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슈  우리나라 자원순환정책 진단

“환경보호 인식 높여 자원순환정책 실현해야”

생활계 폐기물 전담 관리부서 신설해 오염 전 포장재 자원부터 재활용해야
현행 봉투값보다 비싼 종량제 봉투 사용 유도 어려워…충분한 홍보 필요
청소년 대상 꾸준한 환경교육·홍보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야

 [전문가 토론]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

 

한국환경한림원(회장 남궁은·www.kaoes.or.kr)은 지난 6월 21일 서울 양재 스포타임 멜론홀에서 ‘우리나라 자원순환정책 진단-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제46차 환경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홍정기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이병욱 세종대 교수(전 환경부 차관)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한준석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공동대표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등 폐기물 관련 전문가 3명이 참석해 최근 논란이 되었던 재활용 폐기물 사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준석 공동대표는 “이번 생활계 폐기물 대란은 환경부가 잘못 입안해서 발생한 게 아니라 생활계 폐기물을 부가가치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장 폐기물, 건설 폐기물 등과 차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염규석 상근부회장은 “종량제봉투 사용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시행 전에 충분한 기간 동안 홍보를 통해 고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 공통적으로 호환 사용이 가능한 종량제 봉투를 보급해야 하며, 그 용량도 3L, 5L 등으로 규격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원 대표는 “앞서 환경부는 2009년부터 프랜차이즈 업계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1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해왔으나 오히려 사용량은 더 늘었다”며 “자발적 협약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자원순환정책 방향 협의시 난관 예상”

▲ 이 병 욱
세종대학교 산업환경학과 교수
■ 이병욱 교수(좌장)  최근 많은 환경 이슈가 있었는데 환경부가 슬기롭게 잘 대처해오고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번 포럼 주제이기도 한 자원순환정책은 워낙 보는 관점에 따라 전문가들마다 생각이 달라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어느 정책보다도 방향을 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오늘 이 자리에 전문가 10명 정도를 모시고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눌 계획이었으나 여건상 그러지 못해 아쉽다. 대신 이번 행사는 한국환경한림원뿐만 아니라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등이 함께 준비했다. 이처럼 여러 기관이 같이 거버넌스(governance)를 형성해야 자원순환정책도 잘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폐기물의 중국 수출량 많지 않아”

▲ 한 준 석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공동대표
■ 한준석 공동대표  이번 생활계 폐기물 대란은 환경부가 정책을 잘못 입안해서 발생한 게 아니라 생활계 폐기물을 부가가치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장 폐기물, 건설 폐기물, 기타 방치 폐기물 등과 차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생활계 폐기물이 무가처리 비용 폐기물인 반면, 산업 폐기물은 유가처리 비용 폐기물이기 때문에 시장구조 상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산업 폐기물이 우선 처리될 수밖에 없다.

앞서 2006년부터 시행된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생활계 비닐류를 고형연료(RPF(6천㎉)) 재료로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련 시장이 매우 커졌다. 이전까지 생활계합성수지류는 일반적으로 매립 및 소각되었으나 이렇듯 에너지화함으로써 시중에 폐기물 비닐류 소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2013년에 고형폐기물연료(SRF)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고형연료 재료로 산업·건설 폐기물 합성수지를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열량을 3천500㎉로 낮춤으로써 생활계 폐기물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수거 거부당하게 된 것이다. 열량 변동은 다른 폐기물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고, 이에 따라 생활계 폐기물은 고형연료 시장에 침투한 다른 폐기물에 자리를 뺏겨버렸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규제는 이번 사태의 간접요인일 뿐이다. 중국은 유가제품이 많이 섞여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미국과 유럽의 폐기물을 선호한다. 미국 뉴욕시만 하더라도 폐기물의 약 30%만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연간 약 1조 원의 예산을 들여 매립하거나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에 밀려 국내 폐기물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양은 사실 매우 적다.

