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물안보연구단 특별기고  수자원과 방사능, 그리고 재난 대비 필요성


“방사성 물질 확산 방지 위한 초기 대응 중요”

환경계로 방사성 핵종 유입 시 다른 매체로 전이 및 2차 오염 발생 우려 있어
방사능 감지기술·친환경적 방사능 제염기술·대규모 확산 예측기술 구축해야 


▲ 정 성 욱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선임연구원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물 안전 우려

물은 인체의 약 70% 이상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로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성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 사람의 성인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루 약 2리터의 물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근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우리가 마시는 먹는 물에 대한 관심과 깨끗하고 안전한 물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먹는 물에 대해 56개 수질 기준 항목을 지정하여 유해한 화학 성분과 중금속 및 일반 세균 등을 감시하여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물과 식품 내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였으며, 이와 같은 우려는 최근 북한에서 수차례 실시한 핵실험에 의해서도 가중될 수 있다.

실례로 필자가 속한 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환경방사능연구팀에 지난 한 해 동안 의뢰된 물과 식품 내 방사능 분석 건은 약 6천 건 이상으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러한 국민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 그룹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사성 물질이나 방사능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막연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우리가 마시는 물에서 존재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을 알아보고, 과거 방사능 재난 사례를 통해 우리의 수자원을 방사능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저선량 방사선에 견디게끔 인체 진화

방사능(radioactivity)은 방사성 물질(radioactive materials)이 방출하는 방사선(radiation)의 강도를 뜻하며, 방사선은 크게 자연 방사선과 인공 방사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대표적인 자연 방사선으로는 우주 공간에서 유래하는 우주선(cosmic ray)과 지각을 구성하는 암석에 함유되어 있는 방사성 물질로부터 발생하는 방사선 등이 있다.

 
마그마 기원의 화성암에는 우라늄(U)이나 토륨(Th)과 같은 방사성 원소가 분포할 수 있으며, 이들의 핵붕괴를 통해 생성되는 라돈(Rn), 라듐(Ra), 납(Pb) 등의 원소들 역시 지각 암석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의 신체는 평생토록 매년 평균 2.4mSv(밀리시버트: 인체에 흡수되는 방사선의 종류와 에너지에 따라 가중치를 곱한 등가선량을 나타내는 단위)의 자연 방사능에 노출되어 있다.

자연 방사선 피폭량은 해당 지역의 지질이나 고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인체는 저선량의 방사선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진화되어 왔다. 예를 들어 화강암 지대가 다수 분포한 우리나라에서의 자연 피폭량은 3.1mSv인 반면, 브라질의 과라파리는 35mSv, 이란의 람사 지역의 경우 200mSv까지의 피폭량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의 조사 결과, 자연 방사선량이 많은 지역 주민들과 평균 준위의 주민들 사이의 건강 영향에 대한 명확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자연 방사성 물질일지라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인체의 뼈나 장기에 축적되어 장기의 기능적 이상이나 발암 확률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세슘-137, 반감기 길어 환경위해성 지속

인공 방사선은 자연 방사선과 달리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에 의해 생성되는 인공 방사성 원소로부터 발생하는 방사선으로서 핵실험이나 원자력 발전소 사고 및 의료 방사성 물질 폐기 등을 통해 환경계로 유출된다. 이러한 인공 방사성 원소로는 플루토늄(Pu), 세슘(Cs), 스트론튬(Sr), 요오드(I), 테크네튬(Tc) 등의 다양한 원소가 있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하여 주변 토양, 지하수, 지표수, 해양 환경에서 오염 문제가 되고 있는 방사성 원소인 세슘-137은 반감기가 30.2년으로 비교적 길어 환경계와 생태계에 지속적인 위해(危害)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세슘-137 역시 인체에 다량으로 유입 시, 근육에 축적되어 불임이나 골수암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자연 기원이나 인공 기원의 방사성 물질들이 현재 우리가 마시는 물에서는 어떠한 관련성이 있을까?

방사성 핵종에 의한 지표수 오염 가능

2010년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의 약 80%가 하천과 호소 등의 지표수를 취수원으로 이용하여 생산한 수돗물을 그대로 섭취하거나 가정용 정수기로 정수한 후 섭취하고 있고, 나머지 20%는 병물이나 지하수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생수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일반적으로 지하수에는 암반층과의 반응으로 인해 인체에 필수적인 무기 성분들이 풍부하게 존재하며, 자연적으로 형성된 우라늄과 그 붕괴 산물인 라돈 등도 일부 함유되어 있다.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국 4천 개 이상 관정에서 채수한 지하수 시료의 우라늄과 라돈의 평균 함량은 1리터 당 각각 8.0㎍과 99.3㏃(베크렐 : 1초간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함을 의미하는 표준 단위)이다(Shin 외, 2016).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먹는 물에서 우라늄 수질 기준을 리터 당 30㎍으로 규제하고 있다.

지표수의 경우, 암석과의 반응으로 자연 방사성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지하수의 유입이나 대기 낙진 등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분포할 수 있으나, 인위적인 활동에 의해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지 않는 한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과거 구(舊) 소련 체르노빌과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행한 원자력 발전소 관련 사고나 자연 재해 사례로 미루어 볼 때 유사 시 방사성 핵종에 의해 지표수가 오염될 개연성이 전무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 사고 당시 체르노빌(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아래) 전경.

