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하천·호소의 녹조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사)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해마다 여름철에 하천과 호소가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녹조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4계절 유역 내 환경기초시설, 공장폐수처리시설, 축산폐수처리시설의 운영 및 처리상태를 지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비료와 농약을 가장 많이 뿌리는 나라다. 대표적인 현장이 과수원이나 논, 밭이다. 비가 오면 대부분의 비료가 하천이나 호소로 유입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시로 현장을 돌면서 진단하고 녹조발생 원인을 파악하여 과학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력이 부족하여 관리자들이 대개 현장을 찾기 보다는 시군의 자료나 과거 조사문헌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 대한 기초조사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상류부터 하류까지 환경오염원이 무엇이고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오염물질이 무엇인지를 직접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수질오염을 줄이는 지름길인데 말이다.

과거 우리나라에 온 한 외국인 전문가가 경안천을 조사하는데 상류에서 하류까지 걸어 다니며 오염원을 직접 파악하고 벼나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고 비가 올 때도 현장에 나가 수시로 검토하며, 비료성분이 벼나 농작물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상세히 관찰하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자세가 우리나라 전문가들에게도 필요하다고 본다.

전국적으로 오염 현장을 다녀보면, 대부분의 도시 생활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방류수의 인(P) 농도는 0.2㎎/L 이하이다. 그러나 이 물에 조류(algae)가 증식하지 못하게 하려면 10배 이상의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소나 돼지가 배설하는 축산폐수 처리장의 처리수 역시 여기서 조류가 자라지 못하게 하려면 20배 이상의 많은 물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템스강 상류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방류수의 인(P) 농도는 0.2㎎/L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나, 하천 옆 저류조에서 10∼15일간 자연처리를 거친 후 템스강으로 보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천과 하수처리장에서 처리 방류수 저류조에서 자연처리 후 방류되도록 하면 녹조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된다.

부영양화는 물에 질소와 인 등 영양염류가 유입되어 조류가 증식하면서 발생한다. 유역이 산림으로 덮여 있어 사람의 활동이 적은 경우, 질소의 농도는 물 1L당 고작 1㎎ 정도, 인(P)은 질소의 10분의 1 정도밖에 없어 남조류가 증식하지 못한다. 반면, 하천·호소에 화학비료와 가축분뇨 등을 발생원으로 하는 경우 질소와 인의 함유량이 늘어 그 농도가 10배 이상이 되면 식물플랑크톤이나 광합성을 하는 조류가 활발히 증식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물 정책 관계자는 유역 내 산림지역, 농촌지역, 축산현황, 하수처리시설, 공단처리현황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문제를 파악하고 오염을 해결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녹조가 대량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점오염원인 생활하수, 공장폐수, 축산폐수 등의 관리는 물론, 비점오염원인 비료와 농약의 과다 사용을 철저히 금지하고 강우 시 질소와 인 등 영양염류가 하천에 직접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특히 「통합물관리법」이 지난 5월 28일 통과되어 물관리 일원화가 이루어져 수자원 전문가는 수질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 및 현장을 서로 잘 파악하여 물관리가 선진화되기를 바란다. 모든 물 관련 전문가가 현장에서 답을 찾도록 노력하면 머지않아 녹조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워터저널』 2018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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