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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물안보연구단 특별기고] 방사선 이야기
2018년 03월 05일 (월) 09:49:39 워터저널 webmaster@waterjournal.co.kr

 방사능물안보연구단 특별기고  방사선 이야기


“물질과 방사선,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


세상이 모든 물질로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 안정상태면 물질, 불안정하면 방사선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일 뿐…우리가 살아가는 우주가 곧 방사선 그 자체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삶의 질 높이는 데 방사선을 다루는 지식과 기술은 필수적

   
▲ 조 규 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IEEE(미국전기전자학회) 
 NPS RISC 위원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방재환경분과 전문위원
•KAIST 방사선 및
 핵의공학연구소 소장
1. 방사선하면 무엇이 생각나나?

‘방사선’이라고 말하면 우리는 누구나 병원에서 엑스(X)선 사진을 찍었던 경험을 떠올린다. 네모난 상자 앞에 가슴을 밀착시키고 잠깐 숨을 참으면 어느새 “다 끝났습니다.”라고 하얀 가운을 입은 직원이 말한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서 커다란 필름을 보여주는데 놀랍게도 갈비뼈와 등뼈, 그리고 폐와 심장 등 몸 속이 환히 들여다보인다.

숨을 참았던 잠깐의 시간 동안 무언가가 내 몸을 관통하였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게 되지만 관통하는 순간 전혀 느낌이 없었기에 신기하기까지 한 이 ‘방사선’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방사선’이란 불안정한 원자에서 방출되는 빛 또는 물질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리고 방사선의 종류에는 알파(α)선, 베타(β)선, 감마(γ)선, 엑스(X)선, 중성자선 등이 있다고 한다. 방사선의 이름들도 다 낯설지만 ‘불안정’, ‘원자’, ‘방출’, ‘물질’이라는 단어들도 일반인에게는 얼른 감이 오지 않는 말들이다.

사전에서는 방사선에 많이 쪼이게 되면 불임, 탈모, 홍반, 구토, 궤양, 백내장, 기형아 출산, 갑상선암 및 백혈병 등에 걸리게 되거나 심지어는 사망할 수 있다고도 한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고 아무 느낌도 주지 않으면서 무서운 병에 걸리게 하거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방사선’을 우리는 한 평생을 살면서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데도 서적에는 어려운 용어로 설명되어 있어 일반인은 그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눈에 보이는 적이나 위협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눈에 보이지 않고 숨어 있는 적이나 위협은 심리적으로 더욱 더 큰 공포심을 유발시킨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방사선을 일반인이 두려워하는 이유이다. 미세먼지나 중금속, 세균, 광우병 바이러스 등도 비슷한 존재들이다.

몇 년 전 서울 노원구 한 도로의 아스팔트가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으며, 어느 이마트 철제 접시꽂이에서 방사선이 나온다고 해서 전량 회수한 적도 있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직후 비가 오는 날 어느 도시에서는 방사성 비를 우려하여 학생들에게 휴교 명령을 내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몸이 아파 병원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에서 방사선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평소에는 방사선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살고 있다.

‘방사선’하면 떠올리는 또 하나의 강력한 이미지는 2차 대전 중 미군 비행기에 의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도시에 던져진 원자폭탄의 버섯 모양의 구름이나 검은 연기가 뿜어지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장면이다. 원폭이나 원전 사고 발생 시 다량의 방사선이 방출된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인터넷상에는 수많은 정체불명의 기형 동물 사진과 방사성 물질들로 오염된 땅과 바다를 표시하는 지도들이 떠돌아 다녔으며, 수만 명이 암에 걸려죽을 것이라는 등 온갖 소문이 난무했다. 이러한 사진과 소문들은 일반인으로 하여금 방사선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과 공포심을 유발시킨다.

