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킬리만자로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의 배경이 됐던 킬리만자로는 해발 5천895m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열대지방에 있지만 정상은 항상 만년설로 덮여 있어 원주민들이 ‘신의 집’이라고 숭배할 만큼 신비스러운 산으로 불린다.

하지만 지난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참석차 케냐에 방문했을 때 본 킬리만자로는 헤밍웨이가 감탄한 하얀 설경 대신 흉한 검은 바위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설경만 앗아간 것이 아니라 눈 녹은 물이 끊기고 사막화가 진행되어 인근에 사는 마사이족의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었다.

지구온난화는 몽골 고비사막에서도 진행중이다.

금년 초 몽골 자연환경부 장관을 만났을 때 기후변화로 몽골의 40%가 이미 사막화되었고 머잖아 국토 중 90%가 사막화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황사 발원지인 고비사막의 급격한 사막화는 올 봄 최악의 황사를 예견케 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비단 이들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음달 발표될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패널(IPCC)에 따르면 2050년까지 아시아 10억 명이 물부족과 기아에 시달리고, 유럽대빙하 축소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막대한 홍수피해 등 기상이변을 겪을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실제 스웨덴 예테보리시는 폐기물 소각장에서 나오는 폐열, 바이오매스 등을 지역난방에 이용해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태양마을 등 생태도시 이미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10위 수준이므로 2013년부터는 감축 의무국가로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서둘러 천연가스버스 등 저공해 자동차 보급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각자가 지구의 제 온도 찾아주기에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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