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길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

 환경의 날 특집  Ⅲ. 미세먼지, 그 실제와 근본 대책

 
“국민 75%, 정부 미세먼지 대책에 만족 못해”

미세먼지 농도 증가에 대한 정책설명 없고 전문가들끼리도 원인과 해법 엇갈려
정부, 미세먼지 생성과정에 대한 과학적 검토 바탕 정책 우선순위 재설정 시급

▲ 문 길 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
국제대기환경보전단체연합회 회장 역임
제22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역임

Part 01. [주제발표] 미세먼지, 이대로는 안 된다

서울 미세먼지, 선진국 대도시의 2.3배

많은 국민들이 체감하듯 미세먼지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웬만한 선진국의 대도시보다 높다. 2016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46㎍/㎥로,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등 주요 도시의 연평균 농도(20㎍/㎥)에 비해 약 2.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체에 위험성이 높은 고농도 초미세먼지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1월에서 5월 사이 초미세먼지 경보발령 횟수는 2015년 72회에서 2017년 92회로 27%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쾌적하고 안전한 삶에 대한 국민의 요구 및 기대수준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는데, 정부는 2013년부터 관찰되는 미세먼지 농도 증가현상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 전문가,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조차 원인과 해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국민의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큰 실정이다. 실제로 2016년 6월 2일 국회뉴스(The National Assembly News)에 따르면, 국민의 약 75%가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3년 세계은행(World Bank)은 ‘2013 세계개발지표(World Develop-ment Indicators)’를 통해 미세먼지 농도와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국가의 경제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가로축을 1인당 GDP(미국 달러 기준), 세로축을 PM2.5 미세먼지 농도(㎍/㎥), 1인당 이산화탄소 방출량(메트릭톤)을 원의 크기로 설정하여 그래프로 도식화 한 결과,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와 1인당 GDP 규모가 비슷한 국가들에 비해 PM2.5 미세먼지 농도가 월등히 높고 1인당 이산화탄소 방출량 또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 정부정책 한계 직면

2016년에는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건강영향평가협회(HE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수는 2015년 기준 10만 명당 26명으로, 이는 일본, 미국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사실 1990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오염원 저감정책으로 대기오염 농도를 성공적으로 줄여나갔다. 일례로 198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둔 당시 서울은 과거 산업발전과 인구증가로 화석연료 사용량이 늘게 되면서, 아황산가스(SO2) 오염도가 환경기준을 크게 초과했다. 그러나 정부가 1981년 연료의 황 함유기준을 도입하고 1988년부터 고체연료의 사용을 제한하고 청정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완화됐다.

당시 정부는 연료정책부터 개선한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도 정부는 도시가스 사용 장려, 가연 가솔린(lead gasoline) 사용 금지, 저공해 자동차 보급 등 대기오염 저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따라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CO), 총부유분진(TSP)의 농도는 꾸준히 줄어들었고 납(Pb) 수치 또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정책은 한계에 직면했다. 오염수치가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기오염 모니터링(Clean SYS)을 가동하고 고체연료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했으나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대기오염이 이렇게 심해지기까지 환경연구원들은 무슨 연구를 했냐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지적이다. 당시 연구원들은 연구를 할 여유는 물론이고 축적된 기술 또한 없었다. 이는 환경연구원들의 책임보다는 더 이상 실효가 없는 정책을 유지한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기후와 PM10 농도 간 상관성 존재

한편, PM10 미세먼지 농도에 기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04∼2016년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추이’에 따르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2004년 61㎍/㎥에서 2012년 41㎍/㎥으로까지 감소했으나, 2013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수도권·전국의 PM10 미세먼지 농도와 보정된 연평균 농도를 비교한 결과, 서울이 수도권 등 여러 지역의 초미세먼지를 끌어들이는 양상을 보였다. 즉, 기후 조건이 일정하게 설정되고 배출량 변화가 고려될 때, 시뮬레이션화 된 PM10 미세먼지의 농도는 감소했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바람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2016년까지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것이 기후 탓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이유가 기후라면, 기후가 좋아지면 미세먼지 농도도 좋아져야 한다. 이에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시계(Visibility, 視界)의 추세를 알아봤다. 연도는 1980∼2012년, 지역은 대도시지역(서울), 도시지역(원주), 배경지역(추풍령) 등 세 곳을 설정했다. 그 결과, 다른 지역이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나빠진 반면, 서울시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좋아졌다. 또 2006년부터 모든 지역에서 시계가 증가했다.

중국의 석탄사용 등 국외요인 45%

PM2.5 미세먼지의 경우 국외요인이 거의 5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PM2.5 미세먼지 오염원의 농도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1988년 정부가 청정연료 사용을 장려하면서 아황산가스 난방은 줄어들었으나, 2000년대에 들어 황산염(sulfate)과 이산화황(sulfur dioxide)은 줄지 않고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황산염은 주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질산염(nitrate) 역시 2000년 이후로 증가했는데, 매우 복잡한 반응경로로 질량 농도가 산발적으로 나타나 뚜렷한 양상을 도출해내기 어려웠다.

이에 황산염과 질산염 외에 다른 오염원을 찾던 중,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막대한 에너지 소비, 즉 국외요인이 국내 대기오염에 최대 45% 기여하고 있다는 연구가 밝혀졌다. 이 중에서도 특히 중국의 석탄사용이 38%, 북한에서 날아오는 먼지가 7%를 차지했다.

