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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제언] 일본 수도사업의 패러다임 전환 / 이 호 ㈜고비 부회장
2019년 02월 01일 (금) 09:34:11 워터저널 webmaster@waterjournal.co.kr

 기업인 제언   일본 수도사업의 패러다임 전환 - 「수도법」 개정을 중심으로


“일본, 「수도법」 개정으로 수도 기반 강화”

수도시설 노후화·인구감소로 수도요금 수입 감소…수도사업자 33%가 적자
시민단체, 정부의 강권적인 광역화 추진 가능성·외국기업의 수도 지배 우려

 

   
▲ 이 호 ㈜고비 부회장
 일본 수도사업의 패러다임 전환 - 「수도법」 개정을 중심으로


일본은 그동안 쟁점이 되어왔던 수도사업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1957년에 제정된 현행 「수도법」의 중요 부분을 개정하는 「수도법」 개정안을 2018년 12월 5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일본의 「수도법」 개정은 수도사업의 민영화 문제뿐만 아니라 수도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본 수도사업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급수수요 증가에 따라 수도의 확장정비를 기본으로 수도정책을 추진해 왔고 2016년 말 기준 수도 보급률이 97.9%에 달해 대다수 국민이 수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편, 일본의 사회 경제적 여건 변화로 수도사업 환경은 악화되고 있어 현 상태로 지속될 경우 안정적인 수도서비스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도사업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도사업 분야는 제도적으로나 수도사업의 현상(現狀)이 유사할 뿐 아니라 수도사업 환경 또한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어 우리나라 수도사업이 당면한 과제를 풀어 가는 데 이번 일본 「수도법」 개정은 크게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Ⅰ. 위기에 직면한 일본 수도사업

일본의 수도사업은 우리나라와 같이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市·町·村)가 경영하며 수도 이용자의 이용료 수입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수도사업의 경영 유지 기반이 크게 취약해진 반면 수도관 등 수도시설의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인구 감소와 수돗물 사용량 감소로 인한 수도요금 수입이 감소되어 약 33%의 수도사업자가 적자 상태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일본은 고도 성장기에 정비하여 교체하지 않은 40년 이상된 경년관이 2016년 기준 14.8%에 달하고 관로 갱신율은 0.75%에 그쳐 관로의 노후화가 심화되고 있다. 현 상태로 지속될 경우 관로 교체에만 13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1. 인구 및 유수량의 감소
일본의 인구는 2008년부터 순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2040년경 소멸예정인 지방자치단체를 전체의 49.8%에 해당하는 무려 896개로 추산한 보고가 있으며 2040년경에는 2000년 기준 약 30%의 인구 감소를 예측하고 있다.

유수량 또한 2000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하여 2065년에는 4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구와 유수량의 감소는 독립채산제 형태의 수도사업 경영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수도서비스의 지속성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2. 관로 등 수도시설 노후화와 교체 지연
고도 성장기에 정비하여 교체하지 않은 경년관(40년 이상)이 2016년 기준 14.8%에 달하고 관로 갱신율은 0.75%에 그쳐 관로의 노후화가 심화되고 있다. 현 상태로 지속될 경우 관로 교체에만 13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3. 수도시설 내진화의 지연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수도시설의 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지만 2016년 기준 기간관로의 내진 적합률은 38.7%, 정수시설 27.9%, 배수지 53.3%로 전반적인 내진화 추진이 답보상태에 있다.

   
 
   
▲ 일본은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수도시설의 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지만 2016년 기준 기간관로의 내진 적합률은 38.7%, 정수시설 27.9%, 배수지 53.3%로 전반적인 내진화 추진이 답보상태에 있다. 사진은 일본 벳부 아사미 정수장 전경.

4. 수도사업 기술인력의  감소

단카이 세대의 대량 퇴직으로 기술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며 수도사업에 종사하는 직원수가 최고기인 30년 전에 비해 30% 정도 감소하였다. 전국 수도 종사자의 40% 이상이 50세 이상이며 30세 미만의 젊은 층은 불과 10% 미만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수도사업자의 경우, 정도가 심해 적정한 수도서비스가 어려워지고 있다.

