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전력을 만드는 세상

   
▲ 전병성 자원순환국장
유럽에서 1인당 화석 연료 소비량이 2위 국가인 스웨덴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국가이다. 그러나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후 지난 30여 년 동안 탈화석연료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그 결실로 올해 6월, 2020년까지 화석연료 의존율을 0%로 하겠다는 ‘오일 프리(Oil-free)’라는 야심 찬 선언을 발표할 수 있었다.

스웨덴의 이러한 선언이 결코 꿈에 부푼 망상은 아닌 듯하다.
스웨덴의 제2도시이라 불리며 볼보자동차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예테보리(Gothenburg)시는 심한 한파가 몰아치지 않는 한 지역난방에 석유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30년 전만 해도 지역난방을 전적으로 석유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쓰레기 소각열, 지열, 바이오매스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석유사용량은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세계 각국,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주력

이같은 노력은 비단 스웨덴 뿐만이 아니다. 낙농업으로 잘 알려진 덴마크는 바다 위 쉼없이 돌아가는 바람개비로 전체 전력의 20%를 생산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전기를 모두 청정에너지로 만들어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독일도 어느 도시에서는 100% 태양만으로 전기를 충당하고 있으며, 농가에서는 가축분뇨와 농작물 찌꺼기로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다 보면 오른편에 동양 최대의 수도권매립지를 볼 수 있다. 이곳은 수도권 주민 2천100만 명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매립하는 곳이다. 2억2천만 톤을 매립할 수 있는 4개의 매립장과 관리시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면적이 600만 평을 넘는다. 매립장 하나의 면적이 여의도보다 훨씬 크다 하니 그 규모를 상상하기가 어렵다.

4개의 매립장 중 제1매립장이 지난 2000년에 매립이 완료되었다. 매립이 끝난 매립지에서는 쓰레기가 썩으면서 엄청난 양의 매립가스가 발생한다. 이 가스는 악취의 원인이 되고 잘못 관리할 경우 폭발·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세계 최대규모 매립가스 발전소 가동

하지만 이러한 매립가스도 잘만 활용하면 에너지로 자원화할 수 있다. 지난 12일 수도권매립지 내에 매립가스를 모아 전기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50MW급 발전소가 준공돼 가동에 들어갔다. 이는 18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발전소 건설에 773억 원이 투입됐지만 전기 판매로 연간 169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니 경제적으로도 대단한 효과를 얻는 셈이다.

또한 연간 중유 50만 배럴 약 200억 원의 에너지 수입 대체효과와 137만 톤의 온실가스 저감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향후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청정개발체제사업(CDM)으로 인정받으면 연간 137억 원 상당의 탄소 저감 가치를 얻게 될 것이다. 악취 풍기며 우리 생활에 불청객이라 불리던 쓰레기가 고유가 시대에 빛을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세계는 석유에너지 탈출을 꿈꾸며 대체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말 그대로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대체 에너지 사용율을 높이는 것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절실하다.
이번 매립가스 발전소 가동으로 매립장이 쓰레기를 단순히 묻는 혐오시설이 아니라 자원을 생산하고 우리 생활에 희망으로 다가오는 시설로 인식이 전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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