 
실제 1990∼2016년의 동북아시아 및 미국의 1차에너지 소비량 조사 결과, 중국은 연평균 2천∼2천500Mtoe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으며, 2009년까지만 해도 중국이 미국을 훨씬 앞서는 수준이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량은 500Mtoe 미만으로, 중국의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또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의 2004∼2016년 석탄소비량(Mtoe) 소비 분석 결과, 중국이 단연 압도적인 수준으로 매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2016년 석탄소비량은 2천 Mtoe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본과 우리나라가 500Mtoe도 채 쓰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중국의 석탄소비량은 엄청난 양이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 총 석탄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국가로, 석탄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 만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막대한 수준이다.

정부, 오염원 저감 우선순위 파악 못해

이러한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저감정책의 목표와 전략 간 매치(match)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책목표는 PM10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나, 이에 대한 주요 전략과 예산은 디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PM2.5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관계부처 합동 ‘미세먼지 특별대책’에 따르면, PM2.5 미세먼지 중 45%가 생활오염원, 30%가 배출시설로부터 배출되고 있으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양은 전체의 25%밖에 안 된다.

그러나 정부는 전체 중 25%에 불과한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자동차 보급 확대, 제작자 배출허용기준 및 사용관리 강화, 운행차 배출가스 관리 강화, 비(非)도로 이동오염원 관리 강화, 교통수요 관리 강화 등에 지난 1년 동안에만 3∼4조 원을 썼다. 한 과학발표에 의하면, 정부는 앞으로 10조 원 이상의 예산을 더 쓸 계획이다.

▲ 1990∼2016년의 동북아시아 및 미국의 1차에너지 소비량 조사 결과, 중국은 연평균 2천∼2천500Mtoe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으며, 2009년까지만 해도 중국이 미국을 훨씬 앞서는 수준이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량은 500Mtoe 미만으로, 중국의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문제는 정작 75%에 달하는 생활오염원과 배출시설 오염원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정책대로라면, 2024년 자동차 오염원은 25% 중 55%로 절반 이상이 줄어드는 반면, 생활오염원은 45% 중 25%, 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은 30% 중 20%만 줄어들게 된다.

상황이 이러한데, 환경부는 지난 2017년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 변경계획’을 통해 오는 2024년까지 대기오염 저감예산 전체 중 70% 이상을 자동차 오염원을 줄이는 데 쓸 계획이라고 한다. 여전히 정책의 우선순위를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파악부터 이해당사자 간 협력을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의 좋은 대기정책을 벤치마킹하여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기행정시스템, 일본 도쿄의 대기오염 저감책 등이 그 예이다. 예산도 상당량 편성하여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과학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그동안 과학자는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일본의 2배, 미국의 3배에 달한다. 높은 배출밀도, 외부의 영향 또한 미세먼지 농도 증가에 한 몫 하고 있다.
2000년대 이전까지 정부는 어떤 현안이 있으면 정부가 먼저 문제를 파악하고 해외사례를 검토하여 대책을 내놓은 후, 해결방안을 검토하고 도출하는 과정에 전문가들을 투입시켰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은 사후처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 2001년부터 문제 파악 과정에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를 모두 포함시켰다. 그 이후 정책을 내놓고 사용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이것이 최선의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문제 인식 및 파악 단계부터 정부와 전문가,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원인을 규명하고 다양한 관리방안을 모색하고 우선순위를 검토해 결정·시행하는 방식이라고 판단된다.

정부정책 재수립·대중교육 강화 필요

현재 미세먼지 문제는 ‘매우 심각’한 단계를 넘어 ‘재난’ 수준으로 자리잡았다. 미세먼지 문제는 높은 미세먼지 농도 자체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대응능력, 고령화·기후변화 등의 외부적인 요인까지 맞물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커지고 복잡해질 수 있는 문제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일본의 2배, 미국의 3배에 달한다. 높은 배출밀도, 외부의 영향 또한 미세먼지 농도 증가에 한 몫 하고 있다.

특히 과학에 기반을 둔 정책 설명이 부족하고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향후 고령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미세먼지 문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단기 대책으로는 △저감 대책 시행 △범정부 미세먼지 위기관리 시스템 운용 △과학적 근거 재검토를 통한 향후 정책·연구방향 제시 △미세먼지 전문 연구기관(ex. NIES, NCAR 등) 설립 등이 필요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정책 수립 과정에 국민·전문가·이해당사자 등 공중참여 △정부 내 미세먼지 총괄창구 단일화 △권역별 대기관리체계 수립 △남북 환경협력을 통한 외부영향 저감 △동북아 호흡 공동협의체 구성 △미래 예상 환경위기 대응체계(나노물질, 메가시티, 오존 등) 구축 등을 제안하고 싶다.

지난 5월 3일자 『중앙일보』 오피니언에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Emanuel Pastreich) 지구경영연구원장의 ‘국가 운영 시스템의 붕괴 보여준 미세먼지 대책’이라는 칼럼이 실렸다. 그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 하나만 봐도 대한민국의 공공문제 해결능력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철한 미세먼지 대책을 하루빨리 내놔야 하며 환경부의 역할을 강화시키고 대중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이에 대해 우리 환경인들은 할 이야기가 있는지 묻고 싶다. 모두가 반성해야 할 때다. 

[『워터저널』 2018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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