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매년 반복되는 가뭄, 해결방법 없나


“대체수자원 확보해 물부족 문제 해결해야”


수량·수질 관리 이원화 및 광역상수원 의존 정책이 효율적 수요관리 방해
도시 개발계획 수립 시 수자원 부존량·공급 가능량 사전 판단 절차 도입
대규모 건물서 빗물이용시설과 중수도 연계 운영 통해 물공급 안정성 확보


Part 03. [전문가 토론] 반복되는 가뭄고개 어떻게 넘을 것인가

국회 물관리연구회의 주승용 의원(바른미래당)이 지난 3월 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반복되는 가뭄고개 어떻게 넘을까?’라는 주제로 국회 물관리연구회 제11차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남궁은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서는 △박재현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장 △박용규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 △허재영 충남도립대 총장 △김원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문정수 롯데건설 기술연구원 박사 △김연식 세계화장실협회 기술위원 등 물관리 분야 전문가 6명이 패널로 참여해 가뭄고개를 넘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토 / 론 / 자

· 남궁은(좌장)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 박재현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장
· 박용규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
· 허재영 충남도립대 총장
· 김원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 문정수 롯데건설 기술연구원 박사
· 김연식 세계화장실협회 기술위원
 

“물부족 문제 극복방안 집중 논의할 것”

▲ 남궁 은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 남궁은 교수(좌장)  토론에 앞서 서울대 김미경 교수와 중원대 김형수 교수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김미경 교수는 공급 확대 중심의 물관리에서 물 수요관리 중심의 물관리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 스페인 사라고사 등 해외 수요관리 우수사례를 들어 가뭄 극복 방안을 소개했다.  

김형수 교수는 수도 취수원의 지표수 집중 현상을 꼬집으며 지하수를 적극 활용해 취수원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시적인 지하수 개발 및 공급으로 지하수의 수도 취수원 역할을 높이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평상시 지하수 수도 취수원 개발과 지속적인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진행될 토론에서도 물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할 것이다. 국토부 박재현 국장을 비롯해 우리나라 물관리 분야 최고 전문가 6명을 모신 만큼 심도 깊은 토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호강 비상공급시설로 단수 막아”

▲ 박 재 현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장
■ 박재현 국장  우리나라의 연간 물 공급량은 약 350억㎥이며, 이 중 댐에서 공급하는 양은 200억㎥ 정도이다. 물공급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댐이 물공급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이다.

현재 국내에서 국토부가 댐을 설치하거나 광역상수도를 공급하고 있는 지역 가운데 물이 원활히 공급되고 있지 않는 지역은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뭄은 발생하고 있다. 댐의 설치나 광역상수도 공급과 가뭄은 별개의 문제이다.

지난 2월에는 대구 운문댐이 저수율 8.2%를 기록하며 준공 이래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였다. 작년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으로 국토부는 홍수기 초반인 지난 7월부터 관계기관과 협력해 선제적으로 댐 용수 비축을 시작했지만, 강우 부족은 홍수기 후반까지도 계속됐다. 이에 물공급을 잠시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국토부는 영천댐 하류에서 금호강 물을 취수해 운문댐에서 대구 고산정수장으로 공급되는 용수를 대체할 수 있는 ‘금호강 계통 비상공급시설’을 설치했다. 고산정수장으로 공급 중인 금호강 계통 광역상수도 관로에 금호강에서 끌어오는 도수관로를 연결해 하루 12만7천㎥가량(운문댐 공급량)을 공급하고 있다.

운문댐은 1억6천만㎥ 용량의 대규모 댐으로, 여기서 물을 공급받는 인구는 88만 명 정도이다. 만약 이 비상공급시설이 사전에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면, 운문댐을 식수원으로 활용하는 대구, 경북 경산·청도 등 인근 주민 약 88만 명이 식수를 공급받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70여 일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예비비를 확보한 덕분에 대규모 단수라는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올해 대이작도·안마도에 지하수댐 건설”

현재 국토부에서는 국토 관련 모든 댐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어느 정도의 안전도를 갖고 있는지 재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해마다 심해지는 가뭄으로 가용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댐의 용수공급 기능과 홍수 조절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댐을 새로이 건설하는 방안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규모 댐을 지을 적지가 부족하며, 소규모 댐을 짓기에는 환경적 영향 또는 지역의 반발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와 더불어 앞선 발제에서 강조된 ‘취수원 다원화’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여러 가지 취수원 중에서도 우선, 하천의 물공급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유역별 하천 특성에 맞는 저류지 등을 확대 설치하여 증가하는 기상이변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자 한다.

