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집   Ⅱ. 통합물관리 추진 방향과 전문가 정책제언(하)


“국민이 체감가능한 실질적 물정책 성과 필요”


좋은 물 거버넌스 형성 위해 효과성·효율성 높이고 대중의 신뢰·참여 강화해야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큰 효과 낼 수 있는 방법은 ‘4대강 사업의 진단과 해결’

▲ 염 형 철
물개혁포럼 공동대표
Part 05. 거버넌스 관점의 통합물관리 정책제언 

물관리, 20년간 개혁 대상으로 지목

우리나라는 상수도보급률 98.8%, 하천정비율 79.6% 등 국가가 설정한 물관리 목표의 대부분은 사실상 달성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시민 만족도와 정책 신뢰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수돗물 불신은 5% 남짓에 불과한 음용률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또 30년 가까이 부처별로 제각기 시행되던 물관리는 사업 중복, 자료와 기준의 난립, 비효율과 성과 부족, 조정기능 부재 등 부문·공간·시간 불일치에 따른 혼선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그간의 정책 수단은 상당히 획일적이었다. 따라서 지역의 특징이나 시민의 요구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지역·현장과 괴리된 정책과 갈등만 양산했다.

정부는 댐·하수처리장·하수관거·하천 개발 등 관행만 고집했고 생태적·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환경정의를 확장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기후변화, 안전담론 확산 등 새로운 위험과 과제가 출현해도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물관리는 1980년대까지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정책을 신설해 나가며 시대에 잘 부응한 반면,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물정책의 성과가 크게 떨어지고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발전이 지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물정책은 2000년 전후부터 시대 흐름과 괴리되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왔다.
 

 
시대정신 맞는 실질적 물정책 필요

지난 5월 28일 정부의 물관리 체계개편에 따라  「정부조직법」 , 「물관리기본법」, 「물관리 기술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등 3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국토부의 수자원 보전·이용·개발’ 기능과 「수자원법」, 「댐 건설법」, 「수자원공사법」, 「지하수법」, 「친수구역법」 등 5개 법령, 국토부 수자원국 3개과와 4대강 홍수통제소 등의 조직이 환경부로 왔다.

또 「물관리기본법」 제정으로 △물관리 기본이념 및 원칙 천명 △국가 및 유역 물관리위원회 구성 △국가 및 유역 물관리기본계획 수립 등이 추진되고, 「물관리 기술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해 물관리 기술의 발전기반이 보다 체계적으로 조성되리라 본다.

지금 시기 정부의 물관리체계 개편은 4대강 사업 등 실패한 물정책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수용한 것이고 촛불개혁 과제를 실행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물관리기본법」 제정과 「정부조직법」 개정은 부처 간 분산된 물관리를 통합하고 정비함으로써 물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조직 개편이 시민의 신뢰 제고, 정책수단 다양화, 지역 갈등 조정, 기후변화 대응, 환경정의 구현 등 궁극적인 과제 해결은 아니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부처 간 기능·법령·조직 이관이 아닌, 4대강 사업 문제의 해결, 수돗물 불안 해소, 물정책 혼돈 해소 등 근본적 대책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물정책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OECD, ‘물 거버넌스 원칙’ 원칙 제시

물정책은 거버넌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물관리는 지역적 문제로 한정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계적 문제이며, 의사결정·정책수행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개입한다. 물이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자원이라는 대전제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이해관계자 간 상충하는 관심사는 물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요소가 될 수 있다.

2015년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효과성, 효율성, 신뢰와 참여 등 세 가지 측면의 ‘물 거버넌스 원칙’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거버넌스는 정치적·제도적·행정적 규칙과 선례 그리고 형식적·비형식적 의사결정 과정과 실행과정 등 모든 분야와 과정에서 실현되어야 하며, ‘좋은 물 거버넌스’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편익을 향유하기 위해 정책결정자, 이해관계자, 정부, 시민사회, 민간기업이 함께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다.

‘물 거버넌스 원칙’은 효과성, 효율성, 신뢰와 참여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각각 4가지의 세부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물 거버넌스의 효과성은 분명하고 지속가능한 물정책의 목적과 목표를 규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물정책 입안, 실행, 운영관리와 규제 등 책임당국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부여·구분하고 이들 간 협력방안을 조성해야 한다.

또 지역적 상황을 반영한 통합 유역거버넌스 체계 내에서 적합한 규모로 물을 관리하고, 유역거버넌스 체계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수자원 정책과 환경·보건·에너지 등 다른 분야 정책 간 교차협력을 통해 정책의 일관성을 지향하고, 물 문제의 복잡성과 과업 수행에 필요한 능력에 맞게 책임기관의 역량 수준을 강화시켜야 한다.

