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특집  Ⅳ. 환경 분야 적정기술사업 성과 공유사례


“실제적인 지원 가능한 사후관리가 중요”

필리핀 하수도 보급률 7% 불과
…하수·위생 등 환경분야 적정기술 추가사업 발굴 가능
아나윔 초등학교, 정수 외 다른 분야 적정기술 보급센터로 활용 가능
…사업 대상지로 적합


▲ 박 순 호 글로리엔텍㈜ 대표이사

Part 04. 필리핀 다바오 아나윔 초등학교 물공급 설비 설치 사례

7천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환경 분야에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큰 시장 잠재력을 가졌다. 필리핀은 작은 행정단위(바랑가이)로 물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분산형에 적합한 적정기술이 활용도가 높다. 참고로 필리핀의 행정구역은 주, 시, 군, 바랑가이(barangay)로 구분되는데, 이 중 바랑가이는 최소의 지방 자치 단위이자 촌락을 지칭하는 필리핀의 고유 명칭이다.

2004년 기준 상수도 보급률을 보면 도시 지역이 64%, 기타 지역이 25%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하수도로, 보급률이 도시 지역은 7%, 기타 지역은 2%에 불과하다. 이처럼 하수도 보급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하수, 위생 등 추가적인 환경 분야 적정기술 사업 발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 분야 적정기술 시범사업은 개발도상국에 가장 유익한 기술을 제공하여 현지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국내의 사회적 기업 또는 개도국 현지에서 청년 창업이 가능한 수준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지에 적용되는 적정기술은 상용화기술과는 차이가 있으나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검증된 것이다.

다바오시, 하수도 보급률 10% 못 미쳐

글로리엔텍㈜은 이처럼 상하수도 보급률이 낮고 추가 사업 발굴이 가능한 필리핀을 첫 번째 시범사업 대상국가로 선정하고, 구체적인 사업 대상지로 다바오(Davao)시에 있는 아나윔 초등학교를 선택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남동부에 위치한 다바오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고향이자 그가 20여 년간 시장직을 역임한 곳으로 유명하다.

인구 153만 명이 거주하는 다바오시의 상수도 보급률은 2012년 기준 75%로 국가 평균보다 높지만 하수도 보급률은 여전히 낮은 10% 이하로 추산된다. 상수는 민간기관(Water District)이 하루 24만9천809㎥를 공급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은 1천792㎜이고, 지하수 53개소와 지표수 1개소를 주요 상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아나윔 초등학교는 삼위일체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다. 이곳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이유는 현지인과 소통이 원활한 한국인이 상주했고, 넓은 부지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학교이기 때문에 학생수인 250명 이상의 상시 수요가 존재했고, 상수도 시설이 없는 인근 2천 가구 수준의 배후 수요도 있었다. 지하수와 빗물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고, 정수 외 하수, 위생 등 다른 분야의 적정기술 보급센터로 활용 가능한 점도 선정 이유 중 하나이다.

전염병 우려해 빗물 사용에 회의적

▲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남동부에 위치한 다바오시 소재 아나윔 초등학교 주변은 빈민가로 하수가 집안까지 들어올 정도로 상하수도시설이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게다가 아나윔 초등학교 주변은 이른바 빈민가로, 하수가 집안까지 들어올 정도로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에 글로리엔텍㈜은 ‘빗물을 사용해야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사업을 구상했는데 막상 현지 조사를 통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보니 정 반대였다.

현지인들은 빗물이 고여 있으면 모기가 번식하고 전염병이 돌기 때문에 빗물 사용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삼위일체 수녀원의 생각은 달랐다. 빗물 사용에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마련한 절충안이 빗물을 사용하되 주민에게는 빗물이 보이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녀원 구역에는 개인·가정용 정수시스템을, 학교 구역에는 공동체용 정수시스템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지하수였다. 기본적으로 빗물을 모아 사용하기는 하지만 비가 늘 일정하게 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 시 지하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상을 했었다. 그런데 수녀원에서 지하수를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반대했고, 결국 지하수는 학교 구역에서만 쓰기로 합의했다.


설비 구성면에서 차이를 보면 수녀원 구역에 설치되는 정수시스템은 지하빗물저장조, 모래 필터, UF 필터, 태양열 시스템, 생활용수조, 유기농 정원으로 구성되었고, 학교 구역에 설치되는 정수시스템은 지상빗물저수조, 모래 필터, 전해소독장치, 정수패키지, 태양열 시스템, 식수대로 이루어져 있다.

학교가 2층 건물이기 때문에 화장실의 수압을 고려해 고가수조까지 기본 설계에 넣었고, 학생들의 요청으로 운동 후 씻을 수 있도록 간단한 샤워부스를 포함했다. 학교 지하에는 20㎥ 규모의 빗물탱크가 설치됐다. 이 탱크에 모인 빗물은 모래 필터를 거쳐 생활용수로 공급되는데, 다시 작은 정수탱크를 거쳐 식수로 공급된다.

설치 완료 후에도 매년 현장 방문 관리

한편, 글로리엔텍㈜은 2013년도에 정수시스템 설치를 완료한 후에도 사후관리를 위해 매년 아나윔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처음에 가장 주의 깊게 본 것은 물 사용량이었다. 정수시스템에 부착된 계량기를 통해 계획대로 물이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한 결과, 수량이 준 것을 알 수 있었다.

▲ 글로리엔텍㈜이 지난 2013년에 아나윔 초등학교에 설치한 정수시스템. 글로리엔텍㈜은 설치 완료 후에도 매년 현장을 방문하여 사후 관리를 해주고 있다.

그 원인을 찾아보니 콘크리트 수조의 일부가 새고 있었다. 총 사업기간이 7개월이었는데, 그 중 온전히 공사에만 매진한 기간은 한 달 남짓이었다. 콘크리트 수조를 공사하던 그 한 달 새에 비가 내리면 작업을 중단했다 재개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서 콘크리트 수조를 보수하기로 결정하고 바로 방수 작업을 실시했다.

또한 적정기술을 사용해 만들었던 모래 필터가 문제였다. 현지 관리인들이 모래 필터를 세척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여 결국 대형 카트리지 필터로 교체했다. 이 밖에도 정수기 필터를 교체했고 정수기 5대를 추가 지원했다. 펌프 등 소모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전기비용도 지원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후 관리다. 사후 관리가 되지 않으면 시설이 유지가 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현지인에게는 짐으로 남게 된다. 폐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사후 관리를 하지 않을 거라면 애초에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 따라서 현지기관과의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실제적인 후속 지원을 해나가야 한다. 

[『워터저널』 2018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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