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물관리 일원화보다 ‘물관리청’ 설치가 더 타당”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 시 기존 조직·인력·예산으로 가중업무 감당 어려워
물관리, 고도의 전문성 요구되는 분야…전문가 집단으로 물관리청 운영 바람직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우리나라 물관리 방향 

우리나라에서 물의 의미

기원전 6세기경,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Thales, B.C. 624∼B.C. 545년)는 “물은 만물의 근원”(Water is the principle, or the element, of things. All things are water.)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것은 현대의 과학지식에 비추어 보면 그대로 맞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2천600여 년 전에 우주의 만물을 지배하는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탈레스의 시도는 실로 놀랍고 값진 것이다.

우리나라에 탈레스의 말을 대입하면 ‘물은 대한민국 발전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한 사회나 국가의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은 사용 가능한 자연자원과 전문 인력자원이다. 그 중에서도 우선적인 자원을 뽑으라면 단연코 자연자원이다.

우리는 옛날, 비록 멀지 않은 옛날이지만, 한탄 아닌 한탄을 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고. 그러나 석유가 대수냐.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지금 세계 10위권 내외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자원 덕분이다. 물은 우리나라의 생존과 발전의 근원이다.

물관리 제1과제는 수량 확보

물관리의 제1과제는 ‘수량의 확보’다. 1차·2차·3차 산업의 생산량은 물의 양에 비례한다. 1차 산업인 농업의 경우 물은 그 생산성과 직결된다. 물의 양과 농업의 생산량은 정확히 비례한다. 2차 산업인 제조업에서도 물은 필수적인 요소다. 모든 2차 산업은 물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해야만 그 생산이 가능하다.

3차 산업인 서비스 산업에서 또한 물은 필수적인 요소다. 예를 들어, 3차 산업의 한 부문을 차지하는 주류는 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산업을 이끌어 가는 사람의 몸은 물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람은 매일 약 300리터(L) 정도의 물이 있어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자연이 주는 수자원의 양은 약 900억㎥이고, 그 중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하천유지용수 등으로 사용하는 양이 600억㎥이다. 나머지 300억㎥는 홍수 시에 바다로 유실되고 만다. 우리나라 수량 확보의 문제는 바로 이 300억㎥를 댐, 저수지 등 저수시설에 의해 저류하는 것이다. 만약 이 300억㎥의 물을 모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의 생산량은 지금의 1.5배로 늘어날 것이다.

수량의 확보는 홍수 시에 바다로 유실되는 수량을 잡아두기 위한 댐이나 저수지 등의 건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평시에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또는 농업용수로 사용된 물을 중·하류에 설치된 저장저수지에 양수하여 잡아두면 그만큼 사용가능한 수량이 늘어난다.

이론적으로는 현재의 사용가능 용수량, 연간 600억㎥의 2배 이상의 수량 확보도 가능하다. 저장저수지의 역할은 말 그대로 매우 현란(絢爛)하다. 저장저수지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잡아두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을 늘려준다. 뿐만 아니라 저장저수지는 수질 오염물질을 휘발, 침전, 분해 등의 작용에 의해 정화하는 기능이 있어 수질오염사고를 막아주고, 오염된 물을 정화하여 좋은 수질의 상수원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열악한 상수원수를 사용하는 대도시 중 하나가 대구시다. 대구시는 상류의 인구밀집지역과 공업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로 범벅이 된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기존의 공산댐과 가창댐을 ‘저장저수지’로 활용하면 상수원수 수질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공산댐과 가창댐의 저수용량은 각각 550만㎥와 910만㎥로 총 1천460만㎥이다. 대구시의 일일 상수원수 사용량이 80만㎥ 수준이므로, 그 전량을 낙동강 표류수를 양수하여 충당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18일 동안 낙동강의 물을 정화한 후 상수원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구시 상수원수의 수질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되고, 낙동강 페놀사건과 같은 원시적 수질오염사고나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을지 모를 사소한 수질오염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부산시의 회동저수지와 법기저수지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물관리 제2과제는 물관리체제 구축

물관리의 제2과제는 ‘올바른 물관리체제의 구축’이다. 우리나라 물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것이 한강유역의 물이건, 낙동강 유역의 물이건, 금강유역의 물이건, 영산·섬진강 유역의 물이건 할 것 없이, 마지막 물 한 방울의 생산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은 우리나라의 모든 물에 대해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물관리는 유역 단위로 이루어진다. 이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수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한강유역의 인구는 2천500만 명이고, 낙동강유역의 인구는 1천200만 명, 금강유역과 영산·섬진강유역의 인구는 각각 600만 명 수준이다. 먼저 유역 내에서 물 사용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의 물관리는 지리적·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한 지역경계, 유역경계를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수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물이 남으면 물이 부족한 저 지역에 공급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물 인심’이 좋은 나라다. 그러나 지금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물관리에 있어 지역이나 유역 개념은 없어져야 한다. 국가 전체라는 개념만 있어야 한다.