또 지하수 활용도를 높일 계획으로, 올해 처음으로 인천 옹진군의 대이작도와 전남 영광군 안마도에 지하수댐 건설을 추진한다. 지하수댐은 땅속에 인공 차수벽(遮水壁)을 설치해 바다로 흘러가는 지하수를 저장해 둔 후 이를 주민들이 사용토록 하는 시설로, 이미 7년 전 「지하수법」을 통해 지하수 댐을 건설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명시화했다. 이 밖에도 산업단지 등에 부족한 공업용수를 충당하기 위해 해수담수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물은 하나의 복지이다. 따라서 물은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제공되어야 한다. 최근 충남 서부 지역에 이어 전남 해안 지역과 섬 마을에도 가뭄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데, 특히 이들 지역에서는 취약 계층일수록 물 복지가 낮은 형편이다. 이에 국토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물공급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제한급수 지역에 특별교부세 지급”

▲ 박 용 규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
■ 박용규 상하수도정책관  올해 1월 1일부터 3월 3일까지의 전국 누적강수량이 평년(70.6㎜) 대비 77.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초 전국적으로 15∼40㎜의 비가 내려 가뭄은 다행히도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도서 및 산간 지역의 가뭄까지 해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3월 5일 기준 전국 15개 시·군 4만7천794세대의 10만여 명이 비상급수를 실시 중이고, 신안·완도 등에서는 1만3천412세대의 2만6천450명이 제한급수 중이다. 이에 지난 2월 28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취수 원수가 부족한 속초·신안·완도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지원해 신규 용수 확보대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속초시는 인근 저수지 대체공급을 위한 용수공급관로 설치 사업에, 신안·완도 등 도서지역은 관정 개발, 물막이 설치 등 가뭄대책 공사비로 특별교부세를 사용할 예정이다. 또 상습가뭄지역에 해당하는 시(市)급 지자체의 노후상수도 현대화사업을 당초 계획이었던 2022년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제한급수 지역의 추가 지원 대책을 발굴 및 추진할 방침이다.

“물관리 일원화 통해 가용 수자원 활용”

아울러 지구온난화로 인해 강수패턴이 집중호우 형태를 보이면서 국지적인 가뭄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13년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 변화에 따라 지역적 강수 편중, 태풍 감소, 여름철 강수량 부족 등이 심화된 데서 기인한다. 게다가 IPCC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미래의 강수는 더 강해지지만 빈도는 감소되어 가뭄 발생 가능성이 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간 정부의 물관리 체계는 수량(국토부)과 수질(환경부)이 이원화되어 가뭄 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가뭄의 직접적이자 일차적인 원인은 강수량 부족이 맞지만 근본적으로는 한정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 및 관리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에서 책임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대형 댐 건설 등 그동안의 광역상수원 의존 정책은 국지적 가뭄 발생 시 댐 용수 부족과 인근 지역의 대규모 가뭄을 유발해왔다.

따라서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질·수량관리 및 재해예방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물관리 일원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지면 광역상수원, 지방상수원, 빗물저장시설 등 가용 수자원을 지역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지자체 행정구역별로 단절된 용수 공급 체계를 물 수요에 기반한 유역단위 용수 공급체계로 전환하고, 광역수자원과 지자체 수원, 대체수자원 등을 유역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 박재현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장은“가뭄 해결을 위해 올해 안에 옹진군 대이작도와 영광군 안마도에 지하수댐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으며, 박용규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은“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질·수량관리 및 재해예방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물관리 일원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단계서 물공급 가능성 분석”

▲ 허 재 영
충남도립대 총장
■ 허재영 총장  부실한 도시 계획이 물부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공급 가능량을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시나 단지계획이 완성되면 수요량을 감당하기 위해 무리한 공급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로 인해 수자원의 유역 간 이동이나 왜곡이 일어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 발생하는 기상학·수문학적 가뭄도 물공급 가능성을 사전에 분석하지 않아 가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개발계획 수립 시 수자원의 부존량과 공급 가능량을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우선 발전용수량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원별 발전설비 현황을 보면 수력발전이 전체 전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4%인 것에 비해 하천수 사용허가량 중 발전용수는 75%에 달한다. 사용허가량이 실제 사용량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발전용수(685억㎥)와 발전용수를 제외한 하천수 합계(245억㎥)를 비교했을 때 발전용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것이 사실이다.

