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집   Ⅱ. 물관리 일원화 이후를 논하다(하)


“국내 물산업 해외진출, 내수기반 확보부터”


우수기술·제품 발굴 위한 기술혁신이 무엇보다 중요…물기술 R&D 예산 늘려야
실증화·상용화 통해 글로벌 원천기술 확보하고 민간의 사업참여 기회 확대해야

Part 04. [전문가 토론] 물산업 육성전략과 「물기술산업법」

 
토 론 자
· 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좌장)
· 이호식 한국교통대 철도공학부 교수
· 김만재 한국수자원공사 물산업플랫폼센터장
· 남상기 환경부 물산업클러스터추진기획단 팀장
· 최인종 물산업클러스터입주기업협의회장
·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 정희규 환경부 수자원정책과장
· 오윤근 ㈜유신 부사장

지난 7월 2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aT센터에서 열린 물 관련 3개 학회 대토론회의 두 번째 세션 전문가 토론은 윤주환 고려대 교수의 사회로 주제발표를 한 남상기 환경부 물산업클러스터건립추진기획단 팀장을 비롯해 이호식 한국교통대 교수, 김만재 한국수자원공사 물산업플랫폼센터장, 최인종 물산업클러스터입주기업협의회장, 최승일 고려대 교수, 정희규 환경부 수자원정책과장, 오윤근 ㈜유신 부사장 등 7명이 패널로 참석해 ‘물산업 육성전략과 「물기술산업법」’을 주제로 토론을 벌었다. 첫 번째 세션과 마찬가지로 패널로 자리하지 못한 각계 전문가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하여 좀 더 밀도 높은 토론이 되도록 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 윤 주 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국내 물 분야 연구개발 매우 미흡”

■ 윤주환 교수(좌장)  「물기술산업법」은 물 관련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법이다. 물산업 육성에 관한 법은 2005년 이후 다양한 명칭으로 제안됐으나 부처 간 다툼으로 매번 제정에는 실패했다. 「말산업육성법」, 「관상어산업법」, 「곤충산업진흥법」까지 있는 전문 지원법도 정작 물산업에는 없다가 물 민영화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물기술산업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12년 만에 물산업 육성을 위한 법이 만들어졌는데, 사실 물관리 일원화 이후 잘 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지난해 대선 전에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학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당시 졸업생들의 일자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면 아마 물관리 일원화를 주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환경부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 물 관련 중앙정부의 총괄 예산은 약 6조5천억 원이다. 수자원공사을 비롯한 산하기관까지 합치면 거의 10조 원에 가까운 돈이 공공예산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연구개발(R&D) 예산은 2015년 기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를 합쳐 총 1천513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R&D를 거의 안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 중 환경부는 597억 원을, 국토부는 542억 원을 썼는데, 심지어 국토부는 해수담수화와 수자원 관리, 두 가지 연구에만 542억 원을 들였다. 반면 환경부는 글로벌 탑 사업을 포함해 7개 사업을 진행했다. 따라서 일부에서 환경부가 그동안 해 왔던 일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물기술산업법」이 만들어졌으니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남상기 팀장께서 ‘「물기술산업법」 및 하위법령안 주요 내용’에 대해 발표를 했다. 패널들은 이에 대한 의견 또는 「물기술산업법」안의 부족한 점과 발전방향 등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해 주시기 바란다.

▲ 이 호 식
한국교통대 철도공학부 교수
“물산업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 퇴색”

■ 이호식 교수  잘 알다시피 「물기술산업법」은 「물관리일원화법」에 의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이 법이 지역 특혜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처음 발의된 후 10여 년간 지체되다가 올해 국회를 통과했다. 최근 침체된 물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잘 된 일임에 분명하나, 처음 법안이 발의된 지 10년이 지나다 보니 ‘국가 물산업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되어 버렸다. 이에 대한 부분은 환경부가 장기적인 로드맵을 통해 법이 원래의 목적에 맞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완·수정해 나가야 한다.

또 「물기술산업법」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신설된 기구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한국물산업협의회(KWP)다. 그러나 지금의 물산업협의회는 사지(死地)에 내몰린 형국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조직에게 자생(自生)하라는 듯 법이 왜곡되어 있다. 이 또한 환경부가 물산업협의회가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시행령·시행규칙을 수정해야 한다.

「물기술산업법」의 주목적은 국내 물기업의 R&D 성과를 국내외 시장에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경쟁력 높은 기술들이 많이 있다. 일례로 환경부의 에코스마트상수도 시스템사업단의 경우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환경기술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해외 선진국들의 기술들과 견주어 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술의 해외시장 진출이 더딘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서 기술을 적용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보면 R&D를 잘 하고 연구실적을 많이 내는 기업들은 로비력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이 잘 모르고 자연스레 시장에서 외면당한 것이다. 이제 「물기술산업법」이 제정된 만큼, 앞으로 R&D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국가 R&D를 선도하고 해외진출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가가 적극 지원했으면 한다.

