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기후변화…제4차 종합대책 입안 중

   
▲ 외교통상부 김찬우 환경과학협력관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는 2006년에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에 내레이터로 출연했다. 이 한편의 다큐멘터리는 남극과 북극,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 내리고, 카트리나와 같은 위력적인 허리케인 홍수 한발(심한 가뭄) 등 기상재해가 빈발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저지대가 침수하는 것이 모두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제시하며,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2일 파리에서는 세계의 유수한 기후관련 전문가들이 지난 6년간 작업한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구증가, 기술진보, 경제성장에 대한 가정을 토대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우리 사회가 화석연료에 의존한 대량소비형 사회로 나아간다면 금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은 최대 6.4℃, 해수면은 59cm 상승한다고 전망하였다. 금번 발표는 2001년에 발표한 내용보다 한층 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인류 문명이 태동한 이후 기온변화가 1℃ 미만이었음을 생각하면 6.4℃ 상승은 엄청난 변화임을 알 수 있다. 국제환경문제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지구의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시기와 비교하여 2℃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현재 이미 기온은 0.74℃ 상승하였으며, 이미 배출된 그리고 앞으로 배출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계속 기온을 상승시킬 것이다.


교토의정서 기후변화 해결 ‘첫 걸음’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1992년 기후변화협약, 1997년 교토의정서를 채택하여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온실가스 축적에 주된 영향을 미친 선진국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무를 부과하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 대해 제1차 공약기간(2008∼2012년)에 1990년 배출 수준에서 최소 5% 감축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교토의정서를 통한 노력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작은 ‘첫 걸음’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U는 지난 1월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선진국이 1990년 배출 수준에서 60∼80%는 감축을 하여야 하며, 개도국을 포함하여 지구 전체적으로는 50% 감축을 하여야 한다는 장기 감축목표를 발표하였다. 교토의정서에 근거한 선진국의 일차적 감축노력에 대해서도 미국, 호주가 경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이탈하고, EU 내에서도 상당수 국가들이 의무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국제사회가 추구해야 할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교토의정서의 제1차 공약기간 이후 즉 2012년 이후(post∼2012) 기후변화체제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은 2005년 몬트리올 기후변화회의를 통해 출범한 선진국의 추가 의무 설정을 위한 특별작업반(AWG) 회의와 장기적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대화(Dialogue), 2006년 나이로비 기후변화회의를 통해 설치된 교토의정서의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검토(Review)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들 3개 프로세스는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진행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180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현재의 협상이 인류 공동의 자산인 기후체계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보호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촉진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말에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니콜라스 스턴의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늦출 경우 국제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제공하였으며, 금년 1월 세계적인 석학, 주요국 정부대표, 선도기업 CEO들이 참석한 다보스포럼에서는 기후변화가 주요 의제중 하나로 토의되어 기후변화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국제적 관심과 대응 노력 필요

이러한 상황 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금년 중에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기후변화협약이 유엔총회의 결의에 의해 탄생이 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유엔이 기후변화 대응 논의를 가속화하기 위해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후변화 문제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분쟁, 빈곤,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테러리즘 등과 같은 국제적 이슈와 함께 국제적인 관심과 대응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 협상에서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인류의 미래가 달린 기후변화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개도국들의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교토의정서에 불참하고 있는 미국, 호주는 물론, OECD 회원국이면서 개도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멕시코, 더 나아가서 온실가스 거대 배출 개도국인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하바드대 경영대학원의 포터교수는 환경 규제가 비용의 상승만을 초래한다는 정태적 분석을 비판하면서 규제로 인한 비용은 혁신을 통한 자원생산성 향상을 통해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현재의 고유가 상황은 에너지 절약을 촉진하여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기후변화의 도전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그 동안 기후변화에 대응하여야 한다는 국제적인 대의에도 기여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범정부대책기구에서는 국제협상뿐만 아니라 국내의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1999년부터 3년 단위로 세 차례에 걸쳐 수립하고 이행해 왔으며, 2008년부터 2012년 기간을 대상으로 한 제4차 종합대책을 입안 중에 있다. 제4차 종합대책은 국제적으로 기후변화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작성되고 있어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하겠으며, 우리 사회가 저탄소 사회(low-carbon society)로 이행해 가는데 실질적인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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