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의 재활용

   
빳빳하게 풀먹인 하얀 칼라, 그 위로 단정히 채운 호크, 가지런한 금장단추. 가끔은 호크와 상의 단추도 한두 개쯤 풀고 모자는 뒤로 약간 넘긴 채 책가방은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검정색 교복차림의 까까머리 남학생.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자화상이다.

졸업앨범에 담긴 소풍, 졸업여행, 수업장면 속 교복을 입고 웃고 있는, 지금은 50대가 됐을 친구들의 흑백 사진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한동안 잊었던 그때 추억에 젖어든다.

그 당시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모두 교복을 입고 다녔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은 형제나 선배들 교복을 물려 입곤 했다. 교복을 새로 맞추는 학생들도 사이즈를 넉넉하게 하여 3년 동안 내리 입을 수 있게 했다.

부모님들은 생계를 꾸려나가느라 힘이 들어도 까만 교복을 입고 공부하는 자녀들을 보면 저절로 힘이 솟았다.

그러던 교복이 이제는 오히려 부모님들 어깨를 무겁게만 하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신학기를 앞두고 고가 교복값이 사회적으로 한바탕 논란이 되어 왔다. 사교육비에 이미 허리가 휜 부모님들의 가계부담은 날로 커져가고, 교복은 본래의 참뜻을 잊은 채 학생들간 위화감마저 조장하고 있다.

진학 시 설레는 마음으로 교복을 입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고가 교복도 문제지만 유행만을 좇아 쉽게 사고 버리는 젊은층의 소비문화가 더욱 안타깝다.

옷도 하나의 자원이다. 교복뿐 아니라 아이들이 쉽게 사고 버리는 옷은 환경에도 심각한 부담을 준다.

버려진 옷들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유발한다. 또한 매립되어 완전 분해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고, 소각처리할 땐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한다.

환경보호는 대단한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 속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환경보호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신학기가 시작됐다. 값비싼 교복을 못 샀다고 걱정하기보다는 교복의 재활용, 즉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옛날 전통을 이어받아 교복 물려주기 문화를 되살려 보자.

미래 환경을 책임질 청소년들이 손수 실천함으로써 환경의식에 대한 싹을 키울 뿐 아니라 선후배간 돈독한 정과 함께 아름다운 학창시절을 기억하게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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