“생활계 폐기물 전담 관리부서 신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향후 수시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폐기물이 처리되는 과정은 크게 수집·운반, 선별, 재활용 등 3단계로 나뉜다. 이번에는 폐기물 처리 과정 중 수집·운반 단계에서 거부됐지만 다음에는 선별이나 재활용 단계에서 수거를 거부당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생활계 폐기물을 전담 관리할 수 있는 전문 행정부서를 신설해 이 문제에 보다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또한 쓰레기 배출자(국민)는 용기 안의 내용물을 비우고 분리 배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음식물이 묻은 채 배출된 합성수지 필름류를 3일 이내에 재활용할 경우 최상의 자원이 되지만 일주일만 지나도 부패되고 부식되어 최악의 폐기물이 되어버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염되기 전의 좋은 포장재 자원이 우선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만 「폐기물관리법」으로 매립·소각할 수 있게 해야한다.    

무엇보다 생활계 폐기물 문제는 환경부 혼자서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를 권장하고 강제할 수 있는 건 통상산업부로, 환경부보다 훨씬 큰 위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통상산업부는 현재 이 권한을 시장경제에 맡겨두고 방치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통상자원부뿐만 아니라 국민, 자치단체, 환경부, 재활용업체, 학계 등 각 이해 당사자는 역할 분담을 통해 이 문제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생활계 폐기물 대란이 내일 당장이라도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인 가구 증가로 포장 폐기물 급증”

▲ 염 규 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부회장
■ 염규석 상근부회장  중국은 음식 배달앱(App) 시장이 2011년부터 고속성장하면서 일회용 식기 사용이 폭증했다. 2017년 기준 중국의 배달앱 사용자 수는 3억100만 명이고, 시장 규모는 2천45억6천만 위안에 달한다. 대표적인 배달앱 서비스 업체인 어러머, 메이퇀 와이마이, 바이두 와이마이 등 세 업체의 하루 평균 주문량은 2천만 건에 이른다.

주문 1건당 비닐봉지 1개(0.06㎡ 규모)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하루 사용되는 비닐봉지는 120만㎡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168개를 가득 메우는 양이다. 게다가 배달 음식 주문 1건당 소모되는 일회용 식기는 3.27개로, 하루 소모되는 일회용 식기량은 6천만 개 정도이다. 이는 식기 한 개당 높이를 5㎝라고 할 때, 에베레스트산(높이 약 8천848m) 339개와 맞먹는다.

이에 환경단체는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세 업체를 고소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유통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한 소비가 보편화됨에 따라 일회용품 등 포장 폐기물이 급증하고 있다.

또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 중단에 따라 재활용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지난 5월 10일 환경부는 제2의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막고 환경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환경부가 이번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편의점 업계는 관련 정부 정책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왔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대개 일회용품이긴 하지만 편의점 점포 내에 일반쓰레기·재활용(병, 캔, 페트병 등)·종이류 등의 분리 수거함을 두어 분리 배출을 충실히 해왔다. 또 분리배출에 대한 종업원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 토론자로 나온 패널들은 재활용 폐기물의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생활계 폐기물 전담 관리부서 신설, 현행 봉투값보다 비싼 종량제 봉투 사용을 위한 충분한 홍보, 꾸준한 환경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서 호환 가능한 종량제 봉투 필요”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재활용 폐기물 분리배출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편의점 업계는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분리배출에 대한 업계의 노력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분리수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재활용품 분리 배출 요령에 대한 홍보물 부착과 캠페인 등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통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종합대책에서 편의점의 경우 10리터(L) 이상 비닐봉투를 재활용 종량제 봉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편의점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에게 정부정책과 관련해 재활용 폐기물 분리배출과 종량제 봉투 사용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고 하더라도 고객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어렵다.