건강 위해성 회복까지 최대 200년 소요

1986년 체르노빌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시, 대기 환경으로 유출된 방사성 핵종의 총량은 각각 5천300PBq과 520PBq에 달하며([그림 3] 참조), 이들 방사성 물질들은 확산을 통해 발전소 주변 지역([그림 4]와 [그림 5] 참조)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그림 6] 참조). 유출된 방사성 핵종들 중 대부분은 반감기가 수일 미만이므로 대기 확산 중 그 총량이 크게 감소할 수 있지만, 세슘-137과 같이 비교적 반감기가 긴 핵종들은 환경에 오랜 기간 잔류할 수 있다. 

 
 
 
일례로 체르노빌 사고 이후 약 30㎞ 떨어진 하천에서 수년간 수질을 모니터링 한 결과, 하천으로 유입되는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은 시간에 따라 감소하였지만 사고 발생 5년이 경과하였음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그림 7] 참조).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근 지역 거주민들에 대한 장기적인 건강 위해성을 예측한 결과, 시나리오별로 차이는 있었으나 최악의 경우 200년이 경과해야만 그 위해도가 안전한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예측되었다([그림 8] 참조).

 
 
일부 지역서 표면 선량률 최대 80% 저감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방사성 물질의 유출이 발생한 지역에서 거주민의 소개 후 대부분의 지역이 방치되었던 체르노빌과는 달리, 원자로 주변 20㎞ 이내 거주민의 소개와 동시에 핫스팟(hot spot)을 제외한 지역에서 방사능 오염 토양에 대한 정화가 진행되었다. 오염 토양의 정화는 부지의 이용 현황, 콘크리트 피복 유무, 경작 여부, 방사능 오염의 깊이 등을 고려하여 오염 토양의 표면 세척, 표면 연마 및 제거, 식생 제거와 같은 방식으로 표면의 오염 물질을 우선 제거하였다.

이후 토양의 기계적인 교반을 통해 희석하거나 특정 심도까지 굴착하여 오염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었다.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방사능 오염 토양을 제거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표면 선량률이 최대 80%까지 저감되었으나([그림 9] 참조) 정화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 부산물들의 처분이 현재까지 여의치 않아 전국 각지에 설치된 임시보관시설에 적치 중인 실정이다([그림 10] 참조).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해양 환경으로 유출된 방사성 세슘이 해류의 흐름을 타고 원전 북쪽 방향 약 10㎞ 거리의 해안가에서 지하 1m 심도의 모래까지 농축되었고, 농축된 세슘이 모래로부터 다시 해수로 용출될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Sanial 외, 2017).

2차 오염 우려돼 신속한 초기 대응 필요

한편, 인위적인 활동에 의해 생성된 방사성 물질들이 도시 지역에 낙진(fallout)을 통해 유입된다면 하수 처리 과정에서 슬러지에 농축될 수 있고, 이 슬러지들을 소각 처리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대기 환경으로 재확산될 수도 있다([그림 11] 참조).

 
이와 같은 최신 연구들은 일단 환경계로 방사성 핵종이 유입되면 다양한 환경 기작에 따라 여러 환경 매체로 전이될 수 있으며, 1차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 중에 형성된 부산물로 인하여 2차 오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방사성 물질의 환경 유출 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신속한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계는 이와 같은 방사능 재난에 대해 안전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의 수자원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로부터 발생한 방사성 물질에 의해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는 보고는 없으며, 또한 수계에서 방사성 물질에 의한 오염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인재에 의해 발생한 소련 체르노빌,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 사고나 자연 재해로 인해 야기된 일본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듯이 사고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에 사고 예방뿐 아니라 사고 후 대응까지도 반드시 선제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은 원자력 산업 밀집도가 높은 지역이기에 국가는 모든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사능 수계 오염은 확산을 방지하고 국민 불안감을 덜어내기 위해 초동 대응 관리가 필수적이며, 이는 신속하고 정확한 방사능 감지 기술-친환경적 방사능 제염 기술-대규모 확산 예측 기술 등으로 구성될 수 있다.

현재 안전한 우리의 물이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국가적 위기관리 대응체계의 일환으로써 대응 지침과 더불어 이러한 기술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References)
- Bugai, D. A., Waters, R. D., Dzhepo, S. P., & Skalskij, A. S. (1996). Risks from radionuclide migration to groundwater in the Chernobyl 30-km zone. Health Physics, 71(1), 9∼18.
- Ding, D., Zhang, Z., Lei, Z., Yang, Y., & Cai, T. (2016). Remediation of radiocesium-contaminated liquid waste, soil, and ash: a mini review since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accident. Environmental Science and Pollution Research, 23(3), 2249∼2263.
- Hardie, S. M. L., & McKinley, I. G. (2014). Fukushima remediation: status and overview of future plans. Journal of environmental radioactivity, 133, 75∼85.
- Koo, Y. H., Yang, Y. S., & Song, K. W. (2014). Radioactivity release from the Fukushima accident and its consequences: a review. Progress in Nuclear Energy, 74, 61∼70.
- Sanial, V., Buesseler, K. O., Charette, M. A., & Nagao, S. (2017). Unexpected source of Fukushima-derived radiocesium to the coastal ocean of Japa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708659.
- Shin, W., Oh, J., Choung, S., Cho, B.-W., Lee, K.-S., Yun, U., Woo, N.-C., Kim, H. K. (2016), Distribution and potential health risk of groundwater uranium in Korea. Chemosphere, 163, 108∼115.
- Steinhauser, G., Brandl, A., & Johnson, T. E. (2014). Comparison of the Chernobyl and Fukushima nuclear accidents: a review of the environmental impacts.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470, 800∼817.

[『워터저널』 2017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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