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한국사회, 녹색전환 필요하다”
(녹색가치 포용한 생태적 사회국가)

‘인류세’ 시대 진입하며 환경편익 향유하던 삶에서 환경비용 지불하는 삶으로 전환
한국 환경위기시계 9시 47분 가리켜…환경가치의 사회적 제도화 통한 녹색국가 지향
KEI, ‘국민과 함께’ 환경문제 해결하는 국책연구기관으로 발돋움 위해 조직체계 개편


한국 사회의 녹색 전환과 KEI 비전과 역할

한국환경한림원(www.kaoes.or.kr·회장 남궁은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은 지난 3월 28일 서울 엘타워에서 ‘제45차 환경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조명래 원장이 초빙강사로 나와, ‘한국 사회의 녹색 전환과 KEI 비전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 내용을 요약했다. [정리 = 최해진 기자]

▲ 조 명 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사실 평가 필요

한국사회는 녹색 측면에서 볼 때 충분히 진전된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환경주의자들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른다. 이 시점에서 정부와 환경연구기관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환경적으로 잃어버린 지난 10년에 대한 사실 평가를 토대로 우수한 점은 본 받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 나가는 것이다.

에벤에저 하워드(Ebenezer Howard)는 1898년에 출간된 『Garden Cities of Tomorrow』에서 처음으로 ‘전원도시’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20세기 근대 도시계획의 목표를 제시했다. 도시계획 분야의 고전으로 추앙 받는 이 책의 부제는 ‘진정한 개혁에 이르는 길’이다. 진정한 진보도 마찬가지이다. 현 정부를 진보 정권이라고 하는데, 진정한 사회 개혁은 녹색을 지향해야 한다. 녹색이 배제된 개혁은 가짜 진보이다.

현 정부는 특히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흔히 정의·포용·분배라는 용어로 사회적 가치를 지칭하는데, 이런 것이 실현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녹색이 덧칠되어야 진정한 개혁과 진보가 이뤄진다고 믿는다. 따라서 현 정부가 주창하는 사회적 가치는 녹색을 더해 ‘생태 사회적 가치’로 전환되어야 한다.

인류가 만든 새 지질 연대, ‘인류세’

바야흐로 인류가 지구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시대에 진입했다. 네덜란드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천은 2000년에 인류가 만든 새로운 지질 연대를 지칭하는 용어로서 ‘인류세(Anthropocene)’를 제안했다. 인류세의 시작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지만 학자들은 지층을 분석한 결과, 18세기 산업화, 1950년대 핵실험, 2000년대 대가속화(great acceleration)를 기점으로 인류세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지질 연대가 바뀐다는 표현은 단순히 지질 연대의 변화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전반적인 생태환경시스템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세를 구분 짓는 지층의 특징으로는 산업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물질 낙진, 닭뼈·플라스틱·콘크리트·알루미늄 등 테크노 화석의 퇴적, 토양 내 질소·인 함량 증가, 미세먼지 증가, 생물종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인류세 시대의 환경문제는 지구의 지질적·환경적·생태생명적 과정에 인류가 전면적으로 개입하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구의 신진대사가 교란되면서 대기권·수권·지권·생물권 전체가 유기적으로 교란되었고, 결국 생물종의 서식환경 자체가 파괴되면서 생물종의 멸종 위기를 초래했다.

근대 산업사회서 탈근대 생태사회로

심각한 것은 인류세 시대의 환경문제가 행성적 스케일의 누적적 확대의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복잡한 구조로 서로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명확히 하기 힘들며, 수용체의 생명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