몇 년 전 개봉된 영화 ‘판도라’에는 사고난 원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무스름한 연기와 낙진을 피해 수많은 주민들이 앞 다투며 대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한 편의 영화는 우리 국민의 절반 가량을 방사선에 대한 공포심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급기야 현 정부는 탈원전(脫原電)을 국가 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가 난 다음해에 독일에서는 방사선 피폭과 기형아에 대한 우려로 만 명 이상의 임산부가 낙태 수술을 했다고 한다. 방사선에 대한 공포심을 보여주는 일례이다. 이처럼 일반사람에게 방사선이란 사람의 몸통도 통과하는 아주 위험한 빛이라 인식되고 있어서 가능한 멀리 하고 싶은 것들 중의 하나이다.

2. 방사선의 본질은 무엇인가?

   
▲ 방사선 마크.
‘방사선’이란 진짜 무엇일까? 방사선은 물질의 또 다른 형태이다. 좀 어렵더라도 방사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질과 원자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있는 세상 만물은 대부분 지구 표면에 존재하며, 자연적으로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연필, 책, 테이블, 컵, 화분, 꽃, 나무, 사람, 집, 자동차 등등. 이 세상 모든 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물질’이라 부른다.

순수한 하나의 성질을 갖는 물질을 순물질이라 하지만 다양한 순물질이 섞여있는 혼합물질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연필을 살펴보면 중앙의 연필심과 외부의 육각형 나무기둥,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심과 나무가 물질이다. 연필심의 주성분은 흑연이라는 순물질이며 나무는 탄화수소라는 다양한 물질들의 혼합물이다. 연필심을 반으로 나누고 또 나누어도 연필심의 고유한 성질은 계속 가지고 있다.

물질이 가진 성질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입자를 ‘분자’라고 부른다. 인간이 우주에서 발견한 총 분자의 수는 3천700만 종이라 한다. 대단히 많은 종류이다. 분자를 나누게 되면 고유한 성질이 사라지게 된다.
분자를 쪼개면 원자들이 된다. 인간이 발견한 원자는 110여 종 밖에 되지 않는다. 원자의 종류를 ‘원소’라 한다. 110여 종의 모든 원소들을 무게 순으로 표로 나타낸 것이 주기율표이다. 3천700만 종의 분자가 110여 종 원소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원자는 하나의 원자핵과 다수의 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궁극적인 기본 입자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원자핵은 다시 더 쪼개질 수 있으며, 쪼개진 조각들을 ‘핵자’라 부른다. 핵자는 양성자와 중성자, 2종류가 존재한다.   

110여 종 원소의 한 종류인 탄소는 보통 12개의 핵자(6개의 양성자와 6개의 중성자)로 구성된 하나의 원자핵을 가지고 있고 그 주변을 돌고 있는 6개의 전자로 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탄소는 6개의 양성자와 8개의 중성자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이처럼 양성자수는 같되 중성자수가 다른 원자핵을 갖는 원자들을 ‘동위원소’라 부른다. 이 우주에는 340종의 동위원소가 발견되는데 지난 100여 년 동안 인간은 자연계의 원자에 양성자나 중성자를 조사하여 3천여 종의 새로운 동위원소를 생산하였다. 대부분 반감기가 짧아 곧 원래 원자로 돌아가게 된다.

110여 종의 원소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라는 3종의 작은 입자들이 다수 모여 구성된다. 결국 이 우주에 존재하는 3천700만 종의 물질들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 딱 3종의 기본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놀라운 사실은 38억 년 동안 진화해온 지구의 다양한 생명체가 99.9% 모두 멸종하고 현재에는 3천만 종이 살고 있는데, 그 중 한 종인 인간이 약 100년 전에 알게 된 사실이다. 소위 핵물리학이 밝혀낸 사실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양성자와 중성자라는 원자의 기본 입자인 핵자들도 더 쪼개질 수 있으며 이들을 쪼개면 각각 3개씩의 ‘쿼크(quark)’가 된다. 쿼크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17개의 우주 표준 모형의 기본 입자로서 6종류가 있다. 17종류의 입자 중 질량을 갖지 않는 입자도 4종류가 있으며 그 중 한 종류가 광자이다. 감마(γ)선, 엑스(X)선, 빛, 자외선, 적외선, 전파 등은 모두 광자로서 다만 파장이 다를 뿐이다.