 
최소 비용으로 물관리 편익·후생 극대화

물 거버넌스의 효율성은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으로 물관리의 편익과 후생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물과 관련된 데이터와 정보는 시기적절하고 일관적이며 비교가 가능하도록 생산·개선·공유해야 하고, 이를 물정책을 개선하고 평가하는 가이드에 활용해야 한다. 또 거버넌스 체계가 물 관련 재정 조성을 활성화하고 물 재원을 효율적이고 투명하며 시기적절하게 할당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공공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도로 안정적인 물관리 규제 프레임워크를 효과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책임당국과 모든 수준의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은 혁신적인 물 거버넌스 사례의 채택과 실행을 촉진해야 한다.

한편, 물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와 참여의 강화는 대중적 신뢰를 형성하고 민주적 정당성과 형평성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욱 막중한 책임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물정책, 물 관련 제도 그리고 물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의 청렴성과 투명성을 중점에 두어야 한다.

또 물정책 기획과 실행에 유용하면서 성과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촉진해야 하고, 물 사용자 간, 도시와 농촌 간, 세대 간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장려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물정책과 거버넌스에 대해 적절한 곳에서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며 그 결과를 대중과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의 위기는 물 거버넌스의 위기

물 거버넌스는 효과성, 효율성, 대중의 신뢰와 참여 등 세 가지 원칙이 기본적인 원리로 작동하고 12개의 세부원칙이 뒷받침될 때 원활히 순환하며, 이를 통해 거버넌스는 발전한다. OECD는 거버넌스 자체는 목표가 아닌 수단이기 때문에 사회마다 통합물관리의 모양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의 위기는 곧 물 거버넌스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물 위기의 극복은 물 거버넌스의 격차를 알아내고 이를 해소하는 데 있다. 좋은 거버넌스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 간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통해 정책, 책임, 재정, 역량, 정보, 관리, 목표 등 7가지 분야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OCED는 이 7가지 기준에 따라 협력국들의 물 거버넌스 수준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예로 네덜란드의 다층적 거버넌스 분석 결과에서, 네덜란드는 인프라환경부가 국가물관리청을 통하여 물관리와 물산업 기능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고 있으며, 인프라환경부를 중심으로 목표를 공유하면서 상호의존적인 협력관계라 목표격차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가물관리청과 지역물관리청이 네덜란드 물공급, 오·폐수 차집, 홍수방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등 유기적 협력을 하고 있어 관리격차가 작고, 개발업자에 대한 공평한 조세체계와 경제적 인센티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역량격차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95%의 비용 회복(cost recovery)을 통해 재정격차를 극복했으며, 2010년 인프라환경부를 창설해 먹는물 공기업을 200개에서 10개로 줄이고 이들 기관끼리 정보를 공유토록 했다. 2009년에는 8개의 물 관련 법률들을 통합해 「국가물관리법」(National Water Act)을 제정함으로써 정책격차를 해소했다.

 
우리나라, 물 거버넌스 격차 심각

네덜란드와 비교하여 우리나라는 7가지 모든 항목에서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중앙정부 수준에서 참여자가 많아 하위정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높은 거래비용을 초래하여 책임격차가 크고, 환경부와 국토부를 포함한 물 거버넌스 행위자들이 목표 공유도가 낮고 서로 경쟁적이어서 또 목표격차가 크다. 중앙 행정기관들끼리 분절성이 높고, 4대강 유역과 행정구역이 불일치하여 관리격차가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추진주체 간 역량격차 또한 크다. 재정안정성은 물론 재정의 균형성 역시 취약하여 재정격차가 크고, 중앙행정기관들 수준에서는 물론 하위정부 수준에서도 정보비대칭성이 나타나면서 상호적응 수준이 낮아 정보 격차가 크다(물관리 포털과 성과지표는 보유). 부처별로 개별법과 개별계획들이 난무하면서 불명확하고 중복적인 역할과 책임 때문에 정책 수용성이 낮은 정책격차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우리나라는 정부부처 간, 공공·민간 간, 중앙과 지역 간 격차가 상당히 큰 편이다. 따라서 우리가 거버넌스를 잘 구축해 시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상당히 후발주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철저히 검토하고 시행착오도 거쳐야 할 것이다.