환경적 삶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 홍적세 시대의 인류는 환경편익을 향유하며 살아왔지만 인류세 시대의 인류는 환경비용을 지불하고 살아가야 한다. 환경이 더 이상 편익이 아닌 부담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인류세 시대에서는 환경 비용을 최소화시켜 나가는 것이 정치·경제의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인류세 시대의 환경문제는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결국 해법도 인간에게 있다고 본다. 우선 급진적 단절을 통한 해결 방식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의 경우, 생산과 소비를 중단하거나 분해 가능한 신물질 플라스틱을 개발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월경성 문제와 같이 국경을 넘어 유기적으로 복잡하게 결합되어 있는 경우, 원인을 격파하여 문제를 해소하기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활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테면 생태적 가치의 제도화를 통해 사회적 정의에서 생태적 정의로, 민주주의에서 생태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또 생활방식의 전환이 시급한데, 닭 소비와 같이 환경에 높은 수준의 부하량을 유발하는 산업주의 소비를 극복해야 한다. 즉, 지금의 근대 산업사회에서 ‘탈근대 생태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에너지 효율성, 일본의 3분의1 수준

한편, 한국이 겪고 있는 환경문제로는 △에너지 사용 △기후변화 △대기 및 미세먼지 △물과 국토 △폐기물과 자원순환 △화학물질 및 유해물질 △환경성 질환 △환경불평등 △환경거버넌스 및 환경민주주의 △지속가능성 등이 있다.

우선 에너지 사용 문제를 보면 우리나라는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많은 미국에는 못 미치지만 OECD 평균을 웃돈다. 특이한 점은 산업 부문에서의 에너지 이용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다른 OECD 국가가 산업 부문 에너지 이용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속적 증가 추세에 있다. 예컨대 2014년 기준 OECD 평균이 30∼35%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55∼60%정도이다. 이는 미국(25∼30%)과 비교해 두 배나 높은 수치이다.

이처럼 에너지 사용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OECD 국가 중 에너지 효율성이 가장 낮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이 일본의 3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에너지 단위당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노폐물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겨우 1.5%로, 캐나다 18%, 이탈리아 17%, 독일 및 터키 12%, 프랑스 9%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5번째 온실가스 대량 배출국

또한 한국은 OECD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 순위에서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지구온난화 등 세계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만 앞서 에너지 이용 비중이 산업 부문에서 가장 컸던 것과 마찬가지로 산업적 논리 탓에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치는 굉장히 소극적인 편에 속한다.

한반도의 기온은 지난 1세기 동안 1℃ 상승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보다 기온이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21세기 전반기(2011∼2040년)에는 지금보다 1.5℃가 높아지고, 21세기 중반기(2041∼2070년)에는 3.4℃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독일의 민간기후연구소인 저먼워치(GERMANWATCH)가 1997년부터 2016년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발표한 ‘세계 기후위험지수(Global Climate Risk Index) 2018’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후위험지수 자체는 그렇게 높지 않다. 다만 기후변화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기후변화로 인한 신체적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도에 약 500명이던 질환자 수가 2년만인 2016년도에 2천 명을 넘어섰다. 이 밖에도 호흡기계 기능 저하, 알레르기 질환 증가, 생리학적 스트레스 야기, 자외선 노출 증가로 인한 피부 노화 등을 유발하며 기후변화가 우리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실제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자수 급증

인류세 시대의 대표적인 환경문제로 미세먼지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주요 도시에서의 환경기준 충족 여부를 보면 아황산가스는 기준치를 충족하나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는 그렇지 못하다. 또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물로 인한 2차 오염물질 중 오존의 경우, 대부분의 도시에서 평균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은 일평균 50㎍/㎥, 연평균 25㎍/㎥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일평균 25㎍/㎥, 연평균 10㎍/㎥)보다 두 배 가량 느슨하다. 예컨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일평균 25㎍/㎥)을 적용하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의 ‘나쁨’ 일수는 연평균 141일로 추산된다. 이는 환경부 기준 13.7일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이다.