▲ 김 만 재
한국수자원공사 물산업플랫폼센터장
“중소·벤처기업 해외시장 진출 도와야”

■ 김만재 센터장   물관리가 일원화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기관 중 하나가 한국수자원공사가 아닐까 싶다. 이번 조직개편이 어쩌면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51년 저력을 발판 삼아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현재 수자원공사는 ‘2015년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이후 ‘물산업 글로벌 이니셔티브’ 확보를 위해 2016년에 ‘아시아물위원회(AWC)’를 창립하고 대한민국 대표 물산업 글로벌 브랜드 구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을 다수 추진 중인데, 1994년부터 지금까지 총 32개국에 90여 건의 사업을 추진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물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는 물산업 중소기업 지원전문조직인 ‘물산업플랫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등과 협업하여 8개의 해외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세계 물시장은 연평균 4%씩 성장해 오는 2020년이면 약 900조 원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물산업은 하락 추세에 있다. 2015년 국내 물시장 매출액은 31조4천억 원으로, 2013년 35조 원에서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국내 중소·벤처 물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를 비롯한 물 관련 정부부처, 공공기관 등이 지금이라도 나서서 대처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지 않는 이상, 세계시장은 영원히 남의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수자원공사 역시 이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동일 국가 대상 유사사업 미리 막아야”

우선,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물기술산업법」에 명시된 시범사업 대상이나 수행기관, 지원범위를 좀 더 구체화했으면 한다. 현재 수자원공사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업하여 해외 현지화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예산문제 등 제한이 많아 실질적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동일한 국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유사 사업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해외시장 진출 시 대개 공적개발원조(ODA) 또는 투자사업을 위한 타당성조사(F/S)를 먼저 수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자체나 타 공공기관이 유사 업무를 중복으로 문의해 오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를 일괄적으로 통일해 역량 있는 기업에게 안내해 줄 수 있는 브랜드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수자원공사가 추진 중인 사업 중 하나가 ‘글로벌 인증’이다. 먼저 아시아 통합 인증제부터 구축하려는 계획이다. 해외에 나가면 브랜드나 인지도가 상당히 중요하다. 심지어 최근에는 아시아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유럽(EU)이나 미국 등의 인증을 요구하는 추세다. 따라서 아시아물위원회(AWC) 등을 활용하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남 상 기
환경부 물산업클러스터추진기획단 팀장
“부품소재 산업에 국가적 지원 필요”

■ 남상기 팀장   그동안 물산업 분야의 가장 큰 애로는 물과 관련한 법령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물기술산업법」이 생겼으니 좀 더 체계적으로 물산업을 육성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이 공공재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수자원공사는 그들 나름대로 영리를 취할 방법을 강구해야 했고 지금까지 그 역할을 잘 수행해 왔다.

다만 민간기업과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판단된다. 물관리 일원화로 환경과 여건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많은 조정이 있을 것이다.

이제 물관리의 주무부처는 환경부다. 이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환경부와 국토부, 양 부처가 그동안 잘 해 왔던 분야를 합치면 분명히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R&D 분야를 예로 들면, 두산중공업은 다단증발(MSF) 해수담수화 플랜트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한때 역삼투압(RO) 방식으로 전환이 늦어져 수주를 단 한 건도 하지 못했다. 이에 두산중공업과 부산시, 정부가 돈을 모아 투자를 하고 나서 세계 1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는 것은 부품소재의 국산화다. 다행히 「물기술산업법」이 만들어져 물산업클러스터 운영이 하나의 지원책으로 작용한다면 두산의 경쟁력은 더 향상될 수 있다. 고가의 소재가 국산화 되어 훌륭한 부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말이다. 부품소재 산업은 곧 신기술 개발과 직결되는 산업으로, 국가의 지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해외진출과 엔지니어링을 결합했을 때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공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입장도 있으나, 해외 프로젝트를 국내 기업이 바로 수주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프로젝트를 만들거나 신개발은행(NDB), 미주개발은행(IDB), 세계은행(WB) 등과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사업 조율 역량이 상당히 중요한데, 공기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공기업이 성장해야 부품소재 산업도 탄력을 받는다.

