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 민간위탁·공사화는 결국 ‘물 사유화’
수도사업 로드맵, 공공성·친환경성보다 수익성·효율성만 강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10월 20일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수도사업 구조개편 로드맵’공청회와 관련 지난 2일 논평을 냈다. 논평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14일, 정부는 ‘물산업 육성방안’을 통해 수도사업을 민간위탁하여 ‘점진적’이고 ‘자율적’으로 수도사업을 사유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후 정부는 대한상하수도학회에 ‘수도사업 구조개편을 위한 로드맵 작성 연구’를 의뢰하였고, 지난 10월 20일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대한상하수도학회가 발표한 ‘로드맵’은 현 수도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지방공기업 △국가공사 △지자체 조합 △상하수도청 △민간위탁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번 로드맵이 공공성과 친환경성보다는 사실상 수익성과 효율성의 논리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 로드맵이 지금 마련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미 상수도 민간위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시민들의 불신을 극복하고 공공재(公共財)이자 생명의 원천인 물을 보호하고 사회 모든 구성원이 공평하게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 수도사업에 있어 개선해야 할 점이 대단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수도사업에 기업을 참여시키고 시장경쟁과 이윤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며, 오히려 문제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공공서비스를 시장화·사유화 유도

10월 20일에 발표된 ‘수도사업 구조개편 로드맵’은 현 수도사업이 직면하고 있는 시설 중복 투자, 누수로 인한 손실, 지역 불균형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나, 다른 한편 문제점으로 “시장경쟁원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지역독점형태”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서비스 증진’은 잠시 언급만 할 뿐, 기업적 경영, 경쟁력 향상, 민간자본 투자 유도, 시장개방에 대비한 국내기업 경쟁력 등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로드맵의 핵심 내용이다. 또한, 학회가 제안하고 있는 ‘생산자 측면의 구조개편’ 형태 5가지 중 ‘민간참여 형태(기업 참여)’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학회가 제시하고 있는 시장경쟁 원리가 과연 시설중복투자와 지역편차, 수질에 대한 불신, 요금 인상,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오히려 시장경쟁 원리는 결국 상수도 사유화로 이어질 것이며, 상수도 사유화는 현재 우리 수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더욱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이번 수도사업 로드맵이 전 국민적 우려 사항인 공공서비스의 시장화, 사유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비판적이다.

로드맵과 공청회는 요식행위일 뿐

그럼에도 대한상하수도학회는 한계적으로나마 수도사업 개편안으로 여러 가지를 제시하고 있으며, 정부나 학계,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수도사업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와 행동이 이러한 고민과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2001년도에 수도법을 개정하여 민간위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고, 2004년도에는 7개 특·광역시 및 일부 도시 상수도를 지방공사화하는 연구용역을 본격화한 바 있다. 그리고 164개 지방상수도 중 33개가 이미 민간위탁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한 상태이며, 9개는 민간위탁 실시협약이 체결됐다. 심지어 인천 상수도는 초국적 물 기업인 베올리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황이다.

또한 올해 3월 기획예산처는 ‘2007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하달하면서 비용절감을 위해 “강도높은 세출구조조정 추진”을 촉구하고, “경쟁-선택의 시장원리를 활용한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민간참여를 가능한 한 확대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런 구조개편은 애초부터 “공공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도 지자체와 공직사회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으며, 연장선상에서 환경부와 건설교통부도 상수도 민간위탁과 공사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실제로는 상수도 민간위탁, 공사화 등 사유화 단계를 이미 밟아가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공청회를 하면서 지자체의 자율 선택을 유도하고, 민간위탁이 아닌 다른 방식도 가능하다고 운운한다. 이는 공무원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와 저항에 직면하자 비판이 두려워 급하게 ‘로드맵’과 ‘공청회’라는 요식행위를 마련하고 ‘자율’이라는 언사로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공청회에서 환경부 관계자가 수도사업 구조개편은 지자체의 “자율”이지만, 지자체에 대한 패널티 부과 등으로 “특정 방향으로 유도”해나가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즉, “자율”이라고 하면서도 정부는 민간위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민간위탁·공사화 계획 백지화해야

지방상수도 민간위탁과 광역상수도 공사화는 상수도 전면 사유화로 가기 위한 준비단계일 뿐이다. 아무리 소유권이 지자체에 남아있다 하더라도 상수도 운영에 기업이 개입되는 순간 공공성보다는 수익성과 이윤논리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공사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모든 공기업이 사유화되고 있고, 성과경쟁 시스템 도입과 실적 위주의 공사운영을 시행 중인 마당에 상수도 지방공사도 사유화되지 말란 법 없다. 상수도야말로 초국적 자본이 눈독들이고 있는 핵심 분야 중 하나이고, 특히 한·미 FTA가 체결되면 독점 공기업에 대한 아무런 규제를 가할 수 없기 때문에 몇 년 이내 전면 사유화될 수밖에 없다.

   
해외 수많은 사례가 보여주듯이, 물 사유화의 결과는 참혹하다. 효율성과 수익성을 내세운 물 사유화는 해당 분야 공무원에겐 구조조정의 칼날이며, 국민에겐 요금 폭등이자 우리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제3세계이든 선진국이든, 상수도를 사유화한 결과 노동자는 길거리로 내몰리고 수도요금은 몇 배 폭등하였으며 수질은 악화됐다. 그렇기에 국제적 추세는 물에 대한 자본의 개입과 독식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다.

수도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경부·건설교통부·행정자치부로 나눠져 있는 수도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하며, 수도사업에 대한 예산을 대폭 확충하고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여 노후관 교체와 시설 유지보수, 수질 검사 등 국민이 저렴하게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이윤논리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할 이 중대한 시점에서 정부가 오히려 ‘비용절감’과 ‘수익성·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공서비스 사유화와 구조조정을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진정 공공성과 친환경성을 우선시하고 올바른 상수도 구조개편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지자체는 민간위탁된 상수도를 모두 원상복귀하고, 정부는 민간위탁과 공사화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는 로드맵을 마련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상수도 사유화를 강행하는 이중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노동자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대안다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6. 11. 2
  전국공무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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