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물산업 육성해 물낭비 방지해야 한다”


자연의 자동제어체제로 수자원량만큼 인구증가 허용…물부족국가 있을 수 없어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 아닌 물낭비 국가…물 정화기술 등 물산업 발달 필요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지구상에 물부족국가는 없다 

물 따라 모여드는 사람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고, 생명이 있는 곳에 초목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있다. 세계의 인구 분포를 보면 너무 춥거나 더운 지역으로서 강수량이 적은 곳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세계 인구밀집지역은 중국의 중동부지역과 중남부지역, 인도의 북부지역과 서부지역, 아프리카의 중서부지역, 유럽의 동북부지역과 서북부지역, 북미의 동부지역, 라틴아메리카의 중부지역 및 남미의 동부지역 등이다. 이러한 지리적인 인구 분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강수량이다.

아시아는 면적이 4천368만㎢로 극 지역을 제외한 지구 전체 육지의 32%를 차지하고,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58%를 차지한다. 그러나 그 인구는 지역적인 강수량의 영향을 받아 중국의 동부지역과 인도의 북부지역 및 서부지역에 편중되어 있다.

유럽은 지역에 따라 강수량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이 높기 때문에 전 지역에 골고루 인구가 분포되어 있고, 아시아 다음으로 인구밀도가 높다.

아프리카, 북미 및 남미지역도 강수량에 따라 동부지역 또는 서부지역, 북부지역 등에 인구가 밀집되어 있다. 이와 같이 어떤 지역의 인구밀도는 그 지역의 수자원의 양에 비례한다.

 
한국, 물이 가장 풍부한 나라 중 하나

세계에서 국토면적이 10만㎢를 넘는 국가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은 연평균 강수량이 2천500㎜인 방글라데시이고 그 다음이 우리나라다. 인구밀도가 높다는 것은 수자원이 그 인구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이 풍부한 지역이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가 물이 풍부한 지역이면서 물이 부족한 나라가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인구가 수자원의 양에 비해 너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나라가 아직 가용 수자원의 양에 비해 인구가 과다하지 않은 것일까? 우리나라가 진정한 물부족 국가인가?

지구는 물이 지배하는 왕국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체와 생태계는 자동제어체제에 의해 그 존립이 유지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초원은 토양, 풀과 관목, 들소나 사슴과 같은 초식동물, 사자나 표범, 치타와 같은 육식동물과 대머리독수리와 같은 청소동물을 주요 생태적 요소로 하여 구성된 초원생태계다.

초원생태계에서 토양은 풀과 관목을 키우고 풀과 관목은 초식동물의 먹이와 은신처가 되며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의 먹이가 된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의 숫자를 조절하여 초원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준다.

초원에 육식동물이 없으면 초식동물이 일시에 과다하게 번식하여 초원의 풀뿌리까지 먹어치우게 되고 강우에 의해 토양이 유실되어 결과적으로 초원생태계는 파괴된다. 그러면 그곳에는 들소도 사자도 그 무엇도 모두 사라진, 무생물의 세계가 들어서게 된다. 이와 같이 자연생태계는 자동제어체제에 의해 그 존립이 결정된다.

수자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자연의 자동제어체제에 의해 수자원의 양만큼 인구의 증가가 허용될 뿐이기 때문에 세계 어떤 지역에서든 물부족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쌀농사를 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초원을 물 기근 지역이라고 할 수 없다. 물이 있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지, 생명이 있어 물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 아프리카 초원에서 쌀농사를 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초원을 물 기근 지역이라고 할 수 없다.

숫자로 보는 수자원과 인구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수자원의 양과 인구 증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양호 등 댐이 건설되기 이전인 1960년대 말 우리나라의 인구는 3천100만 명이었고 2010년 추계인구는 4천800만 명이며,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의 정점으로 예측되는 2018년 예측인구는 4천900만 명이다.

1970년대 초 소양댐의 건설에서 시작된 인공호의 건설로 지금까지 우리나라 가용 수자원의 양은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다만, 1인당 수자원 사용량의 증가로 같은 기간 중 우리나라 인구는 2배 증가하였다. 중국의 국토면적이 우리나라의 거의 100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14억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28배에 그치고 있는 것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우리나라의 28배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수단 등 상류에서 흘러오는 물을 아스완댐에서 연간 555억㎥를 취수하여 9천704만 명의 인구를 부양하고, 수단은 아스완댐에서 연간 185억㎥의 물을 취수하여 3천734만 명의 인구를 부양한다.

대서양에 면해 있는 모로코는 국토면적이 44만㎢로 아프리카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이지만 연간 340억㎥의 물로 3천398만 명의 인구를 부양하고 있다. 반면 면적 175만㎢의 리비아는 지하수 등을 개발하여 665만 명의 인구를 부양하고 있다.

 
 
‘물부족’, ‘물남용’이라는 말과 동의어

“낭비하면 풍부함이 없고 절약하면 부족함이 없다”라고 일찍이 인도의 한 성자는 말했다. 물을 남용하면 우리나라가 지구상의 물을 다 사용해도 물부족 국가가 된다.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는 말은 곧, 우리나라는 ‘물을 낭비하는 국가’라는 말과 같다.

물의 낭비에는 크게 2가지 유형이 있다. 물낭비의 제1유형은 물의 절대사용량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경우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샤워를 할 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샤워헤드를 계속 틀어 놓고 샤워를 하는 것과 필요할 때만 샤워헤드를 트는 것을 비교하면 후자의 경우 물이 많이 절약된다. 샤워헤드를 계속 틀어놓는 경우 그만큼 물을 낭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탁기나 변기 등과 같이 사용자가 사용량을 줄이는 것에 한계가 있을 때는 물절약 기기를 개발하여 물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산업에 사용되는 물이나 농사에 사용되는 물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물낭비의 제2유형은 쓰고 난 후 오염된 물을 정화하지 않고 그대로 강이나 하천, 호수 등 공공수역에 버림으로써 다른 물을 오염시켜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다. 이러한 제2유형의 낭비가 가장 심각한 물의 낭비라고 할 수 있다. 물을 남용하지 않으면 물부족 현상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제1유형과 제2유형의 물낭비를 방지하는 방법은 물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용수의 생산·공급·사용이며, 사용한 후 버려지는 물의 가장 효율적인 정화처리다. 물산업이 발달하면 지구상에 물부족국가는 없어진다. 

[『워터저널』 2018년 4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