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농어촌 어린이들에게 맑은 물 공급 위해‘간이상수도 개선 프로젝트’사업 적극 전개”“환경단체․전문가․전문기관 등이 자발적 참여하는 품앗이 운동”

먹는 물 관리의 사각지대인 간이상수도 개선사업에 사회·환경단체가 적극 나서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환경재단(이사장 이세중·www.greenfund.org)과 (사)시민환경연구소(소장 장재연 아주대 교수·cies.kfem.or.kr)는 농어촌 어린이들이 안전한 물을 마시고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농어촌 마을 600∼700곳의 간이상수도 수질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이 중 문제가 되는 10곳을 선정해 식수 오염문제를 개선하는 ‘간이상수도 개선 프로젝트’를 세워 지난해 6월부터 활동하고 있다.

그 첫번째 사업으로 지난해 6∼10월까지 강원도 속초, 고성, 양양 지역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52개 마을의 수질을 검사해 주었다. 시민환경연구소가 주관하는 이 사업에는 고려대 최승일(환경시스템공학)교수 등 관련 분야의 학자들과 환경관리공단, 한국수자원공사, 고려대 보건과학연구소, 베올리아워터 코리아 등이 후원을 하고 있다.

환경재단 최열 상임이사로부터 ‘간이상수도 개선 프로젝트’사업에 대해 알아본다.

수인성 질환 발생률 세계 2위

■ 환경재단과 시민환경연구소에서 ‘간이상수도 개선 프로젝트’사업을 하게 된 동기는.

-세계는 지금 물 문제로 인한 수인성 질병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UNEP에 의하면 전 세계 24억명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고 1분마다 여섯 명이 수인성 전염병으로 희생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안전하지 못한 물 문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수인성 질환 발생율이 멕시코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그리고 상수도 보급율은 88%로, 약 10%의 국민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해 6월 17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간이상수도 개선 프로젝트’출범 기자회견 장면. 사진 왼쪽부터 이미경 환경재단 국장,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장재연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최승일 고려대 교수.


특히 농어촌 지역과 학교에 조성된 간이상수도는 주변의 오염과 열악한 관리로 주민들과 어린이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창녕에서 발생한 괴질의 원인이 오염된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안전하지 못한 간이정수장은 국민의 건강, 특히 사회 취약 계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간이상수도 개선 사업은 궁극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중요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해 예산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환경재단과 시민환경연구소는 이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환기시키는 것을 주 목적으로 상수도 전문가 및 전문기관, 기업, 정부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강원 52곳 수질검사 무료 실시

■ ‘간이상수도 개선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내용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간이상수도 개선 프로젝트’사업은 농어촌 어린이들이 안전한 물을 마시고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먼저 농어촌 지역, 지방 초등학교의 간이상수도 문제점을 진단하고 긴급 지원이 필요한 지역을 선정하여 시설 설치 및 개선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간이상수도를 이용하는 주민들로부터 무료로 수질검사를 의뢰받아 간이상수도 수질검사항목인 14항목이 아닌 광역상수도 수돗물 법정 수질항목인 55개 항목을 공신력 있는 상수도 분석전문기관에서 검사를 해주고 있습니다. 1차 사업으로 강원도 속초, 고성, 양양 지역 간이상수도 52곳의 수질을 검사해 주었습니다.

전문가가 채취·전문기관서 분석

■ ‘간이상수도 개선 프로젝트’사업에는 환경재단과 시민환경연구소 뿐만 아니라 상수도 전문가 및 전문기관, 기업, 정부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 ‘간이상수도 개선 프로젝트’는 사회·환경단체, 전문가, 상수도 전문기관 등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품앗이운동입니다. 동국대 임현술 교수(예방의학과), 고려대 최승일 교수(환경시스템공학과), 서울대 윤제용 교수(응용화학부), 연세대 신동천 교수(예방의학과), 아주대 장재연 교수(시민환경연구소장), 경남대 양운진 교수(토목환경공학부), 환경재단 이미경 국장 등이 운영위원이며, 김승현 교수(경남대 토목환경공학부), 권은미 연구교수(명지대 환경생물공학과), 최승일 교수, 권지향 교수(건국대 환경공학과), 윤제용 교수, 경국현 부장(베올리아워터코리아), 이용훈 교수(성균관대 토목환경공학과), 김병수 부장(한국수자원공사) 등 수질전문가 130여명이 현장 방문 조사, 기술자문, 의료봉사를 해주고 있습니다.

또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고려대 보건과학연구소, 환경관리공단,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한국상하수도협회, 서울대 응용화학부, 베올리아워터코리아, 한국수자원공사 국제수돗물종합검사센터, 시민환경연구소 수질환경센터 등에서 현장에서 채취해 온 수질을 분석(병원성 미생물, 일반수질항목, 특수항목 등)을 해주고 있습니다.

청정 강원지역도 절반 오염

■ 이번에 조사한 강원 지역의 간이상수도가 오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환경재단과 (사)시민환경연구소가 진행하는 ‘간이상수도 개선 프로젝트’ 1차 조사대상지역인 강원도 내 간이상수도 52곳 중 절반 이상인 51.9%가 먹는 물로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는 데, 법정 수질기준 초과항목은 총 대장균군(42.3%)과 일반세균(23.1%)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밖에도 색도(13.5%), 불소(3.8%) 등이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대장균군은 사람의 분변오염물이 유입된 증거로 먹는 물에서 전혀 검출되지 않아야 하며, 일반세균은 기준이 ㎖당 100CFU 이하이지만 많게는 ㎖당 1천200∼1천500CFU까지 검출되었습니다. 특히 대장균 검출은 다른 병원성 세균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으로 소독 등 정수처리를 강화하거나 상수원을 변경해야 합니다.

■ 강원도는 물이 맑고 깨끗한 청정 지역인데, 이번 수질검사 결과 이 지역의 간이상수도가 심하게 오염되었다는 것은 다른 지역은 이보다 오염이 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염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으로 알려진 강원도의 간이상수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조사대상지점의 절반 이상이 수질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것은 전국 농어촌 지역의 간이상수도 수질문제가 그동안 예상되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심각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간이상수도 개선 프로젝트 추진체계.


농어촌 지역의 간이상수도의 관리책임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지만 사실은 마을이장이나 사용자 대표들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시설 노후의 기본문제뿐만 아니라 관리부실로 수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수돗물은 매달 55개 항목에 걸쳐 검사하는 데 비해 간이상수도는 지자체에서 3개월에 한 번씩 13개 항목을 검사할 뿐이어서 안전관리가 매우 취약합니다.

농어촌 지역 간이상수도의 오염은 주민건강에 직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지역의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하고 있어 환경정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정부는 하루빨리 관련 예산을 수립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시설을 보완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상수도 정책 전환 촉구할 것

■ 향후 계획은.

- 환경재단과 시민환경연구소는 앞으로도 수질전문가, 수질전문기관 등과 함께 이번 조사대상 지역이었던 강원도만이 아니라 전국 간이상수도 수질을 검사하고 문제의 진단과 개선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벽지마을이나 학교와 같은 취약지역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상수도정책의 전환을 촉구해 나갈 것입니다.
수질검사는 간이상수도를 이용하는 지역 주민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양식은 환경재단(02-725-4884)이나 (사)시민환경연구소에 전화(02-735-7034)나 홈페이지(cies.kfem.or.kr)에서 신청하면 됩니다.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