갑자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하지 말자.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만물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질은 다시 분자로, 분자는 다시 원자로, 원자는 다시 핵자로, 핵자는 쿼크(quark)라는 기본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물질의 위계질서를 이해하면 된다. 물질이 이러한 핵자나 기본입자들로 나누어진 상태를 방사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모이면 물질이요 나누어지면 방사선이다.

물질은 에너지가 낮은 상태이며, 방사선은 에너지가 높은 상태이다. 물질은 안정된 상태이며 방사선은 불안정한 상태이다. 입자들이 모여 우리 인체를 이루는데, 이 입자들이 쪼개져 흩어지게 되면, 즉 에너지를 가지고 비행하게 되면 이것을 방사선이라 부른다.

3. 방사선은 어디에 있나?

이 우주는 별이나 별의 집합체인 은하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암흑에너지와 암흑 물질이 우주 구성에너지의 74%와 22%를 차지하며, 은하 속의 별과 같은 보통 물질은 4%에 불과하다고 천체물리학자들은 말한다. 우리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Big Bang)이란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고 한 점에서 현재의 크기까지 계속 팽창해 왔다고 한다.

관측 가능한 범위에 있는 우주에는 약 1천700억 개의 은하들이 존재하며 각 은하는 1천만 개에서부터 100조 개까지의 다양한 개수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많은 별들은 주로 수소원자와 헬륨원자, 전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부 커다란 별에는 더 무거운 원소들도 존재한다.

사실, 별이란 수소에서 시작하여 가벼운 원소들이 더 무거운 원소로 서로 뭉쳐지는 핵융합 반응로이다. 태양처럼 조그만 별은 수소가 헬륨으로 변화하면 멈추게 되지만 이 우주에 존재하는 많은 커다란 별들은 수소에서 시작하여 주기율표 중간에 있는 철까지 만들고 갑자기 부피가 줄어들다가 폭발을 하면서 우라늄까지 무거운 모든 원소를 일시에 만든다. 이것을 ‘초신성 폭발’이라 한다.

모든 별들에 존재하는 원자들은 모두 전리되어 있다. 즉 전자들이 떨어져 나간 원자핵 상태로 존재하므로 양성의 전기를 띄고 있다. 떨어져 나간 전자들은 음전기를 띄고 있으며 원자핵과 섞여 있는데, 이런 물질상태를 ‘플라즈마(Plasma)’라고 한다. 입자들이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는 일종의 방사선 상태이다. 즉 우주의 99.9%를 차지하는 별들은 그 자체가 모두 방사선 상태이다.

   

한편, 수많은 별들의 표면으로부터 우주 공간으로 시시각각 입자들이 내뿜어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태양에서도 태양풍이란 이름으로 입자들이 매순간 우주 공간에 흩뿌려지고 있다.

이 입자들은 주로 양성자와 전자, 중성자들이며 때로는 더 무거운 원소들의 원자핵도 존재한다. 이처럼 별들에서 출발하여 우주를 비행하는 수많은 입자들을 ‘우주방사선’이라 부른다. 우리 우주는 별 사이의 공간마저 방사선으로 가득 차 있는 그야말로 ‘방사선의 바다’이다.

우리 지구는 두 종류의 우주방사선을 외부로부터 받고 있다. 우리 은하로부터 지구에 도달하는 ‘은하방사선’과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방사선’이 그것들이다. 전자는 고에너지의 양성자가 주성분이며, 후자는 저에너지의 양성자가 주성분이다. 이 방사선들이 지표면에 도달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 종은 멸종하게 된다.