   
 
Ⅱ. 위기 탈출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전술한 바와 같이 일본의 수도사업은 성장기에 증가하는 급수수요에 맞추어 확장 정비를 기본으로 수도 정책을 견지해 왔으나 인구 감소 등 수도사업 여건의 변화와 수도보급의 확대로 기존 수도의 유지 관리 및 기반 강화가 중요한 현안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동안 일본의 수도사업은 ‘수도를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수도사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한 성장기의 정책기조로 전개해왔다. 그러나 수도사업 여건이 ‘사업수입 감소, 시설 노후화, 기술의 유지·승계 곤란’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봉착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졌다.

이번 일본의 「수도법」 개정은 단순한 법조문의 개정을 넘어 수도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 기조의 전환으로, ‘수도의 계획적 정비’를 목적으로 하는 확장 패러다임에서 수도사업의 ‘기반 강화’를 기조로 하는 유지·관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자 일본 「수도법」 제정이래 중요한 정책적 전환이다.

Ⅲ. 「수도법」 주요 개정 내용

이번 「수도법」 개정은 「수도법」의 목적을 ‘수도의 계획적 정비’에서 ‘기반 강화’로 변경하면서 ①관계자의 책무의 명확화 ②수도사업의 광역화 ③적절한 자산관리의 추진 ④민관협력의 추진 ⑤지정급수장치공사사업자제도의 개선 등 5가지 부분을 개정 또는 신설하였다.

입법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분야는 네 번째인 ‘민관협력의 추진’ 부분으로, 수도시설의 소유권은 공공이 가지면서 운영권을 민간에 매각하는 소위 컨세션(concession)계약 방식의 운영을 허용하는 조항의 신설이다. 이는 완전 민영화는 아니지만 거의 일보 전 단계라 할 수 있다.

   
 
Ⅳ. 「수도법」 개정안에 대한 주요 이견

「수도법」 개정 입법 과정에서 일본의 야당, 수도 관련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대체적으로 개정안 중 수도사업의 광역화 부분과 민영화 관련 부분이다. 광역화 추진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강권적인 광역화를 추진할 가능성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면서 사업체와 지역주민이 주민자치의 원칙 하에 통합의 시비를 판단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민영화 추진과 관련해서는 생명의 물은 돈벌이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 하에 수도사업의 민영화를 반대하고 민영화에서 다시 공영으로 되돌아 온 유럽 등 외국의 예를 들었다. 나아가 재정기반이 취약한 수도사업체가 민영화되면 채산이 맞지 않아서 민간업자가 철퇴하는 위험성과 수도요금 인상, 수질 저하, 수도의 외국기업 지배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Ⅴ. 우리나라 수도사업에 대한 시사점

일본의 「수도법」 개정의 배경이 된 일본 수도사업의 현상(現狀)과 과제는 우리나라 수도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수도사업 역시 개발시대의 확대 정비로 2016년 기준 상수도 보급률이 98.9%에 달해 전국적인 보급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경년관(20년) 비율이 31%에 달하지만 교체·개량률은 1.2% 수준에 머물러 있고 요금 현실화율은 82.06%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누수율이 10% 상당에 달하고 2017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수돗물의 직접 음용률이 7.2%에 불과하다.

또한 인구감소 문제가 초미의 정책적 관심 분야가 되고 있으며 수도사업의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이 취약하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노후 지방상수도시설의 교체 개량을 위한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어 수도시설의 현대화에 크게 기여하겠지만 전체 경년관 연장에 대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수도사업의 현상은 일본이 당면한 수도사업의 위기 원인과 닮아있다. 일본의 이번 「수도법」 개정은 오랜 시간 동안 정책당국, 전문가 그룹, 수도사업 관계자들이 과제를 정리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온 결과다. 우리는 일본의 수도정책 기조의 전환 과정을 참고하여 수도사업이 당면한 과제를 냉철하게 정리하고 이해당사자 간 이견을 좁혀 수도정책의 추진에 대한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도사업은 생명 유지와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이며 대표적인 사회기반시설이므로 어떠한 정책기조와 정책수단을 채택하든 수질기준에 적합한 물을 필요한 만큼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합리적인 대가로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수도의 이상에 부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워터저널』 2019년 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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