수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는 것을 감안하면 발전정책의 변경이 필요해 보인다. 발전용수를 부분적으로 조정하여 줄이면 그만큼 용수사용량이 늘어나게 되므로 수자원의 추가 확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의 상수도 보급률은 2014년 기준 96.1%에 이르지만 일부 도서·산간지역은 여전히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특히 보령댐에 의존하고 있는 충남 서부권 5개 시·군은 최근 극심한 가뭄을 장기간 겪고 있는데, 금강도수로로부터 물을 공급받고 있으나 물의 안정적인 공급 측면에서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유수율이 2015년 기준 60.1%에 불과해 유수율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하수 이용 비상용수 공급 방안 필요”

국내 지하수 이용량은 2015년 기준 약 41억㎥인데, 이는 지하수개발가능량(128.9억㎥)의 약 32%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지하수 평균심도는 6.73m로, 대수층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아 지하수 부존량도 크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지하수의 현명하고 절제된 사용이 요구된다.

전국 지하수 수위 및 수질의 모니터링을 위한 국가지하수관측소를 활용하여 비상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지하수위 저하가 현저하게 발생한 지역은 인공함양계획을 수립하여 대수층의 성능 저하를 방지해야 한다.

이 밖에도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및 환경개선용수가 별도의 부처에서 관리되고 있어 수자원 현황이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하므로 수자원을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17년 7월 통합물관리포럼이 출범했으며, 여기에서 합의된 물관리 비전을 실현하고자 국회에 물관리 일원화를 요청하고 있다. 다만 국회 내 논의과정에서 지연되고 있어 조속한 결단을 요구하는 바이다.

특히 통합물관리는 △물의 수요관리 △기존에 개발된 수자원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을 통한 효율적 이용 △유역과 하천관리를 통한 수질 및 수생태계 향상 △유역별 물관리 거버넌스 구축 등의 주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덧붙여 빗물 이용의 확대도 통합물관리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가뭄에 대한 전사회적 망각 매년 반복”

▲ 김 원 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 김원재 박사  가뭄 심화로 여러 지자체에서 연중 제한급수를 시행하는 등 물부족이 심각한 사회현안으로 떠올랐다. 매해 이상 가뭄이 되풀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끝까지 진행된 적을 찾기 어렵다. 연구를 시작할 즈음 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되면 더 이상의 연구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끓는 물 속 개구리’와 같다. 서서히 물이 끓고 있는데 어느 순간 불이 꺼졌다고 해서 돌이킬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장 문제가 해갈되었다 하더라도 가뭄은 반복되며, 가뭄 피해의 심각성에 대한 전사회적인 망각은 개구리의 죽음을 재촉할 뿐이다.

따라서 극한 가뭄에 대응해 안정적으로 물을 확보하고 국민 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연구개발 차원에서 물확보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때의 기술개발 목표는 물공급 다변화를 통한 극한 가뭄 대응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수재이용기술을 확보해 대체수자원을 획득하고, 영양물질 저감 및 회수기술을 확보해 지속가능한 물보호를 이뤄내야 한다.

“하수처리수 재이용 관련 기술 확보해야”

연간 하수처리량 70억㎥ 중 재이용량은 2014년 기준 13.5%에 불과하며, 재이용량 중 장내용수로 활용되는 53%를 제외한 장외용수의 경우, 대부분 하천유지용수(34%)로 이용되고 있다.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간접 음용수원(IPR)으로 활용이 가능한 수준의 원천 수처리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하수처리수 관련 수질기준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하·폐수처리수 용도별 수질기준에 따른 친수용수, 하천유지용수, 습지용수의 수질기준을 보면 총인(T-P)이 0.5㎎/L 이하여야 하는데, 이는 조류 대발생을 방지하기 어려운 높은 수준이다.

또 하천생활환경기준에 따라 생활용수로 이용가능한 보통(Ⅲ) 등급 이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5㎎/L 이하, 화학적산소요구량(COD) 7㎎/L 이하, 총유기탄소(TOC) 5㎎/L 이하를 만족해야 하는데, 이 중 특히 TOC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어렵다.

아울러 간접 음용수원 수준을 만족하는 안전한 물확보를 위해선 저에너지·고효율 하수처리수 재이용기술, 하·중수 위해성 저감기술, 고효율 수중 유해물질 제거기술, 영양염류 저감·회수 실용화기술 등의 수질관리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공공하수처리시설로 유입되는 인 부하의 80% 이상이 회수되어야 한다. 이 밖에도 물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아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 극한가뭄에 대비한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하수처리수 재이용 관련 기술 확보, 빗물이용시설과 중수도의 연계 운영, 「수도법」개정을 통한 절수형 변기 기준 강화 등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버려지는 물자원 활용방안 강구해야”