다행히 우리 지구에는 대기와 지구 자기장이 있으며 자기장은 태양방사선을 차폐(遮蔽)해준다. 하지만 은하방사선은 고에너지라 자기장을 뚫게 되는데 이때 지구대기가 이를 막아준다. 은하방사선은 지구대기와 충돌하여 저에너지의 방사선으로 바뀌어 지표면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를 ‘2차 우주방사선’이라 한다.

지구와 달, 화성, 금성 등 태양계의 몇몇 행성들은 우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사선이 없는 안정된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철(Fe), 산소(O), 규소(Si), 마그네슘(Mg)이 전체의 93%를 차지하며 이들은 안정적인 원소들이다. 하지만 45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할 때 주성분이었던 우주 먼지들은 우리 은하 내의 몇 개의 초신성 폭발 잔해물로, 이 속에는 우라늄(U)이나 토륨(Th)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도 다량 존재한다.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우라늄-238과 토륨-232는 알파(α) 붕괴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로서 반감기가 각각 45억 년과 139억 년이다. 또한 지표의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칼륨(K)-40의 반감기는 12억8천만 년이다. 이들 세 종류의 장반감기 원자들은 지구 내부의 마그마의 유동을 일으키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지구 내핵이나 마그마의 유동성은 지구자기장을 만드는 원인이다.

지구 표면은 -50℃에서 50℃까지 다양한 온도 분포를 가지고 있는데, 평균 온도는 15℃ 정도이다. 생명체가 진화하고 존재할 수 있는 적절한 온도이다. 이 평균온도가 10℃ 정도 증가하거나 감소하면 대부분의 생명체는 멸종하게 된다. 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태양으로부터 쏟아지는 빛에너지와 지구 내부에서 방출되는 지열 때문이다.

생명의 근원이라고 알려져 있는 태양 빛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고 난 결과물의 일종인 저에너지 전자기파가 지구에 도달하는 것이다. 즉, 빛에너지도 방사선의 일종이다. 다만 에너지가 낮아 물질을 전리하는 능력이 없어서 비전리방사선이라 부른다.

45억 년 전 달 크기의 몇 개의 소행성들이 충돌하여 지구를 이룰 때, 생성되었던 마찰열이 지구 내부의 뜨거운 핵을 만들었다. 그 뜨거운 핵으로부터 지표면으로 전도되고 있는 순수 열에너지가 50% 요인을 차지한다. 다른 50%는 놀랍게도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장반감기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붕괴할 때 나오는 방사선 에너지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방사선 덩어리인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 비전리방사선 빛에너지와 지열의 50%를 차지하는 지구방사선 에너지가 생명을 창출하고 진화하게 만드는 생명의 원동력인 셈이다. 나아가 지구방사선은 생명을 멸종시킬 수 있는 태양방사선을 막아주는 지구 자기장을 만들어 또 한 번 생명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방사선은 생명의 근원이자 보호자이다.

   
▲ 태양처럼 조그만 별은 수소가 헬륨으로 변화하면 멈추게 되지만 이 우주에 존재하는 많은 커다란 별들은 수소에서 시작하여 주기율표 중간에 있는 철까지 만들고 갑자기 부피가 줄어들다가 폭발을 하면서 우라늄까지 무거운 모든 원소를 일시에 만드는데 이것을 ‘초신성 폭발’이라 한다.

지표면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은 연평균 2.4밀리시버트(mSv)의 방사선량을 받고 있는 데 이중 50%는 우라늄의 자핵종인 방사성 라돈가스를 호흡하는 데 기인하며 나머지 50%는 2차 우주방사선, 지구표면에서 방출되는 지각방사선, 그리고 우리 몸 내부에 존재하는 방사성 칼륨(K)-40이나 루비듐(Rb)-87, 탄소(C)-14 등으로부터 자체 피폭되는 양이다.