게다가 OECD가 발표한 2015년 초미세먼지 노출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평균 32㎍/㎥로, 35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OECD 국가 평균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14.5㎍/㎥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실시된 17번의 조사에서 12번이나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또한 OECD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에 대한 보고서(OECD En-vironmental Performance Reviews: Korea 2017)’에서 한국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수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2060년이면 100만 명당 1천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0년 사망자수보다 3배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참고로 중국의 2060년 조기 사망자수는 약 1천6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개발지 증가로 국토의 생태성 약화

물과 국토 부문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의 그릇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하천의 자연성이 훼손되었고 생태계 교란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 개체수가 매해 증가하면서 4대강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수질을 보면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현재 하천의 자연 시스템은 과거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천을 토목적인 관점에서 다룬다고 하여 개선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태계가 매우 유기적으로 변하고 있으므로 앞으로의 하천관리는 물의 생태적인 시스템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 개체수가 매해 증가하는 등 생태계 교란이 지속되고 있다. 강·하천의 생태계가 매우 유기적으로 변하고 있어 앞으로의 강·하천관리는 물의 생태적인 시스템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경제적 목적의 토지 이용이 증가하면서 개발지는 지속적으로 확장되었고 보전지는 축소되었다. 단적으로 1980년대와 2000년대의 도시 면적을 비교해봤을 때, 지난 20년간 도시 면적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같은 개발지의 증가로 국토의 환경용량이나 생물 서식지, 생물종 다양성 등 국토의 생태성이 약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토의 생태성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근대에 와서 멸종위기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다른 회원국에서 멸종위기종 수가 감소하는 있는 것과 달리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소비량 98.2㎏ 달해

아울러 폐기물 문제도 굉장히 심각하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만 전 세계적으로 약 90억 톤에 달하며, 그 중 55억 톤이 현재 바다와 땅에 버려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플라스틱 잔해는 아르헨티나 국토를 다 뒤덮을 만큼 많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플라스틱 사용 추세라면 2050년까지 인간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약 4배 이상의 플라스틱이 추가로 생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지구는 빠른 속도로 ‘플라스틱 행성’이 되어가고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부패되지 않고 마모되어 바다로 흘러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이다.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에 의해 물고기를 거쳐 인간에게로 되돌아온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북대서양에서 잡힌 물고기의 70∼80%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활폐기물 발생량과 재활용률은 정체되고 있지만 플라스틱과 같은 특정 폐기물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소비량은 98.2㎏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구가 플라스틱 행성으로 변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환경적 효율성이 낮은 산업 생산이 지속되면서 사업장 폐기물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정 폐기물의 경우, 최근 10년간 발생량이 52% 증가했다. 또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주택을 과소비하는 국가로, 토목 개발 및 건축이 이어지면서 건설 폐기물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건설 폐기물은 대부분 재활용되기는 하지만 최근 10년간 발생량이 53% 증가했다. 따라서 폐기물 정책은 도시개발정책과 연계해 다뤄져야 한다.

 
화학사고로 인한 사망자수 OECD 2위

또한 화학물질도 인류세 시대의 대표적인 환경문제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여러 가지 재화는 상품성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이 투입된다. 문제는 이때 투입되는 화학물질의 다수가 검증이 되지 않은 유해물질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상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혹은 유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 요소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의 한 해 화학물질 유통량은 2014년 기준 약 5억 톤으로 세계 6위 수준이며, 국민 1인당 화학물질 소비량은 미국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종류는 4만여 종에 이르며, 매년 2천여 종의 신규물질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살생물질과 고위험물질도 각각 1천여 종, 1천300여 종에 이른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금지물질과 제한물질은 총 72종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잠재적인 유해물질이 생활환경 속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상당히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화학사고로 매년 9만 명의 재해자와 2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하루 평균 260여 명이 부상당하고 6명이 사망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사망자수는 OECD 국가 중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다. 화학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약 18조 원에 달한다.

