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실태가 보도됐다.

일례로 하루 처리용량 3만㎥ 규모의 경북 문경시 점촌하수처리장의 경우, 이 지역과 하수처리구역으로 새로 편입될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억측(臆測)해 4천㎥/일 규모의 증설을 추진하는 등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필자가 2000년도 환경부 상하수도국장을 역임할 당시, 한 신도시에 건설되는 하수처리장의 설계 승인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 시의 1인당 하루 하수발생량을 600L로 산정해서 올린 보고였으나, 지자체를 통해 1인당 하루 물 사용량(LPCD)을 조사해 계산해본 결과 400L가 적정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에 오수 전환률로 90%를 적용, 최종 하수발생량을 360L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은 환경부 하수도과 및 한국환경공단 등 관련기관 관계자들이 충분한 검토 후 동의한 사항이었으나, 타 지자체를 비롯해 건설사, 엔지니어링사들의 불만이 존재해 문제가 제기됐다.

합류식처리에서 분류식처리로 전환

과거에는 우수와 오수를 한 번에 묶어 동일한 관으로 배수하는 합류식 하수처리가 중점과제였다면 현재는 우수와 오수를 별도의 관으로 분리하여 처리하는 분류식 하수처리 방법이 장려되어 점점 변화하는 추세이다. 분류식 하수처리는 합류식과 비교해 고농도의 오수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적은 약품을 소모해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신도시를 중심으로 확대 도입되고 있다.

▲ 과거에는 우수와 오수를 한 번에 묶어 동일한 관으로 배수하는 합류식 하수처리가 중점과제였다면 현재는 우수와 오수를 별도의 관으로 분리하여 처리하는 분류식 하수처리 방법이 장려되어 점점 변화하는 추세이다.

또한 기존의 물공급 확대 정책을 물수요 관리 정책으로 전환하기 시작함에 따라 하수 원단위(原單位)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처럼 잘못된 산정으로 하수처리장을 증설해 쓸데없는 예산을 낭비하는 사태를 지양하고, 하수처리장 설계 시 정확한 하수발생 원단위를 산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환경부, 하수관거특별정비원년 선포

한편, 우리나라 하수처리장은 맹물처리장이라는 비판이 계속되자 환경부는 선진국의 하수처리기술 및 관리기법 등을 도입함으로써 하수처리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2002년을 ‘하수관거특별정비원년’으로 선포했다.

이와 함께 △하수관거 성과평가제 실시 △중·장기투자계획 수립 및 투자우선순위 산정 △팔당상류 9개 시·군에서 하수관거정비 시범사업 추진 △배수설비 전문시공업제 도입 △시·군 공무원 성과급제 시행 △하수도 국제세미나 개최 및 사업추진역량 제고 △하수관거정비 전담조직 운영 등을 골자로 한 ‘하수관거정비 7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한강 팔당호 상류지역 9개 시·군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2005년부터 약 5조6천억 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하수관거 8천824㎞를 정비하는 하수관거정비 민간투자사업(BTL)을 추진하는 등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사업을 도모했다.

▲ 2005년부터 약 5조6천억 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하수관거 8천824㎞를 정비하는 하수관거정비 민간투자사업(BTL)을 추진하는 등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에 서 사업을 도모했다.

「3대강특별법」 제정…상·하류 공동부담

지난 1999년 통과된 「한강특별법」(「한강수계상수원 수질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이어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3대강 수계에 관한 「3대강특별법」이 2001년 마침내 국회에서 통과됐다. 3대강의 수자원과 오염원을 적정하게 관리하고 수질개선사업 및 주민지원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3대강 수계의 수질을 개선하고자 추진된 법안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상수원 수질오염 예방을 위한 수변구역 지정·고시 △의무적 오염총량관리제의 단계적 시행 △(낙동강수계) 수질오염사고에 대비한 완충저류시설 설치 의무화 △상수원보호를 위해 규제받는 주민에 대한 지원사업 실시 △상·하류 공존공영 정신에 입각한 물이용부담금 부과 등이 새롭게 도입됐다.

상수원 상류지역 주민들은 이제까지 상수원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행위규제에 따른 고통 및 비용 감내를 강요받아 왔으나, 「3대강특별법」 통과로 이제는 하류지역 주민들도 물이용부담금을 내 상류지역을 함께 지원하게 됐다.