전 세계 인류는 매초 수만 개의 전리방사선을 연중 내내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것을 ‘자연방사선’ 혹은 ‘배경방사선’이라 한다. 미국의 덴버나 북유럽의 국가들, 인도, 이란, 중국, 브라질의 특정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3배 이상 높지만 특별한 이상 징후는 발견할 수 없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대피해야 했던 이주자들과 이후 방사성 세슘(Cs)으로 오염된 지역에 거주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온갖 루머가 있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유엔(UN) 보고서에 의하면 진실은 다음과 같다. 초기 이주자 11만 명의 20년 누적 평균 피폭량은 33밀리시버트(mSv)였으며, 사고 후에 고방사성 구역으로 선포된 곳에 거주했던 27만 명의 20년 누적 평균 피폭량은 50밀리시버트(mSv) 정도였다.

이 두 집단의 20년간 추가 방사선 피폭은 자연선량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즉, 평소에 받는 선량의 2배 정도를 20년간 받았다. 루머와는 달리 사고로 인해 특별한 질병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나타날 이유도 없었다.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의 방사선 피폭자는 일반인이나 원전 종사자에게도 전혀 없었다.

위에 언급한 장기적인 저선량 피폭보다 일시적인 고선량 피폭은 생물학적으로 훨씬 위험하다. 만일 일시적으로 수 천 밀리시버트(mSv) 이상의 방사선 피폭을 받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히로시마 원폭 생존자 데이터에 의하면 100밀리시버트(mSv) 이하 피폭 시 이로 인한 생물학적 영향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방사선 작업종사자의 연간 허용선량을 50밀리시버트로 책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폐암 진단을 위해 복부 CT를 찍으면 10밀리시버트(mSv) 정도 받지만 1년에 3∼4번 CT를 찍더라도 이로 인한 후유증 사례는 거의 없다.

원폭을 제외하고 지난 반세기 동안 사고로 인해 과다 피폭되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한 사건은 극히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고 이로 인한 인류 전체 총 사상자는 수십 명 정도이다. 가장 큰 사고는 역시 체르노빌 원전사고이다. 체르노빌 사고 후 화재를 진압하고 오염을 제거하는 데 동원된 60만 명의 작업자들은 평균 100밀리시버트(mSv) 정도 피폭되었지만 대부분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사고 직후 사고 규모를 줄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화재를 진압해야 했던 소방대원 중 134명이 2천 밀리시버트(mSv) 이상 피폭되어 치료를 받았으며 이들 중 28명이 3개월 내로 사망한 사례가 가장 큰 피폭 사례이다.

1976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연탄가스로 사망한 사람은 1천13명이었으며,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10만 명이다. 이러한 위험들에 비하면 원전사고나 기타 방사선 사고로 인한 일반인의 방사선 피폭 실제 위험도는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4. 맺음말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방사선. 일반인에게 방사선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일 수 있다. 방사선은 체감할 수 없는 것이기에 전문가들에게조차 늘 조심히 다루어야 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주는 대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방사선 그 자체이다. 세상 모든 물질이 안정적인 상태이면 물질이지만, 에너지를 갖고 쪼개지면 방사선이 된다. 물질과 방사선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과 같은 것이다.

방사선의 다른 이름은 에너지이다. 사실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빛조차 방사선의 일종이다. 에너지는 우주 및 생명 진화의 원동력이다. 지구에 사는 우리 인간과 모든 생명체는 늘 초당 수만 개의 전리방사선을 받고 있다. 이 정도의 자연방사선은 생명에는 하등 지장이 없다. 아니 오히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이 정도의 방사선 환경에 진화하여 온 것일지 모른다.

방사선은 인류 과학문명을 통해 알아낸 우주의 비밀이며, 의학 및 과학기술, 에너지 분야 등에서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방사선을 다루는 지식과 기술은 필수적인 것이다.

[문의 = gscho@kaist.ac.kr]

[『워터저널』 2018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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