 
화학물질 소비 늘며 환경성 질환 증가

게다가 환경성 질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유해화학물질의 유통과 소비가 늘면서 이에 대한 신체적 노출이 급속히 증가한 데 기인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생체 내 유해물질 농도는 선진국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6’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총 환경성 질환자 수는 인구 1만 명당 1천57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 181명, 천식 환자 324명, 알레르기 비염 환자 1천226명으로 구분된다. 전문가들은 환경에 의한 만성질환 비중을 30∼40%로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환경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환경불평등은 환경이 재화가 되면서 사회에서 배분이 불균형하게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소득 수준과 거주지역에 따라 환경상품 및 서비스, 환경유해성에 노출되는 빈도가 차등화되었다. 이러한 환경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화학안전 규정을 강화하고 환경피해보상제도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불평등 문제는 감소는커녕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여전히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의 참여와 정보 접근성 등은 개선할 여지가 많고, 주요 환경갈등 해결 시스템과 프로세스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환경불평등 문제가 향후 환경문제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OECD, “한국 환경민주주의 위축돼”

정부 전체 예산 중 환경부 예산은 2011년에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가 정체되었다. 또 GDP 대비 환경보호지출은 2009년까지 꾸준히 상승하다가 2010년부터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이다. 2004년에 2.55%였던 것이 2014년에는 2.39%로 감소했다. 이것마저 폐수·폐기물·대기 부문에 전체 지출의 80%가 집중되어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이 중점적으로 추진되면서 환경정책에 대한 시민 참여가 대폭 줄어들었고, 거버넌스(governance) 기구 및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지방의제21과 같은 프로그램 또한 크게 위축되거나 축소되었다. OECD는 ‘2017 한국 환경성과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환경정책, 환경자원, 환경정보 등에 대한 시민, 특히 환경약자의 접근성이 약화되면서 환경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위축되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향후 환경거버넌스 및 환경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 지수는 세계적으로 하위권에 속한다. OECD 28개국 중 슬로바키아, 헝가리, 그리스에 이어 24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환경 부문의 지속가능성 지수는 2010년을 기점으로 개선보다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6년도 환경성과지수에서 한국은 180개국 중 80위를 기록했다.

특히 환경재단과 아사히글라스재단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2016년도 환경위기시계는 9시 47분을 가리키고 있다. 2011년도 9시 59분에서 2012년도 9시 23분, 2015년도 9시 19분으로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다시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다. 12시에 가까워질수록 환경 파국을 의미하므로 조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경제 중심서 환경 기반 녹색사회로 전환

한편, 이러한 환경문제에 대응해 한국사회는 녹색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녹색 전환은 사회적 시스템 속에 환경가치를 내면화하는 것으로, 환경(녹색)가치의 사회적 가치화 및 제도화를 의미한다. 녹색이 배제된 개발국가에서 녹색을 포용한 탈개발국가이자 혁신적 녹색포용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환경과 경제의 상생, 즉 ‘투 에코스(two Ecos)’ 정책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런데 사실상 경제가 환경을 앞서는 경제 중심의 개발사회였다. 경제와 환경 사이에서 사회가 매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경제가 사회에 의해 매개되고 환경이 사회를 매개로 하는 관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즉, 환경(자연)이 반영된 사회가 경제를 바꾸고 경제는 환경이 지속되는 원리로서 작용하는 환경 기반의 녹색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

앞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빅 소사이어티(Big Society)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국가 역량이 아닌 사회 역량을 확장해 경제를 재구성하자는 것으로, 시장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사회 영역의 확장을 넘어 이것을 녹색화하는 데까지는 가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적 가치를 녹색화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생태가치 포용한 생태적 사회국가 목표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시장경제를 따르는 신개발국가의 특징을 많이 갖고 있었다면 새 정부는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고 구현하는 사회국가(social state)의 형태를 띠고 있다. 탈규제 방임국가에서 사회적 가치의 제도화를 통해 혁신적 포용국가로 전환된 것이다. 사회적 가치란 공공성, 공동성, 공동체성, 소통, 사회적 경제, 분배적 정의, 참여 등을 말한다. 향후 우리 정부는 생태적 가치를 포용하는 생태적 사회국가(eco-social state)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한국사회의 녹색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우선 정치·제도 측면에서 녹색국가 선언, 환경헌법 제정, 환경부총리제 도입, 산업·복지·문화·교육 등 주류 정책의 녹색화, 개발 및 보전부서의 통합, 녹색자치분권 확장, 국제환경협력 강화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제·산업 측면에서 본다면 환경가치를 내부 경제화하는 단계까지는 왔다. 나아가 에너지의 친환경적 전환, 산업·국토·환경정책의 연동, 생물경제(권) 육성, 혁신적 녹색기술 도입, 녹색소비 확장 등의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끝으로 사회·일상관계 측면에서 시민환경권 구체화, 환경서비스의 공정한 배분, 환경약자 구제, 환경교육 확대, 환경민주주의 활성화, 환경윤리 및 책임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KEI, ‘한국환경연구원’으로 개칭 제안