▲ 최 인 종
물산업클러스터입주기업협의회장
“물산업, 대구 특혜산업으로 봐선 안 돼”

■ 최인종 회장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와 관련하여 물산업을 지역기반 사업이라고 하는데 ‘지역기반’이라는 말 자체가 조금 우습다. 제철은 포항·광양, 조선은 울산·거제, 석유화학·자동차는 울산 등 대부분의 산업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발전한다. 물산업도 마찬가지다. 1991년 페놀사태를 시작으로 대구시는 총 9차례 물 관련 사고를 겪었다. 이에 따라 고도정수처리, 하·폐수처리 등 대부분의 물산업이 대구시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지역특혜라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물기술산업법」의 본래 취지를 생각한다면 이제는 물산업클러스터의 성공만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물기술산업법」 법안을 보면, 실증화시설 및 집적단지 관련 내용에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빠져있는데 하루빨리 포함시켜야 한다. 현재로서는 물산업클러스터의 성공이 가장 우선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집적단지 입주기업 유치, 검·인증체계 구축, 내수기반 확보 등이 필요하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입주기업들은 대구시에 일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고 물산업클러스터 운영 주체와 대구시가 협력해야 한다. 대학의 명성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일에 달려 있듯, 물산업클러스터의 성공도 결국 우수기업을 유치하는 데 달려 있다.

“내수 확보 위해 지역제한 철폐 필요”

이와 더불어 국가의 검·인증이 있어야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물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은 환경청(US EPA)이나 식품의약국(FDA) 등의 국가 인증을 통해 물사업을 주도해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KC인증, 신제품(NEP)·신기술(NET) 인증 등 인증은 많지만 공신력이나 인지도는 상당히 낮다.

이에 국가 차원의 검·인증이 매우 필요하나, 이를 만들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까지 지금보다 적어도 10배의 비용이 들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따라서 사후인증제도 등 다른 시각에서 돌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연구개발(R&D)을 할 때 산·학·연 간 융합연구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물산업은 공정과 복구를 다루는 프로세스 공학, 설비와 기계를 다루는 기계공학, 제어·계측공학, 미생물 공학,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모두 맞물려야 완성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R&D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타 학문과의 융합연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산업클러스터는 기술개발과 수출촉진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수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우수제품 구매보다도 지역제한의 철폐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시·군 단위로 거래에 제한이 걸리다 보니 아무리 좋은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 팔려고 해도 팔 데가 없다. 정부, 기업, 학회 등 모든 물산업 종사자들부터 물산업을 지역기반 사업이 아닌 국가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

▲ 최 승 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환경부부터 물산업 중요성 인지해야”

■ 최승일 교수   2005년 물산업을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은 물산업이 무엇이고 산업으로 보아야 하는지조차도 헷갈려 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물관리 일원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묵묵히 고생한 환경부에 몇 가지 조언을 하자면, 앞으로 환경부가 물산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물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입장이 바로 서야 물기업도 믿음을 갖고 따라갈 수 있다.

「물기술산업법」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 물 민영화 논란이 일었을 때에는 시민단체와 의견 조율도 여러 차례 거쳤다. 법적 기반을 세운다는 것은 행위의 정당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추진력을 불어넣을 주체, 즉 물산업 육성을 활성화 할 기구 또는 조직,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는 비단 환경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조직 내에서는 국제화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있다. 다만 구성원들끼리 한 마음 한 뜻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이 상부와 하부간 소통이 부족해 의견 차가 크다. 국제화를 추진하게 되면 당장 업무는 늘어나는데 보상체계에 대한 설명은 없다 보니 사장이 아무리 강조해 봤자 하부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인력 양성 지원 시급”

한편, 정부는 물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 물기업 중에서도 엔지니어링사는 젊은 인력 부족 등으로 업계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 어려운 때일수록 외국에 나가 직접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글로벌 컨설팅 인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부에는 과연 엔지니어링사의 인력 육성에 대한 구체적 지원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장비개발 전문기업에게는 장비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술개발을 아무리 잘 해도 사고 팔 시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울러 정부는 물 분야 예산을 늘려야 한다. 기재부는 일원화가 됐으니 오히려 예산을 감축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복 재원을 감축해 시비(市費)는 절약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물관리는 제대로 할 수 없다. 현재 환경부의 물 분야 투자예산은 전체 국가예산의 1∼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곧 시중의 물 가격은 1L당 1원도 채 되지 않는데 여기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려는 것과 같이 터무니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의 산정과 배정을 기재부에 맡기는 관행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재부는 이를 다시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기업에 맡기는데, 그들은 통계적 처리만 할 수 있을 뿐, 물에 대한 전문성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주종이 바뀐 꼴이다. 물 관련 R&D 예산 편성은 물 전문가가 하는 것이 맞다.

또 현재 R&D와 관련한 정부정책을 보면, 기초연구는 부실하고 상용화 연구만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대로는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할 수 없다. 따라서 환경부는 향후 R&D 로드맵에서 기초연구와 상용화 연구 비율을 명시해야 하고, 로드맵 수립 시 전문가들이 철학과 비전을 갖고 만들도록 해야 한다.

