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물관리 기술개발 촉진 및 물산업육성법」 제정 시급하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통한 물산업 활성화 촉진”


기술개발부터 해외진출까지 원스톱 지원 가능한 복합단지 조성…올해 12월 준공
국내 물기업 중 9명 이하 영세기업이 70%…중소기업 집적화 통한 수평계열화 도모


▲ 최 인 종
물산업클러스터입주기업협의회장
㈜미드니 대표이사
Part 02.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추진방향

물산업클러스터, 올해 12월 준공 예정

대구 국가산업단지 내 64만9천㎡(약 20만 평) 부지에 조성되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올해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21세기 블루골드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물산업 육성 지원시설을 구축하여 물산업을 우리나라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국비 2천335억 원이 투입됐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물융합연구동, 수처리설비성능시험동, 정수·재이용실증플랜트, 하·폐수실증플랜트, 워터캠퍼스,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홍보관 등 물산업진흥시설과 실증화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제외한 부지 48㎡에는 물산업 특화 기업집적단지가 조성되는데, 생산시설을 갖춘 50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 2016년 11월 10일 착공식을 가진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현재 공정률은 4월 13일 기준 60.79%이다. 물산업클러스터 1호 입주기업인 롯데케미칼은 3만2천261㎡ 부지에 500억 원을 투자해 하루에 하·폐수 22만㎥를 처리할 수 있는 멤브레인 생산 공장을 신축한다. 5월 말 혹은 6월 초 가동을 목표로 현재 마무리 공사 중에 있다. 

 
해외시장 진출 위한 전과정 구현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우리 기업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물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물산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의 연구개발(R&D)부터 기술 검증, 실적 확보, 국내 사업화, 해외 진출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일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원스톱(One-Stop) 체계가 조성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주요 시설로는 물융합연구동, 워터캠퍼스,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실증화시설(TEST-BED)이 있다. 이곳에서 물 전문가들이 첨단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장이 제공되며,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물산업 선도 기업으로 육성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입주기업협의회(Korea Water Cluster Conference, KWCC)는 ㈜그린텍, ㈜금강, 롯데케미칼㈜, ㈜문창, ㈜미드니, ㈜우진, 한국유체기술㈜, 에이티티㈜, 일천산업, ㈜엔바이오컨스, ㈜삼진정밀, ㈜에코셋, PPI평화㈜, ㈜진행워터웨이, ㈜신정기공, ㈜로얄정공, ㈜유성엔지니어링, ㈜지이테크, ㈜케이디, ㈜화도케미칼 등 입주가 예정된 20개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KWCC의 글로벌 브랜드화 도모

KWCC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두 가지 목표인 기술 개발과 수출 촉진을 비롯해 내수기반 확보, 사회 공헌, 산·학·연·관 협력, 해외 협력 등의 활동을 통해 매출 확보, 투자 확대, 고용 창출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달성코자 한다. 이를 통한 궁극적인 목표는 KWCC를 ‘글로벌 브랜드화’하는 것이다.

 
해외 시장은 이른바 브랜드 싸움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혼자서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므로 ‘KWCC’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앞세워 진출해야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K-water, 대구광역시, 다이텍연구원, 대구경북연구원, DGIST, 대구환경공단, 대구테크노파크 등 많은 기관이 협조하고 있다.

KWCC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협력 사업으로는 사회공헌사업, 경관디자인 협약, 국내외 전시회 활동 등이 있다. 이를테면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세계적인 물산업 허브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입주기업이 자율적으로 설계할 경관디자인에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따라 전국 최초로 산업단지 경관디자인 가이드라인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국내외 물산업 전시회에 공동으로 참여하여 협력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작년 베트남에서 열린 ‘2017 VIET WATER’에 참가한 기업들이 각자 생산하는 제품과 기술을 사용해 제작한 일일 400㎥ 규모의 상수처리시설을 전시하고, 베트남 빈롱성 농촌마을에 기증했다.

 
지속가능한 인류 보편적 가치 구현

이러한 국가 물산업 진흥은 세 가지 측면에서 타당성을 갖는다 첫째, 물은 보편적 복지의 최우선 과제이다.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산업이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면 물은 인류의 생존이 가능토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화를 통해 기술을 촉진하고 공급을 확대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국민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지속가능한 물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물산업 진흥의 궁극적 목적은 물공급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건강한 물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물산업은 전형적인 융·복합 사업이다. 전체 순환 측면에서 보면 물산업은 취수, 정수, 관망, 하·폐수, 재이용, 대체 수자원(지하수, 해수담수화) 등 여러 분야로 구분된다. 이에 따라 필요한 기술도 다양한데, 기본적으로 공정 공학(Process Engineering), 기계 공학(Mechanical Engineering), 제어·계측, 이·화학, 미생물에 관한 5가지 기술이 요구된다. 

