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가상수(可相水)란 무엇인가”

 

·본지 회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사)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가상수(可相水, virtual water)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떠한 제품을 생산하는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을 말한다. 이는 토니 앨런(Allan, 1998) 교수가 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개념으로, 가상수의 개념은 농산물뿐만 아니라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 공산품 등을 생산함에 있어 모두 적용된다.

보통 우리나라의 수자원은 양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상수와 생물발자국 개념을 적용하여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의 육류와 콩, 옥수수뿐만 아니라 가축에게 먹이는 농산물까지 대부분 외국 농산물을 소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축산물 자급률은 30%로 천오백만 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밖에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농작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고기의 생산국에서는 대량의 관계용수를 사용해 축산물을 가공하고 있다. 소를 먹이기 위한 옥수수 등 곡물 등의 사료를 생산하는 데도 많은 물이 필요하며 소가 사료를 먹고 자라 도축되기까지도 많은 물을 사용하게 된다. 수입국에서는 소고기를 생산하기까지 사용된 관계용수 역시 수입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는 물 그 자체를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이 소고기 생산에 사용된 물을 가상의 물, 즉 가상수라고 정의한다. 식량의 수입은 결국 가상수 역시 수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 도쿄대학의 오키 다이칸 교수 등이 연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리, 밀의 생산에 사용되는 정제 손실 등을 고려하면 가식부 증량의 2천 배, 미국에서 재배할 경우 3천500배, 닭고기의 경우 4천500배, 소고기에서는 약 2만 배의 물이 필요하다. 일본의 가상 투입수 총 수입량은 약 640억㎥/일로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양이다. 일본의 농업용수 총 사용량은 552억㎥/일로 나타났다. 이런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다른 점으로 주목되는 것은 가상수의 입수, 총 수입량의 약 60%가 미국에서 들어오는 농축산물 생산에 사용한 물이라는 것이다.

미국 중서부의 곡창지대에서 이뤄지는 농사의 특징은 대부분 농사짓는 물이 대수층의 지하수를 이용한 관계농업이라는 점이다. 농사와 더불어 축산을 하여 생산된 농축산물 역시 이 지역의 주된 산업이다. 이 지하수는 빙하기에 축적된 지하수를 지층에서 채취해 사용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의 지하수 수위는 매년 점점 감소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미국의 한정된 수자원을 우리는 농축산물을 수입해 옴으로써 가상수로 대량 소비하고 있다. 이에 우리 국민 모두가 수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 지구적인 시각에서 생각해야 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식사 시 음식물을 남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농축산물이 생산되기 위해 사용된 많은 가상수를 생각한다면, 환경보호의 차원에서 적정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섭취해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으면 연간 15조 원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을 살릴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빈 그릇 운동(Zero Food Waster)’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실시되고 있는 ‘비움과 나눔’의 운동이다. 2019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소박한 비움과 나눔의 운동에 동참해보자. 

 [『워터저널』 2019년 2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