 
분명하고 지속가능한 목적·목표 필요

우리나라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을 통합물관리 비전으로 설정했다.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안전성 △책임성 △형평성 △민주성 △효율성 등 다섯 가지를 핵심 가치로 설정했다. 또 이들 가치를 중심으로 유역별 물관리, 균등 배분의 원칙, 이해당사자 참여, 통합적 물관리, 건강한 물순환 등 10가지 기본원칙을 선정했다.

앞으로 몇 차례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거치겠지만, 먼저 목표의 효과성을 위해 분명하고 지속가능한 목적과 목표를 제시했으면 한다. 국민들이 원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물관리는 시설에서 사람과 생태로, 개발에서부터 관리로 관점을 바꾸고, 물환경 정의 구현을 통해 상류와 하류, 도시와 농촌, 사회적 약자와 강자 사이의 균형을 취하는 것이다.

법 제도와 국가계획도 정비해야 한다. 중복 또는 효율이 낮은 법규와 20여 개 국가 계획들의 통폐합·단순화 과정이 필요하다. 계획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실행과정에서 이들끼리 충돌하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고 시민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들을 만든 전문가들조차도 공론화하기 어려워진다.

아울러 주요 기구에서 결정하면 그 결정권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높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 유역위원회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토부 하천 예산의 방향과 농촌지역 수질관리 등에 의미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을 배제하고 전문가들끼리 논의하면서 실상 성과는 내지 못하는 태도도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쉽고 실용적인 자료와 지표를 이용하여 정보와 데이터를 쉽고 일관성 있게 생산·공유해야 한다. 이를 테면 수돗물 보급률 대신 신뢰도와 음용률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선명한 물관리체계로 효율성 높여야

다음으로 효율성을 높였으면 한다. 각 기관들의 역할과 위상을 분명히 지우고 선명한 물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실질화가 필요하다. 환경부에 많은 권한이 넘어가기는 했으나, 행안부, 농식품부 등에 여전히 많은 기능이 남아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협의와 조정이 있어야 한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상임위원장, 상근 사무처를 운영해야 하고, 이것이 의결하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다른 어떠한 계획보다 우선하고 반드시 그 결정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또 유역물관리위원회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번 통합물관리 체계 변화의 핵심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권한이 넘어온 것이 아닌 중앙에서 지역으로 권한이 이양된 것이다. 따라서 유역물관리가 앞으로 4∼5개의 유역으로 추진되는 것이 핵심인데, 이 부분은 「물관리법」에 모호하게 남아있는 상태다.

따라서 운영위원장을 상임으로 만들고 사무처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유역관리계획을 다른 어떤 계획보다도 철저하게 만들어 결정권을 갖도록 하고, 예·결산 및 사업 평가 등에 대한 권한을 만들거나 주민대표들의 참여 비율을 확대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물관리 기관의 통합과 조정이 요구된다. 수자원공사, 환경공단 등의 유역별 재편을 통해 전문성과 지역성을 확보하고 댐·저수지 등의 연계 운영이 필요하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 확대

마지막으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고 민주적 절차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각 기구의 주민대표 참여비율 규정 등 이해자 간·지역 간·세대 간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정책과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높여 정책실패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정책자료의 공개, 접근성 보장, 시민의 모니터링·감시 허용 등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역관리, 거버넌스 등과 관련한 경험이나 성과가 없기 때문에 물 자치기반 확보를 위한 교육이나 인재 육성 등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역 차원의 공동 활동 개발, 시민교육과 지원, 지역사업 발굴과 지원 등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숲, 모래밭, 습지 등)을 확보하고 전통문화를 복원하는 등 수생태계 서비스 확대를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

지금 시기 물관리체계의 개편은 사회개혁의 상징성이 있다. 또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가 국민의 불신 대상이라는 점에서 ‘성과’에 대한 요구는 강력하다. 근본적인 장기적인 변화와 더불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나와야 새로운 형태의 물관리가 오래 힘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혁신적인 사례를 채택하고 실행해 감동과 희망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가장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낼 수 있는 성과 중 하나는 ‘4대강 사업의 진단과 해결’이다. 문제점을 확실하게 공개하고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당장 국민들이 가장 쉽게 인식하고 변화된 물정책에 대해 감동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따라서 4대강 보에 대한 수문 개방을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일부 보에 한해서는 해체하는 방안도 빠른 검토를 통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 세종보의 경우, 수문을 열고 불과 몇 달 만에 엄청난 성과가 드러나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시 막을 필요가 없다면 해체하는 것이 답이다.

▲ 4대강 보에 대한 수문 개방을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일부 보에 한해서는 해체하는 방안도 빠른 검토를 통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금강 백제보 전경.

[『워터저널』 2018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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