▲ 오 윤 근
유신㈜ 부사장
“물 분야 기초인력 양성 노력 절실”

■ 오윤근 부사장   세계 물시장은 연평균 4.9%씩 지속 성장 중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상하수도 정비율이 높아 이에 대한 수요는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물기업들은 국내시장에서 수익을 낼 길이 없으니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번 「물기술산업법」의 통과로 진출이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기대는 되지만, 현재 법안내용 상으로는 엔지니어링 업계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하나도 없다. 따라서 환경부가 앞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수정·보완해 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또 국내 물시장은 포화 상태로 해외진출이 불가피한데, 가장 걱정스러운 문제가 R&D다. R&D의 주요 목적은 기초분야 연구를 통한 현장 적용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현장이 없다. 예를 들면 수자원 분야의 경우 수량 개발이나 수자원 이용, 상하수도 분야의 경우 하수처리시스템, 용수공급시스템 등이다. 해외에 진출하려고 해도 국가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에 대한 내용을 명시해 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젊은 엔지니어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엔지니어 중에서도 이·치수 등 분야별로 전문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외에 연구소가 아무리 많이 있고 R&D가 활성화되었다고 해도 이를 응용해 키워나갈 수 있는 인력이 없다.

게다가 물산업은 토목·환경·기계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분야로 현장형 인력 배출이 쉽지 않은 산업이다. 따라서 정부는 통합물관리 추진과 함께 전문인력 육성 토대를 마련하는 일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문제제기 2건·질문 1건 나와

■ 윤주환 교수(좌장)   청중의 의견을 들어보겠다. 먼저 한국기계종합협동조합의 박종우 박사께서 환경부 우수제품 선정과 관련하여 기존 조달청 조달우수제품, 중기청의 성능인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 같은 조합 김양수 박사는 공적개발원조(ODA) 등 형태로 해외진출 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활용 관련 문제를 지적했다.

아울러 정진영 영남대 교수께서 “분산화 실증화 시설의 구체적인 운영계획이 무엇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국가물산업클러스터와 관련하여 특히 R&D 자금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정희규 과장께서 종합적인 답변을 주시기 바란다.

▲ 정 희 규
환경부 수자원정책과장
“클러스터 연구개발비 확보에 최선”

■ 정희규 과장   실증화 시설은 현재 정수는 2천㎥, 하·폐수와 재이용은 1천㎥ 규모로 계획 중이다. 여기서 성능검사를 통해 성능이 확인된 경우 이를 실규모에 적용한 것이 분산형 실증화 시설이다. 분산형 실증화 시설은 주로 지자체나 수자원공사가 이용자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용의사를 밝히면 환경부장관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성 문제는 수시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

물산업클러스터의 연구개발(R&D) 비용은 지금 당장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 법이 제정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시행하는 과정에서 확보해 나가야 하는데, 아마 기획재정부와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혁신형 물기업 지정, 연구시설·연구비 지원, 시범사업 추진 등 앞으로는 재정과의 싸움이다. 환경부에서는 지금 ‘2030년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준비중인데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 부처 간 중복사업, 향후 추진할 사업 등에 대해 면밀한 분석을 거쳐 클러스터 연구개발비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기존 조달청 조달우수제품 등과 환경부 우수제품과의 연계와 관련하여, 조달우수제품의 경우 2억1천만 원 이상은 조달청에서 우수제품 등록을 하도록 되어 있고 2억1천만 원 미만은 지자체에서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앞으로는 환경부 우수제품으로 지정이 되면 조달우수제품으로도 등록이 가능하도록 조달청과 협의해 나갈 계획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 토론자들은 물 분야 기초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고, 부품소재 산업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며, 중소·벤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은 물론 내수 확보를 위해 지역제한이 철폐되어야 한다고 제언을 했다.

“시행령·시행규칙 수립에 전문가 참여”

■ 윤주환 교수(좌장)  「물기술산업법」은 상당히 선행적인 법이다. 동시에 목적법이고 구체적인 법이다. 때문에 올 9월부터 12월까지 상정되는 대통령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 날 것이다. 한 가지 당부를 드리자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수립하는 과정에 되도록 많은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각자의 피드백을 환경부에 적극 전달했으면 한다.

전문가 여러분의 피드백 결과가 곧 앞으로 우리나라가 영위하게 될 「물기술산업법」의 기본이 될 것이다. 현재 이 법의 주무과는 환경부 상하수도국, 그 중에서도 물산업클러스터팀이다. 이곳에 계속해서 의견과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다.

[『워터저널』 2018년 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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