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인공저수지 건설이 수자원 확보의 필수요건”

우리나라 등 여름철 강우 집중된 몬순기후 지역서 특히 필요…수질오염 사전 방지
하천 중하류 저수시설의 저장·정화 기능 활용시 상수원보호구역 대부분 해제 가능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저수시설을 많이 건설하면 강국이 된다

우리나라 물 생산지수는 1.5

‘물 생산지수’란 한 나라의 국민총생산의 세계 전체 총생산에 대한 비율을 그 나라의 물 사용량의 세계 전체 물 사용량에 대한 비율로 나눈 값을 말한다. 세계 인구의 36%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물 소비량은 세계 물 소비량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국민총생산은 세계총생산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있지만 물 소비량은 세계 전체 물 소비량의 11%를 차지하고 있고, 국민총생산은 세계총생산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세계 총인구의 0.7%이고 물 소비량은 세계 전체 물 소비량의 0.8%이지만, 국민총생산은 세계총생산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인구의 2.8%이고 물 소비량은 세계 총 물 소비량의 2.9%이지만 국민총생산은 세계총생산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물 생산지수는 0.48인데 비해 미국은 1.45이고 우리나라는 1.5이다. 브라질의 물 생산지수는 0.62이다.

우리나라 경제력지수는 7

한 나라의 국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여러 분야의 국력의 종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보면 경제의 발전이 다른 분야의 발전을 선도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 강국이 되면 다른 분야에서도 강국이 된다. 미국의 경제력 지수를 100으로 할 때,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한국, 호주 및 스페인의 경제력지수는 각각 60, 25, 18, 13, 13, 9, 8, 8, 7 및 7이다([그림 1] 참조).

 
경제 강국을 건설하는 방법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이 수자원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물은 생산을 의미하고, 생산은 곧 경제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물 생산지수가 1.5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가용 수자원을 10% 늘리면 국민총생산은 15%가 늘어난다는 것을 말한다.

바다로 유실되는 수자원 333억㎥

우리나라 연간 강수량 중 333억㎥의 수자원이 바다로 유실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수자원 총량은 1천362억㎥로, 그 중 35%인 475억㎥이 증발·발산되고, 나머지 65%인 887억㎥가 하천으로 유출된다. 하천유출량 중 평상시 유출량은 413억㎥고 홍수유출량은 474억㎥다. 홍수유출량 중 댐과 저수지 등 저수시설에 저수되는 양은 141억㎥로, 나머지 333억㎥의 수자원은 바다로 유실된다([그림 2] 참조).

 
수자원 사용량과 국민총생산과의 관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수자원 1㎥당 국민총생산은 23.5달러다. 영국의 경우 수자원 1㎥당 국민총생산은 20달러이고, 스페인 13.5달러, 일본 12.2달러, 미국 6.7달러, 중국과 이집트가 각 4.9달러, 그리고 인도가 1.5달러다.

수자원과 국민총생산과의 관계는 각 국가의 산업구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산업구조가 고도화될수록 단위 수자원의 생산성이 높아져 국민총생산 규모가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자원의 국민총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천 상류에 소규모 저수시설 건설

우리나라의 가용 수자원의 양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는 홍수 시 바다 유실량의 일부를 댐 또는 저수지 등 저수시설을 건설하여 저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형상 대규모 저수시설을 설치할 만한 적지(適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중소규모 저수시설의 설치가 가능하다. 중소규모 저수시설의 적지는 하천 상류의 산간지역이 좋다. 산간지역은 인구가 적고, 오염물질 발생원이 작으며 수온이 낮아 녹조 등 수질오염의 우려가 없다.

그리고 산간지역에 저수지가 건설되면 육지생태계와 수중생태계의 상호작용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산간지역의 저수지는 하류하천의 건천화를 방지하고 지하수의 계속적인 공급으로 인간용수는 물론 생태용수를 공급하여 하류의 생태계를 풍부하게 한다([그림 3] 참조).

 
저수시설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가능

하천 중하류에 건설된 저수시설은 물의 저장 기능뿐만 아니라 정화 기능과 수자원의 재활용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어 수질정화와 수질사고 예방, 가용 수자원 양의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수질이 나쁜 낙동강의 지표수를 양수하여 저수시설에 일정기간 체류시켜 정화한 후에 생활용수로 공급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수질이 좋고 수질오염사고에 안전한 상수원수를 공급할 수 있다. 하천 중하류에 건설되는 저수시설은 유역에서 유입되는 물이 아닌 하천에서 양수된 물을 저장하도록 해야 한다([그림 4] 참조).

 
하천 중하류에 건설된 저수시설의 저장기능과 정화기능을 활용하면 현재 하천의 중하류에 지정된 상수원보호구역의 대부분을 해제할 수 있다. 가능한 경우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의 물을 도수로를 이용하여 상수원보호구역 하류에 건설된 저수시설에 저장하거나, 저수시설의 정화기능을 이용하여 상수원보호구역 하류의 물을 저수시설에 일정기간 저장하여 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저수지의 건설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물이 가장 풍부한 지역 중 하나인 북미의 경우에도 많은 인공저수지가 건설되어 있고, 일본, 호주, 영국 등에도 많은 인공저수지가 건설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여름철에 강우가 집중된 몬순기후 지역에서는 인공저수지의 건설이 수자원 확보의 필수적인 요건이다. 우리나라 미래 번영의 큰 부분이 수자원의 확보를 위한 저수시설의 건설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수시설을 많이 건설하면 우리나라는 수자원 강국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수질오염 문제도 해결하고 수질오염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저수시설의 건설이 우리나라를 살리고 건강하게 하며 강하게 하는 가장 유력한 길 중의 하나다.

물 강국은 풍요롭고 건강한 나라다. 세계적으로 물이 풍부한 지역의 사람들은 얼굴이 희고 혈색이 좋다. 반면 물이 귀한 지역의 사람들은 얼굴이 검거나 회색이고 세수를 하지 않고 먼지를 뒤집어쓴 것 같이 얼굴이 뿌옇다. 물은 생산력이자 건강한 인간, 건강한 생태계의 필수요소다.  

[『워터저널』 2018년 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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