물관리 일원화는 왜 필요한가?

지금 논의되고 있는 ‘물관리 일원화’는 국토교통부의 수량관리 업무를 수질관리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로 이관하는 것이다. 수질과 수량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관리주체가 다르면 물관리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결국 수량과 수질 모두의 관리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일원화 주장에 대한 핵심 근거이다.

오염된 물은 아무리 많아도 사용할 수 없고, 오염된 물을 아무리 깨끗하게 정화해도 절대적인 수량이 적으면 수질이 좋아질 수 없다. 따라서 수량과 수질을 같은 부처가 통제할 수 있는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량으로 수질을 조절하는 것은 효과가 크지 않고 자칫하면 수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팔당호 물의 수질개선을 위해 소양호나 충주호 방류량을 늘리는 것은 수자원 관리 면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수질개선 효과도 미지수다.

수질개선을 위한 물관리 일원화는 반 정도의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양호와 충주호의 방류량은 수도권 물 수요량에 맞춰져 있다. 수질개선을 위해 방류량을 조절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자연생태계나 대기·토양·폐기물을 환경부가 일원적으로 관리하듯이, 물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도 환경부가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은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생태계유지용수 등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용수 목적과는 별 관련이 없는 부처가 수량을 관리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 자연생태계나 대기·토양·폐기물을 환경부가 일원적으로 관리하듯이 물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도 환경부가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들 물부족 절실히 느끼지 못해

우리나라에서 물은 ‘우리나라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이 없는’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 없다. 물은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물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재도 물은 풍족하다는 느낌과 현실적으로도 물부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나름으로 물이 많다고 느낀 것은 산업화 이전의 일이다. 산업화 이후 인구가 증가하고 2차·3차 산업의 생산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는 댐 등 저수시설을 건설하여 증가하는 물 수요량을 충당해 왔다. 앞으로 인구가 늘어나고 국민생산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추가 수자원 개발, 물재이용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추가적인 수자원의 개발은 상류지역에 중소규모의 저수시설을 건설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상류에 대규모 댐 등 저수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적지가 거의 없다. 그러나 중·소규모의 댐 등 저수시설을 설치할 적지는 다소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관리청’ 설치 반드시 필요

수질과 수량 업무가 환경부로 일원화될 경우 현재의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의 조직과 인력, 예산으로 일원화된 물관리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환경부의 물 관련 부서로는 수질업무도 감당하기 힘든데, 여기에 수량업무를 더하면 물관리 업무는 크게 늘어나 업무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특히 수량업무는 전국의 수자원 조사에서부터 수자원 확보를 위한 댐, 저장저수지 등 저수시설의 건설 및 활용, 국민에게 수자원을 균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지역 간·유역 간 물관리 네트워크의 구축 및 운영 등으로 방대하다. 따라서 중앙부처 소속 하나의 국(局)이나 실(室)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물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물 분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전문가는 같은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야만 육성될 수 있다. 그러나 중앙부처에서 전문성을 기르는 것은 쉽지 않다. 환경부의 경우 전문분야가 자연, 대기, 물, 토양, 폐기물 분야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승진, 전보 등 인사요인의 발생과 순환보직 등의 사유로 환경부 공무원 중 같은 분야에서 5년이나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매우 드물다. 전문성은 업무수행의 정확성과 효율성의 수준을 결정하고, 결과적으로는 일의 성패를 결정한다. 한 분야에서 적어도 10년, 15년, 20년 이상 종사해야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가칭 ‘물관리청’의 설치가 필요하다. 수질 및 수량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양으로 볼 때 ‘청(廳)’ 단위의 조직과 인력, 예산, 그리고 기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물관리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물관리청’은 물관리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 집단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물은 그냥 물이 아니다. 우리의 생명이자 미래 번영의 토대다. 이러한 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념적으로만 ‘물부족’이라 하고, 행동은 ‘물 쓰듯’ 한다. ‘물관리청’의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물관리청’을 만든 사람들이 누구든, 그들은 우리의 역사에 뚜렷하게 기록될 것이다. 

[『워터저널』 2018년 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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