나아가 외국에서는 벌써 4차 산업을 접목한 스마트 물관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주로 연계되는 4차 산업 기술로는 환경공학기술(E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등이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물산업이 다른 산업에 가지는 파급 효과가 굉장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1만1천개 물기업 중 70%가 영세

셋째, 물산업은 특이하게도 대기업의 지배를 받지 않는 중소기업 주도형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하는 과정에서 전자·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 등 5대 주력 산업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들 5대 대기업이 제조업 GDP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직계열화된 산업 구조이다. 이 구조에서는 꼭대기가 흔들리면 수만 명의 실업자와 수천 개의 도산 기업이 발생한다. 예컨대 현재 조선산업만 하더라도 극심한 불황, 선가 하락 등으로 위기에 봉착했으며, 한국GM은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여파로 대량 실직과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 산업 구조가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지만 지금은 시각을 다르게 해야 한다. 

다행히도 물산업은 전형적인 수평계열화를 이룰 수 있는 산업이다. 국내 물 관련 기업이 약 1만1천 개 정도 되는데, 이 중 9인 이하의 영세기업이 70%이다. 50인 이상 기업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개별 중소기업의 집적화를 통한 수평계열화를 꾀해야 한다.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는 독일, 대만, 일본을 들 수 있다.

선진국 중심의 물산업 선점 경쟁 치열

한편, 물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세계 물시장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WI에 따르면 세계 물시장은 2016년 기준 800조 원 규모로, 연평균 3%씩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블루골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일본, 독일, 싱가포르 등 주요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의 강력한 주도 하에 PUB(Public Utilites Board)를 중심으로 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NEWater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독일은 수준 높은 기자재 기술력을 기반으로 민·관 워터 파트너십(GWP)을 활성화하여 자국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WEFTEC와 같은 세계 최대 물산업 전시회를 개최하여 국제 홍보를 통한 수출 견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베올리아(Veolia), 수에즈(Suez) 등 대형 물기업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물기업은 이러한 물시장 선점 경쟁에서 뒤쳐진 상태이다. 국내 상황만 보더라도 수자원 및 상하수도 인프라가 완비되어 시설투자가 위축되자 물기업의 매출액 및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 국내 물산업 시장의 80% 이상이 공공주도형 사업이었는데, 현재 상하수도 보급률은 95%를 넘겼다.

국내 물산업 수출비중 5%에 불과

더구나 국내 물산업 규모는 30조 원밖에 되지 않는데, 수출비중은 5%에 불과하다. 그간 기술혁신을 통한 해외진출 보다는 내수시장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공공주도형 산업에서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많은 나라가 국제 검·인증 제도를 만들어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NSF 및 ANSI-61, 일본은 JWWA Mark, 독일은 DVGW, 영국은 WRAS, 북유럽 4개국은 NKB, 싱가포르는 Water Mark와 같은 검·인증 제도를 마련해 자국 물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통해 이러한 수출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물산업클러스터에서는 물산업 주요 해외인증에 대한 사전적합성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해외인증 지원체계를 구축해 해외진출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국가 검·인증제도를 시작으로 국제 검·인증센터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마땅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은 4월 기준 61%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입주기업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했다. 물산업 관련법이 진작 발의되었지만 국회 공전으로 입법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공전으로 물산업 관련법 부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이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입주기업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했다. 물산업 관련법이 진작 발의되었지만 국회 공전으로 입법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운영주체 확정이나 예산 확보에 있어 어려움이 많다 보니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입주기업, 유관기관, 참여기관 등의 협력사업이 혼선을 빚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입주기업은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으며, 기업의 사기 저하는 정책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더구나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입주기업은 그간의 투자, 공장 착공 및 신규 채용 보류 등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연히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신규 기업 유치에 애를 먹는 것은 물론 기존 입주기업의 투자도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만큼 물산업 관련법의 조속한 제정이 요구된다. 국회는 물산업 관련법을 정치적 현안이 아닌 ‘국가미래산업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워터저널』 2018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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