▲ 문 정 수
롯데건설 기술연구원 박사
■ 문정수 박사  국내 상수도 보급률이 2016년 기준 98.9%를 달성했다. 그러나 높은 상수도 보급률의 근간이 되는 댐의 저수량이 기록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저수지와 하천의 바닥이 드러나는 등 물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지역에 따라 단수와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고,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물공급 방식을 보면 원거리의 물을 끌어와 사용하고 지역 내에서 활용 가능한 물자원은 버려지고 있다. 따라서 외부에서 공급되는 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버려지는 물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 상수도 이외에 추가적인 물자원을 확보하여 활용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빗물과 중수도의 확대 적용에 걸림돌이 되는 현안들을 점검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빗물이용시설의 설치와 운영은 빗물이 갖는 수질·수량적 특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초기 빗물의 적정한 관리와 빗물저장조의 침전 기능 활용, 사용목적에 맞는 소독시설 설치 등 핵심적인 설비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빗물을 상수나 중수와 연계 운영함으로써 물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빗물이용시설·중수도, 연계 운영 필요”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연면적 6만㎡ 이상인 대규모 점포의 경우 물사용량의 10% 이상을 중수로도 공급하고 빗물이용시설을 설치·운영토록 명시하고 있다. 이때 물사용량의 10% 이상을 하·폐수 처리수 재처리수로 공급받거나 빗물을 이용하면 중수도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빗물이용시설만으로는 충분한 수량 공급이 어려우므로 중수도를 설치해야 한다. 따라서 이 둘이 잘 연계 운영될 수 있도록 계획단계에서부터 검토가 이뤄져야 하며, 우기 시 빗물을 위주로 한 공급과 이에 따른 중수도 처리량의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대규모 지하 구조물이나 건축물 공사 시, 유출지하수가 발생한다. 서울시의 경우를 보면 2016년 기준 하루 유출지하수 총 발생량 18만8천㎥ 중 13만㎥이 이용되고 있는데, 이 중 90% 이상이 하천유지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나머지 5만7천㎥/일은 하수도로 버려져 연간 66억 원의 하수도 사용료가 부과되고 있다. 이처럼 유출지하수의 이용은 경제적 손실을 줄일 뿐만 아니라 물자원 확보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으므로 향후 법에 명시된 유출지하수 활용에 대한 내용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생활용수의 25%가 변기서 사용돼”

▲ 김 연 식
세계화장실협회 기술위원
■ 김연식 기술위원  현재 우리가 소모하는 대다수의 자원은 대체 방법이 이미 존재하거나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했으나 지금은 태양열, 지열, 수력 등 생산 방법이 다양해졌다. 또 전기를 소모하는 제품들 중 조명만 보더라도 기존의 백열등에서 형광등, LED, QSD 등 점점 자원소모량이 적고 효율이 높은 제품으로 바뀌고 있다.

문제는 유한자원인 ‘물’이다. 물은 다양한 곳에서 쓰이고 있지만 대체자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국내 수자원은 농업용수(158억㎥), 하천유지용수(78억㎥), 생활용수(75억㎥), 공업용수(21억㎥)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국가적 이용 측면에서 볼 때 물은 절대 소모량이 일정 부분 존재한다.

물의 절대 소모량을 줄이기 어려운 사용처를 제외하면 생활용수가 전체 수자원 이용 현황에서 약 23%를 차지한다. 생활용수는 양변기의 물 사용량이 25%로 가장 많고, 싱크대(21%), 세탁(20%), 목욕(16%), 세면(11%), 기타(7%) 순으로 이용되고 있다.

농업이나 공업 등의 생산적인 물 소비나 유지관리 목적의 물 사용량에 대한 절감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해외 각국은 양변기에 대한 물 사용량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물을 사용하는 많은 제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양변기는 단일제품으로는 공업용수에 육박할 만큼 많은 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10리터짜리 가짜 절수형 변기 만연”

환경부는 지난 2012년 「수도법」 일부 개정을 통해 당해 7월 1일부터 신축건물에 설치되는 절수변기의 물 사용량 기준을 강화했다. 변경된 기준을 보면 양변기의 경우 1회당 사용수량이 최대 15리터에서 6리터로 대폭 감소되었다. 그런데 최근 조사 결과, 많은 건물이 약 10리터에 달하는 가짜 절수형 변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환경부는 절수형 변기에 대한 절수기준을 명료화한 「수도법」 시행규칙을 올해 1월 2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간 수압에 대한 기준 없이 수량 기준 총량(6리터)만 설정되어 있어 절수기준 준수 유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수압기준 98㎪을 신설해 추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수자원 절감이라는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수도법」은 미국과 비교해 훨씬 더 낮은 단계의 절수를 요구한다. 절수 기준이 낮다보니 화장실 관련 국내 기업의 연구 성과도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변기 350만 대를 수입하고 겨우 1만 대를 수출하는 현 상황이 이를 입증한다.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 절수형 변기는 법을 어기고 있는 가짜 변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환경부는 「수도법」 개정을 통해 절수형 변기의 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워터저널』 2018년 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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