한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정책을 담당했던 연구기관은 1980년대 한국개발연구원(KDI), 1990년대 국토연구원 등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이제부터는 KEI가 그 역할을 이어 받아 새로운 환경시대(인류세)를 여는 선도적인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기능하고자 한다.

우선 KEI는 새로운 경영비전으로 ‘국민과 함께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사회를 구현하는 선도 국책연구기관’을 선포하고, 4대 핵심가치로 현장성과 전문성, 미래와 혁신, 신뢰와 공유, 자율과 책임을 설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 국가 환경정책연구 선도 △미래지향 환경평가 혁신 △열린 연구 및 성과확산 체계 구축 △공정하고 활기찬 연구공동체 구성 등 4대 경영목표를 수립하고, 그 밑에 12대 추진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KEI는 지금까지 환경부의 환경정책에만 중점을 뒀던 것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포괄적인 환경연구를 지향하는 혁신적인 연구공동체로 재편을 추진하고자 한다. 특히 주류 정책의 녹색화를 위한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환경매체 중심의 환경연구에서 수용체(생명체) 중심의 환경연구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 연장선으로 KEI의 명칭을 ‘한국환경연구원’으로 개칭하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5부서 2센터 1본부로 KEI 조직 개편

아울러 미래지향적인 환경과제를 다룰 수 있도록 KEI의 조직 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새로운 조직 체계를 보면 지속가능전략연구부, 사회환경연구부, 생활환경연구부, 기후대기연구부, 물국토연구부 등 5개 부서와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국제협력·교육센터 등 2개 센터, 환경평가본부로 구성되었다.

우선 지속가능전략연구부의 핵심은 환경가치의 주류화로, 주로 환경가치의 내부경제화, 대안 경제, 대안적 발전에 대해 연구한다. 사회환경연구부에서는 환경권, 환경정의, 환경민주주의에 대해 연구하는데, 녹색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환경이 권리화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활환경연구부는 자원순환, 수용체 환경, 환경보건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한다. 특히 유해화학물질, 생활 공해, 환경성 질환 등에 관한 문제가 중요한 연구과제로 꼽힌다.

 
기후대기연구부와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는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후변화 영향 저감 및 적응과 같은 기후안전연구와 미세먼지 통합연구, 기후·에너지 통합연구, 환경민주주의 연구 등을 여기서 수행한다. 물국토연구부는 자연성 복원과 생물환경 보전을 핵심으로 한다. 이를테면 4대강 재자연화, 물통합관리, 자연자원 총량관리, 생물종 다양성 보전, 개발총량제 등을 연구한다.

환경영향평가본부에서는 기술 데이터 기반 환경영향기법 고도화, 환경가치 통합분석 평가시스템 구축 등의 환경영향평가 고도화 연구와 인문사회영향평가 확대 등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 연구, 미래대응전략연구 등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국제협력·교육센터는 환경교육 및 환경협력을 담당한다. 사이버환경교육, 환경포럼 등 여러 교육과 시민이 참여하는 합동연구를 비롯해 동북아환경공동체, 환경 공적개발원조(ODA) 등 국제협력을 도모할 계획이다.  

[『워터저널』 2018년 5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