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태반, 갯벌을 지키려면

   
▲ 최장현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국장
사람은 공기 없이는 한시도 생존할 수 없지만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땀 흘려 뛰어 놀다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셨던 어린 시절,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되고 정수된 물을 사먹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물 부족현상을 겪고 환경오염이 인류의 생존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깨끗한 물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아 가고 있다. 우리에겐 공기와 물처럼 소중하지만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보물이 우리에겐 또 하나 있다. 갯벌이 그것이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 갯벌

우리나라 서해안은 드넓은 갯벌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런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바다를 접한 나라는 많지만 갯벌을 갖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은 것은 갯벌이 생성되기 위한 특별한 자연적 조건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갯벌은 우리나라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소중한 자연의 선물이다.

갯벌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파도보다는 조석에너지의 영향을 많이 받고, 경사가 완만해 육상으로부터 퇴적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곳에 형성된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갯벌은 이와 같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총 2천550㎢로 국토면적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5대 갯벌에 속한다.
서해안 갯벌은 다른 나라 갯벌에 비해 바다를 향해 열려진 형태로 조상대(潮上帶)와 염습지 (鹽濕地)발달이 미약하다. 또 갯벌의 퇴적상(堆積相)이 계절적 변화를 갖는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갯벌은 어떤 성질의 것일까?
갯벌은 살아있는 생물들이 많은 다양한 수산물의 서식지로서 우리 인간에게 단백질 공급원이 되고 있다. 또한 갯벌은 10㎢당 인구 10만 명의 도시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정화해 낼 수 있는 훌륭한 자연정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홍수, 태풍 및 해일의 완충지로서 자연재해를 막아주고 국지적 대기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해 준다. 또 낚시, 해수욕, 휴식, 관광 등의 레저공간을 제공해 주고 예술가들의 작품소재로도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 갯벌에는 687종의 동물과 164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갯벌은 해양생물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여름철엔 극심한 온도상승과 겨울철 빙점에 가까운 추위를 견뎌야 한다. 특히 여름 장마철에는 수많은 담수의 유입으로 염분농도의 감소를 견뎌야 하는 등 극심한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내성이 강한 생물들만이 살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해양생물로부터 신물질을 얻어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10여년간 재조명된 갯벌

이런 갯벌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최근까지만 해도 갯벌은 수심이 낮아 쉽게 매립하여 육지로 만들 수 있는 개발의 대상지로 여겨져 왔다. 최근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지도를 살펴보면 서·남해안의 해안선이 자를 대고 그린 듯 직선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갯벌을 막아 개발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연안개발이 가속화되어 급기야 세계 최대의 새만금 방조제를 만든 나라가 되었으며 자연적인 해안선을 가진 곳은 몇 곳밖에 남지 않아 원시적인 갯벌은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과거 갯벌에 대한 관심은 자연과학자들에만 국한돼 왔다. 그것도 해양과학이라는 학문이 도입된 1960년대 말경, 대학에 처음으로 관련학과가 신설되면서부터다. 그 후 갯벌은 일부 해양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고 간헐적으로 갯벌관련 연구가 있어 왔지만 일반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 순천만 갯벌 전경
그러나 약 10여년 전 공중파 TV방송사들이 자연생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 시작하면서 갯벌에 대한 시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갯벌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갯벌이 단순한 진흙벌판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살아 숨쉬는 생명체와 같다는 사실을 보며 놀라움 속에서 갯벌의 소중한 가치에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갯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이제는 개발보다는 지속가능한 이용과 더불어 보전이 얼마나 더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본격적인 공론화가 시작됐다. 또한 주 5일 근무제의 확산과 더불어 ‘갯벌체험’이 증가하다 보니 인간에 의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갯벌의 체계적 관리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1999년 「습지보전법」을 제정하고 1990년대 말부터 갯벌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시작하여 6차에 걸친 갯벌생태계 조사를 완료했다. 또한 2001년부터는 보전의 가치가 높은 갯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하는 정부주도형 보전정책을 도입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지정한 해양보호구역은 총 10개 지역이며 그 가운데 갯벌 보전을 위한 습지보호지역이 6개소인 점을 감안한다면 갯벌 보전의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인간과 연안습지의 조화로운 공존 추구 필요

이렇듯 갯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현재 건설중인 대규모 방조제 건설문제를 놓고 찬반의견이 크게 대립되어 국가적 현안으로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갯벌의 개발과 이용, 보전을 위한 슬기로운 국민적 지혜와 관심이 절실한 실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갯벌과 비슷한 연안습지를 가진 선진국들은 어떻게 이 숙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독일은 갯벌의 대부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정부주도형으로 강력한 보호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갯벌을 공유하고 있는 인근 네덜란드 및 덴마크와 공동으로 갯벌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안 개발로 인한 훼손을 복원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캐나다는 중요한 연안습지를 대부분 람사습지로 등록하여 보전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이기도 하다. 이렇듯 갯벌을 이용하고 보전하는 정책은 각 나라의 실정과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수산부 주관하에 갯벌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갯벌연구를 국가 중점 연구사업으로 지정하여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인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실정에 맞는 갯벌 관리제도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청소년 해양교육 및 해양생태계에 대한 대국민 인식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진행중이다.


국민과 함께 ‘건강한 갯벌, 풍요로운 바다 가꾸기’

국내외적으로 갯벌을 포함한 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제적인 공조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갯벌관련 국제모임인 람사협약에 가입하였으며,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행사인 2008년 제10차 람사당사국 총회를 우리나라 창원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갯벌보전 정책을 담당하는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의 보전가치가 높은 갯벌을 계속 발굴, 람사습지로 등록해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연구계와 학계, 지자체 및 NGO의 소중한 제언들을 수렴하고 전 세계의 갯벌관리 현황을 듣기 위해 국제적인 심포지엄도 개최할 계획이다.

갯벌은 강을 탯줄 삼아 발달한 생명의 태반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갯벌은 오래 전부터 어패류를 비롯한 다양한 수산물의 공급처로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다. 또한 최근에는 갯벌이 관광자원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개발과 보전에 대한 상충된 의견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이제 국민들이 공감하는 갯벌의 지속가능한 이용 방안을 마련해 우리의 소중한 갯벌을 건강하게 지켜나가야 할 때다. 앞으로도 해양수산부는 “건강한 갯벌, 풍요로운 바다”를 실현시키기 위해 국민과 함께 갯벌을 보전하고 개발하는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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