현재 비닐봉투 한 장당 환경부담금 20원씩을 부과하고 있는데, 최근만 하더라도 20원을 두고 시비가 붙어 고객이 편의점 근무자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만 보더라도 점주가 고객을 상대로 현행 봉투값 20원보다 비싼 종량제 봉투 사용을 유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종량제봉투를 사용하는 경우 매입부담금이 증가해 점주들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높은 접근성과 편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편의점 특성상 구매장소와 고객의 거주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형마트와 달리 소량 구매가 대부분이라 고객이 종량제 봉투 구매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 감안할 때, 종량제 봉투 구매와 관련한 고객 불만은 더욱 증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종량제봉투 사용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시행 전에 충분한 기간 동안 홍보를 통해 고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 공통적으로 호환 사용이 가능한 종량제 봉투를 보급해야 한다. 봉투 용량도 10L에서 3L, 5L 등으로 규격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재활용 폐기물 관리는 유통업체와 고객, 소비자와 생산자의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이 개선되고 자구 노력이 우선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아무쪼록 이번에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를 위한 정부대책 방안이 고객과 유통업체 간의 불편을 넘어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를 기대한다.

“재활용률과 분리수거율 구분해야”

▲ 하 지 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 하지원 대표  환경정책은 참 어렵다. 그 중에서도 자원순환 정책은 편리를 추구하는 생활방식과 반대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전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했고, 2013년부터는 음식물쓰레기도 별도 분리하고 있다. 한국의 환경정책은 매우 선진적이며 국민도 정책을 잘 이행하고 있다. 문제는 들인 노력과 비용에 비해 환경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플라스틱 소비국이다.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2006년 98.2㎏에서 2011년 111㎏, 2015년 132.7㎏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5년 기준 1인당 쌀 소비량이 62.9㎏인 걸 상기하면 플라스틱을 쌀보다 두 배 이상 소비한 셈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은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6천392톤, 비닐봉지 사용량은 하루 평균 216억 개에 달한다.

아울러 재활용률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국가통계포탈(KOSIS)에 따르면 재활용률은 2013년 86.1%, 2014년 93.6%, 2015년 88.5%에 이른다. 그런데 이를 재활용률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활용이란 ‘폐기물을 일정한 프로세스를 거친 후 다시 원료로 사용하는 재생과정과 재사용을 포괄하는 것으로 물질을 사용 후 폐기하지 않고 물질순환계로 재투입하는 개념’을 말한다. 즉, 다시 활용되는 것이다.

우리가 버린 폐기물이 대거 중국으로 넘어간 후 거기서 재활용되었다는 근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통계포탈이 산정한 재활용률은 분리수거율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따라서 재활용률과 분리수거율을 구분하고, 잘못된 기초통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자료를 신뢰할 수 있고 추이에 대한 변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환경교육으로 가치관 변화시켜야”

정부는 지난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로 두 배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생산업체들의 자발적 업무협약을 통해 재활용하기 쉬운 포장재를 사용하기로 하고, 2019년까지 페트병을 무색으로만 생산하도록 품목별 포장재의 재질, 구조 등을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했다. 나아가 2020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사용을 줄이거나 페트(PET) 등의 재질로 대체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환경부는 2009년부터 프랜차이즈 업계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고 다회용 컵 사용을 권해왔다. 그런데 빨대포장에 컵홀더까지 등장하며 일회용 컵은 더 고급화되었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사용량이 증가했다. 심지어 국회 및 정부청사의 카페에서조차 다회용 컵을 찾아볼 수 없다. 자발적 협약이라는 이름으로 과연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간 지속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빠진 부분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여 그에 맞는 강력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기업의 이익 추구와 시민의 익숙해진 편리함 때문에 폐기물 정책은 애로가 매우 크다. 익숙해진 것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계치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에는 보다 강력한 구속이 동반되어야 한다.

끝으로 교육을 강조하고 싶다. 지속가능한 사회 변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조차 환경문제에 잘못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환경 상식도 팽배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작은 행동이 큰 문제로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으로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에코 라이프(Eco Life)로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환경에 대한 태도는 단순한 홍보만으로 변화가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한 환경교육, 깊이 있는 홍보 등을 통해 그동안 옳다고 생각해왔던 가치관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 지속가능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워터저널』 2018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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