▲ 2013년 말 기준, 매설 후 30년이 경과한 전국 하수관로의 비율은 약 16.4%(2만763㎞)에 이르러 지반침하의 원인이 되고 있어 환경부는 2030년까지 노후 하수관로 및 노후 하수처리시설 재정비 공사에 각각 16조9천95억 원, 2조2천981억 원 등 총 19조2천76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하수도 인프라 노후화…정비 필수

한편, 하수도 인프라 노후화 및 이상기후 심화라는 새로운 과제가 남아있어 조속한 해결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제2차 국가하수도종합계획(2016∼2025년)’에 따르면 정부는 1차 계획에서 달성하지 못했던 노후화된 하수도 관련 시설을 교체할 방침이다. 지하에 매설되어 있는 하수관로의 특성 탓에 굴착공사 등 개·보수 작업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되며, 시설물 정밀진단에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환경부 하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매설 후 30년이 경과한 전국 하수관로의 비율은 약 16.4%(2만763㎞)에 이른다. 설치 후 30년이 넘은 하수처리시설 또한 2013년 기준 6.8%정도였으나 2025년에는 52.5%, 2035년에는 83.6%까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환경부는 2030년까지 노후 하수관로 및 노후 하수처리시설 재정비 공사에 각각 16조9천95억 원, 2조2천981억 원 등 총 19조2천76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 2040년까지 하수관로에 50조6천억 원, 하수처리시설에 2조7천억 원 등 하수도 부문에 총 53조3천억 원의 재투자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어 노후 하수도 시설의 개선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기후 심화로 물관리 대응 주목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4계절 온대성 기후에서 2계절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다. 이로 인해 연간 강우량의 편차가 심화됨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수질악화 및 생태계 변화, 극한 자연재해 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문제가 심각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표적인 변화로는 △가뭄·홍수·폭염·폭우 등 극한 기상현상의 증가 △북극 빙하면적 감소로 인한 해수면 상승 △해양온난화 및 산성화 △생태계 변화와 다양한 동식물의 멸종위기 △식수오염 관련 질병 증가 △수자원·해양자원 등의 사회적 갈등 증가 등이 있다.

물에 의한 피해는 홍수 증가나 가뭄 빈발, 식수 부족, 수질 악화, 생태계 악화 등을 유발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특히 극한 가뭄은 발생 예측이 어렵고 피해가 장기적으로 나타나 위험도가 큰 만큼 보다 철저한 물관리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하수재처리수 2차 수자원으로 활용

이른바 ‘아이들이 미역감고 물장구치는 물환경(Fishable & Swimmable)’을 후대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하·폐수를 회수 및 재처리해서 그 도시의 2차적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하·폐수 처리 시 발생하는 슬러지를 비료로 재사용하는 등 하·폐수를 버리는 물로만 인식하는 고정관념을 탈피할 때이다.

▲ 이른바‘아이들이 미역감고 물장구치는 물환경(Fishable & Swimmable)’을 후대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하·폐수를 회수 및 재처리해서 그 도시의 2차적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성내천에서 물놀이하는 모습.

향후 하수도 비전은 하수의 소멸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용자원을 회수해 제품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유기물질, 인, 질소, 미세오염물질, 바이오솔리드(Biosolid) 등의 오염물질을 바이오가스, 열, 비료, 화학원료, 전기 등으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가 동반되어야 한다.

하수도의 미래는 생태적으로 건강한 물환경 조성 및 수생태계의 자연성 복원에 있는 만큼, 하수재이용 외에도 해수담수화 등 수자원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친환경적인 관점에서 정책이 수립 및 추진되어야 한다.

물재이용·해수담수화 시장 확대

한편, 현재 세계 물시장은 상하수도 분야가 중점을 이루고 있지만 물재이용과 해수담수화 분야에서 급격한 시장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시장은 연간 10% 이상의 고성장이 예측되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 물시장의 주요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 현재 세계 물시장은 상하수도 분야가 중점을 이루고 있지만 물재이용과 해수담수화 분야에서 급격한 시장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은 ㈜포웰이 운영하고 있는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

지금까지 국내기업은 건설업에만 집중해왔으나 이제는 운영·관리·서비스 등 3차산업 분야를 주목할 때이다. 세계적인 물기업인 수에즈(Suez), 베올리아(Veolia) 등은 이미 수처리 운영 서비스 분야에서 역량을 집중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GE는 멤브레인 제조·생산 및 수처리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CH2MHill 및 테트라테크(Tetra Tech)는 엔지니어링·시스템 설계 분야에서, 일본의 쿠리타(KURITA)는 고도수처리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리는 흔히 물산업에서 공급과 재생 분야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나 수자원 확보·취수 분야도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큰 가능성을 지닌 분야이다. 해수담수화 분야에서는 현재 두산중공업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국내 기업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워터저널』 2017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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